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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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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당 조정육의 그림과 인생 스크랩 『좋은 생각』2011년 4월호-돈보다 정성
무진당 추천 0 조회 69 11.04.15 16:30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돈보다 정성>

‘위대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하잖은 일들 속에 자신의 위대함을 심는 사람이다.’-오쇼

 

돈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있으면 뭐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다.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충격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것도 돈 때문이다. 순수했던 사람이 갑자기 낯선 얼굴을 하고 나타날 때도 돈 때문이다. 그만큼 돈의 위력은 막강하다.  돈만큼 위력적인 힘을 가진 도구가 또 있다. 그것은 권력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것이 바로 권력이 아니던가. 나 아닌 타인을 나의 생각대로 마음껏 조종할 수 있고 부려먹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때론 권력자의 의지가 역사의 강물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살아가다보면 돈과 권력으로도 안되는 일이 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코웃음치고 아무리 강한 권력을 행사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돈과 권력이 아니다. 바로 정성이다.

작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G20정상회담을 기념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700년 만의 해후’라는 부제를 단《고려불화대전》이 그것이었다. 우리나라 고려불화는 세계인들이 그 작품성을 인정할만큼 아름답다. 안타까운 것은 그 대부분이 국내보다는 해외에 소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혜허(慧虛)가 그린 〈수월관음도〉는 고려 불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센소지(淺草寺)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은 정치한 붓질과 독특한 구성으로 미술사를 전공한 학자라면 일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실견하기를 소망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 어떤 전시회에도 출품된 적이 없었고 촬영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이번 전시회에 이 한 작품만 전시되어도 그 가치는 충분할 정도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반면 이 작품이 빠진다면 이번 전시의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그 사정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왜 모르겠는가. 박물관측에서도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를 전시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이번 전시의 최대 현안이었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센소지에 작품을 출품해달라고 요청했다. 센소지측에서는 예상대로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측에서는 실망하지 않았다. 출품이 안되면 작품의 존재유무만이라도 확인시켜달라고 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에서의 요청인만큼 센소지측에서는 차마 그마져도 거절할 수 없어 겨우 허락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이 학예사와 함께 직접 일본 센소지로 찾아갔다. 드디어 작품이 펼쳐졌다. 작품을 친견하는 순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비롯한 관계자 전원이 <수월관음도>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은 센소지 측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출품을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700년 전에 탄생한 명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돈과 권력의 힘만 믿었더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기적이었다. 이와 비슷한 기적이 또 있었다. 

 

혜허,<수월관음도>, 고려시대, 비단에 색, 142×61.5cm, 일본 센소지 소장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여름이었다. 서예가이자 서화 수집가였던 손재형(孫在馨)은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가 일본인 후지츠카에게 넘어간 것을 알고 애가 탔다. 전쟁 상황이라 만약 그가 일본으로 떠나버리면 영영 <세한도>를 되찾을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성(서울)에 있는 후지츠카의 집을 찾아가 예의를 갖춘 다음, ‘값은 얼마든지 쳐 드릴 테니 <세한도>를 넘겨주시라’고 제안했다. 당시 김정희 연구에 빠져 있던 후지츠카는, 자신도 추사를 존경하므로 넘길 수 없다고 손재형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는 일본으로 떠났다.

나라의 국보가 일본으로 건너가 버린 것을 안 손재형은 1944년 여름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후지츠카의 집을 찾아가 노환으로 누워 있는 그에게 <세한도>를 넘겨 달라고 부탁했다. 후지츠카는 이번에도 거절했다. 그러나 손재형은 실망하지 않고 날마다 후지츠카의 집을 찾아가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그러기를 두어 달. 손재형의 정성에 감복한 후지츠카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이 죽으면 <세한도>를 넘겨주라고 유언할 테니 안심하고 귀국하라는 것이었다. 손재형은 일어서지 않았다. 사람 마음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안 손재형은 자신이 직접 후지츠카한테 <세한도>를 받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후지츠카가 두 손을 들었다. <세한도>를 되찾으려는 손재형의 마음이 워낙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알고 그가 진짜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후지츠카는 그 자리에서 아들을 불러 손재형에게 <세한도>를 건네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선비가 아끼던 물건은 값으로 따질 수 없으니 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손재형의 정성 때문에 <세한도>가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손재형이 <세한도>를 들고 귀국한 후 석 달쯤 지나서 후지츠카의 서재는 폭격으로 전부 불에 타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세한도>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절대로 작품을 대여할 수 없다던 센소지와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팔지 않겠다는 후지츠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닌 정성이었다. 정성만 있다면 기적은 날마다 우리 삶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정성과 진심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믿기만 한다면.(조정육)

 

김정희,<세한도>, 1844년, 종이에 먹, 23.3×108.3cm, 개인소장

 

Corrinne May - Beautiful Seed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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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1.04.15 16:32

    첫댓글 글에 오자가 있는데 스크랩한 글은 수정이 안되어 블로그에서 다시 복사해 왔습니다. 본각장님 꼬리글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절대로 고의가 아니니 양해해주세용~ㅎㅎㅎ

  • 11.04.15 18:19

    ()()()

  • 매일 숨쉬는 공기로 부터, 세상에서 진짜로 값진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인듯 합니다.
    무진당님의 꾸미지 않은 진실을 담아 마음에 와 닿는 깊은 통찰의 글들~
    값없이 올려주심에 더없이 귀함입니다.

  • 11.04.15 20:59

    무진당님 덕분에 세한도에 그런 숨은 비화가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11.04.15 21:33

    ㅎㅎ 다시 한번 열공 복습하며, 정성과 진심의 힘으로 ~
    우리에게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헌신하신
    분들의 고마움을 새겨봅니다.**

    지극 정성을 다해, 지금 여기에 펼쳐지는 일상에서...
    기쁨과 행복의 기적을 누리는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를 깊이
    발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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