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매치 (return match)’
이 단어는 프로 복싱에서 주로 많이 사용 되는데,
선수권을 빼앗긴 (구) 챔피언이 새로 선수권을 획득한 (신) 챔피언에게
“다시” 도전하여 싸우는 선수권 시합으로 소위 복수전, 설욕전이라고 한다.
챔피언이었던 사람이 타이틀을 잃었으니, 복수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절치부심 연습 후에 재도전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특별한 단어가 생겨난 듯 하다.
우리가 어릴 때 싸울 때를 봐도 “두고 보자”라는 말을 주위에서 쉽게 들었고
또한 자주 하곤 했었는데, 꼭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복수하고 말거야’는
어쩌면 사람의 기본 정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 단어가 꼭 복싱 분야에만 쓰라는 법은 없으니
등산이나 길나섬 분야로 잠시 원용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즉, 어떤 사람이 정상 또는 완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시간 동안 실력을 길러 다시 재도전하는 것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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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정확하게 일치는 하지 않지만,
지난 주 영남길 1코스 “달래내 고개길”도 바로 이런 의미의 연장선 상에 있다.
즉 약 한달 전쯤 누비길 완주 이후에 연이어 이어진 영남길 1코스 길나섬 때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과 경험을 다시 ‘갈아 엎고자’
지난주에 재도전을 나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 힘들었던 기억을 새롭게 쓴 것도
어느 의미에서의 리던 매치의 범주가 된 것이다.
그런데 보통 이런 리턴 매치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철저하고 객관적인 실패의 원인 분석을 통해
자신에게 약점으로 드러난 부분을 매우 정밀하고 충분하게 메꾸어야 한다.
왜냐면 실패 직후 바로 재도전 해서는 거의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울분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만일 패배가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면 어떻게 할까?
그럼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바로 재도전, 즉 리던 매치에 대한 당위성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는 어제 3코스 길나섬은
“직후”에 이루어진 재도전 차원의 리던 매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투어 개요
지난 주까지 ‘얼떨결에 시작한’ 영남길 투어도 어느새 1, 2, 4, 5 코스가 마무리 되어
특별하게 다른 코스를 추진해야 할 일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3코스를 메우기가 남아 있었다.
왜냐면 이걸 채워 넣어야
드디어 영남길도 정확하게 50% 달성이라는 분수령을 넘기기 때문이다.
또한 마침 ‘비어 있는 곳’이 한 가운데 지점이라면,
결과적으로 좌 및 우에 있는 코스는 이미 답보한 길이기 때문에 이미 익숙하며
또한 상황에 따라서 이 주위의 길들을 다른 차원에서 “활용”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역시나 이 부분 역시 예상을 빗나감이 없이 정말 “적당하게” 활용 되었다.
특히 토란님과 화수분님에게 말이다.
개인적으로
어제의 투어는, 일단은 지난 주 길나섬의 마무리 포인트였던 죽전역에서 출발하여
용인시 동백 호수 공원까지 영남길 3코스를 마무리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단으로’는 왔던 길을 다시 “다시 return” 하여
출발지점이던 죽전역 부근을 통과하는 것이었고,
이에 그치지 않고 영남길 3코스 시작지점인 구미동 무지개 마을 11단지의
일명 성남 누비길 4코스 불곡산 gate까지 진행하고,
계속 전진을 하여, 2코스를 역방향으로 진행하여 불곡산을 넘고 분당 중앙공원으로 거쳐
판교역까지 돌아가는 것이었다.
좀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코스 넘버로 구분하면,
영남길 3.1 코스 지점부터 3코스 마무리 4코스 시작지점까지 순방향 진행,
그리고, 이곳부터 3 코스를 역방향으로 다시 되돌아 온 후
2코스 역시 역방향으로 구미동에서 판교까지 회귀하는 방식이다. 즉 3-3-2가 된다.
글쎄… 나도 실제로는 이런 방식의 투어는 생경하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든 의미 부여를 위해
요즘 같은 시대가 아닌 “예전 시대”라는 프리즘으로
이 방식의 길나섬 루트를 조망해보면, 약간 그럴 듯하게 보이기도 하다.
즉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수도 서울이므로 위의 길나섬은 마치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용인 동백지역으로 갔다가
서울로 다시 돌아오려고 하니 한번에 지하철이나 버스로 서울까지는 오기에는 돈이 부족해서
할 수 없이 일단 서울 방향으로 어느 정도 걸어서
남아 있는 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까지 걷는 스토리다.
이 지점이 바로 판교역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명 개뿔 철학~ 이라면 왠지 쬐금 이해해 줄만 한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후불식 교통카드가 있으니, 이런 설명도 사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 경제적 가치보다는 좀더 심미적 차원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즉 이 좋은 가을 하늘 아래 – 아직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
지난 주 3코스 잔여분인 13.5 km 만으로는 그리고 너무 이른 시간에 마무리 짓기에는
살짝 아쉬운 감이 살짝 있어
좀더 연장해서 걸었다는 것이 어쩌면 더 와 닫는 설명이 아닐까 싶다.
다만 3코스 이후의 길나섬이 4코스였냐 또는 3코스로 되돌아 왔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아무튼
3코스인 “구성현길”은 경기도 성남시 남단의 죽전 및 구성 지역을 통과해서
법화산을 넘어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을 거쳐 동백 호수공원까지 이르는 길이다.
코스 상에 중요 포인트가 몇 개 있는데,
헤이그 밀사였던 민영환 선생의 무덤과 용인 향교가 있고
가장 핵심 포인트 지점인 법화산과 코스 끝 지점에 위치하는
동백호수공원이 등이 주요 Point-of-Interest (POI) 이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울 우유의 공장 중 하나가 바로 구성 지역에 있는데,
이 3가지, 즉 서울 우유 공장, 민영환선생 묘 그리고 용인 향교가
모두 반경 1~2km 내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법화산 탐방로에는 조금 올라가면 경찰대학의 CC를 만나게 된다.
또한 법화산을 넘어서면 청덕동이 되는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이 곳을 지나면 용인시에서 분당으로 가는 메인 도로를 만나고
그 길을 계속 따라가면 호수공원에 이른다
법화산은 마치 불가에서 쓰는 용어처럼 들리는데,
예전 시대에는 모르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법화산에 유명한 고찰이 있는 것 같지는 않으며
오히려 불교가 아닌 천주교의 대규모 공원 묘지가 산 북쪽에 조성되어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묘지도 이 묘지 안에 있다.
어제의 메인 탐방 지역의 탐방거리는
3코스 전체 거리에서 지난 주 고무줄 편성덕에 미리 답보한 1.5km를 제외한 13.2km 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리턴 매치를 고려하면
나의 전체 탐방거리는 39.6km (13.2+14.7+11.7km)가 되며,
또한 죽전역에서 영남길 3코스 joint 포인트까지, 그리고 판교 개나리역에서 판교역까지 더하면
무려 40km를 훌쩍 넘는 거리이다.
무덥지 않아서 다행이 이런 거리를 걸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거리가 거리였는지, 집으로 돌아와 체중을 재보니 쏘옥~ 빠졌다.
상단 구성
어제의 탐방 코스에 따라서 상단의 크기도 나름 ‘고무줄’ 편성이 되었는데
3코스 순방향 진행시에는
비켜이 선생님을 포함하여 감꽃님, 푸른님과 화수분님이 총 5명이 출격하여
지난 주와 동일한 소형급 상단이 구성되었다.
역시 가을 시즌이라서 결혼식 등 다양한 외부 행사가 즐비하여
길나섬 상단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장미사랑님이 결혼식 때문에 참석을 하시지 못했다.
그 대신 오래간만에 화수분님이 조인을 하셔서
자전거 길로 너무나도 익숙하신 탄천변을 어제는 뚜벅이 걸음으로 대신 하셨다.
그래서 지난주와 비교를 하면
장미사랑님 대신 화수분님이 걸으시어
전체적인 상단 규모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런데 이 다섯 명을 넘어서
비록 잠시였지만 이론적으로는 최대의 상단 규모가 된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동백 호수공원에서였다.
위의 기본 인원 5명과 더불어 방금 마포에서 도착한 토란님,
그리고 감꽃님 옆지기이신 류선생님께서
기가 막히게 우연치 않게 기막히게 타이밍을 맞추어 모두 7명이었다.
비록 이십 여분 동안이지만.
그리고 이 이후에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와 “푸른님” 입장에서는 “리턴 매치”가 실시 되었는데
나와 토란님은 다시 3코스 역방향으로
그리고 푸른님과 화수분님은 5코스 “석성산길”을 순방향으로 진행을 하였다.
즉 7명 중 무려 4명이 3코스 이후로 계속 길나섬을 이어 나갔던 것이다.
대단한 체력이며 열정이다.
참고로 푸른님과 화수분님의 5코스 이어 걷기는,
동백 호수공원 현장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나와 토란님의 길나섬에서 대략 중간 지점이었던
죽전역에서 푸른님의 전화를 받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세상이란 참 묘한 것이
그 전화를 받았던 지점은 다른 아닌
아침나절, 푸른님과 화수분님과 함께 앉아서 감꽃님과 비켜이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렸던
바로 카페 골목 입구의 그 쉼터였다.
참으로 우연치고는 기막힌 우연이다.
투어 요약
지난 주초에 금요일쯤 비가 예보되어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정말 기상 예보대로 금요일 오전에 비가 매우 살짝 뿌리는 상황이었고
토요일에는 푸른 가을 하늘 아래서 미세 먼지 없이
또 다른 즐거운 길나섬을 하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법화산은
등산 동호회인들의 말을 빌리자면 소위 검단지맥 4코스 선상에 놓여 있다고 한다.
이 코스 선상에는
우리에게는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불곡산과,
또한 성남 누비길 4코스 때 또는 영남길 2코스 때
불곡산 정상을 넘어서면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정표가 있는데
비록 그 쪽으로 가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름은 익숙해진 대지산이 있다.
그리고 어제의 목표지점인 법화산과
또한 이미 영남길 4코스를 통해서 탐방 완료된 석성산 등이 연이어 놓여 있다.
법화산은 형상적으로 남북으로 길게 놓여 있는 산인데,
영남길 3코스는 왼쪽 하단에서 출발을 하여 중앙에 있는 정상에 오르고,
그 이후 다시 오른쪽 하단으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이를 간단하게 모델링 하면
이등변삼각형의 왼쪽 꼭지점에서 출발을 하여 중앙의 한 꼭지점을 거쳐
오른쪽에 있는 나머지 한 꼭지점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지리적으로 왼쪽 끝은 구성동 주민센터쯤이고 오른쪽은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천주교 공원 묘지는 중앙 꼭지점의 상단부에 있다.
탐방은 오전 7시 40분쯤 meeting 포인트였던 죽전역 인근 영남길 3코스 joint 포인트에서
출발 하여 예정보다 살짝 늦은 12시 40분쯤에 호수공원에 도착을 하였다.
그리고 1시 조금 넘어 각자의 리턴 매치가 시작되어
나는 토란님과 함께 오후 8시 35분에 판교에 도착하여 긴 하루와 함께 대장정을 마무리 하였다.
참고로 분당동 주민센터에 도착 시간이 6시 55분으로
출발시 계획한 오후 7시 이전에 도착을 하였다.
왜냐면 7시면 캄캄 해지기 때문에, 그 이전에 밝은 곳으로 가야 했다.
또한 그곳부터 판교역까지 남은 거리는 1시간 내에 주파할 수 있는
약 5km가 조금 넘는 거리였지만
이제는 ‘제도권’ 안에 들어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물이며 식량이며 다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감히 ‘저녁’ 산행을 감행에 대한 높은 피로도를 달래고자, 좀 오랜 시간 동안 쉬었다.
그래서 중앙공원 탐방 이후 서현동 로데오 거리와 AK 백화점 중앙을 가로지르고
이매촌 부근 근린공원에서 냉커피와 함께 요기를 하면서
하루의 발걸음을 마무리하며 폭신하고 오랜 휴식을 취하였다.
접근 개요
요즘 들어, 이심전심이 확실히 어떤 높은 단계에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복정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을 할 때 내가 애용하는 열차 입구는 3-2번이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랜 관행이고 습관이다. 모든 열차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 지점은 나에게는 그런 의미의 지점이었다.
그런데 어제 환승을 하려고 보니, 다른 곳은 모두 텅텅 비어 있는데
오로지 그 지점에만 이미 몇 사람이 이미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선점 당해 있었다.
만일 다른 승차 포인트에도 빽빽하게 사람이 서 있다면
당연히 3-2 지점으로 가서 줄을 섰겠지만 다른 곳은 비어 있었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정한 포인트는 4-2 지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른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다만 왠지 이 지점에서는 푸른님이나 또는 화수분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이유도 근거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target하고 있던 열차는 죽전역에 약속시간 약 15분전쯤 도착할 수 있는
열차였다. 딱 맞추어서 도착하는 열차라면 그나마 몇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있겠지만, 그 이전이나 이후 시간이라면 누군가를 만날 확률은 뚝 떨어진다.
아무튼 그 곳에서 짧지 않은 약 10여분 정도 기다린 후
드디어 도착한 수원행 분당선 전철에 탑승을 했다.
탑승을 하며 혹시나 해서 차량 내를 두리번거려 보니
등산 복장의 사람들은 몇 있지만 푸른님은 계시지 않는다.
다른 칸에 타셨을지도 모르지만 워낙 부지런하시니 이미 앞서 가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지난 주에 전화번호도 땄으니
전화 하면 현재 어디쯤 계신지 위치를 알 수도 있겠지만
몇 분 뒤에 죽전역에 도착하면 당연히 만날 수 있으니 따로 연락은 할 필요는 없었다.
또한 열차 내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실지도 모르기 때문에
전화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삼가 할 필요가 있다.
죽전역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야탑역에 이르렀다..
드디어 전철은 야탑역에 잠시 정차를 하고 일련의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
야탑역은 분당선의 여러 역중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역에 속한다.
이 역은 화수분님이 이용하는 역인데, 사실 화수분님이 타실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면 화수분님은 약간 시간을 맞추어서 다니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처럼 여유 있는 시간의 전철에서는 사실 화수분님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적다.
앗~ 그런데 바로 맞은편으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화수분님이 타시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서로들 무척 반가워하고, 이런 우연이 있나 싶다.
하긴 가만히 따져보면 화수분님과 우연히 전철에서 강화도 나들길 투어 때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김포로 가는 전철 급행 9호선 중 있던 선정릉에서였다.
아무튼, 선생님께서는 어제는 알럼도 맞추어 두시어 기상하시고 여유 있게 나오셨다고 한다.
덕분에 목적지인 죽전역까지 심심치 않게 갈 수 있었다.
지난 남한산성 성곽길 이후에 근 3주 만에 뵙는 자리라서
이야기 보따리가 많았다.
그래서 이야기 보따리 때문에 혹시라도 목적지를 놓칠까 봐
전철 내 전광판에 눈을 힐끗 거리며 그 동안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고
드디어 죽전역에 도착을 하였다.
지상층 대신 1층 역사에 도착을 하니 역시나 바지런한 푸른님은 이미 와 계셨다.
다음은 비켜이 선생님과 감꽃님을 만날 차례이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여유 있게 감꽃님과 만남 예정된 포인트로 가서
기다렸다. 그 곳은 바로 유명한 죽전역 카페 골목의 초입부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고 전화를 드리니, 한참 오시고 계시는 중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조금 후
원례 예정되었던 곳이 아닌 현재 보정동 장례식장 맞은편에 도착하셨다고 전화가 왔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곳은 어딘지 아는 곳이다.
그래서 감꽃님께 전화를 통해서
경부고속도로와 서울 방향을 인용해가며
탄천 좌우 위치로 현재 계신 곳과 우리들의 위치를 말씀 드리면서
예상 조인트 포인트로 오시라고 말씀 드렸다.
푸른님과 화수분님께 출발 해야 한다고 말씀 드리고
탄천을 따라 조금 걸어 내려가다 보니 죽전역 차량기지 하단쯤에서
드디어 감꽃님과 비켜이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제는 우연이건 필연이건 전철 안에서 그리고 길 위에서
길동무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어디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퍼뜩 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매우 어메이징한 일이 발행 했는데, 그것은 바로 동백 호수공원에서였다.
12시에서 12시 반쯤 호수공원에 도착 예정이라고 공지를 하고
또한 토란님과 시간을 맞추어 두었지만 사실 확신이 없었다.
사전에 가본 길도 아니고, 또한 시간도 대략 통박을 잡은 것이다.
또한 혼자 가는 길이라면 뛰어서라도 또는 기어서라도 시간을 맞출 수 있는데 반하여,
상단과 함께 이동하는 길이라면 특히 시간 맞추기 어렵다.
다만 12시~12시 반이라고 정한 것은 특별한 공식이 아닌,
그 동안 유사한 거리와 환경을 걸었던 길동무의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치였다.
사실 12시부터 12시 30분간의 30분은 애매한 시간이다.
그래서 두 극단의 양쪽 시간을 빼고 중간 값인 12시 15분쯤 도착을 하게 되면,
토란님이든 또는 나든 양측에서 기다리는 최대의 시간은
대략 15분이 되어, 대략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보통 버스도 한 15분 정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화산이 예상과는 달리 크게 어려운 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여유잡고 느긋하게 오르다 보니, 예상과는 달리 조금 시간이 지체 되었다.
그 결과
원래 목표지점 도착 예정 타임은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약 12시 15분 정도를 target하고 있었는데,
상단이 법화산 정상에 도착 후 식사하고 출발한 시간으로는
12시 15분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셀프로 일단 12시 30분을 마지노선으로 재조정하였다.
특별히 빠른 걸음은 아니고 보통의 걸음 속도로 동백 공원 입구에 다다르고
그제서야 토란님과의 조인트를 위해 내 휴대폰을 키니 일련의 카톡 메시지가 날라온다.
거의 토란님으로부터의 카톡인데
내용을 요약하면,
원래 예정되어 있던 동백행 버스가 어떤 이유 때문에서인지 운행하지 않아
여러 다양한 루트를 조합하여 동백공원으로 오고 있다는 메시지다.
그런데 최종으로 어디쯤 와 있다는 정보가 빠져있다.
지금 만일 서울이라면? 성남인가? 용인시에 들어왔나?
그래서 궁금하여 전화를 걸어 통화하니, 동백 공원 맞은편에 방금 도착하였다고 한다.
즉 말하자면 호수를 사이에 두고 양측은 반대편에 있는 것이었다.
와우~ 이런 일치가.
토란님이 제대로 버스를 탔다면 호수공원에서 오랜 시간 기다릴 뻔했다.
이제는 화룡점정~ 하기만 남았다.
이를 위해 일단 만나야 한다.
그런데 서로를 찾기 위해 호수를 뱅글뱅글 즉 강아지 꼬리 물기로 찾기 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우리는 반시계 방향으로, 그리고 토란님은 반시계 방향으로 정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감꽃님도 서방님인 류선생님과 전화로 코드(!)를 맞추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토란님과 통화 중이라서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감꽃님도 류선생님과 서로간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류선생님도 이미 호수 안쪽 어디라고 하시는 것 같다.
본격적인 각자의 출발에 앞서 공원 입구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호수 주변을 걸으려는 찰라,
확실하게 토란님이 어디쯤 계시는지 알려고 전화를 드리니
마침 저 멀리에 있는 나무 뒤의 누군가가 전화를 드는 모습이 보이더니
잠시 후 화수분님께서 ‘토란 저기 있다’ 하시는 것이었다.
드디어 토란님이 코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란 일은
토란님 바로 뒤에 류선생님도 따라 걸어 오시는 것이었다..
정말로 정확하게 이 세가지 ‘별건’ 그룹이
어쩌면 저렇게 정확하게 싱크가 되어서
동백 호수 공원에서 만나게 된 것인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이런 일은
인위적으로 맞추려고 해도 절대로 맞출 수 없는 ‘절대 반지’가 아닌 절대 타이밍이 된다.
이런 타이밍. 정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비켜이 선생님께서는 사전에 오늘 투어는 오전에 마치시는 것으로 말씀하셨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따님들과의 조우였다. 호수공원으로 오는 길에 거의 다 와서
호수에 미치지 못한 지점에 이마트가 있는데,
바로 그곳에서 따님들과의 만날 예정이셨다.
중요한 시간 약속이기 때문에 오전 내로 반드시 마쳐야 한다고
비켜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튼 호수공원에서의 총 7명의 만남 이후, 각자 ‘그 이후’의 여정을 이어갔다.
나와 토란님, 그리고 비켜이 선생님은 다시 법화산 방향으로 향했는데
공원 입구에서 횡단 보도를 건너고 얼마 되지 않아
이마크 근처에 이르자, 어떤 식당에서 어떤 두 여자분이 나오셨다.
바로 비켜이 선생님의 따님들이셨다.
허걱~ 선생님의 가족들을 뵌 것이다. 나도 덩달아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이 순간 속으로는 가슴도 함께 쓸어 내렸다.
만일 시간을 맞추지 못했으면,,,
그리고 고무줄 투어였다면~..
그런데 비켜이 선생님 입장에서는 어제 투어는 다행히도 고무줄 편성이 아니었다.
물론 나는 그 당시에 토란님과 함께
‘고무줄 편성’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투어 결과
[1]
결과적으로 영남길을 하루 만에 세 코스를 섭렵한 격이 되었고,
덩달아 얼떨결에 시작한 영남길도 이제는 매우 익숙한 곳이 되어 버린 “지경”에 이르렀다.
내 주위에 이상하게 성남, 용인 동백, 그리고 용인 양지까지 살고 계시는 분들이 특히 많은데
그 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 이런 성남, 용인 지방의 “산” 이야기를 하면 무척 놀래신다.
어찌 자기네들도 올라가 본적이 거의 없는
살고 있는 뒷동산의 산들을 알고 있냐며 궁금해 한다.
그런데 이것은 마치 서울에 살면서 남산을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지
올라본 적이 없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여름 뜨거운 계절에 누비길의 장점을 설파한 덕분인지
최근 누비길을 시작한 분도 계신다.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아무래도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부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 시추에이션이라면
저 멀리 있는 설악산이나 한라산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근의 산을 시작으로 이야기의 단초를 끌어 내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최근 탐방하고 있는 성남, 용인 지구의 산들이 내게는 어쩌면 매우 유익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영남길 후반부에 위치한 이천 지역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는 그 지역도 약간 더듬더듬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 “영남길” 탐방을 통해서 그런 곳들이 전체 지도 위에서 어디에 놓여져 있는지
어렴풋하게 알아 가는 중이다.
즉 단순 지도나 지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길을 통해서 그 지명들이 엮어지고 있다.
불곡산 – 대지산 – 법화산 – 석성산 – 봉두산과 그 사이에 놓여 있는
성남, 분당, 보정, 구성, 기흥, 용인, 양지 등
예전에는 도시를 중심으로, 그 이후에 산을 생각 했다면,
이제는 태고적부터 있어 왔던 산을 먼저 생각하고
그 이후에 생겨난 도시를 생각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2]
죽전, 구성 지역을 포함한 용인 지역은 대표적인 난 개발 지역로 악명이 높다.
명당지역이지만 지금은 아파트가 대부분 꽉 들어찬 지역으로,
교통이라든가, 인프라 등이 얽히고 섥혀서 꼬이게 된 지역이다.
아파트만 잔뜩 지어 놓고 나머지는 모르겠다~ 이다.
그래서 충정 민영환 묘소도, 또한 용인 향교도 마찬가지로 그런 난개발의 피해지역이다.
대표적으로 보존되어야 할 지역이
아파트 개발 붐에 밀려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곳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일까?
말로만 듣던, 난개발 지역에서의 이런 탐방이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높은 시멘트 사이로 쌓여 있는 지역들.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지만
이런 소중한 곳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이 무척 아쉽다.
영남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과 달리 구성, 보정 지역에서 법화산 입구에 이르는 길 도중에는
영남길 표지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
미리 지도를 보고 대략의 길을 익히 가야 한다.
좁은 길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지금도 새로운 건물과 길이 생기고 있다.
[3]
어제는 그 동안 해보지 못한 저녁 도보를 해본 최초의 날이었다.
보통 여명의 새벽에 출발을 하여 일출과 함께 “밝아지는” 형태의 길나섬만 해왔고
저녁 시간 이전 또는 아무리 늦어도 늦은 오후에 끝마쳤다.
날이 어두워지면 갑자기 두려움도 엄습하고,
또한 가보지 않은 지역에서 길을 찾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간의 투어 중 가장 늦은 시간에 마무리 지점에 도착한 경우는 평화 누리길 12코스였었다.
강원도 철원에서 시작하는 너무 먼 지점이기도 하고,
또한 거리도 무척 길었다. 32km가 넘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간헐적 통근 기차와 동두천에서 이어지는 기차 시간도 맞추기 어려워서
집에 도착했을 때는 컴컴했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걸을 때는 주광 아래에서였다. 해가 떨어진 다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둘레길, 나들길, 누비길, 누리길, 해파랑길의 이정표는
주간형으로 제작 설계되었기 때문에 밤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영남길 이정표도 마찬가지다. 야광에도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일찍 일어나서 일찍 마치자는 것이 나의 기본 길나섬 철학이었다.
그렇지만 어제는 리턴 매치.
3코스를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해야 하는 자리여서
맘대로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늦은 오후를 지나 저녁 나절까지 투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동백 호수공원에서 다시 출발을 하여 법화산을 넘고
불곡산 정상에 이르니 벌써 해는 청계산 저편으로 살짝 걸려 있다.
산을 오를 때는 산을 오르는데 정신이 팔려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산을 내려가는 길에서 보니 석양으로 기울어지는 볕이 무척 부드럽다.
아침 때와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다.
그런데 땅거미가 지려고 하는 시간에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무척 놀라웠다.
아마도 푸른님의 말씀에 의하면 분명 “이 동네 주민”일 것이다.
길을 제대로 알지 않으면 어둑한 시간에 산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물병 하나뿐인 것 같고,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마침내 불곡산을 오르니 이제는 9부 능선은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산 정상 조금 아래서야 비로서 한숨이 돌았다.
불곡산을 올라섰으니 이제 어려운 구간은 끝났고,
내리막 길은 벌써 여러 번 가본 길이다. 너무 어둡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불곡산을 완전히 하산하여
분당동에 내려서면 그 다음에는 땅 짚고 헤엄치기 칠 수 있는 평탄한 평지 길이다.
분당동, 중앙공원, 탄천길, 그리고 판교역 백현동 등등
이런 곳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100% 없었다.
그제서야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토란님은 자우림. 나는 파페라 몇 곡들.
그것을 들으면서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토란님이 내게 물었다.
음악을 틀은 이유가 있나요?
그것은
이제는 좀 경쾌해지자,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마지막 힘을 내자 그렇게 답을 했다.
그런데 사실 하나 더 있었다.
구미호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나무들 사이로 마지막 햇살이 사라지고 금새 어둑해졌다.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무척 생경한 풍경이다.
그리고 산에서는 정말 해가 떨어지는 순간 바로 밤이었다.
그 말은 진실이었다. 밤에는 산이 무섭다.
[4]
어제 투어에도
역시나 장미사랑님이 예전에 그 곳을 지나면서 말씀하셨던 이야기가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 순간이 있었다.
지난주의 일명 “고무줄 투어”인 영남길 2코스 때
분당동 주민센터에서 불곡산으로 오르면서 형제봉에 이르렀을 때였다.
난 그곳의 지명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장미사랑님께서 이곳의 이름이 형제봉이라며
이 지점이 태재고개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명을 해주셨다.
아직 형제봉 정상까지는 오르지 않았으므로
아래에서 위를 치켜 올려 보니, 쉼터 정자가 있었다.
정자~
그리고 드디어 형제봉이라는 곳을 올라보니
그곳은 다름 아닌 지난 누비길 때 수명산선생님과 길동무들이 점심을 먹던 곳이었다.
그 당시, 3구간을 걸은 이후 나름 지쳐서 점심 식사에 적당한 곳을 찾던 곳이었고
바로 그 곳이었다.
형제봉이라는 이름, 그리고 누비길과 영남길이 만나는 포인트.
그렇게 두 가지를 연관시켜 두었다.
그리고 장미사랑님과의 영남길 2코스 이후 일주일이 흐른 시점이었다.
불곡산을 넘어 하산하여 분당동 주민센터을 목적지로 하산하는 길..
이미 땅거미가 지기시작하고 날이 어둑하여
이정표를 바로 코 앞에서 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정도의 어둠이 밀려왔다.
물론 최근 네 번째 와보는 불곡산이지만, 그것은 사실 밝을 때 대낮인 환경에서의 이야기다.
어제는 아니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그 다음은 구미호를 만날 각오를 해야 한다.
산 능선에서 방향을 잘못 잡으면 정말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가야 할 곳의 지명이 바뀜 정도가 아니라, 도시가 바뀌기도 한다.
즉 성남시에서 용인시로.
정말 삐끗하면 큰일이다.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불곡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 후 하산길에 도착한 형제봉 모습과 같은 느낌의 지역.
갑자기 장미사랑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영남길이건 뭐건 안내표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형제봉인지 아닌지 판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마치 제다이 전사가 force를 믿고 광선검을 휘두르듯이 직관을 믿기로 했다.
그 순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Luke skywalk가 눈을 가리고 광선검으로 훈련을 받던 장면.
그래서 좌고우면 없이 그냥 몸이 가는 대로 정자 앞에서 턴을 했다.
그리고는 시작되는 가파른 내리막길.
그때 갑자기 또 다시 화수분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분당동 주민센터에서 오르는 길은 좀 가파르다’.
이렇게 모든 세세한 말들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생존 앞에서는 인간은 모든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는 것 같다.
어디 인간만 그럴까? 동물도, 그리고 알 수는 없지만 자연계의 모든 생태계가 그럴 것 같다.
번지 점프대에 올라서면
까마득히 아래 있는 써 있는 글씨가 보통 때는 보이지 않는
점프를 시작하면 그 깨알 같은 글자들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 속은 어떤 일들이 주마등처럼 흐른다고 한다.
그것도 매우 느리고 천천히.
그 이유는, 인간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머리 속에서는 “인지적” 시간을 늦추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감각 기관을 총동원하여
인지적으로 늦추어 놓아 벌어 놓은 시간 동안에
그 동안 살아오면서 머리 속에 기억해 것들 중에서
유사하고 비슷한 상황을 초고속으로 검색하여
최적의 생존 답안을 얻어 내기 위해 그런 감각적인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참으로 오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분당동 근처에 내려오니 지상의 마지막 정자가 보이고, 반가운 영남길 표지도 보였다.
정말로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투어 중 몇 백번이나 보아 왔던 영남길 표지와 동일하겠지만
이 곳의 그리고 이 특별한 시간에는 특히나 더욱 반가웠다.
그래서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렇지만 너무 어두워서 사진이 다 퍼져버렸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이미 분당동 주민센터가 코 앞이니까..
[5]
단 몇 시간 만에 간 곳을 또 가는 희귀한 경험을 하였는데 그럼으로써
평소에는 알 수 없는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법화산 정상에서였다.
앞서 법화산 정상을 올랐던 시간은 대략 늦은 오전쯤으로 태양은 비교적 동편에 있었다.
그래서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법화산 정상석 앞쪽에는 그늘이 져있었다.
또한 법화산 정상에서 휴식중인 탐방객들은 모두 햇볕을 등지기 위해
그 반대편인 동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그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란님과 함께 오른 두~세시간 뒤의 법화산의 정경은 정 반대였다.
태양은 이미 비교적 서편으로 가있었고 이제는 정상석 앞쪽의 법화산이라는 글씨는
햇볕을 제대로 받아서 환해져 있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휴식중인 탐방객들은 이제는 모두 서편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서편의 의자들은 모두 그늘 아래에 있었다.
단 몇 시간 뒤의 풍경은 그렇게 달랐다. 그 다름을 보는 것도 재미였다.
두 번째는 탄천역 정화 작업이다. 왠 뜬금없는 정화 작업?
죽전역에서 구성까지 영남길은 계속되는 탄천길이다.
그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서울의 청담대교 아래의 한강화 합수부 인근에 이른다.
그래서 그 탄천길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에게는 거의 성지이다.
멀리 가지도 않아도 화수분님에게는 이 길이 소위 “수면” 유도 길이다.
나도 몇 번이나 다녔던 길이고,
특히 전체 구간 중 청담대교 – 분당 구미동길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걷던 길이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던 길이다.
이 길은 잠시 어둑어둑한 곳을 지나는데, 바로 죽전역의 차량기지 하부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차량기지이니만큼 아마도 열차가 여러 대 함께 놓여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긴 것 같다.
그런데 마침 이 지점이 이른 아침에 감꽃님과 만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감꽃님을 만났을 때 다리 아래 바로 옆에는
일련의 공사인부들이 일할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토란님과 함께 그 탄천을 따라 죽전역으로 가는 길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탄천변에 있는 벌초팀들이었다.
요란하게 날이 돌아가는 제초기를 어깨에 메고 탄천변의 풀을 제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뒤로 잘려 나간 잡초들이 어지럽게 탄천길 위에 길다랗게 장식되어 있었다..
또한 약 8시간 이후의 우연한 만남 동안에
그들에 도대체 얼만큼의 일을 했는지도 대략 가늠이 되었다.
비록 어디부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6]
죽전부터 구성까지의 탄천변은 많은 길동무들에게는 대부분 초행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탄천길로부터 약간 떨어진 특정 장소(?)에서는 바라보는 이 길은
아마 모두에게 매우 익숙한 광경이다.
그 특정 장소는 바로 경부고속도로다.
예를 들어 구성은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역으로
영남길 3코스 중간쯤 정도에 있는 서울우유 용인 공장 앞쪽에서 두 거대한 고속도로가 교차한다.
그리고 영남길의 구성부터 죽전역까지는
경부고속도로 상으로 매핑 하면, 신갈 인터체인지부터 죽전 휴게소까지 해당된다.
그런데 고속도로를 위를 차로 달릴 때 영남길은 거의 볼 수 없고, 가끔씩 나무 틈사이로
탄천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변의 높은 광고 타워를 여럿 볼 수 있다.
영남길을 걷고 있으면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광고물과 건물 간판을 바로 코 앞에서 지나게 된다.
그래서 그 광고물을 바로 가까이서 보고 가며
아~ 저것이 이것이었구나 하고 확인하면서 걷는 것도
이 “지리하게” 길고 단순한 자전거 길을 쉽게 걸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다.
[7]
토란님과의 리턴 매치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일단 리턴 매치가 가능했던 점은 지리산 종주 완료 이후 믿음 때문이었다.
토란님과 법화산 오르는 길은 도란도란 두런두런 그 동안의 여러 이야기들을 하고 오르는 길이었지만
정상 이후 내리막 길은 완전히 달랐다. 나는 뒤 따라 오는 토란님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잘 따라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어쩌다가 가끔씩 뒤를 힐끔 거리만 했다.
왜냐면 가야 할 길이 구만리였기 때문에,
그리고 몇 시간 전에 지나쳤던 길이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지나쳐야만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간에 대한 제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폭염이 가시면서 9월에 들어서며 걷는 환경은 무척 좋아졌지만
그 반대로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걷기 가능한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는 점이다.
새벽녘 걸음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래서 가을이 썩 반갑지만은 않게 되었다.
10월에 들어서면 오전 6시 이전에는 산행이 힘들다.
이정표가 보이지 않고 그래서 혼자의 산행은 위험하다. 알바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무튼
이제 법화산 하나만을 넘어섰을 뿐인데, 저 멀리 있는 불곡산까지 가려면 한참을 가야 한다.
그래서 거의 내가 혼자 걷듯이 걸었다.
그래도 토란님은 잘 따라 붙었다.
이제는 그냥 오르막 길이던, 내리막 길이던 뒤는 생각하지 않고 걸어도 될 듯싶다.
괜한 지리산이 아니었다.
나도 지리산 한번 다녀올까 싶다.^^
[8]
걷는 도중 리딩이 잠시 바뀐 순간이 있었다.
즉 토란님표 걷기가 빛을 발휘한 순간이 있었다.
죽전역을 통과하여 불곡산으로 가는 길.
탄천변에서 둘이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우회전 포인트를 지나쳤다.
이상하게 너무 많이 간다 싶어 약간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주위를 보니 내가 ‘이전에 알던’ 많이 걸었던 길의 풍경이다. 모르던 풍경이어야 했다.
일주일 전에 장미사랑님과 함께 걸었던 영남길 풍경이 아니다.
다시 백업을 하고 어찌하여 다시 제대로 된 영남길을 찾았다.
그 동안 시간 로스가 생겼다.
주위를 보니 구미동 무지개 마을을 보였고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번 생각이 흐트러지니 계속 도미노였다.
분명 영남길 이정표를 따라 간다 싶었는데, 리버스 엔지니어링한 풍경은 달랐다.
장미사랑님하고 왔던 길이 아닌 듯싶고 어느 순간
표지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느 옛 시에서 보았던 “마음이 어린 휘니 하난 일이 다 어리다” 가 생각났다.
분명 죽전역 앞에서 불곡산 입구까지 거리는 1.5km 인데,
거의 5km 이상을 온 것 같은데 불곡산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대지산 근처 아래쪽에 머물러 있었다. 아파트 이름도 온통 대지산 관련 이름뿐이었다.
지나가는 등산객에서 물었는데
그 사람은 불곡산은 평생 가보지도 않았던 산 같은 느낌의 답을 주었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무지개 마을 쪽으로 가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이상했다~ 얼마전에 분명 무지개 마을을 보았었는데 지금은 또 한참 가야 한다고 한다.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그때 믿을 수 있던 것은 내 직관과 객관적인 지도였다.
일단 어딘가를 가는 것보다는 일단은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배터리 때문에 아껴 두었던 휴대폰을 켰다
일단 지도와 GPS를 연동시키고, 주변에 보이는 대표적인 지형지물 하나를 골라서 입력을 하니
내가 있는 위치가 나타났고, 불곡산 산자락으로 가야하는 방향이 나타났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불곡산 입구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말하자면 원래의 탄천길을 따라가면 직선으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한참 원주를 따라 둥글게 마을 경계면을 훑으면서 가는 형상이다.
그런데 FM대로 불곡산 초입부터 시작하면 산행이 너무 늦게 된다.
토란님은 포기를 모르는 여성이고
살짝 눈치를 봐도 여기서 그치자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큰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현재 위치를 보니, 조금 북쪽으로 가서 언덕을 오르면 대지산 자락을 만나게 되고,
자락에서 수직으로 계속 북쪽으로 산을 오르면 불곡산으로 향하는 탐방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직으로 이어진 길에는 산길이 있다는 표식이 없다.
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덤불을 헤치고 갈 수는 없었다.
일단 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블로그 검색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해야 한다. 결정을 미루는 것보다 바보 같은 결정이라도 해야 한다.
일단 가자고 했다. 그리고 드디어 용인대덕 중학교까지 다다랐고
그 곳 우측에서 오른편의 산 방향을 눈으로 스캐닝 했다.
혹시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을까 하고.
그런데 나무 바리케이트 옆으로 희미하게 좁은 길이 보인다.
그런데 저 길이 과연 저게 그쪽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바로 위에 텃밭 같은 곳까지만 이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 순간 토란님이 과감히 바라케이트 옆으로 들어가며 그 길로 치고 나간다.
이제 앞뒤가 바뀌었다. 토란님이 선두에 서고 나는 뒤를 따랐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신길이 어찌어찌 계속 이어지고 북동쪽으로 향했다.
토란님은 나를 믿고~ 그 길을 가고, 나도 토란님을 믿고
길을 걷고 있었다. 나 혼자서는 아마도 그 길을 갈 자신이 없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면서 숲 속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쌔빠진’ 제대로 된 탐방로를 만났고
조금 더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니 드디어 반가운 영남길 이정표를 만날 수 있었다.
알바 동안에는 모든 신경은 길을 찾는데 집중했었는데
드디어 길을 만나니, 그제서야 모드가 체인지되어 제정신이 돌며
도대체 얼마의 시간과 거리를 돌아 돌아왔는지 궁금했다.
다시 휴대폰을 켜고 대략 거리를 따져보니,
FM 대로 무지개 마을 11단지 불곡산 탐방로를 통해서 오는 길과
대략 시간과 거리가 유사하여 어느 정도 계획에 맞추어진 것 같았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비록 그때부터 가파른 불곡산의 돌길 탐방을 해야 했지만
길을 제대로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를 드리고
또한 염려했던 오르막 산길이 크게 힘들지 않았다.
어느 탐방로든 걸으면서 가끔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내려가는 것은 이렇게 편하지만
올라오는 것은 참으로 힘들겠다~ 내려가는 길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런데 인생이란 참으로 오묘해서
내려갔던 길을 이처럼 반대로 올라가야 할 때도 자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지사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토란님은 대단하다. 아니 대다나다…
[9]
사실 토란님과의 리턴 매치를 위해서 사전에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왜냐면, 빠른 속도로 법화산과 불곡산을 넘어야 하고,
또한 되도록이면 걸었던 길을 다시 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탄천과 같은 평지길보다는 산길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검단지맥 4코스 길을 따라 가는 것이다.
즉 법화산에서 불곡산을 가기 위해 마치 ‘디귿’자와 같은 형상의 길 대신 직선으로 걷는 것이다.
FM대로 가면,
법화산 등정 이후 구성동을 지나고 탄천을 따라 이동 후
다시 구미동 입구로 들어가서 불곡산 gate를 만나고
다시 산쪽으로 길게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검단지맥 길을 따라가면 바로 직선과 같은 모양으로
불곡산, 대지산, 법화산을 따라 가게 된다.
아하~~ 이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나.
검단지맥 길은 법화산 북쪽에 있는 천주교 묘지를 통과해서
바로 대지산 남쪽 산자락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인생이란 이렇게 생각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었으니
43번 국도 때문에 두 산의 연결 포인트가 잘려 나갔고,
또한 43번 도로가 그냥 만만하게 횡단할 수 있는 도로가 아니라
거의 준고속도로 급인 대형 도로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맥을 따라 산행하는 등산인들이 이 도로를 가끔씩 무단횡단도 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고,
다행히도 요즘은 법화산의 왼쪽과 오른쪽 양측에 지하 접근로가 있어서
거리상 최적은 아니나 무단 횡단을 감행(!)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 수명산님인 장미사랑님에게 여쭈어서 대략의 루트를 확인했고
또한 추가적인 조사와 검색을 통해서 장미사랑님이 말씀하신
시멘트 공장 옆보다는 더 나은 접근로를 발견을 하였고
그 루트로 최종 결정을 하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드디어 그 방향으로의 길까지 익혔다..
자~ 그런데…
이 루트를 한방에 무용지물로 만든 소위 ‘제한조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영남길 3구간의 스탬프이다.
성남 누비길은 모두 산 정상에 스탬프가 놓여 있는데 반하여 영남길은 전혀 다르다.
그냥 길 위에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를 들어 3구간 스탬프는 법화산 꼭대기가 아니라
탄천에서 약 2km 떨어진 평지인 민영환 선생님 묘소 앞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탬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길이든 초행길에는 FM 대로 다니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스탬프가 단순한 스탬프가 아니라
바로 민영환 선생 묘소 앞에 있기 때문에
단순 도장찍기 개념을 넘어선 상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토란님은 민영환 선생 묘소에 들리는 것이 가장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시며,
이와 더불어 계획했던 검단지맥 4코스 이동은 일거에 꽝~이 되었다.^^
[10]
분당 중앙 공원 내에 있는 수내동 가옥.
비록 앞쪽에 위치한 스탬프함 때문에 야간이라도 스탬핑은 할 수 있었으나,
이미 가옥은 문이 닫히고 마당쇠(!)도 볼 수 없었다.
수내동 가옥은 전통 가옥의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미 문이 닫혀서 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나는 이미 와 보아서 다행이었지만 토란님에게는 살짝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거시적으로 중장기적으로 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토란님은 다시 한번 이곳에 와야 하는 운명? 숙명?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란 긴~ 시간 동안에 분당 중앙공원에 다시 한번 와 볼일이 과연 없을까 싶다.
[11]
순방향과 역방향으로 걸으면 좋은 점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는 알바 했던 곳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떤 이유 때문에 알바를 하게 되었는지도 확실하게 알게 된다.
법화산을 내려가서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고 그 이후
다시 야트막한 산을 들어섰는데 산을 내려가서는 알바임을 알게 되었다.
영남길 표지가 사라지고 분명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이정표는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멀리 보이는 석성산.
그 쪽 방향으로 가면 동백 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정표 대신 동네 주민인 듯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서
드디어 동백 호수 공원 쪽으로 향하는 대형 도로를 찾았고
결국에는 호수 공원에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돌아왔던 길을 금새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지 않은가?
알바를 했기 때문에 왜 했을까 무척 궁금한 타임이었다.
그래서 바로 리턴 매치를 해야 하는 충분한 당위성을 주고 있었다.
난~ 이상 없이 길을 따라 왔는데, 알바를 했기 때문에 내 스스로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토라님과 함께 법화산으로 향하는 길.
드디어 왜 알바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법화산에서 아파트를 단지를 지나 다시 산길로 잠시 접어 드는데,
산길을 따라 내려가며 영남길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즉 그 곳에는 예전에 활용되었을 법한
짙은 색깔로 된 매우 비대한 이정표가 연이어 있었는데
그 중 한 곳에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 영남길 이정표가 없었다.
그 표식이 없었기 때문에 길동무는 직진을 했고 그 이후는 누군가에게 물어서 가야만 했다.
토란님과 법화산으로 향하는 역방향 길에는 제대로 된 이정표를 따라 갔는데,
알바 시작 포인트까지 제대로 안내가 되어서 나머지 길을 이어갈 수 있었다.
순방향과 역방향!
길의 구조에 따라서 안내표지 하나가 극명한 결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지점이 사실 꽤 된다.
아마도 어제의 그 문제의 장소에도
원래 이정표가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훼손된 것은 아닌가 살짝 의심해본다.
이런 차원이라면, 연장선 상에서
멀지 않은 시간에 시간이 허락되면, 죽전역에서 구미동 무지개 마을 11단지 불곡산 입구까지
다시 한번 리턴 매치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pilog
어제의 길나섬 중에 가장 의미로 왔던 일 중 하나는
동백의 너른 호수 공원 옆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9월 한달 동안 어떤 플랜으로 길나섬을 할지에 대한
진지한 스탠딩 토론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동백 호수 공원은 성지와 같은 장소이다. 알타 회담? 포츠담 회담?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여러 사람들이 환상적으로 싱크를 맞춘 곳이기도 하다.
9월에는 걷기에 좋은 시즌이며, 또한 다양한 행사도 많아서 더블 부킹이 되기 십상인 것 같다.
그 만큼 걷기 좋은 시즌이 도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 앉아서 하는 회의였다면 거의 한 시간여를 훌쩍 넘길 정도로 진지한 토의였다.
그렇지만 푸른님 덕분에 빠른 결론에 도달했으며,
여러 사람들의 혼란을 조기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다른 일보다도 먼저 일정에 대한 게시를 하였다.
각설하고
어제의 새로운 방식의 길나섬을 통해
늘 한결 같고 비슷한 길나섬 같지만,
어떤 길이든 걷는 길은 매번 새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길나섬에는, 기본적으로 같이 함께 걷는 구성원도 새롭고 또한 시간적으로도 늘 새롭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번 가본 길이라 하더라도 또 어떤 이유에서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같은 길을 반복하여 걸어서 수 십 개의 완주 증명서를 받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아마도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도 단순히 “재도전”이라는 1차원적인 발상이 아니라
시공간을 달리한 “같은 길, 다른 느낌”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나의 서울 둘레길 첫 완주 이후에 두 번째 걷기를 시작했던 이유처럼…
결국 왠지 강화 나들길, 평화 누리길, 성남 누비길, 그리고 영남길 등을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마치 연어처럼…………….
그 “같은 길, 다른 느낌”을 찾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난 아직도 걷는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소그미님의 영남길 3코스 일부(3,3.2) 도보 사진만을 즐감하고 갑니다.
특유의 멋진 만연체 내레이션은 내일, 아니 오늘 이후에 읽기를 학수고대 하며..
모~ 사진은 약간 심심할것 같고, 사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아 사족(postscript)으로 후기 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나^^!
왠 일로 놀라셔요? 평생 철의 여인 같으신데요..^^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추억의 곳을 다시 볼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용인은 산, 묘지, 골프장이 많은곳입니다.
「용인의 산」이라는 책에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답니다.
알바 할곳이라는 예상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사전에 지도를 읽고 외워두면 가끔 크게 도움이 될수 있습니다.
일출, 일몰 시각이 10월경부터 필요합니다. 여기에 시민박명. 항해박명, 천문박명 시각을 숙지하면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앗 위원장님... 말씀 덕분에 법화산 즐겁게 거닐 수 있었습니다. 지리하다는 말씀 때문에 일단 잔뜩 준비를 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오고 가는 길을 두번씩이나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용인은 말씀하신대로 정말 그런 시설물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 특히 많다는 것이 산 위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늘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또 길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상보다 늦은 이유가
죽전교와 오리교 사이에 있는 다리인
대지교에서 나무다리로 직진하기 전에
나무 기둥에
영남길 화살표가 있는데
그 것을 못보고 직진해버린 듯
거기서도 포기않고 돌진한 토란에게
박수를
중앙공원에서는 시내관통으로 변화를 주어서
지루함을 덜어서 다행!
어둔 하천변길 지루할 듯 싶어서
중앙공원에서 마쳐도 괜찮다고 권했는데
시리즈 시작하면 "가라"는 용납 뭇하는 게
길동무의 근성이 되어 버린 듯
길꾼들 대부분은 왔던 길 다시 가는 것은 싫어해서 지양하는데
그럼에도 더 좋은 가치들을 맹글어 내신 소그미께는
더 큰 박수를 !
역시 늘 잔차로 다니셔서 길을 눈여겨 보신듯 하군요. 다리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곳을 지나쳐서는 급당황한것 같습니다... 아마 토란님하고 뭔 이야기를 쏟아 부었는지.
여유있게 수습했으면 다행인데, 기울어져가는 해 때문에 그렇지 못했던 같습니다. ㅎㅎ 저라면 포기했을 듯.
그런데 본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매력적인 별명인 "돌부처" 토란님은 정말 꿈쩍도 하지 않는 듯.
저도 알바도 하고, 영남길 1코스 때처럼 허덕허덕도 되는데...^^
암튼 감사합니다.. 토란님을 다시 본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화수분님도 대단하십니다. 석성산 기어이 푸른님 끌고 가시다니. 여기는 여전사들 집합소 같습니다....^^
대단한 길동무들 이제부터 B팀을 길동무 특공대라 불러야 되겠습니다.
또 하나, 여자 수명산, 이제 남자 수명산은 이가 빠져갑니다. 길동무 특공대, 살살좀 하세요^^*
^^ 별 말씀을.. 이제 물이 올랐는지 도대체 주체가 안되네요.. 저는 감당이 안됩니다.
수명산님의 A팀으로 보내야 할 듯....감사합니다.
하하 남자 수명산,
레알 수명산님께서 이가 빠지다니욧!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에~그.!
그곳은 여자 특전사령부를 창설 했나봐요.
옆에 얼신하지 않기 잘했지 내가 선택을 잘한기여 10년을 좌우했으니 ㅇ망신은 피했잖여~🍒
에그 무신 말씀입니다.... 오시면 다 걸으실 수 있으십니다.....
22일에 뵙겠습니다. 선생님
아기다리 고기다리~~~
그 섬에 가고싶다
영흥도 해솔길 가고있습니다
이따이따 감상 올리겠습니다
ㅎㅎ 근데 왠 뜬금없는 섬인가요?... 혹시 몽유도? 실미도? 아니면 영정도 35km 때문에 그러신가요?...
@소그미 불도저님과 함께 월요 도보 갔다 왔습니다
당연 35킬로 위해 워밍업 해야죠
아직도 걱정 돼서~~~^^
절대 타이밍은 감동이였습니다!! 모두 빛이 났습니다★★★
return match 감사할 따름입니다!!!
푸른 역시 최고!!^^
그건 맞추려고 해도 인위적으로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토란 저기 온다" ㅎㅎ. 여기에 빵 터졌고... 뒤이어 감꽃님도
"내 남편 저기 온다" 에 더 빵터졌고...........
푸른 하늘 아래서 더욱 빛난 하루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날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