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6. 쇠날
[어린이농부들과 텃밭 일하는 재미]
정말 몸을 부지런히 놀리고 바쁜 하루입니다. 교사 수 부족을 실감하네요. 아침나절에는 세 곳의 텃밭에 고구마순, 고추, 애호박, 토마토, 오이, 토란, 가지를 심었습니다. 작은 텃밭이 세 군데라 옮겨 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데 봄 텃밭 일을 해 본 분이 한주엽선생과 나뿐이라 더 바쁩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열리는 텃밭에 가서 고구마순을 심었어요. 낮은 학년, 높은 학년 나눠서 한 이랑씩 맡아서 심는데 물을 떠오는 일은 높은 학년이 맡았습니다. 예전 놀고 있는 텃밭을 보니 많이 안타깝습니다. 어린이 농부들과 고구마순과 모종을 심을 때는 선생이 꼭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서 마무리 지어야 해요. 그러니 선생들은 손을 더 부지런히 놀려야 합니다. 땀이 주르르 흐를 수밖에요.
두 번째는 학교로 돌아와 감자밭 쪽에 갔어요. 5학년이 얼른 가서 한 이랑에 고구마순을 넣었어요. 물론 물조리개에 물을 떠와서 주는 일까지 잘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숲속놀이터쪽 밭입니다. 한주엽 선생이 낮은 학년과 부지런히 모종을 심고 있어요. 아무래도 낮은 학년과 일을 하면 더 손이 많이 갑니다. 한주엽 선생 얼굴에 땀이 그렁그렁합니다. 함께 힘을 더해 숲속놀이터 쪽 텃밭에 고추, 애호박, 토마토, 오이, 토란, 가지를 모두 심었습니다. 이제 주말에 흠뻑 비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세 곳을 다니며 어린이농부들과 일했더니 땀범벅입니다. 물론 땀 흘리기 좋은 날이니 어린이농부들은 시원한 얼음과자를 먹었어요. 그런데 지성이가 그래요.
“선생님 저는 제가 좋아하는 얼음과자가 없어서 못 먹었어요.” 주문해놓은 얼음과자가 아니고 학교에 있는 얼음과자라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지성이에게 꼭 좋아하는 얼음과자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덕분에 후다닥 낮에 생협매장에 주문해놓은 얼음과자를 가지러 다녀왔어요.
낮에는 1학년 외계인들과 그림을 그렸어요, 옆에서 4학년은 숟가락 깎고요, 1학년은 그림도 후다닥 그립니다. 그래서 재미난 과학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신기한 놀이를 보여주고 싶어서인데요. 형님들이 한 열기구 실험을 같이 해봤어요. 불까지 잘 붙었는데 구멍으로 뜨거운 공기가 다 빠져나가서 성공은 못했어요. 그래도 재미난 놀이로 충분합니다.
오늘도 외계인들과 재미났습니다. 아침부터 똥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텃밭 일, 그림그리기, 과학놀이, 명상도 잘하지만, 공부 시작할 때마다 부르고 찾으러가는 재미를 가득 주는 외계인들입니다. 이틀 대신선생이었지만 행복했어요.
이번 주는 다음 주 자연속학교를 가기 앞서 해놓을 일이 많아 줄곧 야근입니다. 자연속학교 지원서류와 다음주 보내야 할 서류들을 마무리하다보니 밤이네요. 1층에서는 재정일꾼모임이 열리고 있습니다. 퇴근 뒤 교육공동체학교를 가꾸는 애씀과 헌신을 더하는 일상은 언제나 우리들의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저녁에는 마을신문 25호가 인쇄소에서 왔네요. 코로나시대를 살아낸 마을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대안학교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을 품는 마을공동체와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며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거나 참여해왔습니다. 마을장터, 마을방범대, 마을신문, 마을음악회, 마을밥상, 마을놀이터, 마을공원, 마을북카페, 마을여행계, 마을주민자치회, 마을주민참여예산제, 마을잔치까지 참 다양하지요. 학교 교육활동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하는 일도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교육활동 꼭지로 마을신문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어린이기자단 활동으로 배울 게 참 많아요. 사회교과통합 꼭지이기도 하지만 마을 속 작은학교로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앞으로도 꾸준하게 챙겨가야겠지요. 이제 거리두기도 완화되었으니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갈 재미난 마을살이 상상을 더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