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박병두
주여,
이 어리석은 사람이 눈을 들어 보게 하소서
오직 성경만이
오직 그리스도만이
오직 은혜로 말미암아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오직 주께만이 영광이
여호아는
이스라엘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이시여
엘로함은 이방 신도를 향한 그리움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을 구원하소서
생명을 주시는 창조자여
절대적이고, 변함이 없으신 주님!
이율배반과 모순의 논리가 없으신 주여!
이름을 부여할 수 없는 그 이름
불가한 내일을 비치시는 주여!
나누고, 배려하는 삶을 실천하는
내 생의 사치가 되지 않게 하소서
수행과 성찰을 더 깊게 머물게 하소서
가슴이 타도록
천국에 이르기 하소서
가난하고 슬픈 이 사람에게
당신의 말씀과 묵상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남게 하소서
시작노트
가난한 이야기와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일들은 참으로 정직한 이름들이다. 어둠 같은 날, 밝은 나의 손을 언제든 만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檢而不陋(검이불누),華而不侈(화이불치)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하라는 백제왕의 궁궐이 내 삶의 지표가 되었다.
삶을 평정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집중해도 모자라는 시간의 여행들,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들로 바깥세상과 허우적거리는 시간, 가을이란 바람들이 햇볕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잊어야 한다는 날들이 새롭게 재생되는 순간들이 어둡고, 낮은 곳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울려 퍼지고 전언 되는 두려움 같다. 누구에게나 쉬운 계절이 없나 보다. 척박한 인추산에 토문재로 내려온 물들이 메말랐던 시절의 꽃봉오리가 솟아, 수용하는 삶의 수행과 성찰이 생의 끝자락으로 더디게 가야 할 일인가 보다.
박병두
1964년 전남 해남출생,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아주대 국문학과, 원광대에서 박사, 85년 방송극본을《행려자》를 쓰면서 작품활동 시작,《월간문학》,《현대시학》,《열린시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작품집으로 산문집,『흔들려도, 당신은 꽃』, 시집『해남 가는 길』장편소설『그림자밟기』,시나리오 선집『땅끝에서 바람을 만났다』, 공저『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등 다수가 있으며, 고산(孤山)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이동주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땅끝, 인송문학촌 토문재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