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나라(상) ㅡ9.연기처럼 사라지다
9.연기처럼 사라지다 포천 부근에 주둔하는 공수특전단의 여단 규모 병력이 황급히 산정호수 일대에 투입되었다. 그 외각에는 다시 신 철원에 있는 부대 중에서 2개 대대 병력을 동원하여 봉쇄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을 움직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육군부 장관으로부터 육군 참모 총장에게로 거기서 다시 군과 군단을 거쳐 사단으로, 혹은 독립 부대로 작전 명령이 떨어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야만했다. 김교중 육군장관은 산정 호수 입구에 있는 관광 호텔을 임시 지휘 본부로 삼았다. "절대로 여기서 작전하는 것이 외부로 노출되어서는 안돼!" 뒤늦게 달려온 조민석 육참차장과 성유 육군 정보부장, 그리고 그곳을 맡은 사단장 및 특전 여단장과 지휘부 회의를 끝낸 김교중 장관이 한번 더 당부를 했다. 육군 참모총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연례 국방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중이었다. 호반 호텔로 직접 투입되는 공수 특전여단 중의 1개 소대 병력은 변일근 여단장이 직접 맡기로 했다. 변일근 준장은 월남전에서 무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적의 후방 침투, 폭력진압등 특수 부대의 작전에 능통한 젊은 장군이었다. 그는 애국심이 누구보다 강하고 충직하기로 이름난 장군이기도 했다. "호텔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대대장이 변장군에게 은밀하게 보고했다. 호텔의 양쪽은 숲으로 쌓여 있고 뒷면은 호수와 닿아있었다. 그러니까 남쪽은 호수이고 동서쪽은 소나무가 우거진 산기슭이고, 북쪽은 정문으로 되어 있어 공격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변장군의 작전은 양쪽 산기슭을 이용한 특전대의 기습과 호수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호수로 공격한다는 것은 물밑으로 들어가서 접근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변장군은 물위에 떠있는 두 척의 유람선을 무장선으로 바꾸었다. 유람선은 두 시간마다 호수를 한바퀴씩 돌았다. "유람선 한 척은 동쪽에서 접근하고 다른 한 척은 서쪽에서 접근한다. 두 배가 동시에 호텔에 닿으면 이상하게 보일 테니까 3분의 간격을 두고 접근한다. 먼저 도착하는 유람선은 갑판과 객석에 서 노래자랑을 위장한다. 큰 소리로 노래와 반주를 내 보내 놈들이 전혀 의심하지 못하게 한다. 배가 호텔에 접근하면 다음 명령을 기다린다." 변장군은 유람선을 맡은 두 소령에게 자세한 명령을 하달하면서 마지막으로 작전 시간을 일러주었다. "17시 30분 정각!" 변장군의 주공격진은 동쪽 능선을 타고 소나무 숲으로 접근하는 일이었다. 16명의 방탄 조끼를 입은 특전대원이 등산객으로 위장하고 소나무 숲에서 나타나는 일이었다. 여기에는 여자 대원도 두명이나 끼어있었다. 그들은 배낭으로 위장한 기관단총과 권총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주 공격진을 돕는 것은 서쪽 소나무 숲의 1개 소대병력의 화력이다. 이들은 노출되지 않게 접근하여 호텔의 곳곳을 겨냥하고 유사시를 대비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주공격진 및 엄호 병력이 작전을 개시하기 직전 북쪽 정문에 먼저 위장 병력이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다. 다섯 명이 낚시꾼으로 위장하여 호텔정문으로 들어서는 일이었다. 이들이 가장 위험한 일을 먼저 시작한다. 그들이 호텔을 지키는 무장 세력과 제일 먼저 접촉하게되고 뒤따라 동쪽의 등산객 부대가 들이 닥쳐 호텔을 장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17시 30분 정각! 위에는 무장한 헬기 두 대가 동시에 나타나 호텔 옥상으로 접근하도록 했다. 이렇게 육지와 호수, 하늘 등 삼면의 육해공 입체 작전이 완벽하게 계획되었다. 설사 이들이 살아 남아 호텔을 탈출해 도망간다손 치더라도 외각을 둘러싼 보병의 포위망을 뚫을 수는 없게 되어있었다. 17시 30분! 드디어 작전이 시작되었다. 먼저 북쪽 호텔 정문에 낚시꾼 다섯 명이 나타났다. 낚시백을 둘러 메기도하고 손에 들기도 했다. 낚시조끼 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방탄 조끼였다. 낚싯대를 접어 넣은 것같은 길쭉한 물건은 여러 가지 총기 종류였다. "아무도 없나봐." 조심스럽게 호텔 정문을 들어선 낚시꾼 부대 책임자가 중얼거렸다. 호텔 정문에는 예상했던 보초가 없었다. 호텔마당은 너무나 조용했다. 왼쪽에 커다란 버스와 승용차 대여섯 대가 서있었다. 군용 지프차도 한대 버려지듯 비뚤하게 서있었다. 그러나 호텔 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이놈들이 지금 내숭을 떠는 거야." 리더가 조용히 말했다. "어딘가에 있는 총구멍에서 우리의 심장을 겨누고 있을 거야." 그들이 호텔 현관문에 도착했으나 그때까지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계십니까?" 앞서 가던 리더가 갑자기 큰소리를 쳤다.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 순간 다섯 명은 총구를 앞으로 향한 채 번개처럼 현관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워키토키에 대고 리더는 숨가쁜 신호를 보냈다. "현관으로 들어간다. 공격 개시!" 그와 동시에 동쪽에 있던 등산부대가 호텔 담을 넘어 뛰어 들었다. 하늘에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했다. 호텔 뒤의 호수 위에는 구성진 노래가락과 반주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아무도 없잖아!" 먼저 들어간 낚시부대가 허탈한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30여명의 무장특공대가 들이닥쳐 이곳 저곳의 문을 열어 제쳤다. 그러나 호텔은 이사간 집처럼 텅비어 있었다. 여기 저기 의자가 제멋대로 뒹굴고 있었다. 식당에는 먹고 남은 음식이 아무렇게나 흩어져있고 가스 레인지 위에는 물이 아직 끓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곳에도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모두 도망가고 없잖아!" 특공대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허탈한 상태가 되었다. "여기는 작은 비둘기. 둥지에 왔지만 병아리는 없다." 등산 대원을 지휘하던 장교가 작전 본부에 보고했다. "알았다. M장치가 있을지 모르니 즉각 철수하라. 모두 빨리 집밖으로 나가라!" 작전 지휘부에서 긴급한 명령을 내렸다. "모두 밖으로 나가라! 폭발물 장치가 있을지 모르니 모두 밖으로 나가라! 모든 물건은 그대로 두어라. 절대 손대지 말라. 즉시 밖으로 나가라!" 지휘자가 큰소리로 여러 차례 고함을 질렀다. 호텔안에 들어섰던 30~40명의 대원들이 들어올 때처럼 재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호텔에 있던 납치범들은 백합 회원을 데리고 어디론가 바람처럼 사라졌던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 폭발물 처리반이 도착했다. 그들이 호텔을 샅샅이 탐색하는데도 서너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아무런 폭발물도 찾아 내지 못했다. 그들의 전과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지하실에서 묶여있는 사람 10여명을 데리고 나왔다. 손발이 묶인 채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사람들은 이 호텔의 종업원들이었다. 남자가 네 명 여자가 아홉 명이었다. 그들은 모두 놀라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더구나 등산복, 낚시꾼 차림의 무장 게릴라 같은 특공대원들을 보자 그들의 공포는 극도에 달했다. 살...려...주...세...요... 대원들이 그들 중에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 두 명을 변일근 장군 앞으로 데리고 갔다. "나는 대한민국 육군 준장이요. 이제 안심 하시오. 당신들은 누구요?" 변준장이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워낙 엄한 표정만으로 살아온 군인이라 표정이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예! 저는 이 호텔 사장입니다." 나이 좀 들어 보이는 깡마른 남자가 말했다. "이 사람은 제 처남이고 전 이 호텔 지배인입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은 아직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공포의 냄새가 그냥 남아 있었다. "자! 담배 한대 피우시오." 변장군이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권했다. 담배를 받아 입에 무는 사장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름이 무엇이오?" "박 필성 입니다. 처남은 하무조라고 합니다." 그들은 담배를 한 모금 마시자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 어떻게 된 겁니까? 처음부터 이야기해 보십시오. 박대위 필기 준비해!" 변장군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며칠 전부터 호반 호텔에는 백장군이라는, 나이 쉰은 넘었을 법한 풍채 좋은 한 남자와 건장한 젊은이 두 사람이 투숙하고 있었다. 백장군이라는 사람은 별로 말이 없고 점잖아 박필성 사장이나 하무조 지배인은 그를 예비역 장군쯤으로 생각했다. "용무가 무엇이었나요?" 듣고 있던 변장군이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휴양을 왔다고 만 말했는데 별로 눈여겨보지는 않았어요. 같이 온 젊은이는 여러 군데에 전화를 거는 것이 일 이였어요." 그들은 호텔 방에 있는 공중전화를 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들이 온지 사흘째 되던 날 마침내 일이 일어났다. 군복차림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 도한 사람들이 십여 명 밀어 닥쳤다. "여기 사장 좀 나오라고 해!" 그들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이 곳 저곳을 뒤지며 거칠게 말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하무조 지배인이 무례한 무리 앞에 나서며 큰소리로 말했다. "여기 종업원이 모두 몇 명이오? 당신이 사장이요?" 기관단총을 멘 군복차림의 청년이 지배인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당신들 도대체 뭐요?" 하지배인이 덤벼들 태세를 취했다. "조용히들 해요!" 그때 백장군이라는 사람이 방에서 나왔다. 그들은 백장군을 보자 모두 부동자세로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 "지배인 이 사람들 식당으로 좀 안내하시오. 난 사장님을 좀 만나고 올 테니..." 어찌 보면 탈영병 같기도 하고 게릴라대원 같기도한 이들은 하무조 지배인을 따라 모두 식당으로 들어갔다. 백장군은 같이 묵고있던 두 청년과 함께 호텔 사무실로 들어가 사장 앞에 앉았다. "박사장 지금부터 내말을 잘 들으시오." 백장군이 엄숙한 표정으로 사장을 보고 말했다. 사장이 고개를 들어 백장군과 두 청년을 바라보다가 표정이 굳어졌다. 백장군 뒤에 서있던 두 청년이 어느새 손에 권총을 꺼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요구가 있습니까?" 박필성 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오. 나라와 겨레를 위해 중대한 일을 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십시오." 백장군이라는 사람은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지금 이 호텔에 들어 있는 사람은 모두 몇 명입니까?" "단체 손님이 있었는데 오늘 모두 떠나고 젊은 부부만 남아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도 여기서 내보내십시오." "예? 뭐라고 얘기해서 내보냅니까?" "호텔 내부 배관에 이상이 생겨 가스가 누출되는 것 같아 위험하니 딴 호텔로 옮기라고 하십시오. 지금 당장 갔다 오시지요." 백장군이 턱으로 지시하자 권총을 든 젊은이 한사람이 박사장을 데리고 나갔다. 이렇게 헤서 젊은 부부가 호텔을 떠나자 종업원 열 두명과 낯선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모든 종업원은 지하실로 모아두게." 백장군이 군복 청년을 보고 지시했다. 종업원 열 두명은 모두 겁에 질린 채 지하실로 끌려갔다. 입에 재갈을 물린 채 손발도 묶였다.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호텔은 완전히 백장군과 그의 부하들 손에 들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지하실에 갇힌 뒤에 무슨 소리 같은걸 못 들었나요?" 변장군이 사장을 보고 물었다. 박사장은 잠시 생각을 더듬는 듯 했다. "가끔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소리는 우리를 더욱더 공포에 떨게 했죠. 도대체 그 불한당 놈들은 누굽니까? " "그 외에 다른 이상한 것은 느끼지 못했습니까?" "아이구 말도 마시오. 우리는 그대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배인이 엄살을 떨었다. "죄송합니다만 여러분은 당분간 우리 요원들에게 협조해야겠습니다. 우선 그들의 인상착의에 대해 모두 자세히 말씀하셔야겠고, 그리고 당분간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분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겠습니다." 변준장의 말이 떨어지자 두 젊은 여자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짧은치마가 말려 올라가 핑크빛 팬티와 허연 허벅지가 다 드러난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감금되었던 종업원들은 다시 연금이나 다름없는 조치를 당하게 되었다. 범인들이 연기처럼 사라진 호텔에 모인 작전 지휘부는 허탈에 빠졌다. "이게 무슨 망신이야!" 김교중 육군장관이 굉장히 화를 냈다. "그래,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이야! 그놈들이 홍길동이라도 된단 말이야? 빨리 흔적이라도 찾아 내봐! 개벼룩 같은 놈들! 퉤! 퉤!" 그는 화가 나면 아무 곳에나 침을 마구 뱉는 버릇이 있었다. 호텔 안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뚜렷한 유류품이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폭발물 장치 같은 것도 없었다. "어디 어디에 전화를 걸었는지 그것도 조사해 봐." 수색 보고를 받은 성유 정보부장이 말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육군에서는 할 수가 없었다. 뒤늦게 치안본부 수사팀이 도착했다. 이곳 저곳에서 지문을 뜨고 쓰레기통이나 의자밑 등에서 버린 종이 쪽지를 수집했다. 치안본부에서 급조한 수사팀에는 물론 추병태 경감도 들어 있었다. "도대체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찾아내야 하는 겁니까?" 살인사건 현장과는 너무나 다른 곳에서 엉뚱한 일을 하고 있던 추경감이 동료인 서경감을 보고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요. 납치범들이 여기 있었다고 조금 전에 들었어요. 무장 납치범들인 모양인데 아마 정부 요인을 납치해 간 것 아닐까요?" 추경감은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수사를 하라고 하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몇 시간동안 여기 저기를 헤매던 추경감은 여자 옷가지 몇 개가 책상 위에 모아져 있는 것을 보았다. 추경감은 그것이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투피스중 윗도리 하나와 쇼울, 스카프 두개, 허리띠 한 개였다. 추경감이 그것을 하나 하나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스카프는 최고급품이었다. 추경감 같은 가난뱅이 월급쟁이 아내는 꿈도 꾸지 못할 그런 물건이었다. 상당한 위치에 있는 여자들이 사용하는 물건이란 것을 금방 알았다. 허리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자의 투피스 윗도리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한국 제일의 패션 디자이너인 A라인에서 만든 옷으로 M.S.Cho라는 이니셜이 수놓아져 있었다. 추경감은 그것을 꼼꼼하게 수첩에 적은 뒤 수사 팀장인 수사본부 제4부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부장님 우리가 지금 무엇을 쫓고 있는 것입니까?" 추경감이 몇 번이나 벼르던 말을 했다. "나도 잘 몰라. 정부의 일을 하던 중요한 여자 스물 두 명이 무장 괴한 단체에 붙들려 갔는데 그들이 여기 있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그 괴한들의 신원을 밝혀내는 것과, 외부 어디와 연결이 있었나를 찾아내는 거라네." 4부장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추경감은 육군 장관이라든지 특전대, 치안본부팀등이 이곳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어있는 것은 보통 중대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반국가적 사건과 관련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가졌다. 추경감과 달리 전화를 추적하던 팀은 그들이 공중전화만 사용했기 때문에 어디에 전화를 했는지 거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호텔의 교환을 이용한 시외 전화가 3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추적해 보았다. 그 중 2건은 신혼여행온 젊은 팀이 자기 집에 건 것이었다. 그러나 한 건은 백장군이라는 사람이 있던 방에서 건 것으로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았다. 상대방은 은하수 재벌그룹 기획실장이었다. 은하수 재벌이 이 엄청난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더 밝혀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단서를 얻은 셈이다. 산정호수 현지에서 범인과 인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비대위 사무실은 허탈과 분노로 가득 찼다. "도대체 막강한 군대, 철통같은 경찰력은 다 어디 가고 이런 꼴이 되었단 말이야?" 성질 급한 장관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