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3일)
< 피난간 한우 >
섬진강 대홍수로 축사가 침수되자
주인 잃은 소들이 새끼를 데리고
해발 531미터 사성암까지 줄지어 피난을 갔습니다
1시간도 넘게 걸리는 먼 길을
어떻게 찾아갔는지
대웅전 마당에 모여있는 소들이
큰 눈을 뜨고 얌전히 서 있습니다
TV를 보며 갈비를 뜯던 한우식당 손님들이
소가 불쌍하다고 탄식을 내지릅니다
타면 맛이 없으니 살짝 익혀 바로 드셔야 한다고
알려주는 식당 종업원의 눈에도
얼핏 눈물이 보일 지경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죽기 살기로 부처님 품을 찾아간 1등급 소들을
무사히 찾아 돌아가는 소 주인과
스님의 감동 인텨뷰
사성암은 원효 의상 도선 진각국사에 이어
말 못하는 소떼까지 수행하고 돌아간
신비로운 천년고찰이 되었습니다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한우식당 손님들의 입에는
맛있는 소고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부처를 찾아갔던 소떼들은 머나 먼 길을 돌아 결국
사람의 입 안에서 열반에 들겠지요
* 김주대 시인/문인화가, "얼굴책"에서
:
'아이러니'란 말이 떠오르는
절묘한(?) 풍경,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장마도
정상은 아니러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 200813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첫댓글 이성보다 위대했던 본능
아....소갈비를 뜯으면서 살아 있는 소가 불쌍하다고 하는 아이러니.....자연의 섭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이런 시를 만들어 내는 시인의 감수성에 새삼 찬탄을 금하지 못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