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는 K리그의 적인가>
적지 않은 기간, 소속팀의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대표팀 전지훈련을 떠났던 선수들이 돌아왔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결과를 안고 돌아온 국가대표팀은 3월 1일 앙골라와의 성대한 평가전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그간의 성과를 내보이게 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온 후 180도 달라진 대표팀은 2002년 이맘때 보다 훨씬 더 큰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여기에, 그때와는 능력치와 위상이 달라진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들이 가세한다는 조건을 생각하면 축구팬들은 이내 흐뭇한 미소와 벅찬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분위기가 좋다. 다시 한번, 그리고 이제는 축구의 중심지 유럽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일 것이라는 환상이 현실로 다가올 것을 기대하는 이 분위기에 앙골라와의 평가전은 더 없이 좋은 타이밍이며 조별 예선에서 만날 아프리카 팀인 토고를 대비하기에도 안성맞춤이기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6만여 석이 꽉 들어찰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원래 이날은 이란과의 아시안컵 예선전이 예정되어 있던 날이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전 의미 있는 평가전을 하기 위해 경기 일정을 옮기느라 AFC, 이란 등을 힘겹게 설득하였을 것이다. 이란전은 월드컵 이후 9월 첫째 주말로 변경되었다.
한편 K리그의 2006년 일정은 너무나도 힘겹다. 월드컵이 열리고 아시안컵 예선에다 12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 덕분에 일정을 미루지도 못하고 11월 안에 모두 끝내야 하는 빡빡한 일정에 프로축구연맹도 곤욕을 치렀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올 시즌 K리그 일정을 보면 유난히 주중 경기가 많다. 그만큼 선수들도 힘들고 흥행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다. 그 참에 한번의 주말 일정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정도로 전체 시즌 K리그 일정에 영향력이 크다. 이란전이 옮겨진 그날은 K리그 열려야 하는 날이고 그 하루는 눈물겹도록 빡빡한 리그 일정에서 빼앗겨서는 안 되는 너무나도 소중한 주말이었다. 그런데 그걸 빼앗아 대표팀 경기를 하겠다고?
올해도 리그 일정은 리그 시작 한달 전에서야 결정되었다. 필자가 보기에 축구협회가 이란전을 9월로 옮기는 것을 협의하느라 늦어졌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예상이다. 9월달 날씨 좋고 그 어느 때보다 리그를 즐기기 좋은 황금 같은 주말 하나 빼앗기는 것도 억울한데 그 경기로 인해 일정이 늦게 나와 리그 준비에 차질이 빚어졌다면 K리그 구단의 입장에서 보자면 축구협회의 일방적인 진행에 넌덜머리가 날 만하다. 축구협회의 리그 무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새삼스럽게 월드컵 전 분위기 좋을 때 딴지 거는 듯한 비판을 하고자 하는 필자도 개운치가 않다. 하지만 매년 국가대표 팀을 우선하는 정책에 표류하는 K리그를 가만히 앉아 한숨만 쉬며 포기할 수는 없다. 똑 같은 말 허무하게 반복하지만 한국축구의 근간은 K리그다. 대표팀이 아닌 K리그가 한국축구의 주인이며 뿌리라는 말이다. 감히 말하건대 K리그의 주말 일정 하나는 이 시기 앙골라와의 평가전보다 소중하다.
이렇듯 축구협회가 K리그를 무시하고 대표팀만을 위해 경기 일정을 구겨놓는다면 축구협회를 K리그의 적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 만약(?) 혹시(?) 축구협회의 속내가 모자란 연간 예산의 충당을 위해 교묘히 3월 1일 평가전을 만들어 낸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상 빡빡한 일정에 2년 연속 주중 개막전을 치러야 하는 프로구단 마케팅 팀장의 한숨 섞인 투정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