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는 이름의 여인
김 난 석
나에겐 수줍은 여인이 하나 있지
열두 송이 봉숭아꽃이었을 소녀
시냇물 휘저으며 송사리 게아재비 좇던 시절
꽃술 꿈 머금고 수줍어 고개 숨기며
톡톡 튀는 상큼한 몸짓도 하였을 소녀
나에겐 붉은 가슴의 여인이 하나 있지
열네 주름 맨드라미였을 소녀
호기심 찬 눈망울로 먼 하늘 바라보고 삐죽이며
이유 없는 시샘도 하였을 붉은 가슴을 가졌을 소녀
나에겐 정열의 여인이 하나 있지
스물두 겹 붉은 장미꽃이었을 여인
가슴이 부풀어 옷고름 굽이굽이 여미며 먼 데 임을 그리던
성년이 지나 막 분홍 물들었을 여인
눈을 감아도 미소로 다가오는 나의 소회 글로 적어
두고두고 읽어보아도 좋을 추억이라는 이름의 여인
이젠 민들레 꽃씨 되어
하얗게 흩날려서 더 좋을
그런 여인 하나가 나에게는 있지. / 한국시인협회 2008년도 시선집에서
사랑은 뜨겁지만 연민은 다스한 것
불 꺼진 화덕에도 온기는 남아도는 이치다.
세월이 흘러 서릿발이 돋는다 해도
내 좁은 등짝을 뉘일 곳은 연민이 감도는 아룻목이려니
아니더면 추억이라는 이불이라도 덮어보는 것이다.
사랑이 예 같지 않을망정
연민으로 부둥켜안고 찬바람을 맞거나
어두운 밤은 추억과 함께 지새는 것이려니
그것은 내 이웃에게도
또 내 이웃이 아닌 이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찬바람이 일면
추억의 여인을 불러내보곤 한다.
세상에
뜨겁던 사랑 한 편, 추억 한 조각 품지 않은 사람 어디 있더냐.
앞날을 위해선 그것 밖에 준비 할 게 없으리라.
어느 회원이 계유년 생 그녀와 오작교의 험난한 풀 코스를 거쳐
지아비의 호칭을 쟁취했다는데
그래서 햇님도 달님도 보았다는데
그래서 전화위복이라 했는데
나는
나는 정해생 돼지 띠 여인을 맞아들여 달, 달,
딸 둘 얻었으니
그걸 일러 전해(亥) 위복이라 해야겠다.
첫댓글 전해위복이라뇨...
가당치도. 않는 말씀이시고
굳이 덧붙이자면
* 복중의복 *
이 아닐까 사료됩니다
웃자고 해본 소리지만
저의 아내가 돼지 띠 정해(亥) 생이라서
전화위복이 아닌 전해위복이라 해봤네요. ㅎ
유무이 님이나 저나 어슷비슷한 삶이 아닐까요?
난석님
결혼 사진인가 보네요
사모님이 미인이십니다
저 역시 딸딸이 아빠네요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신혼시절에 미인 아닌 사람 있던가요?
그런데 딸딸이 보다야 해님 달님 하는 달달이가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만..ㅎ
난석 선배님
늘 이렇게 곱던 시절
꼭 기억하며
즐겁게 사세요
응원합니다.
네에, 이제 남은 게 그런 것들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