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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산행
고창-장성 축령산(621.6m)
임종국 선생이 만든 한국 최고의 삼림욕장
축령산은 전남 장성과 전북 고창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노령지맥 위에 솟아 있다. 장성 쪽에서는 편백나무숲 기슭을 축령산이라 부르고, 문수사에서는 청량산이라고도 부른다. 축령산은 6.25전쟁 등 민족적 수난기에 깊은 상처를 받은 산이지만 현재 문수산 남서쪽 산록은 마치 유럽풍의 잘 조림된 침엽수림 지대를 연상케 한다.
삼나무, 편백, 낙엽송, 태다, 리기다소나무 등 수령 5~50년생의 숲이 1천정보 가량 널찍하게 바다를 이루고 있으면 주변엔 천연림인 상수리, 졸참나무, 떡갈나무 등이 둘러싸고 있어 산림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나뭇가지를 뚫고 툭툭 터지는 연둣빗 새싹 소리가 그리운 3월 초, 너무 힘든 산행보다는 잠시나마 산과 함께 호흡하고자 이번 철도산행은 웰빙을 찾아 전라남도 장성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 용산역에 모인 김윤수(코레일 서울지사 일산승무소 기관사) 대장, 오병건(고양고속철도 차량관리단), 이효기(건설교통부 철도공안) 부대장은 나른한 호남선 KTX 안에서 차창 안으로 비치는 봄 햇살을 만끽한다. 평일 오전 호남선 KTX는 너무 여유로워 봄의 한낮 춘곤증을 떠올리게 한다.
장성역에 내리니 광주와 전남의 산을 책임지고 있는 김계수(광주기관사 승무사업소), 김춘섭(광주기관사 승무사업소)씨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축령산 산행의 기점은 서삼면 추암리 괴정마을, 서삼면 대덕리 대곡마을, 혹은 북일면 금곡마을과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등으로 정할 수 있다. 철도를 이용할 경우는 대덕리나 추암리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역사에서 가깝게 시작할 수 있다. 금곡마을의 경우 영화마을이라는 또 다른 명칭으로 관광지로써 발전하고 있으며 금곡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면 시작부터 울창한 산림을 벗 삼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장성역에서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 철도산행의 본 의의에서 벗어나는 들머리라 아쉽지만 금곡마을은 후보지에서 제외한다.
축령산 산행은 임도를 따라 7부 능선까지 올라야 한다. 산행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삼림욕과 최근 각광받고 있는 MTB 등 아웃도어 레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산이 바로 축령산이다. 차로 대곡마을 안까지 이동한 후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축령산은 한 사람의 노력이 일궈낸 인간 승리의 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춘원 임종국 선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축령산은 없었을 거에요."
김계수씨가 임도를 걸으며 축령산이 만들어진 내력에 대해 잠시 언급한다. 그렇다. 축령산은 처음부터 국내 최고의 삼나무, 편백나무숲이 아니었다. 일제시대만 해도 헐벗은 벌거숭이 산이었다.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산을 울창하게 만드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 임종국 선생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한 그루 한 그루 심어 만든 것이 축령산을 이루었고 지금의 축령산휴양림이 조성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런 내력을 알고 걸어서일까. 걸음걸음이 조심스럽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거룩해 보인다. 대곡마을에서 춘원 선생 추모비가 세워진 삼거리까지는 임도를 따라 1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너른 터에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세운 지 얼마되지 않은 듯 비석이 깨끗하다. 삼거리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는 데 서부산림청에서 파견한 숲해설가가 축령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준다.
"이곳은 산행보다는 치유의 숲으로 보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물론 이곳 삼거리에서부터 축령산 정상까지는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정상을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만든 것이죠. 축령산은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축령산휴양림의 경우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산책하길 권합니다. 나무별로 피톤치드가 활발히 생성되는 시간이 다른 데 편백과 삼나무는 오후 1시에서 3시가 가장 활발합니다. 지금 산림청에서는 이곳을 한국 대표 휴양림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축령산휴양림에는 편의시설은 없다. 보통의 자연휴양림에서 볼 수 있는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은 철저히 삼림욕을 중심으로 가꾸어진 휴양림이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묘지가 있는 지능선이 축령산 정상 오름 길이다. 완만한 임도와 달리 등산로가 가파르다. 취재진 모두 숨을 헐떡이며 본격적인 산행을 이어간다. 삼거리에서 10여분 정도 올라 주능선에 닿으면 오른쪽 방향으로 틀어 산행을 이어간다. 다시 10여분 정도 오르면 축령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산불감시용 카메라와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날씨가 썩 쾌청하지 않아 조망이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산 아래로 장성군이 내려다보인다.
사실 축령산은 정해진 등산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등산로가 뚜렷하지만 정상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사실 산행하는 사람이 정하기 나름이다. 능선을 따라 금곡마을까지 갈 수도 있으며 산행 중간에 오른쪽 지능선으로 내려와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정상에서 금곡마을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완만하다. 아직 잔설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부분도 많지만 크게 가파르지는 않다. 정상에서 20여분 능선을 따라 가면 금곡마을 가는 길과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휴양림이다. 취재진은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절정인 순간을 맛보기 위해 휴양림으로 향한다.
뚜렷하게 길이 나 있지는 않지만 임도가 보이는 골짜기를 따라 내려서면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도착한다. 조림된 삼나무와 편백나무의 뿌리를 타고 흘러내려 온 샘터가 지능선 끝자락에 있다.
참빛처럼 가지런히 자란 빽빽한 침엽수림이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의 청량감을 준다. 그 인공수림 사이로 산의 7부 능선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임도로 들어서자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천천히 호흡한다. 자신을 공격하는 곤충과 싸우면서 내뿜는 피톤치드를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저 마시고 음미한다. 자연의 생존 싸움에서 인간은 건강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받는 것이다. 임도를 따라 대곡마을 방향으로 가다보면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라고 적힌 푯말이 보인다.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헬기포터와 함께 더 안쪽으로 임종국 선생을 수목장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그는 죽어서도 자신이 가꾼 이 숲과 산에서 떠나지 않고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선생이 묻혀 있는 곳에서 축령산 방향으로 바라보니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따스한 봄 햇살에 부서지며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수목장에서 다시 15분 정도 더 가면 추모비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 직진해서 내려가면 백골마을이고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서면 대곡마을이다. 원점회귀를 하기 위해 취재진은 대곡마을로 향한다.
한 인간이 20여 년간 황무지를 일군 집념의 숲. 혼을 바쳐 가꾼 영혼의 숲. 한국에 조림의 필요성을 일깨운 선각자의 숲.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 소리가 발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또 다시 뒤를 돌아보게 한다.
*산행길잡이
대곡마을-(40분)-추모비 삼거리-(20분)-정상-(20분)-갈림길-(15분)-휴양림 임도-(20분)-수목장-(15분)-추모비 삼거리-(40분)-대곡마을
전남 장성군과 전북 고창군에 있는 축령산은 야트막한 산이다. 웬만한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을 정도이다. 이 작은 산이 세상에 알려진 이유는 산을 두르고 있는 건강한 숲 때문이다. 삼나무와 편백, 그리고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숲을 배경으로 영화 '태백산맥', '내마음의 풍금'과 드라마 '왕초'도 촬영됐다. 축령산의 숲은 자연이 만든 숲이 아니다.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일제시대를 겪으면서 완전히 헐벗었던 산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이는 춘원 김종국 선생이다. 1956년부터 시작된 육림의지는 그가 세상을 떠난 1987년까지 계속됐다.
축령산은 산행이 중심이 되는 산은 아니다. 누구든지 쉽게 올라 삼림욕을 즐기고 아웃도어 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이다. 축령산 산행의 기점은 서삼면 추암리 괴정마을, 서삼면 대덕리 대곡마을, 혹은 북일면 금곡마을과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등으로 정할 수 있다. 철도를 이용할 경우는 대덕리나 추암리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역사에서 가깝게 시작할 수 있다. 대곡마을에 주차를 한 후 임도를 따라 계속 오르면 추모비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등산로에 묘 몇 기가 있다. 지능선을 따라 20여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엔 산불감시카메라가 있다. 능선을 따라 산행을 이어가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 지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축령산자연휴양림 어디로든 떨어진다. 정해진 등산로는 따로 없다.
고창군 고서면 문수사에서도 산행을 시작할 수 있으며 금곡마을에서 산행을 할 수도 있다.
*교통
서울 용산역에서 KTX가 하루 8회 운행한다(06:40, 08:05, 11:00, 13:45, 16:10, 17:25, 19:20, 21:25). 2시간35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33,900원이다. 새마을호는 하루 5회 운행한다(09:00, 09:55, 11:30, 15:55, 17:05). 3시간20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28,700원이다. 무궁화호는 11회 운행하며 4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은 19,300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코레일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된다. 장성터미널에서 대곡마을까지 가는 버스가 1시간에 1대씩 운행한다.
*잘 데와 먹을 데
축령산 근처에는 정식 숙박시설이 없다. 농원과 찻집 등에서 민박을 한다. 모암리의 추암관광농원(061-394-4600)과 백련동(393-7077) 등이 숲에서 가장 가까운 속소. 장성읍내엔 여관이 많다. 한양모텔(392-7001), 조선비치(392-4714), 파레스(393-2615), 그린모텔(393-3211), 진흥각(393-3703) 등이 비교적 시설이 좋은 장급 여관이다.
*볼거리
백양사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세워졌다. 대한불교 조게종 18교구의 본사다. 백양사의 으뜸 명물은 단풍이다. 애기단풍이라 불리는, 잎이 작은 종류이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빛을 자랑한다. 그래서 단풍철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단풍나무의 잎은 가을뿐 아니라 봄에도 아름답다. 고사리 손처럼 앙증맞다. 입구에서 절에 이르는 2km의 갈 양쪽으로 단풍나무가 새 잎을 피우고 있다.
장성호 장성호는 1976년에 완성된 호수. 황룡강의 상류를 막아서 만들었다. 4개 시,군의 농토를 적시는 큰 인공호인데 최근들어 수상레포츠의 천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상스키, 카누 등이 맑은 물 위에서 펼쳐진다. 무엇보다 인기있는 레저는 낚시.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류 수초대를 중심으로 봄 물 낚시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