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여행(240111)
부에노스 아이레스
‘맑은 공기’라는 뜻을 가진 인구 1,300만명 이상의 아르헨티나의 수도이며,
한때 남미의 유럽, 남미의 파리로 불릴 정도로 부유하고 화려했으며, 아르헨티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맑은 공기’도 식후경.
라 보카 지구에 있는 피자식당에서 시작합니다.
1920년대 경기호황과 개발의 열기에 힘 입어 아르헨티나는 유럽에서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입니다.
그때 항구였던 보카지구에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이 몰려들었고, 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이탈리안 핏자도 함께 들어오게 됩니다.
이 피자리아는 올해 94년이 되는군요.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엄청나게 넓은 식당의 내부…
이곳을 가득 매운 사람들이 피자 한조각씩 입에 물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반체로는 존재 자체만으로 라 보카의 역사입니다.
사진 하나, 벽화 한장이 이 식당의 역사이며 이 지역의 역사입니다.
이 벽화 속의 장면도 아마 어떤 역사의 한 장면을 기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 가면 확인하겠습니다.
피자 자체는 이탈리안 피자보다 훨씬 두툼하고 양도 커서 혼자서 먹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맛도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맛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100년 가까운 전통을 가진 곳에서 먹어보겠습니까?
아마 이 집도 곧 한국인들에게 유명해질 겁니다.
아테네오 서점과 셀라론 계단이 그러했듯이…
라 보카하면 이곳이죠.
까미니또 거리에 왔습니다.
보통의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 인물상이 있습니다.
2020년 사망한 마라도나까지 이젠 모두 고인이 되었군요.
축구의 신이라 불린 마라도나, 에비타 그리고 탱고의 거장 카를로스 가르델입니다.
알록달록한 까미니또 거리…
가난한 하층민들이 모여살던 항구의 거리였던 이곳의 조선소에서 버려진 페인트로 조금씩 집을 칠하다 보니 이렇게 알록달록한 거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축구의 신들이 강림하는 나라인가요.
현존하는 메시가 월드컵을 들고 발코니에서 환호합니다.
메시 옆에서 인증샷 남기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하지요.
넘쳐나는 관광객들의 인파를 조금만 벗어나도 라 보카는 옛날의 모습이 남아 있는 한적한 동네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중심지에 있는 카페 토르토니에 왔습니다.
1858년에 설립되어 당대의 문화예술인들의 교류의 장소였음은 물론 탱고의 발전에도 한 몫을 한 유서 깊은 카페, 카르로스 가르델이 피아졸라와 만나 땅고를 얘기하던 그곳 입니다.
카페 토르토니 근처에 있는 역시 전통이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
하지만 멋진 곳에서 스테이크를 자르려던 계획은 배려심없는 그들에 의해 틀어져버렸는데…
오래된 건물의 품격에 따라가지 못하는 싸구려시대 사람들의 초상을 보았습니다.
식사시간을 맞추기 위해 잠시 먼저 들러본 5월 광장(Plaza de Mayo)
1810년 5월 25일, 이 광장에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하며 독립의 기폭제가 된 5월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운데 하얀 탑은 5월 혁명 1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기념탑이고, 분홍색 건물(Casa Rosada)은 대통령궁입니다.
호텔 방에서 내려다 본 7월 9일 대로와 부에노스 아이레스 중심지.
1980년 준공된 7월 9일 대로는 아르헨티나의 독립기념일을 나타내며,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로로 불렸습니다.
7월 9일 도로 한복판에 있는 오벨리스코입니다.
높이 67m에 달하는 이 기념물은 도시 창립 400주년을 기념하여 1936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건립 당시 160여명이 투입되어 단 2개월만에 공사를 끝냈다고 하는데, 공사비는 20만 페소였다고 합니다.
20만페소라는 돈은 우리 여행팀 저녁 밥값의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니 그동안 이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나라 돈이 얼마나 x값이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왔습니다.
이번에 왜 그렇게 사진찍기에 인색했는지 모르겠지만 대성당 외부사진이 없는데, 일반 성당과는 다른 독특한 외양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리스나 로마시대의 신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황금빛으로 장식된 내부는 일반 성당과 다름 없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은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으로 재임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성당에서 꼭 봐야 할 곳은 바로 여기.
아르헨티나 최고의 영웅 호세 데 산 마르틴 장군의 묘 입니다.
스페인어를 몰라도 대충 이런 내용인 듯 합니다.
1813년 산로렌소에서 승리, 1816년 아르헨티나 독립, 1817년 안데스 산맥을 넘어 1817-1822년 칠레, 페루, 에콰도르를 해방했다.
남미의 두 독립영웅 중 한명인 산 마르틴 장군의 묘역을 지키기 위한 의장대가 당시의 복장으로 들어옵니다.
1850년 프랑스에서 망명생활 중에 사망했고 1880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성당에 안치된 그는 혁명을 완수한 후 권좌에 오르지 않은 흔치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훈장은 그의 이름을 딴 ‘해방자 산 마르틴 장군’ 훈장이라고 합니다.
5월 광장에는 우리의 5월이 그러하듯이 비극의 역사가 함께 합니다.
더러운 전쟁
1976년 3월 24일 비델라 육군총사령관의 쿠데타로 부터 1983년 12월 10일 군부 축출까지 7년 이상, 4명의 군부 독재자의 집권시절 공식적으로만 12,000명 이상 실제로는 3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학살 또는 실종된 사건입니다.
5월 광장에는 1977년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3시에 군부에 끌려가 학살, 실종된 이들의 어머니들이 모여 집회를 이어왔습니다.
역사는 망각되는 것인가요.
내 어머니 연세대의 그 어머니들도 대부분 돌어가시고, 실종자들에 대한 기억이 그새 희미해지는지 역사의 죄인들은 주기적으로 돌아옵니다.
아시아 변경의 어느 나라에서도 그러하듯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별명을 가진 엘 아테네오에 왔습니다.
오페라극장의 객석과 무대를 그대로 활용하여 멋진 서점으로 탈바꿈시킨 곳입니다.
웅장한 천장화와 화려한 이층, 삼층의 객석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돈을 벌자고 하면 서점보다는 부티크샵이나 하이엔드 카페로 변신시키는 것이 나을텐데 서점으로 운영하는 경영진에 경의를 표합니다.
커튼으로 반쯤 가려진 무대 위는 카페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 스페인어로 된 책들로 쌓여있는 서점에서 우리가 살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커피 한잔 마셔주는 것으로 이 멋진 곳이 계속 개방될 수 있다면 어찌 마다하리오.
힘들게 나무둥치를 메고 가는 이사람 아직도 있네요. ㅎ
레콜레타 묘지에 왔습니다.
레콜레타 지구는 원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부유층이 사는 동네라고 합니다.
그곳에 있는 묘지입니다.
이묘지에 가는 것은 이무덤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Don’t cry for me Argentina~ 의 주인공 에바 페론, 에비타의 무덤입니다.
파밀리아 두아르테,
두아르테 가족 무덤의 두테르테는 에바 페론이 대통령의 부인이 된 후에 찾은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성입니다.
가난한 자들에게는 성녀, 부자들에게서는 창녀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던 에바 페론.
에비타는 작은 에바라는 뜻의 애칭입니다.
1919년 팜파스(대농장) 주인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에게서 버림을 받고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배우의 꿈을 키우던 중 1944년 당시 유망한 정치인이던 후안 페론을 만납니다.
1946년 마침내 27세의 나이에 대통령 영부인이 되어 화려한 인생의 정점에 올랐지만 불과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궁암으로 사망하였습니다.
태생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하층민에 대한 복지정책을 펼쳐 국민적인 호응을 얻었으나, 정적과 부자들로부터는 나라의 경제를 망가뜨린 표플리즘의 시작으로 비난 받기도 합니다.
역사적 평가가 어떻든 지금도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에비타의 무덤을 찾아 꽃을 바칩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고 팀 라이스가 작사하여 1978년에 초연한 뮤지컬 에비타를 헐리우드에서 1996년 영화로 만들 때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마돈나가 주연으로 에비타 역을 맡는 것을 반대했었습니다.
하지만 마돈나만큼 에비타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배우도, 그처럼 에비타를 잘 표현했던 배우도 없을 것 같습니다.
레콜레타 앞 카페에 앉아있는 동안 댄서들이 땅고(탱고)를 춥니다.
남성은 뜨거운 눈빛에 비해 절제된 동작을 벼주는 반면 여성은 수동적인 다른 춤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팔, 다리의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이제는 아주 보기 드물어졌습니다.
이러다 땅고 출 줄 아는 사람은 무형문화재로 등록되는거 아닐까요.
짧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일정을 뒤로 하고 남미여행의 또 하나의 하일라이트 이과수폭포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