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뭔가를 배우고 갈고 닦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이것을 외적인 목표와 내적인 목표로 나눌 수 있는데,
외적인 목표는 가령 공부를 해서 시험에 합격한다든가 ,
자격증을 따고 남의 인정과 칭송을 받고 소위 말해서 '스펙'을 쌓는 것,
게임에 이기는 것 등을 말한다면,
내적인 목표는 외적인 성과와 무관하진 않지만 ,
외적인 목표는 우리가 철저히 뜻대로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와는 무관하게 목표를 '내면화'하여 철저히 과정을 즐기고 ,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을 뜻한다.
목표를 내면화한 사람은 결과에 상관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가 나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에게는 과정 자체에 보람과 의미를 두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결과에 초연할 수 있다.
나는 우리가 과정과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스트레스를 덜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탱고를 배우는 과정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탱고뿐이겠는가.
인생의 목표를 내면화한 사람은
인생 그 자체를 즐길 뿐 어떤 외적인 기준에 자기를 맞추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우리가 마주치는 장애와 갈등, 스트레스조차
기꺼이 내면화하여 받아들이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영화 '탱고레슨'에서 주인공 샐리가 탱고를 배우는 과정도 그랬다.
그녀는 탱고에 매혹되어 프로 댄서 파블로를 찾아가지만
첫걸음에서 탱고를 배우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경험한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자신이 발걸음조차 변변히 떼지 못하는 '몸치'인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탱고를 추는 밀롱가에 현장실습을 감행해 과감히
낯선 남자와 손을 잡아도 보고,
집수리를 핑계로 아르헨티로 날아가 탱고 과외를 받고 돌아온다.
다시 만난 파블로.
그녀를 시험해 보고 만족해 한다.
자질을 인정받은 그녀는 급기야 파블로의 공연 파트너로까지 격상한다.
그러나 첫 공연이 끝난 후 무대를 내려온 탈의실에서 파블로에게 공연이 실패했다는 통렬한 비난을 받는 사태로까지 치닫고.
"당신은 힘과 긴장을 착각하고 있어. 힘은 침착함에서 나오고 빠름은 느림에서 시작하는 거야."
파블로는 어땠느냐고 묻는 샐리에게 그런 싸늘한 어조로 말을 뱉아낸다.
그리고 "당신은 나만 따라오면 되었어. 도대체 춤을 추면서 뭔 생각을 했던 거야.
춤은 잡념을 버려야만 나오는 거야. 당신은 나의 자유를 망쳤어!"
춤을 배우면서 경험한 파블로의 마초 기질을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샐리는
여지없이 좌절을 느끼고 파블로에게 반박한다.
"춤을 출 때 당신은 어디 있었던 거야.
당신에겐 나라는 파트너가 존재하지도
않았지. 당신의 신경은 온통 관객에게 가 있었지.
그것이 당신의 자유인가!"
샐리는 혼자 바깥으로 뛰쳐나오고
거리를 한참 걷다가 분을 못 삭히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축하 인사를 받고 있는 파블로에게 전화를 건다.
공중전화박스.
"당신은 나를 이용하려 했어.
당신의 목적은 나를 통해 영화 스타가 되는 것이었지."
"그럼 당신은 뭣 때문에 내게 왔어?
당신은 감상적이고 나약해! "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민감함(impressive)이야.
난 영화 감독이라구, 감독은 나약해서는 할 수 없단 말이야.
하긴 당신이 이해할 리 없지."
아픈 데를 찔렸다고 생각한 파블로는 전화기를 내동댕이치고,
샐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거리를 걷는 그녀에게 어느덧 저녁 어스름이 찾아오고
그녀는 성 설피스 성당에 이르러
문득 성당의 벽에 걸린 그림을 본다.
그것은 화가 드라크로와가
구약 성서에 나오는 야곱과 천사의 일화를 그린 대형 벽화이다.
그 그림을 본 후 샐리는 다시 공중전화부스를 찾아
파블로에게 전화를 건다.
파블로, 거기 있나요? 없나 봐.
옛날 얘기를 들려줄게요.
유대인 이야기에요.
야곱이 어느날 계곡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어요.
그 둘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죠.
기나긴 밤을 둘은 엉겨붙어 싸웠어요.
동 틀 무렵,
야곱은 절대로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낯선 사람은 실은 천사였든가 신이라는 것을.
아니면 밤새 싸웠던 것은
단지 자기 자신이었는지도 몰라요.
성당 앞마당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를 거는 그녀의 시야 속으로 새벽 미사를 드리는
한 무리의 소녀들이 지나간다.
그녀들은 모두 하얀 면사포를 쓰고 있다.
아 얼마나 평화로운 광경인가.
벌써 동이 텄군요.
나도 이제 싸움을 멈추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여긴 성 설피스 성당이에요.
메세지 듣는 대로 와 주길 바래요.
벽화 앞에 머물러 있는 그녀에게 파블로가 찾아온다.
파블로는
벽화를 한 번 힐끗 올려다보고
그림 속에서 야곱과 천사가 엉겨붙어 씨름하고 있는
자세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여 샐리를 껴안는다.
세라도 아브라쏘. ㅡ
그것은 탱고를 추는 남녀가 취하는 '깊은 안기'의 자세에 다름 아니다.
탱고에서는 당신이 선생님이었지만 이제 영화를 찍게 되면ㅡ둘은 탱고 다큐를 찍기로 약속했었다 ㅡ내가 선생님이야.
각오는 되어 있겠죠.
샐리는 파블로의 가슴에 기대었던 고개를 들어
화해와 동시에 새로운 싸움의 시작을 알린다.
나는 화해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싸우고 싶다.
레슨이라는 말에는 레슬링, 씨름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T b c ~
https://youtu.be/R6waGX7uKDs?si=SlTJE_iI0L5_GXEq
첫댓글 여기 탱고는 알탱이죠?
난 오리지널 탱고에 대해선 잘 몰라서...
댄스스포츠 종목인 컨티넨탈 탱고만 쬐금 아는 것 뿐이라서...'죄송!
예 아르헨티나 탱고죠.
왈츠 콘티넨탈 탱고는 청노루님이 사부시지만 아마 알탱은 제가 선배일 것입니다. 저의 부루스에는 알탱의 흔적이 배어 있죠^^
알탱과 콘티넨탈은 전혀 다른 춤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솔 그쵸.
알탱은 저는 전혀 문외한입니다.
당연히 지솔님이 훨씬 선배이자 고수죠.
@지솔 알탱이 오리지널 탱고이고 라틴계열 댄스죠.
컨티넨탈 탱고는 댄스스포츠 종목으로 영국에서 알탱을 베이스로 정립한 모던댄스죠.
멋진 글 잘 읽고 갑니다~
멋지다고 생각하셨다면 글 속에 룰루라라님 자신이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