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기예보/현택훈
당신이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은
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설운 편지체의 바람을 읽는 것
늦은 저녁상을 물린 당신은
습관처럼 내일의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형광등이 등대처럼 불을 밝힐
당신의 방, 작은 만灣
목발을 짚은 듯 물결치는 파도가
밀물로 들어와 당신 발목을 적시겠지만
등압선을 따라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봐야
사진 몇 장 걸어놓은 서쪽 창가
창문을 여는 당신
기압골 속에 빠진 기억
당신의 얼굴엔 내일의 비가 내리고
비파나무 이파리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같은
이별이 찰 텐데
슬리퍼도 없이 맨발이면 어떡하나
거리의 나뭇가지가 자동차 불빛에 많이 흔들리면
다음날 비가 온다는 것쯤은
굳이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신인데
ㅡㅡ
*1974년 제주 출생.
*2007년《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지구 레코드』『남방큰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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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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