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강까지 달리는 길에 몸이 유독 무거웠다. 거의 세 발에 한 번씩 마다 멈추고 싶었으니까. 그래도 어제 일지에 이런 것도 즐겨라. 썼으니까 즐겨보자 ··· 근데 괜히 멋진 척 한 것 같기도 ·· 아니야 아니지 가오가 있지 뛰어라 이 자식! 뭐 이렇게 오락가락 하면서도 속으로 끝내 외쳐댔다. 즐겨라 즐겨~ 그러다보니 어느새 딴 생각할 틈 없이 뛰고있었다. 다 뛰고 나니까 그건 알겠다. 마음만 멈추지 않으면 다리는 어떻게든 움직인다. 이래놓고 내일은 또 힘들겠지만 난 그냥 오늘의 나를 볼래. 좀만 더 빨리. 13분 컷 할 수 있어. 전력질주만이 답이다.
호원대학교 시험을 보러가기 전에 마법사와 나를 부르면서 한 연습은, 정말정말 제발 내 목소리 듣지 않기였다. 실제로 안 들을 순 없지만 하는 중에 막 판단하고 아닌 거 같으면 미리 겁 먹고 움츠러드는 짓은 그만! 어제 백석대 시험을 보고 뼈저리게 후회한 부분이었다. 공기가 넘 건조해서 목이 좀 그렇고 어쩌고 그딴 생각을 내 무대 직전에 가져와서는 그 시간을 즐기지 못했던 거. 마인드적인 부분도 해봐야 알아. 모든 것엔 연습이 필요하다!
이 생각으로 두 세 번 정도 돌렸는데 내가 느끼기에도 훨씬 시원했다.
가기 전에 학준쌤께서 뮤지컬과 무용을 쭉 한 번 더 봐주셨다.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네 안에 다 있어서 다 보이니까 그냥 가라고, 그리고 가는 길에 딴 생각 말고 어제 썼던 일지만 보라고 하셨다. 다녀오겠습니다, 가면서 내 일지를 읽고 또 읽었다. 마음이 딱 잡혔다. 나 지금 배우러 가는 길이다.
대기실로 들어가서 같은 시간대 같은 대기실에 있었던 정현이를 발견했다. 만나서 잠깐 꼭 안았는데 힘이 더 됐다. 대기시간이 길지 않아 바로 고사장 앞으로 갔는데 그게 나한테는 좋았다. 잘해야지 뭐 해야지 이딴 생각할 틈 없이, 배우러 왔다는 내 입장만 생각했다. 있는 대로 다 보여주자 -
연기를 다 하고 나니 하나 드는 생각은 여전하다.
지금은, 하려는 거 내려놓고 그냥 나를 믿고 전진하는 것만이 답이다. 들어가기 전 진행요원 분들부터 교수님들과 질의를 할 때까지도 내가 앞으로 계속 보게 될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이야기했다. 즉, 이게 나인 걸 굳이 숨기지 않으려고, 그래도 꿈이 있고 배우고 싶어서 여기 온 나라는 것만 가지고 계속 서 있었던 것 같다.
시험을 마치고 돌아가자마자 서경대 전모를 바로 준비하면서 실은 좀 피곤했다. 하~~ 이혜인 이 자식 봐라?? 고작 시험 두 개 봐놓고 피곤한 것 같다~? 스스로가 좀 괘씸하더라. 그래서 들어가기 전까지 냅다 많이 웃고 움직였다. 준비 도중에 이도오빠가 오셨는데 왠지 힘이 났다. 이도오빠도 이런 과정을 거친 사람이니까. 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으셨을거고. 정신 차려야겠다 마음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래서 괜히 볼 때 마다 실실 웃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그저 당당하게 했다. 전모를 마치고 현정쌤과 수업을 하며 새겼다. 올해 내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이었다. 오늘 또 한 번 새기니 다르게 다가왔다. 이 부분들. 머리가 아니라 부딪혀야 한다는 거.
하나.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만 전달해줘.
둘. 네 안에 이미 모든 것은 꽉! 차있고 그래서 보여주려고 할 필요 없다. 다 보인다.
셋. 그러니까 그것이 네 마음이라면, 제대로. 과감하게. 정확하게 해줘 :)
넷. 프레이즈가 진행될수록 내가 커지는거야.
광섬유가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듯, 키 커지듯, 내 에너지로 나를 가득 채워서, 뿌리서부터 거대해지자!
디테일한 부분들! (마법사와 나)
하나. 스타팅 넘 시리어스 해~ 쫑알쫑알 내 상상들을 막 얘기하다가 올라간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작!
둘. 어떤 "기"분일까, "기"에 딱 걷기. 음악 살리자↑↑
당당하게! 뒤에 롱코트 흩날리면서~~
셋. 내려오지 말기, 끌어올리기 말고 쭉 가기 →
1- 오"즈"의 모든 사람들 2- 그분의 곁에 서"서"
넷. 오즈의 환상적인 팀~! 에서 바뀌어야
계속 방방 뜨지 않고 쭉 갈 수 있어.
시험을 보면서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서 몸은 지쳐도 맘 깊이에서부터 힘이 난다. 수시 때는 한 번 한 번 할 때마다 그냥 다 쏟고 배우는 거 없이 죽어갔던 거 같은데. 우리 끝까지 서로 주고받는 힘이 긍정적이었음 한다.
☆ 잘 되길 바라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꼭 기억하자. 우린 외롭지 않다. ☆
오늘도 덕분에 시험 잘 치르고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