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단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매년 10월 2번째 주인 콜롬버스 데이 연휴 기간에 단풍이 절정을 이루곤 하였다.
나뭇잎들이 빨갛고 노랗게 아름다운 색깔로 변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햇빛과 수분 그리고 일교차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6월부터 매 주말마다 비가 내렸는데 일기예보에 의하면 18주 연속 토요일에 비가 내렸다고 하였다.
이번 주에도 예외없이 19주 토요일에 비가 내린다고 하여 산행이 취소가 되고 그 다음주 토요일에 또 비소식이 있어서 콜롬버스데이인 월요일에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나에게 다시 찾아온 산행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주말엔 비가 내렸지만 주중엔 햇빛이 비추는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동네 길을 운전하고 지나치면서 올해의 뉴햄프셔의 단풍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까 기대가 되었다. 더군다나 산행지가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힐뿐만 아니라 4000 footer 에 속하는 산인지라 단풍도 감상하면서 두개의 산정상에 오를 수 있어서 어찌 좋지 않겠는가!
쌀쌀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산행지로 향하면서 도로 주변에 펼쳐지는 나뭇잎의 색깔들이 선명하게 예쁘지않고 무언가 바랜 느낌이 났지만 우리가 가는 산행지는 절정으로 치닿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연휴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뉴잉글랜드 지방의 자랑인 단풍을 보기위해 몰려든 차량으로 주차장이 이미 꽉 차있어서 우리들은 반대편에 있는 라파엣 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여 주차장을 찾아 우왕좌왕하다가 산행 시작 시간이 늦어질 것을 염려하여 아직 주차 공간이 남아있는 Cascade Basin에 주차하여 산행하기로 하였다.
처음 예정했던 트레일을 바꿔서 왕복 1.2마일을 더 오르내리는 계획은 생각하기에 그다지 무리가 없어 보였지만 누가 알았으랴 젖어있는 바윗길을 오르내리는 일이 생각보다 얼마나 힘이 들고 시간이 더 걸리게 되는지를!
며칠전에 내린 비로 트레일이 많이 젖어있었고 키가 높은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차서 햇빛을 못받아서인지 바위에 이끼들이 많이 끼어있어 주위가 온통 초록나라였다. 그래도 산행 초반엔 트레일 옆으로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여러번의 개울을 건너고 멋진 폭포에서 땀도 식혀가면서 물과 초록 이끼가 뒤덥힌 바윗길을 올라가면서 즐겁기만 하였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초록길이 끝나고 산중턱에 잔잔하게 흐르는 Kinsman pond에 도착하니 점심 시간이 훌쩍 넘었다.
생각보다 바윗길이 미끄럽고 험하여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pond에서 올려다보니 앞으로 우리가 올라야 할 South Kinsman 의 봉우리가 저멀리 보였다. 어림잡아 앞으로 2시간가량 더 올라야 할 것 같아서 힘이 빠지면서 하산 시간이 늦어질까 걱정도 되었다. 점심도 거른채 지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우리 3명은 마냥 앞으로 앞으로 허기지고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한발 옮기고 있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고 하더니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길이 우리를 North Kinsman으로 안내하였고 view를 감상할 수 있는 트인 바위가 살짝 보였지만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South Kinsman 으로 향하였다.
이어지는 0.9마일을 오르고 내리는 바윗길이 마치 10마일의 먼길 처럼 끝없이 느껴졌다. 내려오는 사람에게" 얼마나 더 올라가야하느냐"고 물어보니 5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이라고 하였다. 조금 남아있는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끼며 바위를 딛고 젖은 바위를 피해 나무를 부여잡기도 하면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었다.
드디어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산정상에 도착하였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반경, 거의 5시간을 산행을 한 것 같았다.
바람부는 정상에서 기름챙이님이 수고했다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기대했던 빨갛고 노란 예쁜 단풍은 온데간데 없고 빛바랜 노란색 풍경이 펼쳐지니 무척 실망스러웠다. 며칠전에 내린 비와 거센 바람으로 잎새들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하면서 여유있게 산행하려했던 야무진 꿈이 사라졌지만 두개의 산정상에 올랐으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허기를 달랠정도로 간단한 점심을 마친 후에 잠깐의 휴식이었지만 힘을 얻어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내려가는 길에 view 를 볼 수 있는 바위에 올라서서 탁트인 경치를 바라보니 힘들었던 산행의 기억은 사라지고 웅장한 산과 계곡들이 펼쳐내는 멋진 풍경들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였다. 이래서 우리는 힘든지도 모른채 계속해서 산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올라가는 길도 힘들었지만 내려오는 길은 자칫 미끄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늘 조심스러웠다.
그렇지만 비에 젖은 바위들을 내려다보며 어떻게 내려가야할까 걱정하지않아도 되는 것이 언제나 사잇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산행을 할때는 당일 상태에 따라 트레일을 변경해야 할 때가 가끔있게 된다. 며칠전에 내린비로 트레일이 많이 젖어있어서 왔던 길로 다시 가는 길보다 좀 더 짧고 안전하게 하산 할 수 있는 Fishin Jimmy trail로 하산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하산 지점의 주차장이 다른 까닭에 기름챙이님이 Basin주차장을 향하여 나홀로 멀고 힘든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자리를 빌어서 리더로써 빠른 결단과 더 많은 수고를 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정표가 평행선을 이루며 나란히 있어서 마치 곧 한길로 합쳐질 것 처럼 보였는데 앞서 내려간 기름챙이님이 보산회 리본을 달아놓은 것이 보여서 안심하고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조의 산우님들이 나란히 뻗어있지만 갈라지는 옆길로 빠지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어 해가 진후에 깜깜한 산길을 내려오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내려오는 중간 길에서 만났던 그레이님이 계속해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산길을 걸으면서 "왜 자꾸 올라가는 거죠? , 이길이 맞긴 맞나요?" 라며 의아해하며 연신 물어봤던 것 같다.
이번 산행이 두번째이며 따님과 함께 참석하신 그레이님과 따님은 마치 뮤지컬을 하는 듯한 톤과 억양으로 얘기를 나누는 유쾌한 모녀였는데 알고보니 따님은 뉴욕에서 공연하는 유명한 뮤지컬 배우라고 하였다.
Lonesome lake 를 만나기까지 내려가는 2마일의 길이 조금은 쉬울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생각보다 그다지 쉽지않고 만만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잔잔하고 예쁜 호수를 만나기까지 조금 더 힘든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장장 10마일의 산행이 끝나고 터덜터덜 주차장에 도착하니 해가 지고 주위가 어스름해지고 있었다. 길고 힘들었지만 오늘의 산행은 시원한 계곡물의 청량한 소리를 들으면서 시냇물을 건너고 멋진 폭포를 마주하고 pond와 lake를 만나는 특별한 산행이었다.
당초에 기대했던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풍의 향연을 만끽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4000footer에 속하는 North와 South Kinsman 정상에 올라갔다는 값진 성취를 얻게되었으니 아쉬움보다는 가슴이 뿌듯함을 느꼈다.
온세상을 물들고 있는 가을의 알록달록 단풍은 곧이어 찾아오는 황량한 겨울이 오기전에 조물주가 우리에게 내려준 위로의 선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비록 오늘 바라본 단풍의 향연이 아쉬웠을지라도 늘 그자리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웅장한 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단풍의 축복은 내년 이맘때도 변함없이 계속될 것을 알기에 또 다시 기대와 희망이 피어오르게 된다.
더욱이 머지않아 화려한 잎새가 떨어진 앙상한 가지위에 눈부시게 하얀 눈꽃이 만발할 환상적인 풍경속에서 함박 웃음을 짓게 되는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첫댓글 언제 올리시려나 기다렸는데 드뎌 올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화려한 단풍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4K 2개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리라 여겨집니다.
저 역시도 하얀 눈으로 옷입은 겨울 산행이 기다려집니다. 아울러 통통이님의 겨울 산행 후기도 기다려집니다.
청연님! 제 후기를 기다리셨다니 영광입니다. 지난번 후기에 이어 칭찬과 따뜻한 답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더니 제 마음이 감동으로 춤을 추는 듯 합니다.
저도 청연님의 여행과 산행 후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가 청연님이 여행하셨던 좋은 곳을 가볼수 있기를 기다리면서 잘 읽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실망할 일도 많고, 앞을 기대할 일도 많은데 저는 이제 과거를 돌아보거나 미래를 예측해 보거나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려구요. 보다더 현재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너무나도의 시행착오와 예측불허의 일들이 비일비재 했으니까요... 흘러가는 물은 지형과 바람 높낮이 등에따라 그때그때 잘 적응하고 흘러가듯이 말 입니다. 내 앞에 펼쳐지는 다양하고 다변하고 가변적인 complicated한 상황을 물 흐르듯 살아감을 배워야함을...
통통이님. 그래도 님과같이 다음계절의 향연을 머릿속에 그리며 오늘을 위로하심은 참 좋은 습관이세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