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⅔이닝만에 6실점한 투수에게 희망을 보았다고 하면 우스운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오늘 투구 내용은 사실 아주 고무적이었습니다.
뭐랄까 `여유있는 난조'라고 할까요, 후후.
초반부터 박찬호는 경기를 유리하게 이끈다는 의도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저 본인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테스트한다는 목적으로 마운드에서 공을 뿌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1번 타자 페블레스에게 2연속 직구로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 변화구 한개를 뿌리고는 높은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한다는 것이 몸쪽으로 쏠려 사구가 나왔습니다.
2번 타자 란다가 타석에 들어서자 박찬호는 지체없이 똑같은 높은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는데,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연속 사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최악으로 나온 셈이지요.
그렇지만 정규 시즌에서는 그런 시도를 마음대로 해볼 수 없으니, 그것이 시범 경기에서 베테랑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홈런 두방으로 5점을 내주자 박찬호는 투구 내용을 확 바꿨습니다.
여전히 직구를 많이 던졌지만 커브의 빈도수를 올렸고, 체인지업도 과감하게 구사했습니다.
처음 5점째를 내준뒤에는 9명의 타자중에 루상에 진루한 것은, 이날 유일한 4구를 골라낸 메인 하나였다.
투구수 50개가 가까워지자 박찬호는 볼카운트가 2-0인 상황이 됐는데도 연속 커브를 던지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연습도 했습니다.
이날 투구 내용을 보면,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상대 타선을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좀 더 타자들을 윽박지르고 압도하기 위한 직구 제구력 테스트에 몰두한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아직 직구의 구속이 150km를 밑돌고 있는데다, 제구력도 아주 매끈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제 투구수 50개를 던졌고, 다음 경기는 60개에 4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식으로 실전 투구를 늘려가게 됩니다.
조금 더 빠른 구속과 나아진 제구력을 볼 수 있겠지요.
어떻게 보면 이번 스프링 캠프는 박찬호가 변신해 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위압적인 강속구를 앞세운 정면 대결형의 투수에서, 노련하고 볼배합이 뛰어난 괜찮은 직구를 지닌 투수로 말입니다.
그것이 흐름이라면 억지로 거부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더 무리해서라도 직구를 계속 던지면서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쇼월터 감독도 경기가 끝나고 "찬호는 드러난 수치보다는 훨씬 뛰어난 투수다. 2회처럼 필요한 때는 카우트를 자신의 것으로 이끄는 등 긍정적인 면을 보겠다. 찬호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으며, 아직도 5-6번의 등판이 더 남아있다. 이런 일들이 시범 경기에서는 어떤 투수에게든 발생하는 일이지만, 작년에 찬호가 기복이 있었기 때문에 우려는 낳는 것 같다. 앞으로 3주 남은 기간 동안 결과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기복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만약 랜디 존슨이 시범 경기에서 11점을 내준다한들 크게 신경을 쓰겠느냐는 말도 했습니다.
첫댓글 음..님말씀 들으니..일리가..있는..오늘 1회때..첫타자..2스투라이쿠~만드는것 보고 잠깐..흥분 했었슴다..그놈의 버퍼링 때문에..컴터..뽀사 버릴뻔 했음^^;;암튼..찬호님 빠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