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편한 나만의 농사비법 공유해요”
여성농업인 대상 농사비법 경진대회 열려
‘과일 수확 어깨띠’‘1인 비닐 피복기’등
농부증 완화, 노동력·시간 절감 아이디어 쏟아져
몸에 무리는 덜 가면서 쉽고 편하게,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러한 고민 끝에 만들어진 쉽고 편한‘나만의 농사비법’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최근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열린‘쉽고 편한 나만의 농사비법 경진대회’에서 본선 진출한 10개의 농사비법을 소개한다.
◆ 오은주 씨의 ‘과일수확 어깨띠’
배, 감 등을 재배하고 있는 오은주 씨는‘과일 수확 어깨띠(다목적 운반망)’를 직접 개발해 지난 2019년 8월 14일 특허출원까지 했다.
그녀가 개발한 과일 수확 어깨띠는 신축성 있는 그물원단으로 주머니를 만들고, 이 그물주머니를 어깨와 팔에 끼워 무게를 분산시키는 구조로 설계했다. 신축성 있는 그물로 만들어서 과실의 압상 피해는 줄어 상품과율 향상으로 소득이 늘었다.
또 어깨와 팔로 무게가 분산돼 농부증과 근골격계 질환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됐다. 수확 시 노동력도 절감되고 작업시간도 단축돼 운반작업 횟수가 60%나 감소하는 효과도 발생했다.
◆ 박은주 씨의 ‘손쉬운 토양피복제 제거작업’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박은주 씨는 고품질, 고당도의 감귤을 수확하기 위해 밭 전체에 토양피복제(타이벡)를 깔았다. 그런데 매년 토양피복제를 깔고, 수확 후 걷어내는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쭈그려 앉아서 일일이 손으로 클립을 끼우고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박 씨는 긴 갈고리와 철물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신발 정리 집게를 이용해 손쉽게 토양피복제를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우선 긴 갈고리를 이용해 클립을 빼고, 신발 정리 집게로 클립을 주우면 작업 끝. 모든 작업을 서서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노동력과 노동시간이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
◆ 이상경 씨의 ‘1인 무동력 비닐 피복기’
이상경 씨는 혼자서도 쉽게 비닐을 씌울 수 있는 ‘1인 무동력 비닐 피복기’를 개발·제작해 사용 중이다. 1인 무동력 비닐 피복기는 바퀴가 두 개 달리고 끌 수 있는 손잡이가 달려있다. 언뜻 수레와 모양이 비슷하나, 다른 점은 바퀴 앞쪽에 비닐을 끼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닐 피복을 하려는 곳에 비닐 끝을 고정시킨 후 수레처럼 손으로 비닐 피복기는 밀어주기만 하면 혼자서도 손쉽게 비닐을 씌울 수 있다. 특히 비닐을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고 쉽게 운반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 이경자 씨의 ‘구부린 낫으로 손쉬운 제초작업’
이경자 씨는 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낫을 이용한 손쉬운 제초작업을 소개했다.
이 씨는 낫을 구부려 ‘라운드 형’으로 만들어 제초작업을 한다. 기존 제초방법은 예초기로 지상부를 잘라내거나, 호미로 위에서 잡초를 내리찍어서 캐낸다.
그런데 호미 사용 시 어깨를 많이 다치기 일쑤. 이에 이 씨는 구부려 라운드형이 된 낫을 사용하면 낫이 지하부로 쏙 들어가 슬슬 당기기만 하면 힘은 조금 들이고 잡초의 뿌리를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구부린 낫을 사용하면 큰 풀들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송연옥 씨의‘사이짓기 통해 3무농법 실현’
명이나물, 곰취, 취나물 등 산채를 주작목으로 재배하고 있는 송연옥 씨는 사이짓기 재배를 통해 3무농법(무경운·무멀칭·무화학)을 실현하고 있다.
송 씨는 산채를 심은 밭에 뒷그루로 키가 높은 옥수수, 호박, 가지, 고추 등을 심고 있다. 이렇게 사이짓기를 하면 뒷그루로 심은 작물이 아래에 심어있는 산채에 그늘을 만들어주는데, 산채가 음지성 식물이기 때문에 더 잘 자라 수확량도 많고 잎도 연해지는 등 품질이 좋아진다.
또한 그늘이 잡초 억제 기능까지 해줘서 따로 피복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더해 직접 발효시킨 비료를 뿌려주기 때문에 토양이 건강해, 무경운, 무멀칭, 무화학이 가능하다. 이렇게 3무농법을 통해 바이러스, 병해충 발생을 막을 수 있고, 생산비도 줄어들며, 연작장해 없이 생산성이 좋아 1석 3조의 효과를 낸다.
◆ 이옥순 씨의‘쉽고 편한 참깨 파종·수확법’
이옥순 씨는 무릎과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참깨 농사를 짓는 방법을 소개했다. 양파 후작으로 참깨 파종 시 하루 전에 밭에 물을 적시고, 다음날 수확 후 생긴 구멍에 참깨 씨를 뿌리고 빗자루로 덮으면 훨씬 쉽게 참깨를 파종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참깨 건조 전에 잎을 제거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참깨 수확시기에 요소 1% 용액을 살포하면 약 3일 후 잎이 낙엽처럼 떨어져 따로 잎을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이 씨는 손쉽게 참깨를 걷어 들이고 검불을 분리하기 위해 벼 건조망을 이용했다. 바닥에 천을 깔고 그 위에 벼 건조망을 올려둔 뒤 참깨를 턴다. 그리고 건조망을 걷어 주면 아래에 있는 천에 참깨만 남게 돼 따로 검불을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 없다.
◆ 정순자 씨의‘산딸기 수확 능률 높이는 법’
산딸기를 재배하는 정순자 씨는 수확능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기존에는 수확 시 한 손에 스티로폼을 들고 있기 때문에 한 손으로 밖에 수확이 불가능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능률이 떨어졌다. 이에 양손 수확이 가능하도록 허리에 보자기를 두르고 그 사이에 바구니를 넣어 양손이 자유로워지도록 했다. 이렇게 하니 시간당 수확량이 증가했다.
또한 가시가 많은 산딸기의 특성상 앞치마와 고무코팅된 장갑을 착용하면 안전하고 수월하게 수확을 할 수 있다.
◆ 이영희 씨의 ‘부추 씨앗 발아율 높이는 법’
포트파종으로 부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영희 씨는 부추종자값이 500g에 10만원정도로 값이 비싸 발아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다.
이 씨는 상토에 물을 부어 축축하게 하고 포트에 담는다. 포트 72구에 종자 20g씩 넣고 축축한 상토로 복토해준다. 포트를 15단으로 적재하고 보온이 되도록 부직포와 비닐을 씌워준다.
하우스 안에서 할 경우에는 강한 열을 피하고 포트의 수분증발을 차단하기 위해 차광망을 씌워준다. 10여일간 주시하다가 싹이 올라오면 하우스 바닥에 부직포를 깔고 포트를 나란히 나열하고 물을 충분히 준다. 발아가 어느 정도되면 차광망을 벗긴 후 15일 정도 키워서 적심하면 된다. 파종부터 적심까지 25~27일쯤 소요되나, 실제 관리는 15일 전후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니 발아율이 75%에서 98%로 올랐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작업시간 및 관리일수도 30일에서 17일로 단축할 수 있다.
◆ 김은희 씨의 ‘암면배지 재활용 육묘’
다양한 쌈채소를 생산하고 있는 김은희 씨는 파프리카나 토마토 농장에서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암면배지를 재활용한 파종방법을 고안해냈다.
김 씨는 암면배지가 가볍고 단단해 육묘용으로 반복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를 이용해 육묘를 하고 있다. 특히 한 번에 240구의 파종공간을 만들어주는 암면배지용 누름판을 제작해 다양한 쌈채소를 한 번에 파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자투리 유리 위에 종자를 올려두고 파종하면 한 셀당 한 개씩 파종할 수 있어 종자 낭비를 막을 수 있다.
◆ 김순내 씨의‘저비용 친환경 복숭아 생산기술’
김순내 씨는 저비용 고효율의 친환경 농법을 소개했다.
그녀는 인근 축사에서 얻은 우분과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제공받은 미생물을 혼합·발효시킨 퇴비를 사용해 10a당 10만원을 절감했다. 특히 미생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우분의 악취 제거에 효과적이며, 미생물이 우분 부숙을 촉진해 농작물의 흡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김 씨는 항상 풀과의 전쟁을 치루기 일쑤였다. 예취기가 무겁고 위험해 여성이 사용하기 어렵고, 승용 예취기는 가격이 비싸고 울퉁불퉁한 땅에 사용하기 곤란한 단점이 있었다. 이에 폐종이박스를 과수나무 주변에 깔아 친환경적으로 잡초를 제어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땅이 고르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으며, 잡초가 90%이상 억제되고, 토양에 수분도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