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축 기행 경부선 빅3, 서울·부산·대구
근대 역사는 경부선 철도가 완성되면서 혁명적인 발전을 이뤘다. 경부선 라인의 빅3, 서울과 부산·대구의 근대 건축물을 따라가며 근대 역사의 현장을 만난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서울 명동성당
근대는 경인선을 타고 찾아와 경부선에서 꽃을 피웠다. 인천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서양문물은 우리나라의 많은 모습을 바꿔놨다. 이후 1905년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이 철도를 통해 연결되는 경부선 철도가 완성되며 역사가 또한번 요동치게 된다. 이는 수운과 제한된 육로를 이용하던 한반도 교통망이 재편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철도를 따라 돈과 사람이 움직였고 문화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경부선은 경의선과 연결되며 만주까지 내달리는 국제철도 역할도 했다. 철도 부설 이후 서울과 부산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대전, 대구 같은 경부선 주변 도시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충주, 상주 등 옛길 주변 도시는 쇠락했다. 이는 지금 우리 시대까지 이어진다.
경부선 라인의 ‘빅3’는 서울과 부산, 대구다. 19세기 말~20세기 초반까지 주요 사건들이 이들 대도시의 근대 건축물을 무대로 전개됐다.
수도 서울에 남아있는 근대의 흔적들 서울을 빼놓고 근대 건축 기행을 논하기는 어렵다.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인프라 모든 것이 현대보다 더 심하게 중앙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강남, 마포, 여의도에는 근대 건축물이 없다. 거의 모든 것이 사대문 안쪽에 있다.
서울역과 명동성당을 시작으로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숭례문을 지나 태평로의 옛 부민관 자리인 서울시의회 건물, 성공회성당, 덕수궁 내 근대건축, 옛 배재학당을 거쳐 정동길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근대 건축 기행 코스다.
서울 성공회 성당
서울 정동 제일교회
과거에는 서울대학교가 있던 대학로 주변도 근대 건축물이 제법 많이 남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대한의원)은 1907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칙령으로 설립된 근대 병원으로, 의학박물관은 본관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소장·보관하고 있던 유물과 문서들을 상설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는 흰색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는 포토 존과 유리 주사기를 직접 만져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대한의원 꼭대기에 위치한 시계탑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탑으로, 유적 보존과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만 직원의 안내에 따라 관람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 15명 내외의 인원으로 관람이 가능하며 전화 및 현장 예약은 필수다.
문화역서울284
서울 덕수궁 정관헌
조금만 걸어 나오면 주변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황토색 벽돌 건물이 보인다. 아치 모양의 출입구와 창문이 고풍스러운 이 건물에는 아픈 우리 역사가 담겨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인 1925년 총독부가 설립한 경성제국대학의 의학부건물이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을 가로질러 뒤편으로 나오면 작은 정원과 연못이 조성돼 있다.
대학로 길 건너에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우체국은 이국적인 하늘색 외관이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이곳은 대한제국 시절 근대적 개혁의 일환으로 전문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옛 공업전습소 건물이다.
내부의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은 그간의 세월을 보여주는 듯 퇴색해 있다. 건물 옆쪽으로 돌아가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역사기록관으로 통하는 입구가 나온다.
부산 동아대학교 박물관
청라언덕이 기다리는 곳, 대구 지금 볼 수 있는 대구 원도심의 도시 풍경은 근대사를 거쳐오며 대부분 완성됐다. 서울과 부산에 비해 한국전쟁의 피해를 적게 받았던 대구에는 옛 건축물이 잘 보존돼있는 편이다.
대구 근대골목 투어는 총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1코스는 경상감영달성길, 2코스 근대문화골목, 3코스 패션한방길, 4코스 삼덕봉산문화길, 5코스 남산 100년향수길이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2코스 일부 구간을 둘러본다.
2코스는 청라언덕에서 시작해 선교사 주택-3.1만세운동길 계단-계산성당- 이상화고택-서상돈고택-구 제일교회를 거쳐 진골목에서 끝난다.
1922년에 발표된 박태준 작곡, 이은상 작사 ‘동무 생각’의 배경이 이곳 청라언덕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동무 생각’은 학창 시절 한 번쯤은 불러 보는 유명한 곡이다. 재미있는 사연이있다.
박태준은 청라언덕을 넘어 계성학교에 다니면서 매일 만나던 신명학교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훗날 이 이야기를 들은 이은상이 소녀를 영원히 간직하라며 가사를 써 줬고 박태준이 곡을 붙이면서 아름다운 ‘동무 생각’이 탄생했다. 노랫말 속 ‘백합’이 박태준이 짝사랑한 여학생이다.
대구 계산성당
대구근대역사관
‘청라(靑蘿)’는 푸른 담쟁이란 뜻이다. 청라언덕에 오르면 푸른 담쟁이덩굴이 무성한 벽돌 건물 3채와 아름다운 정원이 유럽에 온 듯한 풍경을 만든다. 모두 100년 넘은 근대문화 역사건축물이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개항장 부산을 통해 대구로 온 선교사들은 청라언덕에 모여 살았는데 지금은 스윗즈, 챔니스, 블레어 주택 3채만 남아 있다.
챔니스 주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유행하던 방갈로풍으로 꾸며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 높다. 붉은 벽돌 건물에 기와지붕을 얹은 독특한 건축양식이 돋보이며 위로, 옆으로 자란 두 그루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선교사들이 들여온 한국 최초 서양사과나무 3세목도 만날 수 있다. 5코스 역주행과 2코스 정주행을 연결하면 반나절 남짓 시간이 소요된다. 점심을 먹고 출발해도 해가 지기 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알짜 코스다.
5코스 마지막 지점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위치한 남산동이다. 살르트성바오로 수녀원과 성모당, 성유스티노 신학교가 몰려있는 야트막한 언덕은 평화로운 분위기가 넘쳐 흐른다.
아름드리 나무도 있고 딱다구리같은 새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교구 내부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묘지는 필수 방문 코스다. 1898년 한국에 건너와 왕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린 에밀 타케(한국명엄택기)신부를 비롯해 한국 천주교를 이끌어 왔던 성직자들이 평화롭게 잠들어있다.
묘지에서 조금 더 걸어 나오면 성모당이 나온다. 거대한 야외 성당 같은 곳인데 쉽게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수녀원과 신학교는 외부인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외관을 구경하는 것에서 만족해야 한다.
대구에는 유독 빨간 벽돌 건물이 많다. 화교(華僑) 건축 기술자와 친했던 프랑스 선교사로 인해 100여년 전 대구에 빨갛거나 회색인 벽돌 건축물이 처음 들어섰다.
대구 챔니스주택
대구 스윗즈주택
피란수도 부산, 남아있는 근대 흔적들 경부선의 종착역 부산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전후까지 일본으로 가는 주된 통로였다. 초량동 왜관(草梁倭館)은 한일 교류의 상징적 공간이었지만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군사적, 경제적 침투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부산에는 서울만큼 많은 옛 건물이 남아있었지만 1953년 부산역 대화재로 구도심일대 건축물이 소실되며 ‘적산가옥’이라 불리던 건물들이 많이 사라졌다.
6·25 전쟁기 임시수도 정부 청사로도 활용되었던 부민동 2가 소재의 부산 임시수도정부청사는 옛 경상남도 청사로도 쓰이던 건물이다.
1925년 건축된 이곳은 부산을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이다. 인근의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구 경상남도지사 관사)도 중요한 근대 건축물이다. 현재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는 동아대학교 박물관으로,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는 임시수도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이승만 대통령 서재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부산 백제병원
오래된 학교도 많다. 부산진일신여학교는 1905년에 호주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근대식 건물이다. 100여 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된 몇안 되는 근대식 건축물 중 하나다.
지금은 근대 기독교 자료와 근대시대 신교육을 받던 여학생들의 생활 자료 등을 전시하는 기념관 역할을 하고 있다. 서대신동 3가에 있는 구 경남상업고등학교 본관은 1927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대청동 2가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건물로 1929년에 지어졌다. 해방 이후에는 미국 문화원으로, 2003년부터는 부산 근대 역사관이 됐다.
병원시설로 지어졌으나 현재 ‘인스타그램 성지’ 카페로 변신한 옛 백제병원 건물은 부산역 바로 맞은편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당시 1, 2층 건물이 대부분이었던 시절, 보기 드물게 4층으로 지어진 근대 건축물로 고풍스러운 아치형 입구가 아름답다. 종합병원에서 중국요리점으로 또 장교들의 숙소였다가 광복 후 부산치안사령부 건물로 사용됐다.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부산근대역사관
출처: 월간주택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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