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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노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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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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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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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미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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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 |
남성 복식의 대명사 ‘슈트’가 이번 시즌 여러 여성 컬렉션에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첫 주자 프라다는 1996년에 선보인 프린트를 빼곡히 장식한 개성있는 슈트 착장으로 슈트 패션의 즐거움을 찬양했다. 직선적이고 정제된 실루엣, 매니시한 테일러링은 프라다의 이번 시즌 슈트패션을 극대화시키는 데 한몫했다.
영국 귀족의 삶에 애착을 보이는 랄프 로렌은 다트 브라운 컬러의 스리피스 스트라이프 슈트에 빈티지한 셔츠와 베스트를 선보였는데 마치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는 듯 했다.
발맹은 루즈한 베이지 컬러 슈트에 작은 진주를 세팅해 시크한 파티룩을 선보였고 입생로랑은 화이트 슈트에 골드 벨트와 앵클부츠를 매치해 브랜드 특유의 글래머러스함을 맘껏 뽐내는 듯 했다.
입생로랑의 크레이티브 디렉터인 스테파노 필라티는 그의 마지막 런웨이에 안녕을 고하듯 백합을 프린트한 화이트 턱시도 슈트를 선보여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오리엔탈리즘을 찬양하는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 역시 슈트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는데, 아방가르드한 네크라인의 화이트 터틀넥에 루즈 핏 블랙 슈트를 매치해 블랙 앤 화이트의 세련미가 선사하는 절대적인 시크함을 보여주었다.
Less is more.
절제의 미덕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남성 액세서리는 이제 여성의 쇼핑 리스트에도 자리 잡은 느낌이다. 이런 현실을 이해한 듯 디자이너들도 페도라, 뿔테 안경, 서스펜더, 행거칩 등 다채로운 남성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했다.
머리에 삐딱하게 얹은 페도라와 발등을 네온 컬러 파이손 가죽으로 덮은 옥스포드화는 아르마니가 남성복에 필이 단단히 꽂혔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도나카란은 1980년대 성공의 지름길이 되어준 파워 슈트에 이제 고인이 된 남편 스테판 와이즈의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부드러운 실루엣의 페도라와 빳빳한 코튼 소재의 화이트 행거칩, 네크 장식으로 특유의 매니시룩을 선보였다.
남성적 슈트를 착용하기엔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면 슈즈라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 둔탁하고 묵직한 면이 없진 않지만 왠지 하나쯤 소장하고 싶은 남성 슈즈는 이번 시즌 디자인과 소재, 디테일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2010 F/W부터 남성슈즈와 같은 테마를 선보인 프라다는 이번에도 그 행보를 이어갔다. 블랙과 화이트, 레드와 블랙, 오렌지와 블랙 컬러를 매치한 스타일을 비롯해 중세시대 이미지가 흠뻑 묻어나는 플라워 아플리케 슈즈까지 매니시룩의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매우 영국적인 색채감과 클래식 무드를 적절히 조화하는 폴 스미스는 여러 가죽 소재의 옥스포드화를 선보였는데, 컬러감이 있는 양말과 매치해 센스있는 매니시룩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남성적인 사각 앞코의 슈즈에 버클과 태슬 장식을 가미한 미우미우,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으로 완성한 정교한 디테일과 세련된 컬러가 가미된 발리 슈즈는 이번 시즌 쇼핑 리스트 1순위로 등극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제 아무리 남성이 아이템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넥타이까지 등장하리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가끔 남성성을 강조하고 스타일에 위트를 더해주기 위해 넥타이를 사용하지만 이번 시즌만큼 넥타이가 런웨이에서 많이 보인 적은 없었다.
넥타이 부흥에 가장 크게 기여한 컬렉션은 미우미우. 많은 이들이 남성 패션의 진지한 면을 다루었다면 미우미우는 이를 브랜드 특성에 맞게 활용했다. 소년과 신사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미우미우 우먼은 영국의 팝 밴드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룩에 넥타이로 포인트를 줬다. 딥 그린, 머스터드, 오렌지와 같은 강력한 색감의 슈트에 비슷한 혹은 반대되는 색감의 넥타이는 그들의 감각을 표출하는데 제격이었고, 탈착 가능한 터틀넥장식, 과장된 볼륨의 행거 칩은 뭇 남성이 탐낼 정도로 멋스러웠다.
마치 남성 컬렉션을 보는 듯한 에르메스는 니트 넥타이에 넥타이핀까지 매치하는 세심함을 보여줬고, 랄프 로렌은 슈트와 톤이 같은, 혹은 셔츠와 반대되는 다채로운 체크 넥타이를 선보였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