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가 본지가 오래된 산을 다시 찾아 다니는 중이다.
구병산도 그 중 한 곳인데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다.
이번에는 지난 번 오를 때 그냥 지나쳤던 시루봉과 솔봉을 같이 찾아 보기로 한다.
속리산휴게소로 내려서자마자 곧 보은 드론교육원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건물 뒷 편에 공용주차장도 있다.
보통 좌측 적암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지만 우리는 보이는 도로 끝 부분에서 우측 시루봉 방향으로 향한다.
길가에는 만발한 찔레꽃의 진한 향이 사방 천지에 가득하고...
포장도로 끝 부분에서 바로 산길로 들어선다.
시루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꽤 거칠다.
중간에 갈래길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는데 무심코 그냥 오르는 바람에 길이 아닌 곳을 마치 정글탐험 하듯이 무작정 치고 올라가니,
시루봉으로 가는 능선으로 올라서고, 곧 이어 가파른 등로를 올라가면 시루봉에 도착하는데 별로 볼 것은 없다.
새기미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던 능선이 566.5봉으로 융기했다가 가파르게 내려서면 움푹 파인 안부로 내려서고 대공포진지와 초소를 차례로 지나 능선 갈림길에서 직진해 올라서면 충청북도 특유의 검은 오석 정상석이 보인다. 오른쪽 용두정(龍頭亭)이란 돌탑 전망대에 올라서면 제한적이긴 하지만 구병산 능선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것이 한 폭의 그림이다.
대공포진지.
시루봉에서 내려서면 잠시 평탄한 낙엽길이 나타나지만,
566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무척 가파른데다 등로도 불분명하고 토사도 줄줄 흘러내려 제법 힘이 들지만 무작정 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중간에 암릉지대도 지나는 가운데 잠시 시야가 트이며 서산영덕고속도로와 적암마을이 보인다.
566봉을 넘어서면서 등로는 편안하게 이어지고,
적암리로 향하는 안부 삼거리를 지나면 다시 가팔라지는데 기온에 비해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운 줄 모르고 꾸역꾸역 올라간다.
은대난초.
새기미산에서 우측 솔봉을 향하여 가던 도중 등로 주위로 자라고 있는 그늘사초가 제법 예뻐보였다.
솔봉(속봉).
새기미산에서 남동쪽으로 600여m 떨어져 있는 산으로 능선 마지막 봉우리이며 거친 바위 오름길에 둘러싸여 있고 정상은 공간이 좁다. 좌우로 가파른 단애의 형상을 보이며 지도에 따라 속봉으로 표기한 곳도 있다.
다시 새기미산으로 돌아와 신선대로 향한다.
틈새바위로 오르는 등로는 가파른데다 낙엽이 쌓여 꽤 미끄럽다.
이 곳은 적암마을에서 시루봉으로 오르지 않고 신선대를 거쳐 오르는 일반적인 등로인데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이 길을 이용한다.
10년 전에 나도 이곳으로 올랐었다.
로프를 오르면 신선대가 나타난다.
신선대.
형제봉에 이어, 청계산의 두루봉, 투구봉, 대궐터산 등이 늘어서 있고, 뒤로는 멀리 상주의 남산도...
예전 봄에 대궐터산 중턱에 있는 극락정사를 찾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법당 밑 언덕 일대에 피어있는 꽃들이 너무도 아름다워 이름 그대로 극락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다시 오름을 이어간다.
구병산까지의 거리 2km.
오늘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덕에 덥지 않아서 산행하기가 아주 좋다.
바로 앞 좌측으로 지나온 시루봉과 새기미산 능선, 그리고 우측에 적암마을이 보이고...
바위 능선을 따라 가려 했더니 그만 길이 끊겨 버려 할 수 없이 돌아 나온다.
853봉이 앞에 보이고...
지나온 암봉. 우회하여 돌아왔다.
853봉을 오르기 위해 암벽능선으로 직등하려 했으나,
마지막 암벽에서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몸이 흔들릴 지경인데다, 저 위에 걸려있는 로프도 10년 전에 걸려있던 로프 그대로인 것처럼 보여 위험할 것 같아 포기하고 돌아 내려와 우회하기로 한다.
10년 전에는 바로 올라갔었는데 말이지.
하지만 몸이 흔들거려 내려오기도 만만치 않았다!
우회하여 오른 853봉.
구병산 동봉으로 학봉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학봉에서 바라 본 구병산.
학봉에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서야 한다.
내려서는 길은 로프의 연속.
853봉을 내려가면서 구병산을 다시 한 번 쳐다보고...
다시 로프.
그냥 내려서기엔 조금 위험했다.
백운대로 이어지는 암릉으로 다시 올라서려 했지만 로프가 가늘어도 너무 가늘어 마치 끊어질 것 같아 역시 포기.
우회하여 오른 구병산 전위봉.
누가 백운대라고 이름을 붙여 놓은 것 같다.
시루봉에서 이어지는 지나온 능선이 늘어서 있다.
위성지국갈림길.
적암마을에서 구병산에 오르는 제일 빠른 지름길이다.
바위구간을 올라서면,
멀리 속리산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계속 이어가면,
지나온 백운대, 그리고 853봉이 시원하다.
구병산(876m).
호서의 소금강인 속리산에서 뚝 떨어져 나와 마로면 적암리와 경북과의 도계에 웅장하고 수려한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다. 일명 구봉산이라고도 한다. 특히 가을단풍이 멋들어진 곳으로 단풍이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가을 산행지로 적격이다. 정상에서는 평평하며 넓은 보은평야가 내려다보인다.속리산의 남단에 위치하여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 천왕봉을 지아비 산, 구병산을 지어미 산, 금적산을 아들 산이라 하고 이들을 묶어 삼산이라고 불렀다.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보은군청에서는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1999년 5월 17일 <충북알프스>로 출원 등록하여 관광상품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다.
'보은군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자연의 보고 구병산을 충북알프스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업무표장등록을 하였으며 1999년 10월 17일 개장축제와 함께 표지석을 세워 등산 애호가들의 길잡이가 되고 영원토록 잘 보존하여 길이 후손에게 물려 주고자 한다<정상석 뒤편에 새겨져 있다>.'
정상의 명물 고사목.
예전에 비해 가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세월의 흔적인 듯...
정상에서 한동안 조망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 후, 안부로 도로 내려와서 하산을 시작한다.
무척 지루한 급경사를 한동안 내려가면,
협곡에 들어서고,
철계단을 내려서면 잠시 후,
우측에 쌀난바위굴이 위치한다.
쌀난바위의 유래.
이 바위 앞에는 암자가 있었고 수도승 한 분이 사셨다고 한다. 바위에는 쌀이 나오는 구멍이 있어서 이곳을 지팡이로 한번 두드리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쌀이 나오는데 어느 날 이 암자를 찾아온 손님이 있어서 두 사람의 밥을 지으려고 지팡이로 두 번 이상 마구 두드리자 지팡이가 부러지고 바위에서 붉은 피가 흐르더니 그 후로 쌀이 나오지 않게 되었고 수도승은 그곳을 떠났다고 한다.
잠시 계곡에서 몸을 씻고 계속 내려가는데 예전 있던 난간이 전부 없어져버렸다.
목교도 계단이 썩어 구멍이 나 있어 오르기가 조심스러웠다.
이곳은 등로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목교를 건너면 아주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풍성한 아카시아꽃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편안하게 걸어간다.
애기똥풀.
지칭개.
오전에 올랐던 시루봉.
주차장으로 돌아오며 산행을 마감한다.
도상거리 11.6km, 7시간 소요.
조금 느긋하게 한 산행이었지만 계속되는 오르내리막에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다.
오랜만에 찾은 구병산은 그리 변한 것이 없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특히 요즘 전국 어느 산을 가더라도 마치 경쟁하듯이 설치되어 있는 계단이 없어 좋았다.
다만 적암마을 만이 예전과는 달리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