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일 : 2024년 5월 11일
21번째 성지순례는 1.김제순교성지 → 2.초남이성지 → 3.전주숲정이성지 → 4.전주 옥터 → 5.치명자산성지 → 6.서천교.초록바위 → 7.전동성당 이렇게 다녀 왔습니다.
" 동정부부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 순교자의 안식처 "
치명자산 성지
[전주교구]
1처 부터 14처 까지 기도 드리며 오르다 보면 산상성당에 도착 합니다.
12처에서 만난 다람쥐 부부?
치명자산(중바위산) 정상은 1801년에 순교한 유항검(柳恒儉)의 가족들을 합장한 묘소가 있는 곳으로 동정부부 유 요한과 이 루갈다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루갈다 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주 시내를 굽어보는 중바위는 전주 8경 중 손꼽히는 기린봉 능선에 위치해 호남의 넓은 평야를 내려다보고 있다.
1984년 9월 20일 전라북도 기념물 제68호로 지정된 치명자산 유항검 일가 합장묘에는 호남의 첫 사도요 순교자였던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부인 신희(申喜), 둘째 아들 유문석(柳文碩) 요한과 조카 유중성(柳重誠) 마태오, 제수 이육희(李六喜) 그리고 동정부부로 유명한 유중철(柳重哲) 요한과 이순이(李順伊) 루갈다 등 7명의 순교자 유해가 모셔져 있다.
이들은 원래 치명한 후 김제군 재남리(현 전주시 덕진구 남정동)에 가매장됐다가 전동 본당 초대 신부인 보두네(Baudounet) 신부를 비롯한 신자들이 1914년 4월 19일에 이곳으로 옮겨 모셨다. 이어 1949년 전동 성당 신자들은 치명자산에 십자가 기념비를 세웠다. 1993년 11월 29일 이 묘소를 개장한 후 유해 확인 작업을 벌인 결과, 이 가족 묘소에는 7개의 옹기에 각각 유해가 담겨져 있었으며, 백사발에 인적 사항이 적혀 있었고, 숯을 담은 채 옹기를 막아 놓아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다.
진주 유씨 소재공파(素齋公派) 8대손인 유항검은 1784년 권일신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집에서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이승훈 베드로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는 가성직 제도에 의해 신부의 권한을 위임받고 고향인 전주 초남리(현재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에 내려와 호남 지역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파했다. 유항검은 가성직 제도가 교리에 어긋나며 독성죄가 됨을 깨닫고 이를 시정키 위해 북경 주교에게 문의 편지를 내게 했으며 주문모 신부를 입국시키는 데에도 큰 공을 세웠다.
1801년 신유박해가 터지자 전라도 지방에서 제일 먼저 체포돼 서울로 압송당한 유항검은 대역부도(大逆不道) 죄로 능지처참형을 받고 전주 감영으로 다시 이송, 1801년 10월 24일(음력 9월 17일) 남문 밖에서 45세의 나이로 참수되었다. 이복동생 유관검에 이어 11월 14일(음력 10월 9일) 두 아들 유중철과 유문석 그리고 다음해 1월 31일(음력 1801년 12월 28일) 부인 신희와 며느리 이순이, 조카 유중성과 제수 이육희가 순교했다.
이렇게 해서 유항검 일가는 지상의 모든 삶을 영생의 세계로 옮겼고 이들의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믿음의 확신은 일가의 단종을 가져왔다. 조정은 이들의 흔적을 아예 없앨 요량으로 대역죄인의 집을 헐고 집터를 깊게 파 연못을 만들어 버리는 ‘파가저택’(破家瀦宅)의 형을 내렸다.
“우리는 다 같이 천주를 위하여 순교자가 되기를 맹세하고 철석같이 굳은 결심을 하였습니다. 나의 애정은 다른 감옥에 갇힌 남편 요한에게로 끊임없이 달려만 갔습니다. 10월 9일 나의 시동생이 끌려 나갔습니다. 얼마 후에 남편과 그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전주 초남리에서 시작된 유항검 일가의 길고도 먼 여정은 이렇게 치명자산에서 마쳤고 그 길은 시련과 영광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우리 신앙의 후손들은 생명은 물론 가문의 단절까지도 감수하며 천주를 섬겼고, 그 흘린 피의 대가로 호남 천주교회의 초석을 이루었던 유항검 일가의 고결한 신앙을 굽이진 능선을 따라 산을 오르며 되새기는 것이다.
치명자산 성지 성역화 작업은 1987년 전주교구 설정 50주년을 앞두고 처음 시작되어 1985년 성직자 묘지를 조성하고 1988년 십자가의 길과 산행로 정비작업을 완료했으며, 1994년 5월 9일 산 정상 순교자들의 합장묘 아래에 기념성당을 봉헌했다. 1997년 입구 조경을 위한 몽마르트 광장을 조성하고 이어 주차장과 진입로 등을 차례로 진행했다. 또한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가장 빛나는 진주로 불리는 유중철과 이순이 동정부부를 현양하는 요한 루갈다제를 2001년부터 매년 개최하여 순교자 현양행사를 지역문화 축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한편 이곳 합장묘에 묻힌 유항검 일가 순교자 중에서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아들 유문석 요한, 유중철 요한과 며느리 이순이 루갈다, 조카 유중성 마태오는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되어 복자품에 올랐다. [출처 : 주평국, 하늘에서 땅 끝까지 - 향내나는 그분들의 발자국을 따라서, 가톨릭출판사, 1996, 내용 일부 수정 및 추가(최종수정 2015년 11월 13일)]
예수.마리아 바위
전망대에서 본 전주시가지
성직자 묘원
주차장에 짓고있는 순례자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