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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배변이다. 먹기만 하고 배변이 원활하지 못했을 때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굶어 죽는 병보다 변비로 인한 질병이 수명을 훨씬 앞당긴다.
그러나 배변의 중요성을 느낀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문명이 발달했다고 믿는 유럽에서도 근대에 이르기까지 아무 곳에나 배변하여 거리와 집안이 온통 오물로 더럽혀졌다고 한다. 영국 신사들이 모자를 쓴 이유가 거리를 걷다가 창문으로 던진 변을 피하고자 썼다는 것과 유럽의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게 된 이유가 거리에 넘치는 오물을 딛지 않으려고 높아졌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사람이 먹는 것과 배변하는 일은 본능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병마를 얻게 되고 자신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먹는 것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변은 인간 사회의 당연한 결과이지만 더럽다는 이유로 숨기게 되고 숨기는 방법과 처리하는 결과에 따라서 질병은 발생한다.
옛날부터 임금이나 높은 관직을 가진 귀족들 사이에서 변기의 중요성을 느끼고 각종 변기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가진 것이 많은 만큼 먹는 것도 많아 그만큼의 배설량도 많았다. 그러한 이유로 오히려 서민보다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이 되어 여러 가지 화려한 변기를 제작한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진 자들의 변기는 화려하고 사용방법도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부자를 향한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재 지구 위의 가장 부자나라는 미국이다. 너무나 많이 가져 부작용이 많지만 그들은 부자답게 세계를 지배하기도 하고 때로는 폭군이 된다. 그러한 것을 풍자하여 이탈리아의 유명한 행위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황금변기를 제작하여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붙여 전시하였는데 짧은 전시기간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어 미국을 조롱하듯 실제로 사용했다.
1년간 전시할 때 실제로 사용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 먹는 것은 모두 변이되는데 황금변기를 사용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부자나라인 미국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먹는 것과 변을 보는 것은 위생상의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지 황금 위에서 싼다고 황금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변기가 요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조롱으로 쏘아져 화젯거리다. 내놓는 말마다 파격적이고 편파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마다 호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1888년도 작품 ‘눈이 있는 풍경’을 욕심내어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원래 이 그림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가 자신들의 침실에 걸어놓기 위하여 빌려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수석 큐레이터인 낸시 스펙터는 그림은 빌려줄 수 없고 대신 황금변기를 대여해 주겠다고 하며 거절한 것이다. 이 변기는 가격이 10억 원인데 제목이 미국을 조롱하기 위하여 작가가 ‘아메리카’로 명명한 작품이다.
미술관에 29년간 근무한 스펙터는 “트럼프는 황금을 좋아해 ‘트럼프’라는 이름의 황금 빌딩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황금을 좋아해서 별장과 욕실도 황금으로 치장했고 백악관 커튼도 금빛으로 치장했으니 변기도 마땅히 황금이어야 한다”고 조롱하듯 말했다.
사람은 먹는 것과 싸는 것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많이 먹는다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 좋은 자리에서 비싼 도구에 싼다고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먹고 위생을 갖춘 곳에 시원하게 싸면 된다. 황금변기에 싼다고 변이 황금이 되겠는가.
인간은 위아래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은 누구든 알고 있지만 그것을 자제하는 힘은 각자의 몫이다. 자신의 처지와 능력을 비관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자신만만하게 과시하여 오만해진다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