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과 헤어지다
1. 오랫동안 명필림에서 상영하던 <헤어질 결심>의 종방이 있었다. 최근 영화의 추세는 빠르고 화려하며 감각적이다. 분명 시선을 붙잡고 흥미를 끌어당기는 매력은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또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가슴을 공명하는 작품은 찾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헤어질 결심>은 뜻밖의 만남이다. 정말로 오랜만에 몇 번씩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2.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영화관에서 <헤어질 결심>과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반복적인 관람을 통해 정리되지 않았던 말과 행동 그리고 배치된 소품들의 의미를 조금은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름답게만 여겨졌던 사랑의 본질 속에 숨겨져 있는 모순적이며 필연적인 사랑의 집착도 확인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아끼고 잊지 못한다는 낭만적인 그리움은 때론 집착적인 광기와 분리될 수 없는 동일한 사랑의 실체인 것이다.
3. 피의자 여성과 형사의 사랑, 짧은 순간의 끌림과 서로에 대한 배려 속에서 기억되는 사랑은 결국 삶의 파국으로까지 귀결된다. 여성이 전화기에 녹음한 “당신의 사랑이 끝이 났을 때, 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라는 말처럼, 그녀는 형사를 찾았고, 그 만남은 위험을 불러일으켰으며 결국은 그녀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처음 만남 때, 형사는 그녀가 교묘하게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사건은 이미 종결된 상태였고, 그때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스마트폰을 버리라고 말하면서 헤어졌던 것이다. 그녀에게 형사의 마지막 말은 ‘당신을 사랑한다’라는 말로 인식되었고, 고통을 잊게 했던 구원의 메시지였으며 결국은 그를 찾게 만든 힘이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방법이 없잖아요.”
4. 하지만 재회는 또 다른 위험과 결합되었으며, 그녀는 사랑의 책임을 위해 스스로 물속으로 버리라는 스마트폰이 되어 사라진 것이다. 사랑의 시작과 전개, 그리고 사랑의 광기와 책임, 모두에서 주체는 그녀였다. 사랑의 시작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든 아름다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사랑의 진행은 때론 빗나가기 시작한다. 우연하게 만난 사랑을, 일생의 절대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질주했던 열정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지만 그녀는 사랑의 책임에서 도피하지 않는다. 비록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살인이 동반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모두가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광기가 만들어낸 장면인 것이다. 형용모순일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광기이다.’
첫댓글 - ‘아름다운 사랑의 광기’ - 비극적인 사랑의 미학! -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