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두어라!
기차소리와 함께 비틀즈의
"Let it be" 음악이 흐릅니다.
아마 관제탑 회장님의 컬러링이
이 노래로 기억되는데...
눈 내리는 들판을 질주하는 기차소리와
친근한 팝송 음악이 듣기 좋아서
한참동안 집중하여 따라 불러 봅니다...
그리고 오래된 팝송 가사를
내 나름대로 각색해보며
나의 삶에 맞추어 위로를 얻고자 해봅니다..
성모 마리아가 들려 주는 지혜의 말
"Let it be!"
"그대로 두어라!"
밤이 흐릴 때에도
내게 비추는 빛이 여전히 있고
내일이 오기까지 비추고 있나니
"그대로 두라!"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암흑의 시간에도..
"그대로 두어라"
음악 소리에 깨고 보면
슬픔이 사라지리니...
........
내겐 아들녀석의 그림자가
어둠의 긴 터널이 됩니다.
시리도록 허전한 가슴과
때때로 미치도록 보고파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그리고 남은 것은 보험사와의 힘든 법정 싸움
이럴 땐 그냥 세월이 흘러가도록
그대로 두는 것도 지혜로움이 될런지..
"Let it be!" 그대로 두면
언젠가 어둠의 터널이 지나고
밝은 빛이 비추어 주겠지...
하얀 첫 눈이 내리고
어느덧 겨울의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정말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들판을 달리며
마음까지 하얗게 되었음 좋겠습니다.
전 그동안 아내와 함께 주말마다
가을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우울 모드에 쉽게 젖어드는 아내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슬픈 마음을 씻어주는 일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장 큰 임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베낭 하나 짊어지고 스틱에 의지하여
마음 닿는대로 아내와 손잡고
고운 가을산들의 정취에 잠겨들며
욕심도 마음도 비우러 다녔습니다...
그동안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닌
가을 나들이를 올려봅니다.
혹 다음번 가실 때 참고가 될 수 있을런지..
영광의 불갑산과 고창의 선운산
그리고 나들이로 불갑사,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백수 해안도로, 법성포 굴비
고창 청보리밭의 메밀꽃 농원, 선운사
곰소만의 젓갈, 서해안 노을과 격포의 채석강을 둘러보며
굴비 정식과 풍천 장어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서해의 조개구이는 워낙 중국산이 많아서...
청송의 주왕산
병풍을 펴 놓은 것 같은 기암괴석의 주왕산과 대전사
물안개가 아름다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주산지
나들이로 안동의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달기약수 부근의 토종닭 백숙도 그런대로..
순창의 강청산
단풍과 어우러진 폭포의 풍경과 구름다리
맨발로 다닐 수 있는 등산로와 산중턱에 나무로 만든 산책로
나오는 길에 순창 고추장 마을에 잠깐 머물고
그리고 담양으로 나오면서 멋진 가로수의 메타쉐쿼이어를 보고
대나무골 테마공원(죽녹원)의 산책이 좋았습니다.
소낙비가 내릴 때 죽녹원의 대나무숲 소리는 어떨까?
담양의 떡갈비는 소문에 비해 그저 그렇고
승일식당의 돼지 숯불갈비가 훨 나은 것 같습니다.
지리산의 피아골
단풍이 절정인 피아골의 깊은 계곡이 참 좋았습니다.
예전에 홀로 지리산을 종주한 경험도 있고
계절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아름다운 여러 계곡을 산행도 하고
종종 섬진강변을 달리며 참게탕과 재첩국을 먹기도 하고
쌍계사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등의 고찰이 있어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한때는 쌍계사에서 숙식을 하며 스님과 오랜 대화를 나눈 기억도 납니다.
단풍으로 붉게 물든 산홍, 붉은 산이 비친 물빛의 수홍,
붉은 산과 물빛에 물든 붉은 얼굴의 인홍을 피아골 삼홍소라 이를만큼
단풍과 계곡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기도 합니다.
산행 후 인근의 지리산 온천랜드에 가서 피로를 씻고
지리산 대통밥집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명성보다는 별로였습니다.
차라리 산채 정식이 낫지 않을까..
봉화의 청량산
만추의 정취와 산사의 청량함을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바위로 아늑하게 둘러싸인 청량사의 풍경과
산행 중에 들려 오는 청아한 염불 및 목탁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달마도의 제일인자인 청량정사 처사님과 얘기를 나누며
보시의 실천을 다시 한번 생각케 했습니다.
잠깐 소개하자면
오래된 물건을 가득 진열해 놓은 청량정사 처사님은
오래전부터 9가지의 약차를 무료로 대접하는데
지친 등산객들에게 이보다 더한 감로수가 있으랴..
하지만 예전엔 약초를 산에서 직접 캤는데 지금은 약초가 없어서
시중에서 직접 구입하는데 매년 사비 약 2천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청량정사 처사님의 보시하는 마음을 생각하니
문득 송광사 대웅전 외벽의 고색창연한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외벽 그림은 피안, 해탈에 이르는 육바라밀
즉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지혜)의 그림인데
그 뜻을 다시한번 곰곰히 되새기게 하였습니다.
밀양과 청도의 운문산
영남 알프스중에서 경관이 가장 아름답다는 운문산
이른 아침 인적이 없는 아름다운 계곡을
아내와 단둘이만 오르는 호젓함과 여유로움의 느낌..
오래된 운문사와 때가 묻지 않은 석골사와 상운암
그리고 계곡의 경관이 뛰어나다는 석골 계곡은
가뭄으로 물이 말라 뼈만 앙상히 드러내고...
비교적 가까운 경상도와 전라도 인근은
아기자기한 산들이 많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하기가 참 좋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절로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되어지고..
마음이 탁 트이고 넓어져서
아내와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서로 배려하는 깊은 정이 쌓이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가을 나들이를 하며 아내의 표정도 많이 밝아져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둠을 지나
전보다 더 밝은 빛 가운데 설 수 있고
앞으로 작으나마 어둠을 비추는 빛이 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
이곳은 변화가 심한 시즌이 되어
저도 곧 다시 사관학교로 옮겨
가르치는 일을 계속할 것 같습니다.
고운 벗님들!
늘 밝은 빛 가운데 설 수 있고
주변을 비추는 따스한 빛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남녘의 바닷가에서
바다새 소식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