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무쇠 솥에 찬물을 끼얹은 격입니다. 당분간 거래가 없을 것 같네요.”
20일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충남 당진의 최모(38)공인 중개사는 “올 것이 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충청권은 일단 긴장
이 중개사는 “이달 초부터 투기지역으로 묶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며 “투기지역 지정 소식에 매수세가 완전히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충남 당진군ㆍ예산군ㆍ홍성군ㆍ서산시ㆍ청양군ㆍ태안군ㆍ논산시와 경기도 파주ㆍ고양시 일산구를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자 이 일대 중개업소들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예산의 한 중개업자는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는 데 누가 땅을 사겠느냐”며 “올 들어 투기바람이 극성을 부렸던 충청 서해안 지역 땅시장이 된서리를 맞은 꼴”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투기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돼 외지인과 떴다방, 기획부동산이 몰리면서 땅값이 올 들어 배이상 뛴 곳이 수두룩하다. 청양의 한 중개업자는 “그동안 무조건 땅을 잡아달라는 외지‘묻지마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들의 발길이 끊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진군의 한 관계자는 “세무서가 실거래가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며“앞으로 이곳 땅시장 투기 열풍도 한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떴다방은 미등기로 제3자에게 땅을 팔기 위해‘찍기수법’으로 계약만 해놓은 물건이 많은 데 이번 규제 강화에 당혹해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청양의 한 중개업자는 “어차피 팔 수밖에 없는 이들 매물이 제법 나올 것 같다”며 “하지만 정상적인 매물은 양도세 중과조치로 회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 땅을 판 사람들은 잔금시기를 앞당겨줄 것을 중개업소에 요구하기도 했다.한 중개업자는 “이번 주말 잔금을 치러야 ‘양도세 폭탄’을 맞지 않을 텐데 주말에 은행문을 닫아 가능하겠느냐”며 “잔금시기 조정을 놓고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다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개업자는 “이번 규제로 투자자들이 투기지역에서 제외된 서천,부여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음성ㆍ진천ㆍ보은ㆍ옥산ㆍ금산 등 외곽 지역으로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최근 땅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천안이나 아산등 선도지역으로 투자자들이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파주와 고양 일산구 중개업자들은 엎친 데 덮친격이라는 반응이다. 한 중개업자는 “파주나 일산구는 지난 2분기때 땅값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7월 하순 들어 조정양상을 보이고 거래도 뜸하다”며 “거래가 완전히 끊기게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도 “투기세력들이 다 휩쓸고 지난간 뒤에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현장 한번 와보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부산,대구는 시큰둥
“풀려면 큰 걸 풀어야지 생색만 내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20일 부산 북구ㆍ해운대구, 대구 서구ㆍ중구ㆍ수성구, 강원도 춘천시, 경남 양산시 등 7개 지역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키로 발표하자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시장의 침체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인 투기과열지구를 풀어야 시장이 살아나는 데 투기지역 해제만으론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명성부동산 김성휘 이사는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는 투기지역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투기지역 해제 약발만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재건축 규제가 강한 투기과열지구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투기지역 해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말했다.
북구의 한 중개업자도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양도세를 기준시가로 낼 수 있게 되면 투자자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아파트값이 되레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의 명인공인 관계자는 “투기지역 해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볼 때 반가운 소식이다”며 “하지만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선 투기과열지구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투기과열지구는 언제 푼다고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대구의 한 중개업자는 “서울 강남 투기를 잡기 위해 마구잡이 투기억제책을 쓰다 보니 지역경제가 휘청거리는 대구까지 불똥이 튀었는데 좀 더 확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는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해 전매를 허용하더라도 완전히 풀지 않을 것 아니냐”며 “이를 경우 한번 침체에 빠진 시장이 되살아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의 30대 주부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400조원이라는 데 지방대도시에 대해 규제를 풀어놓으면 언제든지 다시 투기가 성행할 수 있다”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은 좋지만 서민주거 안정차원에서 투기를 막아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충청권 거래 되살아날 기대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는 충청권 지역들은 대체로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가 풀리더라도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정부의 감시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크게 뛰기는 어려울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내다본다.
진천군 K공인 관계자는 “문의가 조금 살아나는 것 같지만 예상만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ㆍ청주 등 인근 지역에서 주로 찾는다고 한다.
국도변 농지가 평당 10만∼20만원 정도인데 지난 6월 허가제로 묶인 뒤로는 별 변동이 없다.
A공인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등이 한차례 해먹고 갔기 때문에 다시 달아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에 진천과 함께 허가구역으로 묶인 음성도 비슷한 상황. 허가구역이 된 뒤로는 거래가 뜸해졌다. 가격도 도로변 농지가 평당 15만∼20만원으로 비슷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D공인 김모 사장은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직은 별다른 매수 움직임이 없다”며 “그동안 많이 오른 탓도 있더 전처럼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천과 음성의 경우 허가구역 지정 전 외지 매수가 급격히 늘었다. 올들어 1분기 거래된 땅이 각각 1500여필지,2000여필지에서 2분기때는 2300여필지,3600여필지로 50% 늘었고 2분기 때 음성에서 거래된 땅 중 60% 정도가 서울을 비롯한 타지역 거주자에게 넘어갔다.
옥천과 보은,금산 역시 해제 소식을 반기기는 하지만 거래가 다소 늘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본다.
옥천 I공인 관계자는 “청정지역이 많아 자체 규제도 많기 때문에 풀린다고 달라질 건 별로 없다”며 “일부 실수요 위주로 거래는 다소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국도변 땅값이 10만∼15만원 정도로 별 변동이 없는 시세”라며 “투기가 일어서가 아니라 충청권에 있다는 이유로 허가제로 묶였기 때문에 푼다고 파장이 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보은지역 중개업자들도 “허가지역 전에도 별 거래가 없었고 인구 감소 등으로 일부지역은 1∼2년전보다 오히려 빠지기도 했다”며 “규제가 풀린 것은 다행이지만 땅값이 들썩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지역 D부동산 박모 사장은 “새 수도 이전 기대감으로 올초보다 20% 가량 오르기는 했지만 많이 오른 지역에 비하면 별로 오르지 않은 것”이라며 “향후 발전 기대감에 투자수요가 늘더라도 갑자기 늘기보다 서서히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옥천과 보은,금산은 실제로 허가구역으로 묶이기(지난 2월) 전인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거래량이 별 차이가 없다.
허가제 해제 이후 다소 늘 것으로 보이는 투자 수요는 주로 진천,음성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수도권에서 움직인다면 새 수도 밑으로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보은ㆍ금산 등이 싼 매력은 있지만 수도권에서 먼 지역이어서 개발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