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의 종류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다. 고전(전통 또는 정통, 클래식) 방법과 하드보일드(냉혈파) 방법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탐정의 활약이 대조적이기 때문에 분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밖에도 추리소설의 종류는 상당히 많다. 사건의 전개 방법에 의한 것이거나 소재의 선택을 기준으로 보는 방법도 있다.
현실성 없는 트릭은 안 된다
추리소설은 엄격한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문예소설은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일 때 더 매력적인 경우가 있으나, 추리소설은 한 치도 현실에서 어긋나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추리소설가가 수사에 도움을 준 사례도 있다. 의사 출신인 작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1859∼1930)과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Richard Austin Freeman, 1862∼1943)의 작중 기법이 실제 수사에 원용되어 범인을 잡아낸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추리소설이 범인을 잡는 수사 실화와 같은 수법으로만 쓰여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순한 수사소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는 추리소설 독자들이 요구하는 스릴과 뒷부분을 읽지 않고는 못 견디는 궁금증을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리 작가들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공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독자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만든다. 작가들의 두뇌가 독자보다 훨씬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
추리소설이 수사 스토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수사 스토리도 수사소설이라는 추리 속 장르로 존재한다. 그 외에도 추리소설은 그 발달 과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수수께끼 풀이형
이 형식은 전통파, 고전파 또는 본격 추리라고도 한다. 추리문학 초기에 등장해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주 중요한 형식이다.
1841년에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가 발표한 소설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Murders in the Rue Morgue)』이 이 형식의 시조로 꼽힌다. 어떤 평론가들은 수수께끼 풀이, 혹은 퍼즐형 추리라고도 한다. 모든 장르의 추리소설이 이 형태에 근거를 두고 있다. 비록 여러 종류에 속하는 추리소설일지라도 추리라는 이름이 붙으면 이 전통파의 요소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은 파리를 무대로 쓰인 작품인데 ‘오귀스트 뒤팽(Auguste Dupin)’이라는 탐정이 등장한다. 이 탐정이 추리소설 역사상 최초의 사립 탐정이다. 미국 사람인 포가 왜 살인 사건의 무대를 파리로 삼았으며 탐정 이름을 왜 프랑스 이름인 ‘뒤팽’이라고 했는지는 정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포 연구가들은 늘 프랑스식 복장을 하고 다니던 작가 포가 자신의 모습을 ‘장자크 뒤팽(Jean Jacques Dupin)’으로 표현했다고도 한다.
프랑스에서 ‘뒤팽’이라는 라스트 네임을 쓴 유명 인사는 백과사전에 등재된 이름만 10여 명이다.
장자크 뒤팽은 포와 같은 시대의 인물로, 프랑스 검찰총장을 지냈고 1840년까지는 하원 의원을 지낸 냉철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포는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을 쓰기 전, 이미 신문과 잡지를 통해 그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다방면에 걸친 저술가로 형사소송법 책도 썼다. 장자크 뒤팽의 동생 피에르 뒤팽(Pierre Dupin)은 경제학자이며 수학자로, 형보다 훨씬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훈장 받은 명문가 출신’인 뒤팽 탐정은 이런 프랑스 인물들의 프로필에 영향을 받아 창조된 인물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소설 속에 ‘재능이 뛰어난 아마추어 탐정’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으로 보아 포 자신의 정신적인 자화상일지 모른다는 평도 있다. 뒤팽 탐정의 전문적인 각종 지식은 독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후 많은 추리 작가들이 자신의 자화상 같은 탐정을 많이 만들어 냈다.
어쨌든 포에서 시작된 이 고전파, 또는 본격 추리소설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첫째, 살인 사건이 서두에 일어나고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둘째, 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추적한다. 셋째, 범인에 대한 추리가 계속되며 원한을 가진 용의자들이 계속 드러난다. 넷째, 독자는 마지막 페이지를 보기 전에는 절대로 범인을 알지 못한다. 다섯째,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범인의 수법을 통쾌하게 밝혀내 독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대체로 이러한 요소를 갖춘 플롯을 전통파로 분류한다. 여기서 독자를 흠뻑 빨려 들게 하는 것은 연속되는 미스터리의 발생이며, 말미 반전의 놀라움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의 푸아로 탐정 시리즈, 엘러리 퀸(Ellery Queen, 1905∼1971), 일본의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淸張, 1909∼1992),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1958∼), 에도가와 란포(江戶川亂步, 1894∼1965), 한국의 김내성, 이상우, 노원, 강형원 등의 작품이 이에 속한다.
하드보일드형
비정파 혹은 냉혈파, 냉정파 추리소설이라고 한다. 미국의 포가 추리소설의 아버지라면 이 장르는 영국으로 건너가 유럽에서 꽃을 피운 뒤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S. S. 밴 다인(S. S. Van Dine, 1888∼1939)이 기초를 닦고 새뮤얼 대실 해밋(Samuel Dashiell Hammett, 1894∼1961)이 시작했으며,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1888∼1959)가 완성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인근(方仁根, 1899∼1975), 김성종(金聖鐘, 1941)이 이에 속한다. 하드보일드란 말은 달걀을 익히는 방법 중 하나로, 딱딱하게 완숙을 시키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립 탐정이나 수사관들은 머리만 짜내는 사색형 탐정이 아니라 권총을 들고 거리나 우범가로 다니면서 총을 쏘고 치고받으며 범인을 잡는다.
도서형
전통파 추리소설을 거꾸로 나열한 형식이다. 범인이 살인하는 장면이나 트릭을 처음에 자세하게 보여 준다. 독자는 물론 누가 범인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탐정이 어떻게 범인이 꼼짝 못하게 증거를 들이대서 체포하느냐 하는 것을 그린 소설이다. 독자는 탐정이 수집하는 증거를 따라다니며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몰두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로 적합한 양식이다.
<형사 콜롬보>가 이 장르에 속하는 추리극이다. 역삼각형식 소설이라고도 한다.
도서(倒叙)형에서 범인을 찾는 방법으로 제일 많이 활용되는 기법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의 사건들을 추적해 살인 동기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도서 추리의 대표적 작가 리처드 헐(Richard Hull)은 프랜시스 아일스(Francis Iles, 1893∼1971)의 『살의(Malice Aforethought)』(1931)를 읽고 “색다른 추리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파이 소설
추적형이라고도 한다. 스파이, 비밀 기관의 비밀공작 활동을 소재로 한 장르다. 우리가 잘 아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이언 플레밍(Ian Fleming), 1908∼1964] 스토리가 이에 속한다. 톰 클랜시(Tom Clancy, 1947∼)의 『붉은 10월호(The Hunt for Red October)』도 이에 속한다.
거의 모든 추리소설은 개인적인 사건이 소재이고, 범인이나 탐정의 활동이 조직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 형사나 검사가 활동을 하더라도 개인적인 역량으로 사건을 해결하지 조직이나 집단의 힘을 빌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추적형 추리소설은 보통 국제적인 사건이 소재가 되고 스파이나 기관원의 활동은 국가 조직을 배경으로 한다. 사건의 전개 방향이나 기관원의 활약상은 하드보일드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동서냉전이 사라진 후 이 장르는 쇠퇴했다고 말하는 평론가도 있다. 그러나 경제 스파이를 내세워 기업의 기밀을 훔쳐 내는 기업 스파이 방식이 넓게 개발되었다. 산업 스파이 소설로 불리는 이 형식은 동서냉전시대가 끝난 1990년대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범인 검거형
추리보다는 형사의 행동을 따라간다. TV극에 자주 나오는 형사 스토리, 수사소설이 이에 속한다. 플롯의 구성이 추리소설 작법을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인기를 모았던 <수사반장>이 이에 속한다.
사회파 추리
사회 모순과 갈등으로 빚어지는 사회현상을 심도 있게 파헤쳐 주제가 비교적 무거운 소설들이다. 대체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문예소설보다는 훨씬 강렬한 주제를 들고 나온다. 일본의 마쓰모토 세이초, 모리무라 세이치(森村誠一, 1933∼)가 이에 속하는 작가다.
한국 작가로 현재훈이 대표적 사회파에 속한다. 김성종의 『어느 창녀의 죽음』, 이상우의 『모두가 죽이고 싶던 여자』도 이에 속한다.
필자의 작품 중 『여자는 눈으로 승부한다』는 비밀 인신매매의 실상을 다루었고, 『모두가 죽이고 싶던 여자』는 노사 문제를 다루어 추리의 기법을 빌린 ‘사회 참여 소설’이라는 평을 들었다(이유식, 2004).
순수문학형
불가사의한 사건을 다루되 예술 소재를 더 부각시킨 소설이다. 범죄 동기의 휴머니즘적 분석,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주로 다룬다. 추리 기법을 골격으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범인 찾기의 흥미를 제일로 삼지는 않는다. 프랜시스 아일스의 『살의(Malice Aforethought)』가 대표적 작품이며, 프랑스의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 1903∼1989)이 여기에 속하는 작가다.
호러소설(서스펜스, 공포)
공포 분위기 조성을 주로 하는 소설 형식이다. 공포와 서스펜스 문학은 서양 문학에서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이나, 『드라큘라(Dracula)』로 고딕 문학에 뿌리를 둔 오래된 양식이다. 이 분야는 아직도 변신을 거듭하면서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딘 쿤츠(Dean Koonts, 1945∼)나 스티븐 킹(Stephen King, 1947∼)이 20세기 대표 호러 작가다. 스티븐 킹의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화하여 유명하다. 대표작 『미저리(Misery)』(1990)와 『쇼생크 탈출(The Shawsank Redemp)』(1994)이 널리 알려졌다.
공포소설은 포의 『검은 고양이(The Black Cat)』(1845)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뒤를 이은 사람은 『인스머스의 그림자(The Shadow over Innsmouth)』와 『크툴후의 부름(The Call of Cthulhu)』 등 수많은 단편을 쓴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1890∼1937)다. 미국 작가에 이어 일본 작가들이 이 맥을 발전시키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추리소설의 종류 (추리소설잘쓰는공식, 2014. 4. 15., 이상우)
[출처] 추리소설의 종류|작성자 You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