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남자의 곤욕<칼럼>

B형 남자의 곤욕 한때 혈액형에 대한 속설이 열병처럼 퍼지면서 ‘B형 남자’들이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B형 남자는 이기적이고 바람둥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급한 성격과 잘 삐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A형 여자는 이런 B형 남자를 피해야 한다는 그럴 듯한 조언이 인터넷상에서 봇물을 이루기도 했다. 과연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을까?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하물며 어느 유명 가수가 ‘B형 남자’라는 제목의 노래를 유행시키더니 급기야는 'B형 남자 친구‘라는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또 B형 남자와 관련된 여러 책들도 출간됐다. 이 책에는 B형의 혈액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깎아 내리고 한편으론 이들과 접촉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혈액형별로 보는 성격은 다양하다. 어느 혈액형이든 한 가지씩은 장단점이 있다. 예컨대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타입은? 1위 A형, 2위 O형, 3위 AB형, 4위 B형. 어디서나 인기 만점인 사람은? 1위 O형, 2위 A형, 3위 AB형, 4위 B형. 화나면 제일 무서운 사람은? 1위 O형, 2위 B형, 3위 A형, 4위 AB형.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1위 A형, 2위 O형, 3위 B형, 4위 AB형. 믿습니까? 네, 믿습니다. 타입은? 1위 O형, 2위 A형, 3위 B형, 4위 AB형. 바람둥이 기질을 가장 많이 타고는 사람은? 1위 B형, 2위 AB형, 3위 O형, 4위 A형. 도박에 빠지기 쉬운 타입은? 1위 B형, 2위 O형, 3위 A형, 4위 AB형. 출세형 타입은? 1위 AB형, 2위 B형, 3위 O형, 4위 A형. 등이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화장지가 없을 때 A형→다음날 청소부 아줌마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B형→손으로 그냥 쓰~윽 닦고 만다. AB형→휴지통을 뒤져 쓸 만한 것을 찾아서 처리한다. O형→나중에 닦지 뭐, 하고 그냥 바지를 올린다. 이는 누가 사람을 웃기려고 그럴듯하게 꾸며낸 말이다. 단순 혈액형만으로 사람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혈액형에 따라서 너는 A형이니까 성격이 어떻고, 너는 B형이니깐 또 어떻고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본다. 만약 혈액형별 성격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전 세계의 16억 명의 B형들이나 O형들의 성격은 모두 같아야한다. 물론, 16억 명이란 숫자는 단순 계산에서 나온 수치지만. 혈액형은 A형, B형, O형, AB형 이렇게 4가지가 있다. 전 세계 65억의 인구를 단지 4가지의 혈액형별 성격 유형으로 규정짓는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사람의 성격은 천태만상이다. 이 많은 사람들의 성격을 정확하게 구분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차라리 자신의 성격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을 받고자 한다면 인간이 타고난 기질을 네 가지로 나눈<점액질, 우울질, 다혈질, 담즙질>히포크라테스의 기질 테스트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인터넷에 들어가‘기질’ 혹은 MBTI로 검색하면 간단하게 테스트 할 수도 있다. 혈액형별 성격 규정은 그냥 단순한 통계학상의 수치일 뿐이다. 예들 들어 ‘B형 중에 소심하고 잘 삐치는 사람이 많더라. 또는 A형은 내성적인 성격이고 O형은 좀 활달한 성격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프랑스의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더라.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은 야만인이고 미개한 종족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혈액형에 의한 성격구분은 비논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모 대학의 홈페이지에는 “B형 남자가 바람둥이라는 게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느냐”는 질문이 쇄도한 적이 있었다. 왜, 혈액형의 신드롬의 수위는 높아만 갈까. 학자들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상대방을 혈액형으로 쉽고 빠르게 판단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성격은 가치관이나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지 본질적인 혈액형과는 차이가 있다. 만약 혈액형별로 판단한다면 모든 B형들과 전 세계의 A형들은 다 성격이 같아야한다. 전혀 말이 되지 않고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활발한 A형도 많고 소심한 O형도 많다. 그런데도 왜 자꾸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혈액형과 성격을 서로 연관 지으려고 할까? 전북매일신문 <2008. 8. 5> 글쓴이 신펜하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