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본선에는 103개의 코스가 있다. 해남 땅끝마을의 1코스부터 시작하여 강화도로 올라오는 북진을 선택하지 않고 현재는 103코스의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남진을 하며 해남으로 내려가고 있다. 현재 74코스까지 걸었다. 강화도에서 충남 태안의 누리재버스정류장까지 온 것이다. 오늘은 지선 1코스를 걷는다. 충남에는 주노선 외에 별도로 지선이 6개 있다. 거리는 약 108Km 정도된다. 충남 내륙에 있는 역사문화유적지를 활용하기 위해 추가되었다. 이런 유적지는 경기도와 호남에도 상당히 있는데 굳이 충남에만 지선을 만들어 놓은 이유가 궁금하다. 다른 지자체가 관심이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는 무엇일까.
지선 1코스의 거리는 11.9Km로 짧은 편이고 2코스는 22.7Km로 너무 길다. 그래서 1코스를 끝내고 약 6Km를 더 걸어서 2코스의 거리를 단축하기로 한다. 1코스가 끝나는 부석버스정류장에서 부석사를 경유하여 도비산을 넘어 도비산 전망대를 거쳐 송림사 부근의 산동리공용주차장까지 걷기로 한다. 버스는 서산시의 창리포구에 도착한다. 서해랑길 64-1코스 안내판에서 QR 코드를 인증한다. 이곳은 64코스 구간 내에 있다. 그래서 지선1코스는 64-1코스로 표기하고 있다. 오늘은 트레킹 신청자가 많아서 두 대의 버스로 운영한다. 아직 2호차가 도착 전이라 포구를 좀 돌아본다. 좌측으로 육지로 변한 검조도가 있고 그 옆으로 작은 토끼섬이 있다. 이 두 개의 섬에 가려 간월도는 보이지 않는다. 바다 건너편으로 주탑 2개가 있는 다리가 보인다. 안면도와 황도를 연결한 사장교 형식의 황도교다. 부교로 만들어진 선착장 너머에는 당암포구가 가깝게 보인다. 선착장 앞의 조형물을 본다. 서산창리바다낚시터라는 문구가 걸려 있고 우럭으로 보이는 물고기가 파도치는 물결위로 솟아 오르는 모양이다. 우럭이 사시사철 잡히는가 보다. 바다 중간에 많은 배들이 모여있는데 삼길포항에서 보았던 바다좌대낚시터임을 알 수 있다.
서해랑길 지선이 시작하는 이곳은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천수만이다. 현대건설이 1995년에 서산 A와 B지구 방조제를 완공하면서 2개의 담수호와 대단위 농경지가 만들어졌다. 그 중 창리포구와 태안의 당암포구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서산B지구 방조제이고 이곳에 생긴 담수호가 부남호다. 창리회타운에서 방조제와 배수갑문이 보인다. 2호차가 도착하여 회타운 건물 앞에서 단체사진을 남기고 출발한다. 길은 북쪽으로 올라간다. 방조제 위를 달리는 96번 국가지원지방도가 나온다. 좌측은 서산B지구 방조제이고 우측으로 가면 간월암과 홍성 방향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현대서산농장 정문이다. 잘 생긴 소나무가 정문 앞에 서 있고 대형 사일로가 뒤쪽에 보인다. 정주영회장 기념관이 있다고 하는데 단층건물이라서 조경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길은 좌측의 해안가를 따른다. 방조제 위로는 차량들이 달리고 있고 건너편으로 보이는 곳은 태안의 당암포구이고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안면도가 보령항까지 길게 남쪽으로 뻗어가면서 천수만을 만들고 있다. 서산농장 옆 담수호에 만들어진 길을 걷는다. 하늘은 구름한 점 없는 푸른 창공을 보여주고 있고 햇볕은 뜨겁다. 등산용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써서 햇살을 차단한다. 어느 승용차가 지나간다. 서행을 하는데도 흰 먼지가 약간 날린다. 사일로 옆을 지난다. 커다란 원통형 벽면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형상화하여 두 개의 삼각형이 포개져 있는 현대의 로고가 새겨있다. 예전엔 자주 보던 브랜드다.
호수 수면은 잔잔하다. 주변은 아주 고요해서 세상이 정지된 느낌이다. 살짝 돌아서 나가는데 서산농장 안에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고 커다란 에너지저장시스템 건물이 서 있다. 간척사업을 통해 만든 땅 중에서 약 30만평의 유휴지에 조성한 태양광발전소다. 고도의 염분으로 인해 농경지로 사용못하고 방치되었던 토지에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탈바꿈하였다. 이곳의 패널은 농업용수를 위한 환경을 고려하여 빗물로만 세척하고 있다. 태양광이 설치된 곳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도보로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아주 넓다. 그러니 방조제를 만들어 얻은 간척지가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다. 호수 건너편 태안에는 공항의 관제탑같은 전망대가 서 있고 건물도 보인다. 무엇일까? 작년에 현대자동차 그룹이 준공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다. 타이어의 성능과 품질을 시험하는 주행장이면서 여러 종류의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라고 한다. 50대가 동시에 주행할 수 있고 외곽을 한 바퀴 선회하는 고속주회로가 4.6Km 라서 시속 200Km의 속도로 달릴 수도 있는 곳이다. 차량 매니아들에게는 즐거움이 하나 늘었다.
길가의 자귀나무에 노란 꼬투리가 달렸다. 얼마 전에 분홍색의 꽃을 보았는데 벌써 열매가 달려서 씨앗이 영글어 가고 있다. 해안가 쪽에는 작은 붉은 꽃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가을로 들어가는 시기에 들판에서 볼 수 있는 둥근잎유홍초가 활짝 피어서 방끗 웃고 있다. 붉은 꽃잎은 작지만 한가운데에 암술머리가 흰색으로 살짝 올라와서 깜찍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지나가며 눈길이 아니갈 수 없다. 그러나 유홍초 꽃은 한나절도 못가서 금방 진다고 하니 영원히 사랑스럽다는 꽃말과는 맞지 않는 듯하다. 이번엔 노란 민들레 꽃 위에 앙증맞은 큰부전나비가 꿀 섭취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날개만 살짝쿵 펄럭일 뿐 움질이질 않는다. 모름지기 이 정도는 되어야 꽃과 나비의 어울림을 순간 포착할 수 있으니 큰부전나비가 고마울 따름이다.
태안과 연결된 작은 제방이 나온다. 호수가 너무 커서 중간에 서산과 태안을 연결하는 제방을 만든 듯하다. 폭도 좁은 제방 위는 사용 흔적이 없어서 잡초만 무성하다. 계속 호수가를 따라 잘게 부순 파쇄석이 깔려 있는 길 위을 걷는다. 햇빛은 피할 수 없다. 앞서가는 일행들을 보면 변함없이 이렇게 길을 걸어야 한다.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간척지 내의 농로는 국가시설물이라서 경작 관련인 외에는 출입을 금지하며 특히 낚시 행위를 금지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낚시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배수장이 있는 곳에서 태양광은 끝나고 간척지가 나온다. 드넓은 들판은 논으로 경작 중이다. 뒤를 돌아본다. 지나온 길이 저 멀리에 있고 사일로는 워낙 높아서 들판에 혼자 우뚝 서 있다. 앞서가는 일행들 일부는 양산을 쓰고 걷고있다. 햇빛이 워낙 강한 탓이다. 머리 위로는 구름 한점 없으나 멀리 앞 쪽으로는 하얀 뭉게구름이 일렬로 하늘에 걸려있다. 길가의 관목과 풀들에 막혀 호수와 농경지가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도 하고 어느 곳은 뻥 뚫려 간척지 답게 시원한 농경지가 펼쳐진다. 구름이 몰려 있는 산 하나가 눈에 띈다.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은데 평야지대에 있다보니 눈에 확 들어온다. 나중에 알게되지만 서산의 부석사가 있는 도비산(353m)이다. 부석사에 갈 때까지 계속해서 보게된다.
길은 부남호를 따라 걷는다. 농경지를 쳐다보고 호수를 바라보면서 농로를 걷다보면 작은 다리를 만난다. 농경지 사이를 흐르며 부남호로 빠져 나가는 개울이다. 여기서 단조로운 호숫길을 버리고 우측의 내륙으로 들어간다. 64-1 코스의 종점인 부석버스정류장까지 6.8Km 남았다. 창리포구부터는 5.1Km를 걸었다. 안내 푯말에는 길은 농기계 전용도로라고 알려준다. 근처의 배수설비가 있는 작은 건물 공터에서 일행들이 휴식 겸 간식을 즐기고 있다. 장 대장이 막걸리를 공기컵에 한잔 따라 준다. 땀을 흘리고 마시는 술 한잔이 피로를 한번에 날려 버린다. 윤명숙님의 전과 조효행님의 방울토마토는 막걸리의 맛을 한층 만나게 만든다. 휴식을 하고나니 힘이 축적된다. 이제부터는 농경지 사이에 조성된 하천을 따라 걷는다.
농로길은 순수한 흙길로 되어 있고 간척지의 농경지답게 반듯한 논이 아득히 지평선까지 뻗어가고 있다. 여기 논에도 벼 이삭은 올라와 있고 노르스름하게 변하고 있다. 도비산은 좀 더 가까이 다가온다. 지평선 쪽에 있는 흰구름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행기가 날고 있다. 천수만의 농경지는 광활해서 비행기로 비료나 농약 그리고 볍씨를 뿌린다고 했는데 무언가를 사전 준비하는지도 모르겠다. 10월에 추수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수확하는지 궁금해진다. 10월 중순에는 지선 3코스를 걷게 되는데 이곳은 대부분 산길이라서 올해는 대규모로 추수하는 광경은 못 볼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은근히 고개를 든다. 농로 길 위에는 하천에서 걷어낸 갈대풀과 같은 습지식물이 뒤범벅된 흙더미가 수북히 쌓여 있다. 하천 정비사업이 진행중인가보다. 정비가 된 곳은 하천바닥이 내려가고 흘러가는 물이 보이는 것이 시원하다. 정비가 부실한 곳은 풀들이 무성하여 하천인지 들판인지 구별이 안된다. 농로길을 한참 걸은 다음에야 649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창리에서 당진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옻발2교차로 도로 변에 버스가 서 있다. 힘이드는 분들이 잠시 이용하도록 대기 중이다.
막독 팀장과 몇마디 주고 받고 도로변을 따라 북쪽 방향으로 걷는다. 여전히 하늘에서는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고 있고 무덥다. 그나마 햇빛이 뒤쪽에서 비추어 그나마 다행이다. 도로 한쪽에 널찍한 인도를 만들어 놓고 안전펜스까지 설치하여 보행자를 배려하고 있다. 트랙터 한 대가 지나간다. 순간 냄새가 넘 고약하다. 근처 어디에선가 분뇨퇴비 작업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옻발1교차로도 지난다. 계속 서산/부석 방향으로 걷는다. 도비산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도로 좌측 가까이에 저수지가 보인다. 봉락저수지라고 안내한다. 저수지 너머로 앝으막한 언덕에 봉락2리 마을이 자리잡고 있고 여기서는 안보이지만 마을 뒤쪽은 간척지 농경지가 있다. 마을 부근 푸른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포동포동하다.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얼굴 차단에 신경이 쓰인다. 길은 직선을 따른다. 지평선 위로 구름들이 일렬로 정렬해서 걷는 이들을 안쓰러워 하고 있다. 이 더운 날 걷고 있으니 미쳤다고 할 만하다. 다시 고약한 냄새가 난다. 도로 위에 분뇨비료 덩어리가 떨어져 뒹굴고 있다. 조금 전에 지나간 트랙터가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김명준님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다거 자리를 내 준다. 대형 도로 표지판이 만들어준 그늘이다. 폭이 좁지만 잠시 쉬어갈 만하고 도로 위에서 만나는 그늘막은 감지덕지하다. 초당2교차로 부근에서 버스가 다시 대기중이고 봉락경로당 앞 정자에서 몇 분의 선배님들이 모여 쉬고 계신다. 버스를 이용하여 부석사 입구까지 올 지도 모른다. 도로 주변에는 한과 공장과 판매처를 알리는 안내판이 자주 보인다. 부석면이 서산생강한과의 주산지라서 그런 모양이다. 한과를 좋아해서 맛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그냥 가던 길을 걷는다. 초당1교차로를 지나고 도롤를 따라 낮은 언덕을 오르면 대봉정교차로가 다시 나온다. 나무그늘 아래에서 조민행/이석길 선배님 지인들이 모여 간식 시간을 갖고 있다. 술 한잔의 유혹을 걷어내고 앞서 나간다. 120년된 느티나무가 서 있다. 나뭇가지가 넓게 펴진 형태가 마을 수호신 같기도 하다. 대봉정이라는 안내판이 철제 구조물에 매달려 있다. 느티나무의 이름을 대봉정으로 명명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예전에 이곳에 정자가 있었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한문으로 적혀 있으면 대충 알아 보겠지만 한글만으로는 여의치 않다. 방역물자종합보관관리소를 지나 도로를 계속 따른다. 흰구름이 점점 하늘을 덮고 있고 도비산이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
사양교차로를 지난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것은 없다. 사양골지를 끼고 조금 지나면 대두교차로를 만나고 우측으로 집입하면 부석중학교다. 잠시 정문에 들어가 둘러보니 60주년 기념탑이 보인다. 2014년도에 설치했으니 올해는 개교일로부터 69년이 된 학교다. 운동장에는 축구장이 있을 정도로 넓은 편이다. 금방 차부삼거리가 나오고 한쪽 켠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다시 부석사까지 운행할 예정이다. 64-2코스 안내판에서 처음으로 정해석 선두 대장님을 조우하고 기념으로 인증샷을 부탁한다. 안내판 옆의 쉼터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김영수님이 시원한 막걸리를 한 잔 준다. 더위에 지쳐서 그런지 술맛이 기막하다. 그래서 막걸리통을 다시 바라본다. 당진에서 진달래꽃으로 빚고 우리술 품질인증까지 받은 유명한 면천샘물 막걸리다. 그러면 그렇지 맛은 속일 수 없다. 그런 느낌을 알아챘는지 김영수님이 한 잔을 더 준다. 점심식사를 마친 안 회장님과 조효행님을 만나고 마침 지나가던 막독 팀장이 코스 안내판에서 인증샷을 찍어준다.
이제 어느정도 쉬었으니 64-2코스를 시작한다. 부석사 입구를 바로 지나고 도비산 방향으로 길을 따른다. 부석사까지는 2.4Km. 도로 양 쪽에는 가로수가 배롱나무다. 아직도 붉은 꽃망울이 듬성듬성 뭉쳐있다. 키가 작아서 가로수의 역할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막상 붉은 꽃이 피어 있으니 보기가 좋다. 지금 걷는 이 길은 지난 2006년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차량으로 달려 갔던 곳이다. 그러니까 17년만에 재 방문하는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사찰은 변화 자체가 아주 미비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으므로 약간의 변화는 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막독 팀장, 안 회장님과 함께 걷는다. 도곡지를 지나면 우측으로 동사 입구가 나오고 어느 소나무 주변에 쇠파이프가 세워져 있다. 충북 보은의 정2품송처럼 소나무를 보호하려는 뜻 같다. 만약 그런 의미라면 작업이 끝나면 정3품 정도의 교지는 받을 것이다. 키 큰 소나무 세그루가 서 있고 그 뒤로 수도사가 있는데 전경이 그림이다. 그때부터 배롱나무는 보이지 않는 산속의 도로를 타고 오른다. 한옥스타일의 음식점이 나온다. 참숲생갈비가 준비된 한상차림 전문점인 도비마루다.
일주문이다. 잠시 앉아서 쉰 후에 경사진 길을 오른다. 막독 팀장이 사찰 아래 핀 붉은 꽃을 알려준다. 꽃무릇 몇 송이가 활짝 피었다. 언제봐도 꽃은 환상적인 모습이다. 꽃이 먼저 핀 후에 지고나면 그때서야 잎이 나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얻었다. 긴 기둥으로 만든 누각이 눈길을 끈다. 구름이 머문다는 운거루다. 예전에 왔을 때는 신축한지 얼마되지 않은 듯 나무기둥이 뽀얀 살색을 보여 주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흐른 만큼 고색창연하다. 본당에 가기위해 금강문을 바라본다. 예전에는 이곳에 사자조각상 2개를 좌우에 놓고 일주문 형태의 사자문이 있었는데 어인일인지 사자상도 보이지 않고 금강문이 들어섰다. 현판 글씨가 현란해서 알아보기 어렵지만 송원 글자는 확실히 알아본다. 수덕사 방장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송원 설정스님이 썼다. 계단타고 오르면 종무소와 극락전이 일자로 배치되어 있고 안양루를 지나면 설법전 뒤로 마애석불을 만나본다. 2014년도에 조성하였다. 이곳에 서면 오늘 지나온 서산의 평야지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옛날 의상대사가 창건할 때는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이 적었을 것이고 서산 방조제도 없었을 것이니 그 당시로 돌아가 서산평야를 바라보았다면 지금보다는 더 넓고 깊게 바닷물이 올라왔을 것이니 꽤나 근사한 전경을 보았을 것 같다. 그러한 과거로 돌아가며 다시한번 바라보니 간척지와 부남호 너머로 태안까지의 전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다시 금강문을 지나 산길로 들어설 때 예전의 사자상이 길 양쪽에 서 있다. 세월의 흐름만큼 사자상도 색깔이 옅은 회색으로 변하고 있다. 도비산 정상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날 때 조민행 선배님과 장 대장 그리고 다른 일행들이 보인다. 함께 등산로 계단을 오른다. 트인 공간으로 부석사의 옆 모습을 바라보며 산길로 들어선다. 김명준 선배님이 어쩐 일인지 고목 나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측으로 길은 열려있다. 산을 얼마나 탈지 모르지만 일단은 급경사만 없기를 바라는데 정말 그렇게 진행된다. 몇 개의 계단만 다시 오르면 쉼터가 있는 능선에 닿고 거기서 계속 400m만 가면 도비산 정상이지만 길은 우측으로 빠진다. 일행들이 웬일인지 쉼터에 앉아 남은 간식거리를 먹는 시간을 가진다.
김/조 선배님과 함께 먼저 출발한다. 길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이 한동안 진행한다. 산속이라 햇빛에 노출되는 것도 없다. 도비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갈림길과 지산리로 떨어지는 하산길도 지나며 서서히 동산으로 다가간다. 중간에 나뭇가지 사이로 트인 공간이 나올 때 간척지 사이로 강이 흐르고 있는 전경을 보여준다. 저곳은 부남호 주변이 아니다. 서산 간척지 중 A지구로 불리는 간월호와 농경지다. A 방조제는 정주영회장이 최종물막이 공사 때 고철로 쓸 23만톤급 대형유조선을 활용하여 급물살로 어려움을 겪던 현장을 단번에 해결한 일화를 남긴 곳이다.
동사는 암자같은 모습이다. 법당과 작은 요사체만 있다. 동암이라고 쓴 현판이 보인다. 임자초사월팔일에 성지용이 썼다. 누군가는 임자년이 1912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절 앞에는 나무들이 가로막고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조망은 없는편이지만 아주 큰 나무가 마당 한켠을 지키고 있어서 절을 수호하고 있다. 주차장을 지나면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김영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전망대에서 막걸리 통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우측으로 길이 휘어지는 곳에서 숲길로 진입하여 평택 임씨 문중의 묘인 평림원으로 가야 하는데 그 전화 한 통에 마음이 들떠서 그냥 도로를 따라 간다. 이래서 약 1Km정도를 알바한다. 두루누비앱을 키고 위치를 확인해가면서 포장도로를 따라가니 전망대와 연결된다. 전망대를 올라간다. 서산에서 흐르는 도당천 하류가 간월호로 들어가고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호수는 폭이 아주 넓어진다. 호수 한쪽에는 무언가가 떠 있는 모습이 있다. 그것은 간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작업 중인 준설 현장이다. 간월호수 주변은 광활한 논경지가 펼쳐진다. 천수만의 간척농지가 얼마나 넓고 큰지 몸소 체험한다. 간단히 둘러보고 신속히 도로를 걷는다.
도비산 정상 입구가 나온다. 부석사 부근에 있을 때 보다는 거리가 꽤 늘어났다. 임도길 산자락을 한번 돌아가니 전망처에서 김영수님과 장 대장이 사진을 찍고 있다. 우측 경사면에 나무는 없고 칡 덩굴만 무성해서 시야가 뚫렸다. 조금전에 도비산전망대에서 볼 때와 다르게 여기서는 간월호가 보이지 않고 농경지들 사이에 모월저수지가 있고 마을이 보인다. 길을 계속 내려가면 기도도량인 석천암 갈림길이 나오고 다시 걷다보면 부석사 일주문과 이어지는 임도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라이더들이 일주문 쪽의 도로를 타고와서 우측으로 떨어진다. 장대장과 함께 우리들도 우측으로 내려간다. 그러면 잠시후에 송림사 옆에 있는 산동리공용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 두 대가 주차장 구석에 나란히 서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늘은 부근에 있는 송곡서원과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을 방문한다. ^(^
첫댓글 그야말로 멋진 필력이십니다. 아주 잘 읽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후미를 믿음직스럽게 떡하니 지켜주고 계시니 더할 나위 없이 고맙습니다.
글과 사진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니 힘들었던 지선1코스+6키로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즐겁게 읽었고 다음회차에 뵙겠습니다.
후미대장님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다가 보면 그날의 일들이 필름처럼 촤악 펼쳐지는 것 같네요 ^^
설송님께서 올리신 64-1코스 탐방기를 24일(일) 바쁜 일정 중 오후 4시경 잠시 열람하여 읽어 보고~
덮어 두어다가 28일(목) 오늘 재방문하였습니다
답사기 말미에 제가 애음하는 막걸리가 엑스트라인 저를 주연인것처럼 여럿차례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군요.
전망대 이정표에 동사에서 전망대까지 700m 거리라 가리키고 있습니다.
동사에서 포장된 임도 따라 500m 이르면 임도를 버리고 좌측 숲길로 진행하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임도에서 숲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평택 임씨 문중의 묘인 평림원을 지나 전망대까지는 200m 거리랍니다.
설송님과 통화가 이뤄진 그 때 위치가 임도에서 숲길로 진입하는 곳을 놓치고 임도길 따라 1km 알바를 하셨군요.
막걸리 한꼽뿌 땜에 알바를 하시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을 마음을 어떻게 진정시키며 다슬렸는지요.
알바가 시작되던 곳에서 정코스 숲길 따라 3~4분이면 전망대에 도착하셨을텐데 어찌된일인지
이제나저제나 지루하게 흐르는 시간속에 장철이 대장님과 남은 막걸리를 나눠 마시다가
전망대에서 이래저래 56분을 머물럿습니다.
막걸리 한꼽뿌 땜에 오늘 특별히 1km를 알바하신 설송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