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해 길게 만나오던 나무이야기를 갈무리했습니다.
좁은 틈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눈에 띄게 달라지지도 자라지도 않는 너 여서,
집에서 나오는 길 계단 아래서 늘 반겨준 고마움에,
나무를 고를 때 그냥 딱 생각이 나고 마음이 가서.
집으로 가는 지름길에서 자주 오가며 보았던 것이 좋았어서,
어린시절 부모님 손 놓고 갈 수 있는 끝 경계 기둥이었던 추억이 떠올라.. 저마다의 까닭으로 마음에 두고 선택한 나무였지요.
나무 자람을 가까이서 한 해 꾸준히 관찰해보니 주변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과 나무가 겪는 성장통, 기쁨을 더 가까이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견디고 이겨내고 펼쳐가는 나무의 그런 일상 곁에서 열네, 열다섯, 열여섯 시절을 보내는 우리도 넉넉한 위로와 힘 받을 때가 많았어요 앙상할 때 처음 만났고, 12월 되어가면서 다시 앙상했던 그 모습이 되었지만 봄, 여름, 가을을 어떻게 보내었는지를 조금은 알기에 지금의 앙상함을 바라보는 우리도 나무도 처음 만났던 그 때의 마음과 몸이 아닙니다.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라거나 재는 것 없이 나를 반겨주고 기다려주고 맞이해준 나무곁에서 함께 자랄 수 있어 우리도 든든하고 기뻤죠.
나무야, 나무야, 고맙다~
# 은혜 _ 사랑목 내 나무는 집 밖에 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돌보고 싶었는데 한번 만나고 싶어서 만나왔다. 막 자라지는 않고 약간 다육이 느낌이다.
| # 해성 _ 능소화 * 선인장 내 나무는 능소화 나무다. 집 앞 주차장 작은 흙에서 열심히 살아온 멋진 녀석이다. 여름이 오면 잎과 가지를 무성하게 뻗고 꽃을 활짝 피운다. 그리고 나에게 선물같이 찾아온 선인장이 있다. 내 방에서 나에게 끊임없이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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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_ 사과나무 집 마당에 있는 나무들 중에 내가 늘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나무다. (그래서 이 나무를 만난거고..)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지만 자기만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과나무...이다. 비록 사과는 열리지 않지만. 한해 동안 나에게 가장 큰 배움 중 나무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이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중요하다는 것...!
| # 은율 _ 단풍나무 단풍나무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동무이자 선생이었다. 너그럽다. 삶을 얼마나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좁은땅에서도 굳세게 살아간다. 함부로 때를 정하지 않고, 차근차근 느긋이 신중히 잎을 틔우고 피우고 진다.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나와 같은 크기의 (내 기준) 나무다. 손을 닮은 잎으로는 인사한다. 나무를 동무, 벗 한다는 건 좋고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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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우 _ 살구나무 우리집 앞마당에 심겨져 있는 이 나무는 우선 한 4~5월쯤 꽃이 피어서 한 해를 새로이 열기 시작한다. 이때 나무의 빨간색 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게 꽃이 피기 시작하는 징조인 봉우리이다. 여기서부터 꽃이 피면 겉에서 안쪽으로 향할수록 붉은 모양의 색이 된다. 꽃은 한 70% 이상이 하얀색이다. 5~7월 전에는 점점 나무 전체가 초록이 되어간다. 정말 “푸르다‘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모양새이다. 8~10월 한창 여름일 시기인데도 나무는 나뭇잎을 노랗게 만들며 겨울을 대비한다. 나무가 다음 계절을 어떻게 아는지 신기하다. 아마 우리 사람보다 다른 기관이 발달된 것 같다.
| # 지현 _ 목련나무 인수동 낙원빌라와 국립재활원 사이 철조망이 있다. 철조망 건너에서 오랜세월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묵묵히 들어주었을 목련나무 이야기를 나도 들려주고 싶어 이 나무와 벗이 되고 싶었다. 나무와 우정이 깊어져 가는 재미와 배움. 푸른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면 못 누렸을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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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아 _ 선인장 선인장이다. 길게 만나며 관찰하기 전에는 잘 안 자라는 줄 알았는데 정말 빨리 자란다! | |
# 하준 _ 나무 봄이형네 올라가는 계단 옆 화단에 있는 나무, 아기자기 하다. 직접 가 보면 알 수 있는데, 4개의 기둥이 서로 의지하며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아마 뿌리는 하나일 것 같다. 해가 잘 비취지 않는데 그대가 가서 해가 되어주면 나무가 좋아하겠다. (생물학적 분류는 잘 모르겠다)
| # 준 _ 애기꽃사과나무 제 나무는 애기꽃사과나무입니다. 사과나무 라지만 사과가 열리는 것은 본 적 없네요. 키는 3~4m 정도 됩니다. 곁에 있는 철쭉들, 키 큰 향나무와 같이 생기있게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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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 _매화나무 봄에 피는 꽃이 아주 예쁜 매화나무이다. 매화나무는 꽃이 빨리 피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찰해보고 싶어 선택하게 되었다. 가지도 꽤 많고 얇은 편이기도 하다.
| # 봄 _ 소나무 밥상 뒷골목 끝에 큰 소나무다. 한때 생기넘쳤던 모습은 사라지고 축 처져 보인다. 이 마을에 거의 모든 사람이 아는 나무지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더운 여름 우리에게 쉼터가 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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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 _잣나무 내 나무는 스트로브 잣나무이다. 항상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어주는 든든한 존재이다. | |
# 서현_ 장미 우리집 바로 앞에 있는 장미이다. 봄에 화사하게 피는 장미가 겨울에는 너무나 칙칙했다. 분명 잎도 많이 달리고 꽃도 활짝 필거라는 걸 아는데 겨울 장미의 모습으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장미를 관찰하기로 마음먹었다. 과정을 함께 하고 싶어서 말이다. | |
" 작년에 선배들이 나무 만난다는 걸 듣고 새롭기도 하면서 나도 한 생명을 오랫동안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무이야기 하게 되어서 나무를 고를 때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설레이던 마음으로 시작했던 나무이야기는 내게 참 좋은 배움을 주었다. 하나의 생명이 주는 배움이 참 크고 깊었다. 나무이야기하며 만나는 한 나무만 살핀게 아니라 그 주변에도 자연스레 살피게 되었다. 다른 생명들도 보며 어떤 변화가 오고 깊어지는 것을. 내가 만난 나무는 올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병이 많이 나고 뭔가 횡한 느낌? 한해 동안 만나며 안쓰러워하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근데 최근에 문득 든 생각은 이 나무는 자신이 행복하고 만족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나무는 만족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는데 나 혼자 걱정했던게 아닐까? 그런 걱정들이 나무를 힘들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한 생명을 꾸준히, 길게 만난다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한해 동안 정말 잘 만나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