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마이클 J. 케이시, 폴 비냐 지음
미래의창 / 2017년 7월 / 471쪽 / 19,000원
▣ 저자 마이클 J. 케이시, 폴 비냐
마이클 J. 케이시 코넬대에서 아시아 미디어 관련 전공으로 졸업 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수석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런던, 방콕, 자카르타, 퍼스 등지에서 25년간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전 세계 경제 및 금융 트렌드를 주로 다뤘다. 현재는 MIT 미디어랩, ‘디지털 통화 이니셔티브’에서 분산원장 소프트웨어 및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를 하며 블록체인의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공정거래: 부서진 금융 시스템으로 중산층을 파괴하는 법』(2012) 등이 있다.
폴 비냐 -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주식 및 경제부 기자로 활동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금융시장 속보 사이트이자 팟캐스트인 ‘머니비트’에서 칼럼니스트이자 앵커로 활약 중이며, 마이클 J. 케이시와 함께 ‘비트빗’ 코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전에는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의 한 코너인 ‘마켓토크’의 작가이자 편집자였으며, 20여 년간 Fox Business Network, CNN, BBC 등에서 일했다.
▣ 역자 유현재, 김지연
유현재 경북대 경영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 시장본부로 입사하여 글로벌 코스피200 선물 및 옵션 시장운영팀에서 일하며 금융계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현재 한국거래소 글로벌IT사업단에 재직 중이며 국내 자본시장 IT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는 일을 맡고 있다. 가장 중앙집권적 기관에서 일하면서 블록체인과 같은 분권화된 기술의 발전상을 일선에서 경험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김지연-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한국거래소 코스피 시장 글로벌 마케팅 부서를 거쳐 현재 채권시장부에서 국채시장 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 거래비용이 최소화된 시장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믿고 있으며, 투기성 자산이 아니라 블록체인 2.0이 제시하는 미래의 거래 방식에 대한 청사진으로서의 가상화폐가 현실로 나타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변화의 원동력이 되길 희망한다.
▣ Short Summary
아직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의문의 인물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9년 비트코인을 소개한 이후, 가상화폐는 자유주의자, 기술자,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일반인들의 꿈과 계획을 담아 발전해왔다. 한편으로 가상화폐와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믿음은 때로 지나치게 유토피아적 사고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몰고 올 변화는 심대하고, 좋든, 나쁘든, 누구나 그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
머지않아 누구나 스마트폰에 비트코인 지갑 계정을 가지고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전 세계 어느 스타벅스에서든 커피 한잔 값은 동일한 비트코인으로 결제될 것이고, 사람들은 국경의 제약 없이 은행을 통하지 않고 송금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앙집권화된 중앙은행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발행하는 통화 대신, 세상은 총 발행량이 한정되어 있는 통화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있는 불투명성을 벗겨내고 가상화폐가 가져올 새로운 경제의 면면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비트코인의 탄생과 창시자를 추적하고 비트코인의 확산에 기여한 초기의 괴짜 개발자들과 프로그래머들을 인터뷰 및 취재를 하여 통합적인 ‘비트코인, 블록체인 안내서’를 제공한다.
저자들은 비트코인은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 화폐인데, 불안정성과 심한 변동성 그리고 불법적인 거래까지 비트코인을 둘러싼 부정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에 있으며, 그것은 기술이라기보다 혁명에 가까운 것이라 강조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반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글로벌 경제, 특히 글로벌 금융 산업을 재창조하고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차례
한국어판 서문
서문 : 디지털 시대를 위한 디지털 화폐
1. 물물교환의 시대에서 비트코인의 시대까지
2. 비트코인의 시작
3. 커뮤니티의 태동
4. 변동성과 신뢰의 문제
5. 블록체인의 형성
6. 무기 경쟁
7. 골드러시를 꿈꾸는 사람들
8.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
9. 블록체인의 모든 것
10. 해킹 그리고 규제의 서막
11. 새롭고 새로운 경제
결론 :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2016 에디션의 후기
옮긴이의 말
옮긴이 소개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마이클 J. 케이시, 폴 비냐 지음
미래의창 / 2017년 7월 / 471쪽 / 19,000원
물물교환의 시대에서 비트코인의 시대까지
돈의 역사는 두 가지 과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즉, 상품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교환하고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이며, 그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관은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인 신뢰가 부정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해야 하는가이다. 비트코인 혹은 다른 가상통화들이 이러한 중대한 과제에 대해 실천 가능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기준 중 하나에 따르면, 통화가 돈이 되기 위해서는 교환의 수단, 계좌 단위 및 가치 저장소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 예로 달러는 전 세계의 물건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고, 거의 모든 것들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달러로 저축을 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 가치는 보전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현재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에 의한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단위 계정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트코인을 받는 가게의 주인도 결국은 자국 통화로 항상 제품 가격을 표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치 저장소로서 비트코인의 기능은 장기적 과제라 여긴다. 2013년 첫 11개월 동안 비트코인의 가치는 8,500%나 올랐지만 다음 6개월 동안 그 가치의 2/3를 도로 잃게 되는 경험을 했다. 어느 누가 저축을 비트코인으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가상통화가 돈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다. 그리고 돈이라는 것의 기저에는 눈에 보이는 실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유용성의 여부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교환, 상업 및 인간 상호 작용과 연관된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키는가 하는 부분이다. 확실히 비트코인은 거래 비용이 줄어들고 즉각적인 가치 이전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가능하게 하는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결국 꼭 비트코인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기술들을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때는 어쩌면 그것이 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모든 사람들이 통화(Currency)가 돈(Money)이라는 데 동의할 때, 통화는 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돈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 비트코인은 돈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반드시 만들어야 했고, 초창기 비트코인을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대다수의 통화가 취해온 역사적 전략을 취했다. 그 시작은 일단 다른 화폐들과 유사한 화폐기호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비트코인 표기는 비트코인의 영문 첫 글자인 대문자 B에 달러 표시 $의 세로줄을 차용한 것이다. 그리고 인류학자인 빌 마우어가 언급한 것처럼 물리적ㆍ유형적 가치에 대한 의심을 덜어주기 위해 대다수의 화폐가 조폐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차용해서 ‘채굴(Min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화폐가 어디에선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얼리 어댑터들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훨씬 많은 사용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그것이다. 비트코인을 받아들인 커뮤니티에는 처음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숫자에 대한 개념과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동기가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지속적으로 참가자가 증가하고 있다. 돈이라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법정화폐주의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커뮤니티의 확장은 해당 통화가 돈이 되려고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의 시작
2008년 10월 31일, 암호학 전문가 및 아마추어 등 관련자 수백 명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에게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는 “저는 신뢰할 만한 제3자 중개인이 필요 없는, 완전히 당사자 간 1:1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 통화 시스템을 연구해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9쪽짜리 보고서를 다운받을 수 있는 링크를 보냈으며, 그 보고서가 업로드되어 있는 웹사이트는 두 달 전쯤 개설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는 그 통화 시스템을 ‘비트코인’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통화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통화의 개념과는 좀 다르다. 나카모토는 “여기서의 ‘전자 코인(electronic coin)’은 일련의 디지털 서명의 체인입니다.”라고 정의했다. 이 시스템에서 원 소유자는 과거 ‘거래 내역 뭉치’와 다음 소유자가 될 사람의 ‘공개 키(Public Key)’에 디지털 서명을 해, 즉 과거의 디지털 서명의 체인에 하나의 새로운 디지털 서명을 더하여 전자 화폐의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넘길 수 있다. 수취인은 서명의 체인을 검증하여 그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카모토는 두 당사자가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 등 그들의 금융 계정 관련 보안이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암호화를 사용해 가치를 가진 토큰을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교환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시스템은 중개인 없는 상거래라고 알려진 전통적 은행업 구조에서 탈피한 P2P 방식을 적용해 당사자 간에 직접 디지털 머니를 송금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더 이상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 등 지불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신뢰할 만한” 제3자가 필요하지 않은 구조이다. 사실상 디지털 화폐의 시대가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비트코인 혁명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처음 이메일을 받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카모토의 연구를 검토하기 위해 초대된 연구자 커뮤니티 중에는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가들도 있었다. 사이퍼펑크는 테크니션 마인드를 가진 활동가들로 구성된 일종의 연합체인데, 이들은 처음에 1990년대 암호화된 개인정보 보호 도구를 통해서 정치ㆍ문화적으로 급진적인 변혁을 강제하려는 시도를 하며 악명을 떨쳤다. 사실 이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긴 했었다. 투명성 운동가인 줄리언 어산지(Julian Assange)와 그가 최고 책임자로 있으며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공개하는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도 이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이퍼펑크 사람들에게 익명 디지털 통화 시스템이라는 개념은 낯설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처음 구상했던 큰 그림 안에 있던 개념 중 하나였다. 단지 아직 아무도 이를 실현해놓지 못했을 뿐이었다.
처음 나카모토의 이메일을 받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서(white paper)를 읽기 귀찮아했고, 당연히 비트코인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카모토는 단념하지 않았다. 자신의 시스템은 두 가지 혁신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블록체인이라는, 절대 침범되지 않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원장(Ledger)을 통해 누구나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일련의 금전적 인센티브로서, 개별 컴퓨터 소유자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장부를 업데이트할 유인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면이 시스템에 해커와 대항할 만한 힘을 부여해 투명하게 유지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나카모토는 이미 백서를 발표했을 즈음에, ‘bitcoin.org’라는 도메인 주소를 구입해 웹사이트를 개설해놓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첫 번째 비트코인을 생성할 프로그램을 조용히 개발하고 가동해봐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듬해에 그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가동하고, 소위 비트코인 ‘채굴’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채굴이라는 단어는 잘못된 용어이다. 왜냐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컴퓨터의 ‘광부(miner)’ 혹은 ‘노드(node)’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채굴된’ 거래가 유효함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생성된 매우 복잡한 수학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비트코인 채굴이란 이 수학 문제를 첫 번째로 푼 컴퓨터에게 주는 보상을 의미한다. 네트워크에 더 많은 컴퓨터가 달라붙어서 네트워크의 컴퓨터 파워가 증가할수록, 이 보상을 받기는 갈수록 급격히 어려워진다.
나카모토의 컴퓨터에 비트코인 소프트웨어가 깔리고 그 프로그램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1번 노드’가 만들어졌다. 인터페이스는 심플했으며, 단순하게 작업 결과만 보여줬다. 그리고 컴퓨터 네트워크에는 나카모토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직 작업하고 확인해야 할 제3자 거래 내역에 대한 거대한 문자열이 뜨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거래 내역이 없었다. 나카모토는 자신이 사용하기 위한 디지털 ‘지갑’을 만들었는데, 그는 PC에서 쉽게 비트코인을 그 ‘지갑’으로 옮길 수 있었다. 현재는 이 네트워크에 전 세계의 유저들이 속해 있으며, 채굴을 위한 컴퓨터 작업 수행 필요량은 상당히 높아져, 특수 창고에 매우 크고 비싼 전문 장비를 사들여놓고 작업을 해야 수익이 약간 날 정도로 채굴이 어려운 작업이 되었다. 그러나 2009년 초에는 비트코인을 채굴해서 계정에 적립하는 것이 컴퓨터에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실행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이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나카모토는 제네시스(Genesis) 블록을 만들었다. 제네시스 블록은 가장 처음 만들어진 50개 비트코인 ‘블록’이다. 처음 6일 동안 그는 블록에 내장된 스케줄대로라면 10분에 4만 3,0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014년 8월에 지금으로 따지면 약 2,100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나카모토 외에는 전송할 사람도 전혀 없었고, 지불 수단으로도 전혀 쓸 수 없었다. 만약 통화의 가치를 매기는 척도가 유용성이라면, 이 당시의 비트코인은 전혀 가치가 없었다. 따라서 이제 나카모토는 다른 사람들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창세기 블록을 만든 6일 뒤에 나카모토는 또다시 그 암호화 전문가 메일링 리스트로, 프로그램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첫 번째 비트코인이 만들어졌음을 발표합니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전자 화폐 시스템이며 P2P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이중 비용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더한다. “중앙 서버도, 중앙집권화된 권력도 없는 완벽히 탈중앙집권화된 시스템입니다.” 사실 이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전에도 이런 류의 얘기들을 많이 들어봤고, 대부분 이런 시도들은 실패에 그쳤기 때문에, 나카모토만 특별히 이전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성공했을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 문제점이 바로 사기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위 이중 지불(double-spending) 문제였다. 과거의 거래 내역 유효 확인 업무를 하는 중앙 당국이 없는 모델에서는 필연적으로 나타났던 문제였다. 이런 일들이 있었기에 암호학 전문가 커뮤니티에서 나카모토의 두 번째 메일에 대한 반응도 미적지근할 수밖에 없었다. 나카모토의 걸작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는 속성을 갖고 있었다. 일단 한번 사용되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최초 어댑터였다. 이제 그는 두 번째 어댑터가 필요했다.
나카모토에게 아주 감사하게도 누군가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53세 중년 남성인 할 핀니라는 PGP 주식회사의 수석 개발자였다. 핀니는 자연스레 나카모토의 시스템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는 곧 나카모토가 보낸 이메일의 수신자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 보이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2009년 1월 10일부터 이 둘은 2주짜리 특별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들은 이메일을 통해 서로 협업하고 노트를 공유했으며,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가동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창시자의 안내문에 나온 대로, 핀니는 소프트웨어를 다운받고, 지갑을 만들었으며, 비트코인 50개 블록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2번 노드’가 되었다. 시험 삼아 나카모토는 그 협력자의 지갑으로 비트코인 10개를 옮겼다.
핀니는 그의 컴퓨터가 일주일 정도 더 비트코인을 채굴하게 두었고, 결국 비트코인 약 1,000개를 생성시켰다. 그러나 그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로 엄청난 강도의 데이터 작업을 요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핀니는 이렇게 계속하다간 컴퓨터가 고장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채굴을 그만두고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2013년 3월, 핀니가 가진 비트코인의 가치가 약 6만 달러(2017년 2월 말 기준, 12억 원)에 이르게 되자 핀니는 채굴을 그만두었던 것이 후회되었다.
나카모토와 처음 이메일을 주고받던 때로부터 10개월이 지난 후 핀니의 자산 가치는 더 높아졌다. 그 당시 그는 루게릭병을 진단받았다. 우리가 그에게 연락했을 당시, 그는 휠체어 생활 중이었으며 생명 유지를 위해 의료 기기와 그의 아내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8월 그는 사망했다. 비트코인 파이어니어 중 하나가 세상을 뜬 것이다. 그의 아내는 그가 “언제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핀니가 비트코인에 묻어놓은 재산은 언젠가 일어날 그의 부활을 위해 그의 시신을 극저온 냉동상태에서 보관하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주의 한 시설을 후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
핀니가 2009년 1월에 나카모토와 둘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운영했던 결과는 비트코인이 꽤 쓸 만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윽고 다른 이들이 이를 알아채고는 흥미를 갖고 모여들었다. 그해에 신규 진입자들이 꽤 유입되어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네트워크의 새로운 노드가 되었고 비트코인 채굴 작업에 착수했다. 상호 간의 소통을 위해 이들 중 상당수는 나카모토가 ‘bitcoin.org’ 사이트에 개설한 IRC 채팅 채널을 이용했다. 10월에는 신규 진입자들을 위한 IRC 채팅방이 #bitcoin-dev이라는 핸들로 만들어졌으며, 11월에는 이 채팅방이 비트코인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되었다. 비트코인 사용자들의 커뮤니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추가적으로 새로운 유저가 유입되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컴퓨팅 파워 및 전기 소모량이 증가했다. 이는 비트코인 소프트웨어가 50코인 배치를 얻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컴퓨터 노드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확률도 줄어든 것이다. 비트코인이 발전하려면 코인을 얻기 위한 대체적 채굴 방법이 있어야 했다. 즉, 달러나 다른 통용되는 통화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가격을 매겨야 할까? 그래서 2009년 10월까지 몇몇의 커뮤니티에서는 그들 스스로 달러 기반의 환율을 인용했고 ‘새로운 자유주의자의 표본’이라는 새로운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채굴에 따르는 전기 비용은 기준 계산법에 따라 처음에는 1달러당 1,309.03 BTC로 표시되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1비트코인당 0.08센트의 가치를 지닌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사이트가 비트코인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에게는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장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에는 플로리다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라슬로 한 예크가 밝혔던 것처럼, 이전의 CPU 사용 채굴 방식에서 벗어나 그래픽 카드(GPU)를 이용해 채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것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다. 비록 일개 비트코인의 가치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하면 미래에 큰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코어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보다 강력한 버전인 0.2 버전의 출현과 동시에 비트코인 마켓이라는 두 번째 교환시장의 설립과 함께 한 예크라는 사람이 비트코인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련의 암호학 관련자들이 이 새로운 골드러시 경쟁에 합류했다. 사람들은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가정용 컴퓨터를 소규모 디지털 화폐 채굴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일단 이렇게 컴퓨터 노드들이 가동되기 시작하자 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후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세계에서 사라졌다.
골드러시를 꿈꾸는 사람들
비트코인은 탈중앙집권적이고 정부가 없으며 암호화되어 있다. 그 태동은 네트워크화되어 있는 사회를 유토피아로 보는 아나키스트적 비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초기에는 금융 시스템이 과도하게 과열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격분해 있는, 그리고 기술지향적 사고를 가진 소수의 젊은 사람들이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의 성장은 우리가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동기에 의해 추진되었다. 그것은 바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다. 비트코인이 안정적 궤도에 오른 2013년의 어느 날이었다. 이제 암호학 계열의 아나키스트들은 더 이상 비트코인의 핵심 추진 세력이 아니었으며, 그제야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실제 화폐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무리의 사람들이 키를 잡은 것이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글로벌화되어 있으면서도 현대적이었으며 디지털 골드러시의 진원지였다.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파업이 계속되고 부자들에 대한 반감이 도시 전역에 퍼져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 상존하는 도시였다. 이 두 가지 욕망이 병존하는 교차적 문화 속에서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어갔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세계의 다른 여러 테크 중심지에서도 비트코인을 통한 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비트코인 혁신은 첨단 기술의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런던, 토론토, 싱가포르, 홍콩, 텔아비브, 스위스의 추크,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아주 많은 도시들이 비트코인 관련 스타트업의 허브로 성장했다.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이 도시들에 대규모로 유입되었다. 이들의 수는 이제 막 조사 단계이자 착수 단계에 있었던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 흥분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도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는 가장 빨리 혁명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자연스레 가상화폐 혁명의 심장이 되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비트코인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블록체인의 모든 것
2013년 중반, 바이탈릭 부테린이라는 기자가 비트코인 프로그램의 설치 방법에 대해서 심사숙고해보았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핵심 프로토콜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강력하면서도 사용자 친화적인 API를 만들기에 너무 까다롭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프로토콜 위에 구축된 모든 2차 프로토콜들은 비슷비슷하게 생겼었고 윈도가 나오기 전에 쓰이던 도스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참고로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된 모든 종류의 응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완전히 독립적인 프로토콜과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경우를 개발자들은 ‘튜링 컴플리트(Turing Complete)’라고 말한다. 어떠한 종류의 분산된 서비스(통화거래시스템, 스마트 계약, 주주명부 등록, 의결권 시스템, DApps, DACs, DAOs 등)도 지원할 수 있고 개발자들이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인터페이스를 구성할 수 있게 한다면, 그가 생각해낸 솔루션은 모든 형태의 계약과 분산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완벽하게 재설계된 다용도의 분산형 블록체인이었고, 그는 이것을 이더리움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가상화폐계의 안드로이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부테린은 2014년까지 약 100만 개 이상의 앱에 영감을 준 구글에서 설계한 모바일 운영 체제를 언급하면서 말했다. “안드로이드에는 구글 지도를 설치할 수 있고 지메일을 설치하는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러 가지 앱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가상화폐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더리움은 기본 레이어를 제공하며, 전자 지갑을 설치하고 싶을 때는 이를 위한 앱이 있습니다. 블록 탐색기를 원하면 자기가 디자인할 수도 있으며, 판매자를 위한 결제 솔루션 등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2014년 1월, 우리가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부테린을 잡아 세웠을 때, 이더리움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품을 만했지만, 이제는 이미 C++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공한 유명한 영국 프로그래머인 개빈 우드가 이끄는 15명의 개발자로 구성된 전담 팀이 붙어 있었으며, 약 100명의 파트타임 개발자가 더 고용되어 이들의 의견과 결과물들을 추가하고 있었다. 그들은 스위스에 회사를 설립하고 완전히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팀은 투자 자금 모금 활동도 계획했다. 이더리움의 특별 내부 통화(스위스 법에 따르면 통화나 증권이 아니라 미래에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으로 분류됨)에 대한 자금 모집 활동은 8월 말 2만 9,000비트코인을 모금했고 이는 약 1,45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 수치와 비교적 짧은 6주간의 시간을 고려해보면,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 다른 모든 프로젝트들의 성과를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현재까지도 아직 이더리움은 입증되지 않은 프로젝트로 남아 있다. 채굴자를 위한 이더 기반 보상 모델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증명 시스템은 개발 중이다. 집중적인 해시파워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광범위한 네트워크 기반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쉽게 답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도 이더리움 내 재능 있는 직원들과 탄탄한 자금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 해당 아키텍처를 수정하는 데 열심이다. 그리고 분산화된 플랫폼을 만드는 데 기여할 많은 실력자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부테린이 완전히 새로운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 전에, 블록체인 2.0 개발자의 또 다른 계파는 가상화폐의 분산 원장 기술을 다른 방면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신이 자금 이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통용되는 화폐의 전통적인 경제를 완전히 뒤집을 필요는 없다고 믿었다. 단지 금융 시스템의 백오피스를 단순화하면 됐다. 마운트곡스 거래소를 설립한 은둔형 혁신가 제드 맥칼렙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이 통용통화와 비트코인을 오고 갈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을 만들었다.
맥칼렙의 새 프로젝트는 다양한 P2P 금융 프로젝트에 경험이 있던 인터넷 기업가 아서 브리토와 크리스 라르센이 공동 설립한 리플이 있다. 리플은 금융기관들이 돈을 서로 주고받는 중개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는 많은 영역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리플 네트워크가 완전히 구축되면 현재 통용되는 화폐 단위로 IOU(차용증서) 토큰을 다른 IOU 토큰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해져서 사실상 환율이 만들어지게 된다. 리플랩은 분산된 글로벌 거래소가 대형 국제은행의 트레이딩 데스크를 통해 운영되는 현재의 중앙집권식 환전 시스템보다 더 매력적인 환율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충분한 통화 거래 게이트웨이를 확보하고자 했었다. 분산된 구조로 인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훨씬 넓고 공정한 가격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수’와 ‘매도’ 가격 간의 격차를 좁히고 소위 은행의 수익 원천인 ‘스프레드’를 좁히고자 했다. 그러나 리플은 환율 스프레드를 축소하는 것 못지않게 중개인이 사라진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게 여겼다. 지불 처리 업체, 결제 대행업체, 외환은행, 관리 서비스 및 자동화된 정산소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즉,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해외 및 국내 송금에 연관된 매년 수조 달러의 중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한편 새로운 스타트업인 체인이라는 회사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블록체인 및 프로토콜상에서 분산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려는 회사로, 고도로 전문화된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코이니스트(Coinist)는 넥스트와 리플 같은 블록체인 2.0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출시되는 디지털 자산 및 가상화폐 관련 회사의 신용 평가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설립자 존 웰런은 코이니스트가 가상화폐 시장의 무디스라고 설명한다. 참고로 서비스에 대한 시장이 있다면,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래 자체와는 별도로, 새로운 자산의 발행자는 신용을 필요로 하는 본질적으로 중앙화된 기관이므로 신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텔아비브에 기반을 둔 벤처 캐피털 회사인 알렙은 이러한 프로젝트 개발을 할 때 종종 마주치는 장애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안한 스타트업에게 5만 달러의 상금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2.0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결론 :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는 이 책에서 가상화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에 대해 다루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시장의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다. 비트코인이 이런 혁명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이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변화의 원동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사람들은 실크로드와 마운트곡스를 떠올릴 때마다 비트코인을 일종의 사기거래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가상화폐가 보안에 취약하지 않고 가치 변동이 안정적이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이 단계까지는 오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 문제는 만약에 비트코인이 사실상 세계 경제의 지배적인 통화가 된다면, 비트코인은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경제적 힘을 갖게 된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애당초 총 발행량이 2,100만 코인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디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 업계 사람들은 달러화나 유로화는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면서, 저축액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에게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무제한적으로 법정화폐를 발행해서 사람들이 더 이상 화폐를 손에 쥐지 못하게 하고 소비 및 투자를 촉진시키며 일자리를 창출시킬 수 있다. 반면에 비트코인은 마치 만병통치약 같다.
몇몇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앞으로는 금융위기가 일어날 일도 없기 때문에 확장적 통화정책이라는 해결책도 필요하지 않으므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한다. 이기적인 금융기관들이나 책임감 없는 중앙은행들이 무책임한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가상화폐의 시대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신용을 바탕으로 움직이며 통화 관리 정책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가상화폐 시스템이 제대로 도입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대비책을 마련해놓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문제는 경쟁이다. 만약 비트코인에서 인식된 문제점들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고 디지털 결제의 편의성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그 시스템이 사람들이 신뢰하는 다른 시스템 내에 이미 제공되어 있다면, 또 회사 이름과 로고가 과일인 어떤 회사가 포장하고 판매한 것이라면 어떨까? 애플이 비트코인보다 더 편리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술적 관점에서 봤을 때 보안 및 변동성에 관한 이슈는 오픈 소스 모델에 의해 촉발된 가상화폐 혁신을 통해 상대적으로는 쉽게 극복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비트코인 보안 문제는 큰 발전을 이루었고 마운트곡스처럼 도난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 또한 더 많은 거래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거래소들이 정교해지면 자연스레 감소할 것이다. 더욱이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문제는 현재의 비트코인을 고수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많은 대체 화폐의 경우처럼 오픈형 디자인과 유연한 발행 전략을 설계한다면 가상화폐가 디플레이션형 화폐가 아니어도 된다(아마 이는 비트코인 자유주의 지지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화폐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가상화폐가 경쟁에서 살아남을까의 문제는 더 답하기 어렵다. 이는 가상화폐가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애플의 지불 솔루션 등은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비용 및 비효율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에 비트코인은 그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가상화폐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을 내려야 되는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들이 가상화폐의 이점을 확신하고, 단점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지 말고, 정부가 발행한 화폐를 기꺼이 포기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암호화 기반의 분산된 디지털 통화의 미래는 밝다고 믿는다. 그것이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가상화폐 혹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또 다른 가상화폐일 수도 있지만, 이 획기적인 기술은 그 근처에 추진력이 숨어 있어 멈추기가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지불 인프라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현행 은행 중심의 지불 모델이 우리 사회에 부과하고 있는 엄청난 비용의 대부분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은행 중심의 시스템에서 배제되어 있던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글로벌 경제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과거 어느 때보다 모든 계층의 중개인, 중앙집권적 기관 및 정부를 통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가상화폐가 주류가 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은 주요 플레이어가 가상화폐를 선택하고 전폭적인 지지자가 되는 것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채택하는 것이다. 2014년 많은 유명 회사들이 비트코인 열차에 올라탔다. 오버스톡, 익스피디아, 디시네트워크, 델 및 소규모 기업들 모두 가상화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정말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엄청 큰 기업 하나가 비트코인 열차에 올라탄다면 가상화폐가 일반 대중에게 훨씬 더 빠르게 퍼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월마트와 같은 주요 소매업체가 전 세계 수만 개의 공급 업체에 보내는 3,500억 달러 규모의 거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지불 네트워크로 전환하거나 은행 기반 지불 방법을 대체하는 기타 서비스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가상화폐 채택의 촉매제로서의 주요한 역할은 정부가 맡을 것이다. 이미 캐나다는 민트칩(MintChip)이라는 디지털 캐나다 달러 아이디어를 모색했으며, 에콰도르는 중앙정부에서 발행한 디지털 통화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더욱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한다면 어떨까? 멕시코는 자국의 가상화폐를 만들고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거버넌스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가 진짜 최초의 가상화폐 기반 정부를 도입할 경우 가상화폐 기술 허브를 이용한 자유무역을 통해 주요 신흥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며 다른 국가들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거의 모든 비트코인계 사람들이 빠져 있는 생각인 ‘비트코인이 송금 서비스 등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멕시코가 신흥 시장에서 확산 효과를 발휘해주기만 하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다른 촉매제는 ‘킬러앱’의 개발이다. 90년대 인터넷 붐은 사용자 친화적이고 기존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상화폐 지갑 등은 전자 상거래 플랫폼과 자연스럽게 얽혀 있고 사람들이 해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하게 보안성이 향상될 수 있다. 그리고 가상화폐를 주고받는 데 더욱 편리하도록 개선된다면 이 서비스는 누구나 무조건 써야 하는 그 무언가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비트코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투자자들은 2년 만에 3배가 넘게 상승한 구시대의 안전 피난처인 금을 매입했다. 그러나 이제 비트코인은 금보다 훨씬 더 유용한 대안이다. 비트코인은 스스로 그 가치를 보장하고 있는 금과 유사하게 ‘유한 공급’ 자산이며, 중앙은행들은 이를 제멋대로 손볼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금으로 물건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비트코인을 통해 물건을 살 수 있다.
비트코인의 세계에서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제학자들은 부채가 쏟아지며, 중앙은행이 개입하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자산 가격에 인플레가 발생하는 것을 금융위기의 징조로 본다. 그리고 비트코인은 위기 상황에서의 지불 능력에 대한 선례가 있다. 2010년
케냐의 정치 위기 때 엠페사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이 멈췄을 때도 자금을 이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비트코인이 최악의 위기에서 오히려 힘을 얻을 것이다. 가상화폐가
금융세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얻을 경우, 수많은 전향자들을 만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