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잉어군!

<A name="[문서의 처음]"></A> 미안해 잉어군! 모처럼 아내와 함께 집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내 핸드폰이 울렸다. 근처에 사는 동네 언니인데, 신랑이 낚시가서 고기를 잡아왔으니 가져다가 요리해먹으란다. 전에도 그 분한테 신세를 진 적이 있어서 고맙고 미안하였다. 낚시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먹는 재미보다 잡는 재미가 커서 막상 잡아오면 이웃들에게 고기를 나누어주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요리도 한두번이지, 대게 남자들 혼자 낚시가서 즐기고 돌아와 요리해달라고 하면 썩 좋은 응답이 나오지는 않겠다.  하여튼 연락을 받고 바로 가서 큰 비닐봉지에 든 고기를 받아 왔는데, 세상에! 잉어는 팔뚝만하고, 토종붕어는 25센티쯤 되고, 나머지는 외래붕어 몇 마리였다. 집에 돌아와 봉지를 열어보니 아직 살아 있어서 봉지 속에서 팔딱거리며 아가미를 몇 초에 한번씩 힘겹게 벌리면서 가픈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내가 요즘 자연과 생명이란 주제로 고민을 하고 있어서 그 모습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무심코 요리해 먹기에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고, 겁도 났다. 이걸 꼭 내가 먹어야 하나? 집근처 정왕천에 다시 풀어주면 안될까? 동네 하천이지만 요즈음에는 물이 깨끗해서 잉어들이 심심찮게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오는 걸 보았기 때문에 방생을 하면 잘 살것 같았다. 옛날같지 않고 도심지 하천에 잉어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어도 누구도 잡으려하지 않는다. 인간과 고기가 공존하는 모습에 참 보기가 좋다.  하지만 아내는 애써 잡아가지고 선물받은 것인데 남자가 왜그리 소심하냐고 투정을 하면서 김치냉장고에다가 산채로 쑥 집어넣어버렸다. 며칠 있다가 요리법 좀 궁리해서 맛있는 요리를 해먹자고 했다. 난 갑자기 국민학교때 읽었던 숭어 이야기가 생각났다. 바닷가 한 노인이 잡은 큰 숭어한마리가 입을 떡 벌리며 제발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을 해서 다시 살려주었더니, 그게 원래 바닷속 용왕님 아들이었고 그 은혜로 나중에 큰 복을 받았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잉어는 긴 수염까지 달려서 영물이라는 생각도 들고... 하여튼 생각이 복잡해졌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고기를 먹는다. 인간은 잡식성이므로 고기를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수많은 동물들의 생명이 인간을 위하여 희생되고 있다. 대부분 동물들이 죽어가는 장면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무심코 고기를 먹는다. 나는 과거 직장업무와 관련하여 동물의 집단사육현장을 많이 보았다. 갈수록 식생활 고급화로 육류와 어류소비는 늘고 있으며 대량사육 수가 늘고 있다. 요즈음 구제역으로 인하여 그나마 성장하지도 못하고 질병예방차원에서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 어찌보면 집단사육과정에서 질병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것이다. 예를들어 사람도 감옥에 갇혀 씻지도 않고 오랜기간 먹고 배설만 한다면 과연 건강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쉽게 살은 찔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질병 저항력은 극도로 약해지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약물을 복용해야 된다. 어렵게 성장하더라도 그들의 생명의 존엄성은 무시되고 오로지 인간의 먹이로 이용되기 위해 집단사육된다.  오늘날 인간의 먹이로 대량사육되는 동물이나 물고기들의 생명의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너무나 극단주의적 관념에 사로잡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아무 거리낌없이 인간의 식도락을 위해 희생되는 것도 문제다. 역사적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사이에 생명을 참으로 존중하는 정신이 살아있을 때 그 사회는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제국주의 건설이나 어떤 정치권력이나 종교를 위해 인간이 희생되고, 인간의 식도락을 위해 너무 지나치게 동물들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것은 인간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늘날 여러가지 도구를 써서 동물을 도살하고, 여러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고기를 구입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기가 힘들다. 생명체의 죽음을 그저 모른척 했다고 해서 결코 내가 면죄될 수는 없다. 얕은 법률지식으로 말한다면 우리는 모두 ‘미필적고의’에 해당하는 범죄인이다. 내가 비록 직접 죽이지는 않했다 할지라도 최소한의 영양보충이 아닌 내 입의 즐거움을 위해 무절제하게 육식을 즐긴다면 동물적 섭취본능은 충족되었을지라도 인간다운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 같다. 요즘 우리 자녀들이 상당히 과체중인 모습들이 길거리에서 많이 볼수 있다. 주로 과지방 육식과 과식이 문제인데, 단지 음식량의 과다섭취가 문제가 아니다. 내 생명과 자연의 생명체의 적절한 조화를 가르쳐야 한다. 음식을 대할 때 적당한 감사와 적절한 균형감성을 가질때 음식량을 조절하고자 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오게 된다. 조금 내 배가 허전해도 작은 고기 한조각, 한토막이라도 소중한 생명이 들어 있음을 기억해줄때 그 죽은 생명도 나를 욕하지 않을 것이며 적절히 쓰임을 받았으므로 죽어서도 영혼이 편안히 잠들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요즘 연일 아름답게 세상을 수놓는 수많은 꽃들도 비록 우리의 먹거리는 아니지만 우리가 참으로 살아있음을 그 어느때보다도 인식하게 한다. 뭔가를 먹어야 살기도 하지만 이렇게 자연은 또다른 오감을 기쁘게 해줌으로서 자연과 사람이 상호공존하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깨우쳐주고 있다. 자연의 생명이 곧 나의 생명임을 깨닫는다.    김치냉장고 속 큼지막한 잉어를 나는 먹기는 먹되, 명복을 빌어주어야겠다. 미안해 잉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