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망봉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운악산
세월이 유수(流水)로다
어느 덧에 또 봄일세.
구포(舊圃)에 신채(新菜) 나고
고목(古木)에 명화(名花)로다.
아이야 새 술 많이 두어스라
새 봄 놀이 하리라.
―― 운애 박효관(雲崖 朴孝寬, 생몰년도 미상, 조선 고종 때 가객)
주) 구포(舊圃)는 묵은 밭
▶ 산행일시 : 2022년 5월 15일(일), 맑음
▶ 산행인원 : 4명(자연, 하운, 메아리, 악수)
▶ 산행시간 : 9시간 40분
▶ 산행거리 : 도상 11.7km(이동터미널에서 국망봉 입구까지 대로 2km 포함)
▶ 갈 때 : 동서울터미날에서 시외버스 타고 이동으로 감
▶ 올 때 : 강씨봉휴양림 입구에서 택시 타고 가평에 가서 저녁 먹고, 택시 타고 가평역에 가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동서울터미널
08 : 05 - 이동, 산행시작
08 : 52 - 국망봉 제2코스 입구
10 : 43 - 국망봉대피소
11 : 29 ~ 12 : 17 - 국망봉(國望峰, △1,167.3m), 점심
14 : 22 - 견치봉(犬齒峰 개이빨산, 1,176.5m)
16 : 05 - 민둥산(1,008.5m봉)
16 : 43 - 876.6m봉, ┣자 갈림길, 직진은 용수목, 오른쪽은 강씨봉휴양림 가는 길
17 : 45 - 강씨봉휴양림 입구 버스승강장, 산행종료
18 : 25 - 택시 타고 가평으로 감
18 : 50 ~ 20 : 38 - 가평, 저녁
21 : 42 - 상봉역
2. 국망봉의 백작약, 올해도 곱게 피었다
▶ 국망봉(國望峰, △1,167.3m)
우리나라 가요사 70년을 통틀어서 가장 으뜸가는 명곡은 어느 곡일까? 대간거사 님은 서슴지 않고 ‘봄날은 간
다’를 꼽는다. 나도 그렇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되는 노래다. 가인 백설희가 처음 부른
이래 숱한 이들이 불렀으며 모두 명창이다. 산중에서 혹은 귀경버스 안에서 얼근한 술기운에 듣는 한계령 님이
부르는 이 노래 또한 가는 봄날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가는 봄날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어제에 이어 오늘은 국망봉의 봄날을 간다. 그곳은 아마 소복한 귀부인 자태의
백작약이 피었을 것 같다. 국망봉을 오르는 거리가 가장 짧은 제2코스로 간다. 그 대신 가파른 오르막이 연속하
여 땀께나 쏟아야 한다. 이동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국망봉 입구로 가려고 했는데, 택시가 모두 출장 나가고
없다. 거기까지 2km쯤 될까? 걸어간다. 농가 울밑의 여러 화초를 들여다보다 고개 들어 신로령 능선과 국망봉
연릉을 바라보노라면 국망봉 입구가 금방이다.
등산로 안내판 뒤의 공터 지나 곧장 갔으면 수로와 함께 가는 등산로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공터에서 왼쪽으로
방향 틀어 가니 묵밭의 묵은 뚱딴지 줄기가 헝클어져 잡목처럼 성가시다. 그러고도 가시덤불을 한참 헤치고 나
서야 수로와 함께 가는 소로를 만난다. 계류 건너고 언덕 오르니 임도다. 국망봉자연휴양림 매표소에 입장료
2,000원을 내야 올 수 있는 임도다. 너른 숲속 길을 계류와 이웃하며 간다. 이정표가 국망봉을 안내한다.
산비탈 0.1km를 오르면 멀찍이 돌아오는 임도와 만나고 이정표와 뭇 산행표지기들이 안내한다. 국망봉 2.7km.
임도 절개지에 놓인 철계단을 오름과 동시에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정표는 0.3km마다 남은 거리를 알
려준다. 0.3km를 마치 3.0km를 가듯 힘들게 간다. 뜻밖에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하운 님이 나를 살린다. 쉬엄쉬
엄 오른다. 풀꽃들과 엎드려 눈 맞춤도 하고 바위에 올라 수렴 걷어 가리산의 춘색도 살핀다.
그래도 배낭을 벗어놓는 휴식은 1시간 간격이다. 탁주 엷은 얼음을 씹어 목 축인다. 두 번째 휴식은 국망봉대피
소에서다. 휴식하는 젊은 부부 등산객을 만난다. 한북정맥 종주 중이라고 한다. 오뚜기고개에서 끊을 예정이라
고 한다. 하필 한북정맥 접근로가 그리 쉽지 않은 이 코스를 택한 게 대단하다. 소설가 이외수의 말이 생각난다.
전라도 광주에 산다는 팬이 전화를 했더란다. 이외수가 사는 다목리 감성마을을 어떻게 가는 게 가장 가까우냐
고. 이외수의 답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는 게 가장 가깝다고 했다. 그 부부로서는 국망봉은 물론 오뚜기고
개가 너무 가까운 것은 아닐까?
국망봉대피소는 이 산에서 발생한 참사 이후에 지어졌다. 2003년 2월 1일 설날 에 국망봉에서 세 형제의 부부
6명이 산행에 나섰다가 4명이 등산준비 부실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었다. 전문가의 의견이다.
“국망봉은 해발 1,168m로 특히 포천 쪽이 가평 쪽보다 험하고 가팔라 여름철에 걷는 시간만 따져도 왕복 6시
간이 소요되며, 쉬는 시간을 감안하면 최소 8시간은 잡아야 하는 산이다. 눈이 쌓이고 빙판이 지는 겨울이면 산
행시간이 한층 더 길어진다. 포천소방서 119구조대는 사고 수습 후 일요일 여러 대원이 함께 산행해 보았는데,
늘 운동을 하는 대원들임에도 7시간30분이 걸리더라며 겨울 국망봉 산행이 만만찮음을 환기시킨다.”
3. 가운데는 신로봉 능선의 신로봉 전위봉인 852.8m봉
4. 가리산, 그 앞은 신로봉 능선
5. 둥글레
6. 국망봉 오름길에 바라본 가리산
7. 애기송이풀
8. 애기송이풀
9. 국망봉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대성산, 그 앞 오른쪽은 복주산
10. 멀리 왼쪽은 광덕산, 그 오른쪽은 회목봉, 그 오른쪽 뒤는 복계산
11. 앞 왼쪽은 가리산, 멀리 가운데는 각흘봉
12. 국망봉 주변의 신록
국망봉대피소 지나고 국망봉 0.6km가 국망봉을 오르는 하이라이트다. 바윗길 섞인 곧추선 오르막이다. 핸드레
일 밧줄과 계단을 설치했지만 기기도 벅차다. 엎드리니 기화이초와 마주친다. 이 풀꽃의 이름을 몰랐다. 혹시
신종이 아닐까 하는 객쩍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들여다보았다. 애기송이풀이었다. 나중의 일이다. 견치봉을 가
는 도중에 등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부부 등산객(이번에는 약간 나이가 들어보였다)의 카메라를 든 여자 분이
우리를 보더니 물었다.
애기송이풀을 보았느냐고. 우리가 아까 본 그 풀꽃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그 풀꽃의 인상착의를 얘기했
다. 땅에 깔려서 꽃은 보라색이고 잎은 미나리 잎처럼 생긴……. 맞아요! 하면서 무척 반가워한다. 그런데 이 등
로에서는 보지 못했고, 국망봉을 오르는 험로에서 보았다고 하자 적이 서운해 하는 눈치다. 국가생물종정보시
스템의 애기송이풀에 대한 부언이다.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자생지가 1~2곳으로 개체수가 매우 적다.”
국망봉. 사방이 훤히 트이는 경점이다. 북쪽 멀리 대성산을 하늘금으로 복계산, 복주산, 회목봉, 상해봉, 광덕산,
각흘봉, 금학산, 명성산, 지장산 등등을 알아보고, 남쪽으로는 단연 운악산이 샹그릴라로 보이고 그 앞의 청계
산이 귀엽다. 그에 이르는 한북정맥 주릉의 춘색은 눈부시게 찬란하다. 설도(薛濤, 唐770?~830)의 「춘망사(春
望詞)」가 생각나는 봄날이다. 그의 4수 중 제1수다.
花開不同賞 꽃 피어도 함께 즐길 수 없고
花落不同悲 꽃이 져도 함께 슬퍼 못하네
欲問相思處 묻노니, 그대 어디 계신가
花開花落時 꽃 피고 또 지는 이 시절에
국망봉 정상의 너른 공터는 땡볕이 가득하고, 그 근처의 그늘진 공터는 먼저 오른 등산객들이 선점하였다. 한
피치 뚝 떨어져 노란 피나물 꽃이 만발한 산중화원에서 점심자리 편다. 된장이 한 반찬 한다. 근처 사면에 잠깐
들러 곰취를 뜯어왔다. 작년에 보았던 국망봉 주변의 백작약이 궁금해서 다시 국망봉을 올랐다. 꼭 그 자리에
있다. 수줍은 듯 화판 다소곳이 숙이고서. 백작약(Paeonia japonica (Makino) Miyabe & Takeda)은 산림청에서
지정한 희귀식물이기도 하다.
▶ 견치봉(犬齒峰 개이빨산, 1,176.5m), 민둥산(1,008.5m봉)
숙제를 해결하였다. 백작약을 보았으니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봉봉을 넘을 때는 사면을 누벼 돌아 넘는다. 물
욕이 없지 않아 풀 속을 살펴보지만 건성일 뿐 이 화려한 봄날 산중에서 내가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를 잊고 만
다. 인적 없는 견치봉 주릉의 바위절벽에 다가가 지나온 국망봉을 뒤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견치봉 정상
이다. 민둥산에서 올랐다는 캐이 님을 만난다. 반갑다 말을 다할까.
13. 국망봉 주변의 신록, 멀리 오른쪽은 운악산, 그 앞의 청계산이 귀엽다
14. 멀리 왼쪽은 명지산
15. 멀리 오른쪽은 운악산
16. 국망봉 정상에서
17. 백작약
18. 백작약
19. 백작약
20. 피나물
21. 곰취
지난겨울 이 근처에서 집을 나간(?) 덕순이가 돌아왔는지 보러왔다고 한다. 함께 왔다는 더산 님과 표산 님은
저 아래 사면에서 풀숲 사면을 누비고. 캐이 님 탁주를 빌려 서로 권주하며 저간의 산행행적을 문답한다. 내가
캐이 님을 처음 만난 건 아마 20년 전 여름이었다. 석룡산과 도마치봉, 신로봉, 국망봉을 올랐었다. 그때는 탁주
도 몰랐고 덕순이도 몰랐고 오직 산만 알았다. 그랬던 캐이 님에게 왜 산행스타일이 변했는지 물었다.
나더러는 봉 따먹기 산행이고, 자기는 등로주의 산행이라고 한다. 언듯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따지고 보면 강변
이고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등산사전에는 등로주의를 다음과 설명한다. “흔히 ‘머메리즘’이라고 불리는 등로주
의는, 등산의 목적을 등정에 두지 않고 등정에 이르는 과정에 두는 이념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자
체를 목적으로 하는 등반양식. 즉, 등정이라는 결과보다 어떠한 루트를 택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그런
데 나는 머메리가 덕순이와 두릅, 곰취, 머위 등을 찾아다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웃고 떠들고 또 웃으며 짧았지만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캐이 님은 용수목으로 가고 우리는 민둥산으로
간다. 캐이 님 얘기로는 민둥산에서 용수목으로 가는 도중에 북쪽 사면을 더듬으면 재미 좀 볼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 얘기에 그만 혹해 대담한 산행을 시도한다. 굳이 민둥산까지 가서 그럴 것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대각
선을 그어 지능선을 넘고 골을 건너고 또 지능선을 넘고 골을 건너 거기까지 가서 민둥산을 오르자는 것.
그렇지만 어림없는 시도였다. 겨우 한 차례 골로 갔다가 지능선을 오르고 나서 널브러지고 만다. 후들거리는 다
리를 억지로 끌고 주릉에 올라 잡목 붙들고 민둥산을 간다. 민둥산 정상 역시 너른 공터는 땡볕이 가득하다. 그
늘에 들어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이제 그만 하산하자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어디로 하산할까? 도성고개에
서 일동 쪽으로 갈까, 강씨봉휴양림으로 갈까? 양쪽 다 멀지만 일동 쪽은 서울 가는 교통이 편리하고, 강씨봉휴
양림은 불편하다.
그러나 작년 봄에 일동 쪽으로 갔다가 적잖이 애먹었다. 교통이 불편한 강씨봉휴양림에서 택시를 부르면
40,000원 정도 들겠지만(1인당 10,000원이다), 그 이후 서울 가는 전철은 (나는) 무료다. 사직2리에서 요금
1,450원의 군내버스 타고 일동으로 가고, 일동에서 동서울 가는 버스 타면 7,400원이 들고, 또 버스 타고 집에
가면 1,450원이 드니 금전적으로는 오히려 불리하다. 강씨봉휴양림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도성고개로 가는 ‘쉬
운 길’이 아닌 용수목 가는 도중 876.6m봉의 ┣자 갈림길 오른쪽의 ‘급경사 길’로 가기로 한다.
민둥산에서부터 뚝뚝 떨어져 내린다. 수렴 걷히면 고개 돌려 한북정맥 주릉과 그 끄트머리의 빛나는 운악산을
바라보며 거친 숨을 고르곤 한다. 30분쯤 걸려 876.6m봉이다, 이정표가 강씨봉휴양림을 안내한다. 2.1km. 과연
가파르게 내린다. 그러나 갈지자 자꾸 그리니 가파른 줄 모르고 내린다. 이정표의 ‘급경사 길’이 잠깐이다. 골로
갈 듯하다 통통한 능선이 이어진다. 봉우리 2개 넘으면 데크전망대가 나오고 이다음은 산책로다.
임도 절개지를 계단으로 내리고 곧장 직진하면 음식점 겸한 카페가 나오고 강씨봉휴양림 입구(휴양림은 0.3km
를 더 들어가야 한다) 버스승강장이다. 택시 부른다. 가평은 택시로 30분 거리다. 삼합(삼겹살, 곰취, 덕순주) 먹
으러 우리가 개척한 가평 구 역사 앞 삼겹살집으로 간다.
22. 멀리 가운데는 금학산, 그 앞 오른쪽 명성산, 그 앞 왼쪽은 사향산
23. 국망봉 주변의 신록
24. 박쥐나물
25. 궝의다리아재비
26. 화악산
27. 운악산
28. 멀리 왼쪽은 우정봉
29. 흰괴불나무
30. 큰꽃으아리
31. 큰꽃으아리
첫댓글 애기송이풀을 보셨군요..지는 아직인데...송이풀은 북방계 식물로 아는데~ 서락 걸레봉에서 만주송이풀이 반가웠던 기억이~ 등로주의 맞슴다 ㅋㅋ
애기송이풀인 줄 몰랐다가 이 풀은 찾는 등산객의 얘기를 듣고 알았습니다.
별로 볼품이 없던데.^^
저는 '장사익'님의 "봄날은 간다"를 가장 좋아합니다.
'린'의 "봄날은 간다"도 차~암 좋습니다.
"봄날은 간다"를 들으면 어쩐지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백작약이 가는 봄을 서러워하며 다소곳이 웅크리고 있네요.
박쥐나물이 천지로 덮여 아름답습니다.
백작님 오랫만이네요...시간 좀 내어 오지산행 한번 하시자구요^^
@메아리(김남연) 안녕하세요. 형님...
그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렇다면 백작 님도 나이가 드셨다는 얘기겠죠.
박쥐나물을 혹자는 나물의 여왕이라는데 인기가 없는 여왕인지.^^
찬란한 봄날의 신록을 원없이 보고있습니다...수고많으셨습니다^^
갈 데는 많고 이 봄날은 짧습니다. ^^
이틀 연속으로 산행을 하셨네요. 너무 달리시는데 ㅋㅋ 곰취가 많이 자랐네요. 낼도 조망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순수하게(?) 백작약을 보러 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