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이동은 하나님이 심어 놓은 귀소본능
새들은 날개의 힘만이 아닌 바람과 기류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 삼광조로도 불리는 긴꼬리딱새는 여름철새로 수컷의 긴 꼬리와, 야광색의 눈테와 부리가 특징이다. |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들을 분류해보면 크게 네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땅에 터 잡고 사는 새를 ‘텃새’로 부르며, 계절에 따라 날아왔다가 돌아가는 ‘철새’가 있다. 철새 중에는 봄이 되면 남쪽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와 번식하고 가을에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름철새’가 있고, 가을에 북쪽에서 내려오는 ‘겨울철새’가 있다. 겨울철새는 봄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간다.
그런데 남쪽에서 올라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지 않고 오히려 더 북쪽으로 올라가는 새들도 있다. 이들은 ‘나그네 새(지나가는 새)’로 구분한다. 나그네 새들 중에는 호주에서 시베리아까지 날아가는 새들도 있다. 다시 가을이 되면 북에서 남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나라를 지나간다. 그런데 원래 우리나라에 오지 않는 새들이 가끔 몇 마리씩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새들은 ‘길 잃은 새(미조)’라고 부른다.
다시 정리해 보면 ①텃새 ②철새(여름철새, 겨울철새) ③나그네 새(지나가는 새), ④길 잃은 새(미조)로 분류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제각각 삶의 형태도 새에 비유할 수 있는데, 교회 안의 성도들을 이런 방법으로 구분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텃새란 사계절 내내 이동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머무는 새를 말한다. 이 텃새 중에 텃세가 아주 심한 까치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까치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 까치는 한 지역에서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또 무리를 지어 적을 방어한다.
자신의 영역에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새들이 나타나면, 특히 자신보다 힘이 강한 맹금류들이 들어오면 쫓아내려고 한다.‘까악’거리면서 동료들을 부르면 어디선지 한 무리가 모여들어 시끄러울 정도로 소란을 피우면서 시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새들의 강한 태도에서 ‘텃세’ 혹은 ‘텃세하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까치가 울면 손님이 찾아온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까치는 평소에 자신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영역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제 철새들에게로 우리의 눈을 돌려보자. 정해진 시기에 이동 경로를 따라 오고가는 철새들에게 대해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천연기념물 제242호로 지정된 까막딱따구리는 멸종위기2급으로 흔하지 않은 텃새이다. 까막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 먹이질을 할 때면 온 산골짜기를 울릴 만큼 둔탁하고 큰 목탁소리처럼 들려온다. |
첫째로, 철새는 이동하기 위해 기류(바람)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새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단은 날개이다. 그러나 날개의 힘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기류를 타고 이동한다. 탐조인들은 4월과 5월 여름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에 홍도나 어청도, 혹은 외연도에 들어가 탐조활동을 한다. 그런데 날씨가 좋고 순풍이 부는 날에는 이들 섬에서도 거의 새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새들이 기류를 타고 바쁘게 그들의 목적지로 가려고 섬을 통과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가 내리고 역풍이 불면 마치 하늘에서 새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내려앉는다. 그리고 작은 섬은 새들로 가득 찬다. 먼 길을 날아온 새들은 지칠 대로 지쳐서 사람이 옆에 다가가도 도망칠 생각을 못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먹었던 메추라기에 대한 본문도 이러한 ‘철새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민 11:31~32).
가을부터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가창오리는 많이 올 때에는 삼십만 마리가 날아온다. 필자가 사는 부안의 계화들은 철새 이동경로이기에 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성경 속 메추라기도 이동경로를 따라 지중해를 건너는 철새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이 바람의 기류를 이스라엘 백성들이 있는 쪽으로 바꾸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갑자기 기류가 멈추었든지, 아니면 역풍이 불어 메추라기들은 광야에 내려앉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쳐있는 메추라기들을 그냥 주워 담으면 되는 것이었다.
▲ 팔색조는 천연기념물 제204호로 여름철새이다. 습하고 어두운 곳에 둥지를 튼다. |
둘째로, 귀소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철새들이 먼 거리를 여행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심어놓으신 귀소본능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새들 중 동서로 이동하는 새는 거의 없고, 대부분 남북으로 이동을 한다. 철새는 본능적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날아간다. 먼 길이고 힘든 길이다. 우리나라의 철원지역에 날아오는 두루미도 거의 자신의 마을로 정확하게 돌아온다. 연구를 위해 두루미 다리에 붙여준 가락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귀소본능이 사라져서인지, 힘이 들어서인지 백로나 왜가리처럼 남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텃새가 된 새들을 된 백로와 왜가리들을 한 겨울에도 쉽게 볼 수 있다. 돌아갈 본능을 잃어버린 것일까? 다른 이유가 있을까?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본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중의 학은 그 정한 시기를 알고 산비둘기와 제비와 두루미는 그들이 올 때를 지키거늘 내 백성은 여호와의 규례를 알지 못하도다”(렘 8:7)
앞에서도 말했듯이 철새의 이동원인을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하나님이 심어놓으신 귀소본능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철새들은 자신들의 힘으로만, 능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지름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류를 타고 가는 것이다. 성경의 교훈대로 우리 또한 하나님께로의 귀소본능이 필요하다. 우리의 날개 짓으로 하나님께 가는 것이 아니라 때를 따라 하나님께서 일으키시는 기류를 타면 되는 것이다(슥4:6).
▲ 긴꼬리홍양진이는 겨울철새로 작은 풀의 씨앗이나 나무의 새순을 먹는다. |
새들의 텃세
텃새이든 철새이든 새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새들은 번식기에 다른 종이 자신의 둥지 옆을 오가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관대하게 받아들여도, 같은 종이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오는 것만큼은 아주 싫어한다. 이것을 ‘세력권’ 혹은 ‘텃세권’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매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역 안에 다른 매가 들어오면 몹시 싫어하여 공격하는 경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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