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답사때 칠탄정 건물과 편액만 살펴 보고 왔는데 아무래도 부족한 것같았다.
무엇보다 오한선생이 이 물가에 자리잡은 것은 물가가 선생의 성품에 맞고
그 풍광이 뛰어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맛을 누려 보아야 가히 칠탄정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가로 내려 가는 길은 다소 험하고 미끄러웠다.
그러나 내려 간 물가에는 孫秉魯의 중수기에도 나오지만 사람 수십명이 앉을 수 있는 넉넉한
너럭바위가 있었다.
그 곳에 앉아 보니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뿐이었다.
그리고 물 건너편에는 온통 새하얗게 피어 뻗어 그 끝을 모르는 갈대숲이라.
가히 선경이 따로 없구나.
정말 선생의 경지를 알 수는 없어도 그 느낌만은 맛볼 수 있었다.
집에서 가져 온 유자차를 마시며 너럭바위에 앉아 나 혼자만의 고요를 즐겼다.
그 순간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옛 선인과 교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다.
돌아 가는 길은 옛 소로를 텍했다.
여유를 부리면서 칠리탄을 바라 보니 험한 삐알길도 즐거웠다.
1811년에 쓰여진 손병로의 중수기중 경치를 읊은 부분이 너무 아름다워 그 부분만 옮겨 본다.
만어산의 한 갈래가 서쪽으로 달려 上元峰이 되고 아래에 긴 내가 7리에 뻗어 있어서 7리탄이라
하는데 나의 선조 오한부군께서 낚시하며 노닐던 곳이다.
부군께서는 광해군 임자년에 창원부사의 관직을 버리고 돌아 와 여러번 간관으로 불렀으나 일어나지
아니하고 고기잡고 낚시하여 즐기면서 뜻을 붙여 지은 시에 " 도리어 우습다. 양가죽 옷입고 간의
벼슬 띠다니 !" 와 같은 구절은 대개 실제의 일이었다.
냇물이 虎距山에서 오는 것은 호박소를 거치고 載藥山에서 오는 것은 靈井을 거치고
姑射山에서 오는 것은 籠淵을 거치는데 세 냇물이 합류하여 굽이치며 서편으로 가다가 봉우리
아래에 이르러 깊은 못이 된다.
물빛이 깨끗하고 맑아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헤아릴 수 있고 밝은 모래 흰 돌이 그림처럼 빛난다.
시냇물이 돌 구멍 틈으로 나오면서 폭포가 되고 여울이 되어 쟁쟁하게 쇳소리를 내고
양편 언덕에는 기암괴석이 혹은 바둑판처럼 혹은 자리처럼 평평하게 펼쳐져 수십사람이 앉을 수 있다.
계곡물이 맑게 흘러 달리다가 반석으로 받아서 곧바로 못 가운데로 쏟으니 철철 소리가 난다.
냇물 곁으로 푸른 절벽이 둘러쳐서 높이가 10여길쯤 되고 푸른 솔이 거꾸로 걸려 은연히 日傘을
뒤집은 듯하고 너럭바위가 30평 정도 되어 둘러 앉아 술잔을 돌릴 수 있는데 큰 바위가 물가에 있고
절벽 높이 몇 길이 되니 곧 낚시터이다.
돌 사이에 여러가지 꽃이 난만하게 피어 붉은 빛이 물 속에 잠기고 그 위는 평평하게 넓어 수백평인데
높게 시야가 트여 동쪽으로는 載藥山이 바라 보이고 서쪽으로는 華岳山이 보여 푸른 숲과 흰 바위를
빙 둘러 원근이 하나같고 琴郊의 천만평 넓은 들이 그 앞에 평평하게 펼쳐지고 밤숲 천 그루가
그 곁을 뒤덮고 있다.
칠리탄 하류의 냇물이 맴돌며 소용돌이를 이루어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곳, 이름을 燈淵이라 하는데
매양 봄 가을이 바뀔 무렵 고기잡이 등불이 서로 이어져서 반짝반짝 마치 붉은 별이 물결에 떨어지는
듯하여 매우 볼 만하다.
사철의 아침 저녁 경치가 각기 같지는 않으나 모두가 마음과 눈을 즐겁게 할 만하다.
경치가 되는 것이 모두 16인데 모두 종종 기묘한 명승이다.
등연을 읊은 오한선생의 燈淵席上
일곱 골짜기 자욱하게 핀 꽃은 마치 한두루미의 술같고
두 내에는 버들이 늘어지고 촌집이 몇있네
맑은 강은 봄빛을 띄고 있고
방초는 피어 불탄 흔적을 가리었네
세상의 뜬구름같은 이름은 몽환이요
기우는 해에 시 짓는 붓 놀리는 게 부끄럽다
본디 시속 무리 보지 않으려 하였으니
종일 취해 혼미한들 어떠리
원문은 밀양문화원에서 간행한 密陽名勝題詠에 있다.
칠리탄
멀리 산성산이 보인다
너럭바위
일산처럼 보이는 소나무
끝없는 갈대숲
카메라 저장용량이 다 되어서 그만 ...
첫댓글 물소리 새소리 벗하며 마시는 따뜻한 유자차 한잔...
동지님 멋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진님
이번에는 장화신지 않고 건너가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 열정에 감동입니다
예, 그 장화는 더 쓰지 않고 트렁크에
넣어 뒀습니다.
동진님 부끄럽고 죄송함니다
골프장 진입로가 생기기전의 호두산 아래쪽 강가도 참 좋았었는데...그 곳에 있던 식당에서 피리조림을 안주삼아 술 한잔
기울이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었지요. 진입로 공사하기 전에 그 곳의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남겨두었는지...
한번 찾아 봐야겠어요
옛날에 자주 들던 곳이었는데 사진으로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