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유니엘의 방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갑작스럽게
열린 그 문의 밖에는 시엘로 돌아갔던 아이젠과 륜이 서 있었다.
"..."
"누구신지??..."
유니엘은 그저 가만이 웃으며 -눈은 웃고 있었지만 입은 그렇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을 모르는 펠은 누구에게랄 것 것 없이 누구냐고 묻고
있었다.
륜이 난처한 표정으로 방 안에 들어가려하자 유니엘이 그를 막았다.
"난 들어오라고 허락한 적 없는데?"
"그럼 손님을 그냥 방 밖에 세워둘 셈이야?"
륜의 말이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륜의 모습은 많이 변해있었다.
보기좋게 탄 구릿빛 피부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붉은 머리칼을 땋아놓은 모습은 전에
유니엘이 알고 있던 륜리 아니었다.
그에 비해 아이젠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단지, 손에 들고 있는 책이 더 두꺼워
졌다는 것 빼고는.
"네가 손님이야?"
"아니야?"
"아니야."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펠은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아이젠과 륜은 방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그저 유니엘과 대화만 주고받고 있
었다.
그런 상황을 종식시켜 준 것은 바로 휴식시간마다 유니엘에게 찾아오는 레이였다.
"여어~"
"어? 레이잖아?"
레이는 그들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이 그들을 보자 반가이 인사했다. 어째서
여기 있냐고 묻지도 않았다. 륜과 아이젠은 그런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레이와 마찬가지로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레이의 뒤로 카인과 렌시르도 나타나 그들은 곧 화기애애한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유니엘의 방문을 훤하게 열어놓고 그 방문의 앞에서.
"이봐요들~?"
"유니엘."
"남의 방문을 발로 차 열어 제껴놓고는 지금 뭣들 하는 짓이에요? 차라리 들어와요."
"언제는 안된다면서?"
륜이 유니엘을 보며 묻자 사악한 웃음을 띄운 유니엘이 륜에게 말했다.
"너만 안된다고 했지, 다른 사람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걸로 기억하는데, 륜?"
"...죽는다."
"어머, 살벌해라~"
여전히 잘 노는 그들이었다.
◈
"그나저나 어쩐일이야?"
시녀가 들여온 다과를 먹으며 레이가 아이젠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이젠이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레이의 눈을 응시했다.
"알고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알고 있다니?"
"저희가 이곳으로 온 이유 말입니다."
"모르는데?"
정말 모르는건가? 레이의 얼굴에는 순수하다는 표정만이 감돌고 있었다. 아니,
순수한 척 하는 표정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단지?"
말을 끄는 것이 짜증이 났던지 유니엘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그녀는 손에 있던
토스트와 우유를 단번에 삼켜버리고는 아이젠을 보았다.
"단지, 장로님의 명령에 그냥 나가라, 한 것이었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하는
바로는 곧 있으면 일어날 '그것' 때문이 아닌가 해요."
"'그것'... 이라면?"
"네, 레이님과 제가 생각하는 것이 아마 맞을꺼에요."
'그것'. 레이와 아이젠, 륜은 알고 있지만 유니엘과 카인, 렌시르는 모르고 있는 '그것'.
그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젠과 륜, 레이의 얼굴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어두워지
고 있었다.
호기심이 동한 유니엘이 레이에게 집요하게 물어댔지만 레이는 유니엘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불편함과 짜증이
맴돌고 있었다.
그 날밤, 레이의 방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냐하하... 오랜만입니다, (죽어)
첫댓글 오 흥미 진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