4월 하루 전 오늘 너무 따스했습니다.
오늘 오후에 시내 공원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제자 3명과 밥을 먹었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 보니 공원에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이 부모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면서 따스한 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햇살은 좋았지만 여전히 날은 추었고 눈도 가끔씩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날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3월이 아주 길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지난 2월 몸이 아파 밀렸던 일들을
3월에 처리하다 보니 그랬는지 아님 정말 일이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음력으로 2월 7일이 생일이여서 동료선생님과 학생들이 축하 파티를 해줬습니다.
과 사무실에서 케익도 자르고 선물로 지갑을 줬는데 학과장이 돈까지 넣어 줘서 감동도 받았습니다. 학생들도 밥을 사주고 축하해줘서 흐뭇했습니다.
사실 관심이 없으면 음력 생일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학교에서는 체육대회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단과대학별로 체육대회를 하는데
여기는 교수들이 단과대학별로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교수들은 체육관에서 각종 게임에 참석하고 학생들은 관중석에서 응원을 했습니다. 이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순위별로 상금을 준다고 했습니다.
총9개 단과대회에서 배구 탁구 농구 팔씨름 멀리뛰기 아령 들기 달리기 체스 마지막으로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했는데 저는 배구선수로 출전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배구팀은 예선탈락을 해서 아쉬웠습니다. 우리 단과대학은 5위를 했는데 사백만원정도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학장은 이 상금으로 단과 단체옷을 사자고 했습니다.
시상식을 할 때 음악이 나오니 여러 교수들이 춤을 췄습니다.
한국은 이런 행사면 술판이 벌려지고 교수들은 점잔빼고 있으면 학생들이 춤추고 분위기
띄우곤 하는데 여기는 술은 물런 음식도 일체 금지이고 흥이 난 교수들이 음악에 맞춰
전통춤을 추면 학생들은 환호하고 했습니다. 이 모습도 참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보기는 좋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단순하게 교수들끼리 운동이나 하나 보다 하고 갔는데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았던 건 그전 대학에서는 늘 이방인처럼
지냈는데 여기에 와서는 공동체에 포함되어 지는 것 같고 인정받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마도 계약서 쓰고 교수비자까지 보내 정식으로 채용시켜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3월에 새 반을 받았습니다. 2학년 학생들인데 모두 12명입니다.
한국어과 학생들입니다. 수업 시간은 일주일에 11시간인데 저에게는 4사간을 줬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총 3개 반 2학년 두 개 반 3학년 한 개 반 총 30명 학생들인데 실지로
수업에 나오는 학생들은 17~19명 정도입니다.
새 반은 한국어과 이고 전에 두 개 반은 한국어 전공입니다.
새 반은 숫자가 많고 전공도 한국어라 그런지 반응이 좋아서 수업 때 힘이 납니다.
이 학생들 심장에 비전을 심어 훗날 이 지역과 나라에서 크게 쓰임 받는 인물이 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지역은 많이 가난합니다. 일하고 싶어도 공장도 회사도 없어서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어 도시를 떠나 최근 들어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욕도 없고 무기력합니다. 저도 처음에 와 반을 맡았을 때 힘이 들었습니다.
결석도 많고 아무리 비전을 이야기해도 반응이 없고 마음을 다해 가르쳐도 열심히도 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새 반은 좀 달랐습니다. 이제 한 달 되었지만 학생들은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자난 달에 세종학당에 공모했습니다.
학교가 87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대학교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기는 한데
세종학당을 관리하는 한국문화원장이 저와 아는 사람이라 그래도 혹시나 하고 있긴 합니다.
우리학교가 한국어과가 있는 몇 개 안되는 대학중 하나이고 또 제가 다른 조건 좋은 대학을
마다하고 이곳으로 온 것을 높이 사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채택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산으로 여러 가지 문화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월 초에 옴스크 외고에 출장을 갑니다. 며칠 전에 초대한다고 기차표를 보내왔습니다.
기차 시간을 보니 왕복 80시간 정도 되는 듯합니다.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왕복표가
사십 만원이나 했습니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설레 이기도 하지만
오고 가는 시간에 걱정이 벌써부터 앞서긴 합니다.
지난달에 세탁기를 샀습니다. 이전에는 1충에 있는 공동 세탁기를 사용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다 보니 고장이 자주 나고 차례도 쉽지 않아
하나 샀습니다. 비용은 삼십 만원 정도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지 십년이 넘었지만
처음으로 비싼 물건을 사 봤습니다. 굳이 사야 하나도 생각했지만 막상 있으니까
편하기도 했습니다.
여학생축구팀을 만들어 여학생들을 모집하였는데 아직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시골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전에 도시에는 적극적 이였는데 말입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듯합니다.
티베트에서 온 온유라는 학생은 학교에서 간간히 인사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친교가
어려웠습니다. 무슨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3월을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