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양국제꽃박람회가 끝난지 보름이 되었어요. 남겨진 화초들 중에 아기 주먹만하게 핀 메리골드가 시들고 있는 것이 안쓰러웠어요. 시든 꽃송이만 잘라내면 뒤이어 나온 꽃봉오리들이 피어 화사한 자태를 뽐낼텐데 이러다가 다 뽑혀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었어요.
오늘은 혼자 걷는 날이라 평소보다 일찍 간식까지 챙겨 나왔지요. 라텍스장갑, 가위, 비닐봉지까지요.
손을 많이 쓰면 안 되지만 30분은 해도 되겠지 하며 시든 꽃송이들을 잘라 비닐봉지에 담고 꽉 차면 나무밑에다 버렸어요.
할머니 1: 꽃 심은 사람이유?
나: 아니에요. 날마다 꽃 보러 오는 사람이에요.
할머니 1: 고맙네.
나: 감사합니다.
젊은 여인 1: 물 안 주나요?
나: 물 안 줘서 그런거 아니에요. 시들어서 잘라주는 거예요. 그래야 꽃이 또 펴요.
젊은 여인 1: (말없이 가버린다.)
할머니 세 분: 잘 하네. 시들어 보기 싫었는데 그렇게 잘라주면 또 꽃 피지. 고맙네. 애쓰네.
나: 감사합니다.
중년 부부(남) : 뭐 하세요?
나: 시든 꽃 잘라요. 그래야 또 꽃이 펴요.
중년 부부(여): 그런건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서 해요. 시 예산으로 심은 건데 함부로 손 대면 안 되지요. 얼른 일어나세요. 아니면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겠어요.
나: 아... (손 털고 일어났다.)
말끔해진 메리골드들과 손길을 기다리던 메리골드가 한 눈에 들어왔어요. 뒤통수를 맞은양 화가 났어요.
35분만에 멈춰진 것은 손건강을 위해 다행이었어요.
텃밭정원에서 간식 먹으며 잠시 햇살•바람멍하다 60m 탄소 벤치와 장미원에 갔어요.
쉼과 향기를 듬뿍 받았지요. 식물을 사랑하셨던 부모님과 함께 즐기고 싶어 하늘까지 담아 사진을 찍었어요.
마음날씨가 맑음으로 변하였어요.
첫댓글 오늘도 지나가면서 보니 싱싱하고 풍성하게 꽃피우고 있더군요. 조그만 도와주면 이리도 예쁜 모습 보여주는 메리골드가 장해서 또 바라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