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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스님과 아전 l 僧換押吏
本文
1. 古有一僧이 被罪遠配할새 吏押去라
直譯 : 옛날(古)에 한(一) 중(僧)이 있어(有) 罪를 입고(被)罪를 입고(被) 멀리(遠) 유배(配)될 때에 아전(吏)이 압송하여(押) 갔다.(去)
註解 : 被는 ‘~을 당하다’라는 피동의 뜻을 나타낸다. 被罪는 ‘죄를 입다’이고, 被選은 ‘선발을 당하다’이다.
2. 至中道하여 僧이 買得秋露하여 飮押吏하니 吏泥醉倒地라.
直譯 : 길(道)의 중간(中)쯤에 이르러(至) 중(僧)이 술(秋露)을 사서(沽) 얻어(得) 압송(押)하던 아전(吏)에게 먹이니(飮) 아전(吏)이 진탕(泥) 취하여(醉) 땅(地)에 거꾸러졌다(倒)
註解 : 買得은 물건을 ‘사서 얻다’이다. 買得은 원문에는 沽得으로 표기되어 있다. 秋露는 술의 별칭이다. 泥醉는 몸이 흐느적거릴 정도로 취한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도지는 땅에 고꾸라졌다는 말이다.
3. 僧乘其醉하여 (削吏鬚髮하고) 脫弁(변)着之하고 解衲(해납)衣之라.
直譯 : 중(僧)이 그가(其) 취한(醉) 틈을 타서(乘) 아전(吏)의 수염(鬚)과 머리털(髮)을 깎고(削) 고깔(弁)을 벗어(脫) 그것(之)을 씌우고(着) 장삼(衲)을 벗어(解) 그것(之)을 입혔다.(衣)
註解 : 본문에는 ‘削吏鬚髮하고(아전의 수염과 머리를 깎고’가 생략되었다. 乘은 ‘타다’이다. 아전이 술에 취한 기회를 틈탔다. 弁은 승려나 농악을 사람들이 쓰는 세모지게 만든 쓰개이다. 衲은 중이 입는 검은색 천으로 만든 장삼이다.
4. 仍着吏冠服(잉착리관복)하여 而自稱押吏하고 督醉吏而去하다.
直譯 : 이어서(仍) 아전(吏)의 갓과(冠) 의복(服)을 착용(着)하고 스스로(自) 압송(押)하는 아전(吏)이라 稱하고 醉한 아전(吏)을 독촉(督)하며 갔다.(去)
註解 : 仍은 앞말과 뒷말을 연결하는 접속사로, ‘~하고 이어서 곧 ~하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着은 ‘착용하다’이다. 督은 ‘독촉하다’이다. 중이 자신의 옷과 고깔을 아전에게 입히고 곧바로 아전의 옷과 갓을 자신이 착용하였다. 긔고 거꾸로 취한 아전을 끌고 갔다.
5. 吏酒醒에 環顧其身하고 曰“僧則在是어늘 吾身何去오?”하고 竟替僧而去하니라. (聞者가 拍掌大笑라.)
直譯 : 아전(吏)이 술(酒)에서 깨자(醒) 자신(其)의 몸(身)을 빙(環) 둘러보며(顧) 말하기를(曰) “중(僧)은 곧(則) 여기에(是) 있는데(在) 내(吾) 몸(身)은 어디(何)로 갔을까?”하고 결국(竟) 중(僧)과 뒤바뀐(替) 채 갔다.(去) (듣는(聞)사람(者)들이 손뼉(掌)을 치면(拍) 크게(大) 웃었다.(소)
註解 : 環은 본래 옥으로 된 둥근 고리로, ‘돌다’라는 뜻이 되었다. 竟은‘결국’이고, 替는 ‘바꾸다’이다. 아전이 중과 서로 입장이 바뀌었다.
6. 野史氏曰 “世之有罪者는 以巧計獲免이어는 無罪者 或橫罹未脫하니 其與僧與吏로 一轍이라,可悲也夫인저!”하니라.
直譯 : 野史氏가 말하기를(曰), “세상(世)의 罪가 있는(有)가 사람(者)은 교활(巧)한 계책(計)으로 벌을 면함(免)을 얻는데 (獲) 罪가 없는(無) 사람(자)이 혹(或) 난데없이(橫) 걸려들어(罹) 벗어나지(脫) 못하니(未) 그(其) 중(僧)과 그리고(뒤의 與) 아전(吏)의 경우와 더불어(앞의 與) 동일(一)한 상황(轍)이다. 가히(可) 슬퍼할(悲) 일이로다(也夫)!
註解 : 獲免 “면함을 얻다‘이니, 죄인이 마땅히 치러야 할 형벌을 면한다는 뜻이다.’ 無罪者는 世之無罪者에서 世之가 생략된 말이다. 或은 ‘경우에 따라 혹’이다. 橫은 뜻밖에 벌어진 상황을 표현한다. 罹는 어뗜 상황에 ‘걸려들다’이다. 橫罹는 영문도 모르고 혹은 부당하게 어떤 일에 결려든다는 뜻이다. 其與僧與吏에서 앞의 與는 僧與吏를 묶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僧與 吏로 더불어’이다. 也夫는 감탄을 표현하는 종결사이다.
17 忍辱而待
本文
1.尹淮가 少時에 有鄕里之行하여 暮投逆旅하니 主人이 不許之宿하여 坐於庭邊이라.
直譯 : 尹淮가 젊었을(少) 때(時)에 시골(鄕里)로 가는 걸음(行)이 있어서(有) 저물녘(暮) 여관(逆旅)에 투숙(投)하려 하니, 主人이 머물러(止) 묵는(宿) 것을 허락하지(許) 않아(不) 뜰(庭) 가(邊)에 앉아(坐) 있었다.
註解 : 少는 숫자가 적다는 뜻이나, 少時는 나이가 많지 않은 ‘젊을 때’를 가리킨다. 逆旅는 ‘여관’의 병칭으로, 逆은 ‘맞이하다’라는 뜻. 止는 ‘머무르다’이고 宿은 ‘묵다’이다.
2. 主人兒가 待大眞珠出來라가 落於庭中이어늘 傍有白鵝하여 卽呑(탄)之라.
直譯 : 主人집 아이(兒)가 커다란(大) 眞珠를 쥐고(待) 나오다가(出來) 뜰(庭) 안(中)에서(於) 떨어뜨렸는데(落) 곁(傍)에 흰(白) 거위(鵝)가 있어(有) 즉시(卽) 그것(之)을 삼켜(呑) 버렸다.
註解 : 庭中의 中은 國中이나 市中의 중과 같이 ‘~의 안쪽’이라는 의미. 卽 은 즉시이다.
3. 已而요 主人이 索珠不得하고 疑公竊取(의공절취)하여 縛之(박지)하여 朝將告官이라.
直譯 : 이윽고(已而 ) 主人이 진주(珠)를 찾았으나(索) 얻지(得) 못하고(不) 公이 몰래(竊) 취했다(取)고 의심(疑)하여 그(之)를 결박(縛)하여 아침(朝)이 되면 장차(將) 관가(官)에 알리려고(告) 하였다.
註解 : 已而는 ‘이윽고’ ‘얼마후’라는 뜻을 갖는 숙어, 索은 ‘노끈’이나 ‘새끼’를 뜻할 때는 ‘삭’으로 읽고, ‘찾다’를 뜻할 때는 ‘색’으로 읽는다. 將은 가까이 일어날 미래를 서술할 때 쓰는 부사이다.
4. 公不與辨하고 只云 “彼鵝亦繫吾傍하라”하다.
直譯 : 공(公)은 두불어(與) 잘잘못을 가리지(辨) 않고(不) 다만(只) 이르기를(云), “저(彼) 거위(鵝)도 역시(亦) 내(吾) 곁(傍)에 묶으시오(繫)”하였다.
註解 : 여는 ‘~와 더불어’이다. 公不與辨은 公不與主人辨에서 主人이 생략된 일이다. 只는 한정의 의미를 표현한다.
5. 將朝에 珠從鵝後出하니 主人이 漸謝曰(점사왈) “昨何不言고?”하니
直譯 : 장차(將) 아침(朝)이 될 무렵 진주(珠)가 거위(鵝)의 항문(後)으로부터(從) 나왔다.(出). 主人이 부끄러워(漸) 사과(謝)하며 말하기를(曰) “어제(昨)는 왜(何) 말하지(言) 않았오?”하였다.
註解 : 將朝는 ‘막 아침이 되려는 무렵’이다. ‘從~’은 ‘~로부터’로 해석한다. 謝는 ‘사죄하다.’또는 ‘감사하다’라는 뜻으로 사용하니 문맥을 살펴 해석해야 한다.
6. 公曰 “昨日言之면 則主必割鵝索珠라 故로 忍辱而待라”하더라.
直譯 : 公이 말하기를(曰), ‘어제(昨日) 그것(之)을 말했다면(言) 그려면(則) 주인(主)께서 반드시(必) 거위(鵝)의 배를 갈라(割) 진주(珠)를 찾았을(索)것이요, 때문에(故) 辱을 참고(忍) 기다린(待) 것이요’하였다.
註解 : 必은 반드시 일어날 일에 대한 확신을 표현한 말이다. 인욕은 ‘욕을 참다’이다. 윤회는 진주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도 거위를 살리기 위해 다음날 아침까지 참고 기다렸다.
18 虛子, 實翁을 만나다 l 醫山問答
本文
1. 實翁이 曰 “我復問爾하노라, 生之類有三하니 人也, 禽獸也 ,草木也라.
直譯 : 實翁이 말하기를(曰), “내가(我) 다시(復) 그대에게(爾) 묻노라(問). 생물(生)의 종(類)에는 세가지(三)가 있으니(有) 사람(人)과 禽獸와 草木이다.
註解 : 부는 ‘부’로 읽으며, ‘다시’라는 뜻이다. 爾는 2인칭대명사, 生은 생물을 가리킨다. 禽은 ‘날짐승’이고 獸는 들짐승이다. 草는 풀이고 木은 나무이다. ‘人也, 禽獸也, 草木也’에서 거듭 사용한 것은 人과 禽獸와 草木 세 가지를 분명히 구분하여 제시하기 위해서이다.
2. 삼생지류가 호상쇠왕이어늘 억장유귀천지등호아?
直譯 : 세 가지(三) 생물(生)의 類가 서로(互相) 어울려 쇠하기도(衰)하고 성하기도(旺)하거늘 그런데(抑將) 귀하고(貴) 천(賤)한 차등(等)이 있겠는가(有)? 하였다.
註解 : 互相은 相互이다. 抑將은 어세를 반전하는 역할을 하여, ‘그런데’와 그 의미가 닽다. 즉, 본문에서는 문장의 첫머리에 ‘抑將’자를 써서 ‘만물에 차등이 없다’는 말을 반어적 수법으로 표현하였다. ‘抑將 ~乎’는 반어형 구문으로 ‘그런데 ~겠는가?’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3. 虛子가 曰 “天地之 生이 惟人爲 貴라, 今夫禽獸也, 草木也는 無慧無覺하며 無禮無義하니 人貴於禽獸하고 草木賤於禽獸라”하니라
直譯 : 虛子가 말하기를(曰) “天地간의 생물(生)이 오직(惟) 사람(人)이 귀함(貴)이 된다.(爲) 지금(今) 저(夫) 禽獸와 草木은 지혜(慧)도 없고(無) 감각(覺)도 없으며(無) 예절(禮)도 없고(무) 의리(義) 없으니(無), 사람(人)이 禽獸보다 貴하고 草木이 禽獸보다 賤하다.”하였다.
註解 : 惟는 ‘오직’이다. ‘A가 B가되다’또는 ‘A는 B이다’라고 해석한다. 惟人爲貴는 ‘오직 사람이 귀하다’라는 뜻이다. 人貴於禽獸는 人과 禽獸의 우열을 비교하는 구문이다. 於 는 ‘~보다’라는 뜻을 갖는다.
4. 實翁이 仰首而笑하고 曰 “爾는 誠人也로다 以人視物하면 人貴而物賤하며 以物視人하면 物貴而人賤이어니와 自天而視之하면 人與物이 均也하니라.”
直譯 : 實翁이 머리(首)를 쳐들고(仰) 웃으며(笑) 말하기를(曰), “그대(爾)는 진실(誠)롤 사람(人)이로구나. 사람(人)으로써(以) 物을 보면(視) 사람(人)은 貴하고 物은 賤하며, 物로써(以) 사람(人)을 보면 物은 貴하고 사람(人)은 賤하거니와 하늘(天)로부터(自) 그것(之)을 보면(視) 사람(人)은 物과 더불어(與)균등(等)하다.”하였다.
註解 : ‘爾는 誠人也’와 ‘以人視物하면’의 사이에 “五倫五事는 人之禮義也요 群行呴哺(군행구포)는 禽獸之禮義也요 叢苞條暢(총포조창)은 草木之禮義也라(五倫과 五事는 사람의 예의이고, 무리로 다니며 울고 쪼아 먹는 것은 금수의 예의이고, 떨기를 이루어 자라고 가지가 울창한 것은 초목의 예의이다)”라는 말이 생략되었다. 五事는 ‘용모(貌) 말(言), 보기(視) 듣기(聽), 생각(思)’이다. 허자는 고루한 사고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당시의 일반 지식인을 대변하고 있다. 실옹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웃으며, 허자가 아직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하였다. 사람의 잣대로 사물을 보면 사람이 더 귀한 존재로 보이나, 易地思之하면 물이 더욱 귀한 존재로 보이게 된다. 天은 만물이 몸담아 살고 있는 자연(제3자적 시각)을 가리킨다. 넓은 시야에서 보면 사람과 물은 본래 균등한 존재이다.
19 한반도의 등줄기 l 白頭大幹
本文
1. 白頭山은 在女眞 朝鮮之界하여 爲一國華蓋라
直譯 : 白頭山은 女眞과 朝鮮의 경계(界.)에 있어서(在) 한(一) 나라(國)의 지붕(華蓋)이 된다.(爲)
註解 : 華蓋는 임금이 타는 가마 위에 씌우던 日傘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지붕’이라고 해석한다.
2. 上有大澤하니 周圍八十里라 西流爲鴨綠江하고 東流爲豆滿江하고 北流爲混同江하니 豆滿鴨綠之內는 卽我國也라.
直譯 : 위(上)에 큰(大) 못(澤)이 있으니(有) 둘레(周圍)가 80里이다. 西쪽으로 를러(流) 鴨綠江이 되고(爲) 東쪽으로 흘러(流) 豆滿江이 되고(爲) 北쪽으로 흘러(流) 混同江이되니(爲) 豆滿강과 鴨綠강의 안쪽(內)이 바로(卽) 우리(我) 나라(國)이다.
註解 : 卽은 ‘바로’, ‘곧’이다.
3 自白頭로 至咸興히 山脈中行하니 東枝는 行於豆滿之南하고 西枝는 行於鴨綠之南이라.
直譯 : 白頭山으로부터(自 ) 咸興에 이르기까지(至) 山脈이 가운데(中)로 진행(行)하니, 동쪽(東) 가지(枝)는 두만강(豆滿)의 남쪽(南)에(於) 진행(行)하고 서쪽(西) 가지(枝)압목강(鴨綠)의 남쪽(남)에 진행(行)한다.
註解 : ‘自A B’는 ‘A에서부터 B까지’라고 해석한다. 구결 ‘히’는 ‘~까지’라는 뜻이다. 山脈은 백두대간을 말한다. 中行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가운데로 뻗었다는 말이다. 枝는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좌우로 뻗어 나온 산맥을 말한다.
4. 自咸興으로 山之主脈이 薄于(박우)東海하니 西枝는 長亘(장긍)七八百理하고 東枝는 未滿百里라.
直譯 : 咸興으로부터(自) 山의 主脈이 東海에(于 )붙는다(薄) 서쪽(西) 가지(枝)는 길게(長) 七八百里를 뻗었고(亘) 동쪽(東) 가지(枝)는 百里에 차지(滿) 못한다.(未)
註解 : 薄은 ‘어느 지점에 가까워지다’라는 뜻이다. 亘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다‘라는 뜻이다.
5. 대간은 즉남하수천리하여 지경상태백산하여 통위일파령이라.
直譯 : 큰(大) 줄기(幹)는 곧(則) 南쪽으로 數千 里를 내려가(下) 경상도(慶尙)의 太白山에 이르도록(至) 통하여(通) 한(一) 갈래(派)의 산줄기(嶺)가 되었다.(爲)
註解 : 대간은 백두대간이다. 派는 ‘갈래’이다. 嶺은 ‘잇달아 뻗어 있는 산줄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에서 태백까지 전체가 하나의 갈래로 연결되어 있다.
20 자연의 여섯 벗 l 六友堂記
本文
1. 山은 吾仁者所樂也니 見山이면 則存吾仁이요 水는 吾智者所樂也니 見江이면 則存吾智라.
直譯 : 山은 우리(吾) 어진(仁) 사람(者)들이 좋아하는(樂) 바(所)이니 山을 보면(見) 그러면(則) 우리(吾)의 어짊(仁)을 보존(存)할 수 있다. 물(水)은 우리(者) 지혜(智)로운 사람(者)들이 좋아하는(樂) 바(所)이니 江을 보면(見) 그러면(則) 우리(吾)의 지혜(智)를 보존(存)할 수 있다.
註解 : 樂은 ‘좋아하다’라는 뜻이고, ‘요’롤 읽는다. <논어>의 주에 ‘어진 사람은 의ㅣ를 편히 여기고 後重하여 옮기지 않는 것이 산과 같이 산을 좋아한다’하였고, 또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통달하여 두루 막힘이 없는 것이 물과 같아서 물을 좋아한다’하였다. 우리는 산과 물을 통해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되며, 산의 인자함과 물의 드넓음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2. 雪之壓冬溫하여 保吾氣之中也하고 月之生夜明하여 保吾體之寧也라
直譯 : 눈(雪)은 겨울(冬)의 따뜻함(溫)을 눌러(壓) 우리(吾) 기운(氣)의 알맞음(中)을 보존(保)하고, 달(月)은 밤(夜)의 밝음(明)을 만들어(生) 우리(吾) 몸(體)의 편안함(寧)을 보존(保)한다.
註解 : 壓은 ‘누르다’이다. 눈은 겨울의 따뜻함을 누르고, 달은 밤의 어두움을 밝힌다.
3. 風有八方하여 各以時至는 則吾之无妄作也요 花有四時하여 各以類聚는 則吾之無失序也라
直譯 : 바람(風)에게는 여덝(八) 방향(方)이 있어(有) 각각(各)의 때(時)로써(以) 이르는(至) 것은, 곧(則) 우리(吾)가 망령스럽게(妄) 행동함(作)이 없는(无) 것과 같다. 꽃(花)에게는 네(四) 계절(時)이 있어(有) 각각(各)의 종류(類)로써(以) 모이는(聚) 것은 곧(則) 우리(吾)가 질서(序)를 잃음(失)이 없는(無) 것과 같다.
註解 : 계절에 따라 규칙적으로 샛바람(동풍), 마파람(남풍) 갈바람(서풍), 높새바람(북동풍)이 불어온다. 자연의 무한한 질서에서 우리는 삶의 자세를 배워 망령된 마음을 갖지 않데 된다. 매화꽃은 겨울에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리고, 국화는 가을에 피어 겨울이 다가옴을 알린다. 각각 자기의 계절이 있어 차례를 어기지 않는 화초에서 우리는 자연의 질서를 매우게 된다.
4. 天地는 父母也요 物은 吾與也니 何往而非友哉리오 此眞吾益友也哉인저
直譯 : 天地는 父母이고 만물(物)은 우리(吾)의 동료(與)이니 어디(何)로 단들(往) 벗(友)이 아니겠는가?(非) 이(此)는 참으로(眞) 나에게(吾) 도움이(益) 되는 친구(友)로다(也)
註解 : 天地는 자연을 가리키고 物은 천지 사이에 벌여져 있는 온갖 만물을 가리킨다. 與 는 본래‘더불다’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더불어 함께하는 동료’라는 뜻을 표현하였다.
六友堂記 (자연의 여섯 벗) 全文
永嘉金敬之氏가 名其堂曰 四友라하니蓋取康節先生雪月風花也라.
영가 김경지 씨가 堂의 이름을 ‘四友’라 하였으니, 이는 소강절 선생의 ‘눈, 달, 바람, 꽃’의 의미를 취한 것이다
請予說其義나 予不願學也요 且無暇일새 未之應久矣러니
그가 나에게 그 의미를 설명해 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나는 소강절을 배우고 싶지 않았고 게다가 겨를도 없었기 때문에 오래도록 아직 그의 부탁에 응하지 못했었다.
其在驪興也(기재려흥야)에 以書來曰 “今之在吾母家也라. 江山之勝이 慰吾於朝夕하니 非獨雪月風花而已라 故益之以江山曰 六友라하니 先生은 其有以敎之하소서.”하니라.
. 그런데 그가 여흥에서 편지하기를, “지금은 나의 외가에 있습니다. 그런데 강과 산의 빼어난 경치가 아침저녁으로 저를 위안하고 있으니, ‘눈, 달, 바람, 꽃’뿐이 아닙니다. 이에 강과 산을 더하여 ‘六友’라 하였으니 선생께서 가르침을 주십시오.”하였다.
予曰 “吾之衰病也久하니 天時變于上에 吾懜然而已(오몽연이이)요 地理隤于下(지리퇴우하)에 吾冥然而已라.
그래서 나는 “저는 병약해진 지 오래 되어, 계절의 바뀜도 느끼지 못하고 지형의 변화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康節之學은 深於數者也니 今雖以江山으로 冠之하여 示不康節同이나 然이나 易之六龍六虛가 爲康節之學之所從出이니 則是亦歸於康節而已라 雖然이나 旣曰 不願學인대 則舍是豈無言乎아?”
그러나 소강절은 수리학에 밝은 사람입니다. 지금 비록 강과 산을 보태어 소강절과 같지 않다는 것을 보이려 하시지만, 역(易 )의 ‘六龍’과 ‘六虛’의 원리에서 소강절의 학문이 출발한 터이니, 그대가 말한 ‘육우’라는 것도 소강절의 논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입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이미 그를 배우는 것을 원하지 않느다고 했을진대 소강절의 논리 말고도 또 다른 말이 없기야 하겠습니까?”하였다.
曰山은 吾仁者所樂也니 見山이면 則存吾仁이요 水는 吾智者所樂也니 見江이면 則存吾智라.
산은 우리 어진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이니 산을 보면 우리의 어짊을 보존할 수 있고, 물은 우리지혜로운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이니 강을 보면 우리의 지혜를 보존할 수 있다.
雪之壓冬溫하여 保吾氣之中也하고 月之生夜明하여 保吾體之寧也라.
눈은 겨울의 따 뜻함을 눌러 우리 기운의 알맞음을 보존하고, 달은 밤의 밝음을 만들어 우리몸의 편안함을 보존한다.
風有八方하여 各以時至는 則吾之无妄作也요 花有四時하여 各以類聚하니 則吾之無失序也라
바람에게는 여덟 방향이 있어 각각 때에 따라 이르는 것은, 곧 우리가 망령스럽게 행동함이 없는 것과 같고 꽃에게는 네 계절이 있어 각각의 종류대로 모이는 것은, 곧 우리가 질서를 잃음이 없는 것과 같다.
又況敬之氏는 胸中灑落(흉중쇄락)하여 無一點塵滓(무일점진재)하고 又其所居가 山明水綠하여 謂之明鏡錦屛하니 無忝也哉(무첨야재)인저,
또한 더구나 경지 씨는 흉중이 쇄락하여 한 점의 티끌도 없고, 또 그 거처한 곳이 산은 발고 물은 푸르러 明鏡錦屛이라 일컫는 곳이니 더 보탤 것이 없구나.
雪也 在孤舟蓑笠(재고주사립)이 爲益佳하고 月也 在高樓樽酒(재고루준주)가 爲益佳라 風在釣絲(풍재조사)이면 則其淸也 益淸하고 花在書榻(화재서탑)이면 則其幽也 益幽라
눈은 외로운 배의 도롱이와 삿갓에 덮인 것이 더욱 아름답고 달은 높은 누각의 술잔에 비춘 것이 더욱 아름다우며 바람은 낚싯줄에 있으면 그 맑음이 더욱 맑아지고 꽃은 책상에 있으면 그 그윽함이 더욱 그윽해지니,
四時之勝이 各極其極하여 以經緯乎江山之間이라
네 계절의 승경이 각각 그 지극함을 극진히 하여 강과 산의 사이에서 자유롭게 펼쳐진다.
敬之氏는 侍側餘隙(시측여극)에 舟乎江하고 屩乎山(갹호산)하여 數落花하고 立淸風하며 踏雪尋僧하고 對月招客하니 四時之樂을 亦極其極矣라 敬之氏는 其獨步一世者哉인저.
경지씨는 곁에서 모시는 사이에 강에 배를 띄우고 산에 올라 떨어지는 꽃을 헤아리고 맑은 바람을 쏘이고 눈을 밟고 절을 찾고 달을 맞아 손님을 부르니 사계절의 즐거움을 또한 지극히 즐겁게 즐기니 경지 씨는 세상의 독보적인 사람이구나.
友는 同志也니 尙友乎古면 則古之人이 不可以一二計어니와 求友乎今이면 則如吾儕者(즉여오제자)가 亦豈少哉리오?
벗이란 뜻을 함께하는 것이니 위로 옛과 벗을 하면 옛 사람이 한둘로써 헤아릴 수 없이 많겠거니와 지금에서 찾더라도 나의 벗이 어찌 적겠는가?
然이나 敬之氏는 所取如此하니 敬之氏는 其獨步一世者哉인저. 雖然이나 天地는 父母也요 物은 吾與也니 何往而非友哉리오?
그러나 경지 씨가 취한 것이 이와 같으니 경지 씨는 세상의 독보적인 사람이구나. 비록 그러나 천지는 부모이고 만물은 우리의 동료이니, 어디로 간들 벗이 아니겠는가?
又況大畜之山과 習坎之水(습감지수)에 講習多識하니, 眞吾益友也哉인저 於是에 作六友堂記하노라.
더구나 주역의 大蓄(대축)괘에서 말한 것처럼 지극히 큰 것을 온축하고 있는 형상의 산과 習坎(슴감)괘에서 말한 것처럼 가운데에 신의와 성심을 품고 있는 형상의 물을 보고서 덕을 쌓으며 진리를 강습하여 많이 알게 된다고 하니, 참으로 나의 益友이다. 이에 六友堂記를 짓노라.
21 산에서 얻은 기상 l 金剛山 智異山
本文
1.一萬二千峯이
直譯 : 一萬 二千 봉우리(峯 )
註解 : 금강산의 주봉인 毘盧峯을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봉우리들의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금강산은 실제로도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수백여 개에 달한다.
2. 高低自 不同이라.
直譯 :높고(高) 낮음(低)이 제각기(自) 같지(同) 않구나(不)
註解 : 自 는 ‘각자’, ‘따로’라는 뜻이다. 수많은 봉우리들이 各樣 各色의 姿態를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3. 君看日輪上하라.
直譯 : 그대(君)는 보게나(看) 해(日輪)가 오름을(上)
註解 : 일륜은 태양을 가리킨다. 수레바퀴는 그 모양이 둥글고 또 쉬지 않고 운행하는 것이 태양과 유사하므로 태양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시적 표현이다. 君은 2인칭 대명사(=汝, 爾, 子)이다.
4. 何處最 先紅고.
直譯 : 어느(何) 곳(處)이 가장(最) 먼저(先) 붉어지는지(紅)?
註解 : 最는 ‘가장’이란 뜻의 부사로 先(먼저)을 강조했다. 질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제일 먼저 햇빛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그렇듯 가장 덕망이 높은 사람이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5 請看千石鐘하라.
直譯 : 청컨대(請), 천(千) 石 들이 종(鐘)을 보게나(看)
註解 : 請은 상대방에게 어떤 일을 해 주기를 희망하거나 요구한다는 의미이다. 千石鐘은 곡식 1000석이 들어갈 만큼 큰 종이다.
6. 非大扣無聲이라.
直譯 : 큰(大) 것이 아니면(非) 두드려도(扣) 소리(聲)가 없네(無)
註解 : 큰 종은 거기에 걸맞는 큰 공이가 있지 않으면 두드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7, 萬古天王峯은
直譯 : 萬古에 우뚝한 天王峯은
註解 : 천왕봉은 산봉우리 이름이다. 의연한 모습으로
수만 년 동안 우뚝 솟아 있는 산을 닮고 싶은 시적 자아의 심경이 투영되어 있다.
8. 天鳴猶不鳴이로다.
直譯 : 하늘(天)이 울어도(鳴) 오히려(猶) 울지(鳴) 않네(不)
註解 : 猶는 ‘오히려’라는 의미이다.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천왕봉의 자태에서 시적 자아의 기개를 엿볼 수 있다.
22 離別의 情懷 ; 大同江, 送元二使安西
本文
1.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하니
直譯 : 비(雨) 개인(歇) 긴(장) 둑(堤)에 풀빛(草色)이 짙어지니(多)
註解 : 多는 ‘많다’는 뜻으로 물이 많으니 싹이 짙게 보인다는 뜻이다. 비가 온 후 싱그럽고 아름답기만 한 대동강가의 풍경을 표현했다. 파릇파릇하게 자란 풀빛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진다.
2. 送君南浦動悲歌라
直譯 : 님(君)을 떠나 보낸(送)는 南浦에 슬픈(悲) 노래(歌) 이는구나(動)
註解 : 南浦는 이별을 상징하는 관습적 표현이다. 앞 구에서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노래하였고(先境). 이 곳에서 다시 자신의 슬픈 마음을 제시하여 後情 슬픔의 표현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선경 후정법이 쓰였다.
3. 大同江水何時盡고
直譯 : 大同江의 물(水)은 어느(何) 때(時)나 마를꼬(盡)
註解 : 盡은 ‘다하다’이다. 느닷없은 내용으로 기승전결법의 묘미를 잘 살려 시상의 변환을 이루었다.
4. 別淚年年添綠波라
直譯 : 이별(別) 눈물(淚) 해마다(年年) 푸른(綠) 물결(波)에 보탠다(添).
註解 : 사람의 눈물이 많다 해도 강물의 수위를 높일 순 없다. 그러나 이별의 슬픔은 강물을 넘치게 할 정도라는 과장의 표현으로 전구의 단절을 메워준다. 이 구절은, 떠나고 떠나 보내는 사람들이 흘리는 이별의 눈물이 대동강 물을 보탠다는 뜻과 내가 임을 그리워하여 흘리는 눈물이 대동강 물을 보탠다는 뜻이 담긴 충의적인 표현으로, 예로부터 神韻이 감돈다는 평이 있다.
5. 渭城朝雨浥輕塵(위성조우읍경진)하니
直譯 : 渭城의 아침(朝) 비(雨) 가벼운(輕) 먼지(塵)를 적시니(浥)
註解 : 渭城은 당나라 때 수도인 장안의 서쪽이며 실크로드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보통 渭橋에서 전별의 자리를 갖곤 했다. 새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려 길 위로 폴폴 날리던 먼지도 촉촉하게 젖었다.
6. 客舍靑靑柳色新이라.
直譯 : 여관(客舍) 앞에는 파릇파릇(靑靑) 버들(柳) 빛(色)이 새롭구나(新)
註解 : 정갈한 봄날의 경치를 묘사했다. 柳는 이별의 상징물이다.
7. 勸君更進一杯酒하노니
直譯 : 그대(君)에게 다시(更) 한(一) 잔(杯)의 술(酒)을 勸하노니
註解 : 재차 술을 권하는 모습에서 잠시라도 만남을 연장하고 싶어하는 친구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8. 西出陽關無故人이리라.
直譯 : 서쪽(西)으로 陽關을 나서면(出) 친구도(故人) 없으리(無)
註解 : 양관 땅을 나서면 잔 술을 권해 줄 벗도 없을 것이다. 전구의 내용과 연관되어 이별의 슬픔을 확대시켰다.
23 閨情, 採蓮曲
1. 유약래하만고
直譯 : 약속(約)을 하고도(有) 오심(來)이 왜(何) 이리 늦으시니(晩)
註解 : 님과의 해후만을 기다리며 지루했던 겨울을 지낸 서정적 자아가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길고 지루했던 겨울의 터널을 지나온 것은 님과의 해후를 기대했기 때문인데 님이 오지 않자 ‘무엇 때문에 늦을까(何晩)?’하며 기다림의 심정을 표현했다..
2. 庭梅欲謝時라
直解 : 뜨락(庭)의 매화꽃(梅)도 시들(謝)고자(欲) 하는 때(時)
註解 : 謝는 ‘꽃이 떨어지다.’의 뜻이다. 봄이면 님이 변경의 수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봄은 해후의 계절이 된다. 매화가 진다함은 봄이 무르익어 간다는 뜻이다. 약속한 시간이 경과할까 다급해진 서정적 자아의 심리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3. 忽聞枝上鵲하고
直譯 : 문득(忽) 가지(枝) 위(上)의 까치(鵲) 소리를 듣기(聞)만 해도
註解 : 갑자기 들려오는 까치 소리는 약속 시간이 경과할 무렵 들려온 희소식이다. 시상의 전환을 꾀했다. 아침에 우는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귀한 손님이 온다고 믿었다. 오지 않는 님이 야속하기만 한 대 갑자기 가지 위에서 들려오는 까치 소리에 행여 님이 오시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져 본다.
4. 虛畫鏡中眉로다
直譯 : 부질없이(虛.) 거울(鏡) 속(中)의 눈썹(眉)을 그리네(畫)
註解 : 아름다운 모습으로 님 앞에 서고 싶은 여인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虛자를 통해 자신의 기대가 부질없는 기대임을 암시하고 있다.
5. 秋淨長湖碧玉流한대
直譯 : 가을(秋)은 맑고(淨) 긴(長) 호수(湖)에 碧玉 같은 물 흐르는데(流)
註解 : 파란 가을 하늘처럼 아스라이 펼쳐진 호수를 碧玉에 비유한 시각적 심상이 돋보인다.
6. 荷花深處係蘭舟라
直譯 : 연꽃(荷花) 깊은(深) 곳(處)에 목란배(蘭舟) 매어(係) 두었죠.
註解 : 係는 ‘매다’이다. 蘭舟는 木蘭舟를 말하는데 목란은 나무 이름이다. 질이 단단한 교목이므로 건축용이나 배를 만들 때 쓴다. 소녀는 님을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려고 연꽃 무성한 속에 배를 숨겼다.
7 逢郞隔水投蓮子라가
直譯 : 님(郞.)을 만나려(逢) 물(水) 건너(隔)로 연밥(蓮子)을 던지다가(投)
註解 : 님이 자신을 찾지 못하자 연밥을 던져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蓮子는 ‘연꽃의 밥’인데 ‘憐子(련자)’와 음이 같다. 따라서, 蓮子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내가 연꽃 속에 숨어 지켜 보고있는 줄을 모르고 님은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저 여기 있어요’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수줍어 말하지 못하고 연밥을 따서 물 위로 던지고 말았다. 사랑의 고백이다.
8. 恐被人知半日羞라.
直譯 : 남(人)이 알게(知) 될까(被) 두려워(恐) 한나절(半日) 부끄러워했어요.(羞)
註解 : 被는 ‘~당하다’라는 뜻의 피동형 문장을 만든다. 자신의 마음이 남들에게 들킬까 염려하는 전통적인 여인의 수줍음을 표현했다.
24 憫農, 流民歎
1. 春種一粒粟하여 秋收萬顆子라
直譯 : 봄(春)에 한(一) 알(粒)의 곡식(粟)을 심어(種) 가을(秋)에 萬 알(顆子) 걷게 되었네.
註解 : 種은 명사일 때는 ‘씨앗’이란 뜻이나, 여기서는 ‘심다’라는 뜻의 동사, 粒과 顆(과)는 모두 ‘낟알’이다. 子는 명사뒤에 붙는 접미사, 倚子 卓子 原子의 子와 같다. 농부의 땀과 노력으로 한 톨의 곡식이 가을에 이르면 만 배의 양으로 수확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가릉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정성스레 한 알 한 알 씨를 땅에 심는 농부의 심정을 생각하게 한다.
2. 四海無閑田이어늘 農夫猶餓死로다.
直譯 : 온 사방(四海) 묵힌(閑,) 밭(田) 없건만(無) 農夫는 오히려(猶) 굶주려(餓) 죽는구나(死)
註解 : 閑田은 농사를 짓지 않고 묵힌 밭, 猶는 ‘오히려’이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하지 못한 채 굴뭊려 죽는 농민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모순된 현실과 탐관오리들의 가혹한 수탈을 꼬집고 있다.
3.蒼生難 蒼生難이여 年貧爾無食이로다.
直譯 : 백성(蒼生)의 어려움(難)이여 백성(蒼生)의 어려움(難)이여, 해(年)가 가난(貧)하여 너희(爾)를 먹을 것(食)이 없구나(無)
註解 : 蒼生은 초목이 많이 우거진 모습으로 ‘백성’을 뜻한다. 萬民 蒼民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年貧은 ‘해가 가난하다’라는 말로 흉년이 들었다는 뜻.
4. 我有濟爾心이나 而無濟爾力이라
直譯 : 나(我)는 너희(爾)를 구제(濟)할 마음(心)은 있으나(有) 또 너희(爾)를 구제(濟)할 힘(力)이 없구나(無)
註解 : 我는 서정적 자아인 어무적이다. 爾는 이인칭 대명사로 ‘창생’을 뜻한다. 而는 역접의 접속사.
5. 蒼生苦 蒼生苦여 天寒爾無衾이로다.
直譯 : 백성(蒼生)의 고통(苦)이여 백성(蒼生)의 고통(苦)이여, 날(天)이 추워(寒)도 너희(爾)들 이불(衾)이 없구나.
註解 : 天은 ‘날씨’이다. 백성들은 가난하여 엄동 설한에도 이불이 없다는 말.
6. 彼有濟爾力이나 而無濟爾心이라
直譯 : 저들(彼)은 너희(爾)를 구제(濟)할 힘(力)이 있으나(有) 너희(爾)를 구제(濟)할 마음(心)이 없네(無)
註解 : 彼는 3인칭 대명사로 백성들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가리킨다.
7. 願回小人腹하여 暫爲君子慮하고
直譯 : 원컨대(願) 小人의 마음(腹)을 돌이켜(回) 잠시(暫) 君子의 생각(慮)을 하게(爲)하고
註解 : 回는 ‘돌리다’이다. 小人은 ‘탐관오리’를 가리키며, 腹은 ‘마음’이다. 小人腹은 작기 배만 채우려는 탐관오리들의 마음을 의미한다. 소인들의 마음을 뒤집어 잠시 군자다우 생각을 해 보도록 하고 싶다는 말이다.
8. 暫借君子耳하여 試聽小民語하노라.
直譯 : 잠시(暫) 君子의 귀(耳)를 빌려(借) 시험삼아(試) 小民의 말(語)을 들어 보게(聽)하고 싶네
註解 : 借는 ‘빌리다’이다. 君子는 나라의 정사를 맡은 위정자들을 가리킨다. 試는 ‘히섬하다, (한 번)해 보다’라는 뜻을 표현한다. 小民은 ‘미천한 백성’이른 뜻이다. 잠시라도 위정자들로 하여금 서민들의 애달픈 하소연을 들어보게 하고 싶다는 말이다.
劉向의 <新序> <節士篇>에 收錄된 “季札之劍”
延陵季子將西聘晉에 帶寶劍以過徐君한대,연릉 계자가 서쪽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길에 보검을 차고서 서나라의 임금을 방문하였는데 徐君觀劍하고 不言而色欲之라 서나라 임금이 보검을 보고 말로는 하지 않았으나 그것을 갖고 싶어하는 낯빛이었다. 延陵季子爲有上國之使하여 未獻也 나 然其心許之矣러니 使于晉, 顧反한대 則徐君死于楚라. 그러나 연릉 계자는 상국으로 사신을 가야했기 때문에 아직 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으로는 이미 주기로 허락하고 있었는데,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니 서나라 임금이 초나라에서 이미 죽었다는 것이었다.
于時에 脫劍致之嗣君이라. 이에 계자는 검을 풀어서 嗣君(뒤를 계승하여 등극한 왕)에게 주었다.
從者止之曰 “此吳國之寶니 非所以贈也니이다.”하니 그러자 수행하던 사람이 말하기를 “이것은 오나라의 보물이니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하니,
延陵季子曰 “吾非贈之也라. 先日吾來에 徐君觀吾劍하고 不言而其色欲之나 吾爲上國之使일새 未獻也라 연릉 계자가 말하기를, “내가 이것을 그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전날 내가 여기에 왔을 때에 서나라 임금이 나의 검을 보고 말로는 하지 않았으나 갖고 싶어하는 낯빛이었다. 그러나 나는 상국으로 사신을 가야 했기 때문에 아직 줄 수가 없었다.
雖然이나 吾心許之矣니 今死而不進이면 是欺心也라. 愛劍僞心은 廉者不爲也니라.”하니라. 비록 그렇지만 나의 마음으로는 이미 그것을 주기로 허락하고 있었으니, 이제 죽었다고 하는 일이다.”하였다
遂脫劍致之嗣君하니 嗣君曰 “先君無命하니 孤不敢受劍이라.”하다.
마침내 검을 풀어 사군에게 주니 사군이 말하기를, “선군께서 저에게 이를 받으라고 명하신 적이 없으니, 제가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하였다.
于是에 季子以劍帶徐君墓하고 卽去하니 이에 계자가 검을 서나라 임금의 무덤에 얹어 두고 곧 떠났다.
徐人이 嘉而歌之曰 “延陵季子兮不忘故여 脫千金之劍兮帶丘墓로다.”하였다. 서나라 사람들이 이 일을 아름답게 여겨 노래하기를, “연릉 계자의 옛 일을 잊지 않음이여 천금의 검을 풀어서 묘에 두었네.”
流民歎의 後略 部分
小民有語君不知하여 어린백성 말하여도 임금님 듣지 못해
今世蒼生皆失所로다 세상 백성들 살 곳을 모두 잃엇구나.
北闕雖下憂民詔나 북관에 비록 백성을 근신하믄 명을 내리시나
州縣傳看一虛紙라 고을 관아에서 돌려 보면 부질없는 종이쪽지
特遣京官問民瘼이나 특별히 한양 관리 보내어 백성 아픔물으시나
馹騎日馳三百里라 역말을 내달려도 삼백 리 머나먼 곳
吾民無力出門限하니 우리백성 힘이 없ㅇ어 문 밖에도 못나가니
何暇面陳心內事오 어느 겨를에 얼굴 뵙고 속마음을 드러낼까!
縱使一郡一京官이나 비록 군마다 한양 관리 보내시나
京官無耳民無口라 한양 관리 귀가 없고 백성은 입이 없네.
不如喚起汲淮陽하여 차라리 회양 태수 급암을 불러일으켜
未死子遺猶可救로다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 구함만 못 하구나.
25 雪夜, 春望
1. 四山圍獄雪如海한대
直譯 : 사방(四)의 山이 감옥(獄)을 둘러싸고(圍) 눈(雪)이 바다(海)와도 같은데(如)
註解 : 四面에 산이 첩첩이 둘러싸고 있는 감옥 주변으로 겨울 눈이 茫茫大海처럼 그득그득 내리는 모습이다.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철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자신의 고립된 상황과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2. 衾寒如鐵夢如灰라
直譯 : 이불(衾)은 차가워(寒) 쇳덩이(鐵) 같고(如) 꿈(夢)도 대(灰) 같구나(如)
註解 :‘찬 이불과 재처럼 식은 꿈’에서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회색처럼 암울하기만 한 일제 강점기 하의 시대 상황이 느껴진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듯.’이 그칠 줄을 모르고 타오르는 자신의 투쟁의 불길이 그 누군가를 위한 ‘약한 등불’이 되고 싶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 그저 재처럼 식어 버렸다는 내용이다.
3. 鐵窓猶有鎖不得하니
直譯 : 쇠창살(鐵窓)로도 오히려(猶) 잠그지(鎖) 못할(不得) 것이 있으니(有)
註解 : 鎖不得은 ‘鎖함을 得하지 못하다’라는 뜻이다. 종소리로 사상의 전환을 꾀했다. 굵은 쇠창살로도 소리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4. 夜聞鐘聲何處來오?
直譯 : 밤(夜)에 들리는(聞) 종소리(鐘聲)는 어느(何) 곳(處)에서 오는가(來)?
註解 : 굵은 철창 사이로 들려 오는 자유의 종소리처럼, 나를 가둘 수는 있어도 조국의 해방과 독립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5, 國破山河在요 城春草木深이라.
直譯 : 나라(國)가 망하니(破) 山河만 남아 있고(在) 봄(春)깃든 성곽(城)엔 草木만 무성하다(深)
註解 : 國破는 ‘나라가 망하다’이다. 國은 구체적으로 당시 ‘안사의 난’으로 피폐해진 國都 장안을 가리킨다. 두보는 당시 반란군에게 붙들려 시련을 겪기도 했다. 山河만 남아 있다는 것은 나머지 물건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또한 초목이 우거졌다 했으니 사람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전쟁통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과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대비시켰다.
6. 感時花濺淚요 恨別鳥驚心이라.
直譯 : 시절(時)이 슬퍼(感) 꽃(花)에 눈물(淚)을 뿌리고(濺) 이별(別)이 아파(恨) 새(鳥) 소리에 마음(心) 놀라네(驚)
註解 : 感은 ‘느끼다’이다. 感時는 전란과 이별로 불행해진 당시의 현실에 대해 찹찹한 심경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恨別은 ‘이별을 한스러워하다’이다. 평소 즐거움을 주던 아름다운 꽃과 새 소리가 지금은 도리어 눈물과 애달픔을 유발한다고 하니, 나라가 어지러워(時) 가족과 이별(別)한 시인의 위축된 심경이 느껴진다.
7. 烽火連三月에 家書抵萬金이라
直譯 : 烽火가 석(三 ) 달(月) 동안 이어짐에 (連) 집 소식(家書)은 萬金 값어치에 이르네(抵)
註解 : 家書는 집에서 오거나 보내는 편지이다. 抵는 ‘이르다’ ‘해당하다’의 뜻이다. 전란이 그치지 않아 봉화가 석 달 동안 계속 이어지니, 얻기 어려운 가족의 편지가 만금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8. 白頭搔更短하니 渾(혼)欲不勝簪이라.
直譯 : 센(白) 머리(頭) 긁어(搔) 더욱(更) 짧아지니(短) 온통(渾) 비녀(簪)조차 이기지(勝) 못하(不)고자(欲)하네.
註解 : 不勝簪은 ‘비녀를 이기지 못하다’로 흰 머리카락을 긁기까지 하여 듬성하니 비녀를 꽂을 수조차 없다는 뜻이다. 서정ㅇ적 자아의 무력감고k 허탈함이 잘 표현되었다.
26 琴師 金聖器
1. 琴師金聖器가 學琴於王世基할새 每遇新聲이면 王輒秘不傳授라
直譯 : 琴師 金聖器가 王世基에게 거문고(琴)를 배울(學) 때, 매번(每) 새로운(新) 소리(聲)를 얻으면(遇) 왕세기(王)가 번번이(輒) 숨기고(秘) 傳授해 주지 않았다.(不)
註解 : 琴師는 거문고를 연주하는 악사읻다. 師는 스승이란 뜻으로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직명에 붙는다. 於는 ‘~에게’의 뜻이다. 遇는 ‘만나다’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얻다’이다. 新聲은 ‘새롭게 얻은 소리’이니 新曲을 말한다. 輒은 ‘번번이’이다.
2. 聖器가 夜夜來하여 附王家窓前하여 竊聽(절청)하고 明朝에 能傳寫不錯이라.
直譯 : 김성기(聲器)가 밤마다(夜夜) 와서(來) 왕세기(王) 집의(家) 창(窓) 앞에(前) 붙어(附) 몰래(竊) 듣고(聽) 다음날 아침(明朝)에 능히(能) 옮겨(傳) 베끼기를(寫) 틀리지(錯) 않게(不)할 수 있었다.
註解 : 夜夜는 夜자를 반복하여 반복적인 동작임을 표현하였다. 竊은 ‘몰래’이다. 김성기가 왕세기의 연주를 몰래 엿듣는 모습을 竊(절)자를 사용하여 표현했다. 明朝는 날이 새로 밝은 날 아침이다. 能은 ‘능히 ~할 수 있다’라는 가능의 뜻을 표현한다. 옮겨 베꼈다(傳寫)는 전날 들은 왕세기의 신곡을 모방하여 그대로 연주한다는 뜻이다. 寫는 ‘익히다.’ ‘본뜨다’라는 뜻이다.
3.王固疑之러니 乃夜彈琴이라가 曲未半에 瞥然拓窓(별연척창)하니 聖器驚墮於地(성기경타어지)라.
直譯 : 왕세기(王)가 예전부터(固) 그것(之)을 의심(疑)하더니 마침내(乃) 밤(夜)에 거문고(琴)를 연주하다가(彈) 曲이 아직 半도 안돼서(未) 별안간(瞥然) 窓을 밀치니(拓) 聖器가 놀라(驚) 땅(地)에(於) 떨어졌다.(墮)
註解 : 固는 동사를 강조하는 부사로 ‘진실로’ 또는 ‘매우’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여기선ㄴ ‘예전부터’라는 뜻이다. 탄은 고와 마찬가지로 ‘연주하다’의 뜻이다. 거문고는 손가락으로 퉁기고 뜯으며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하다’라는 뜻을 표현하기 위해 彈자를 사용한다. 未半은 ‘아직 반이 되기 전’이다. 瞥(별)은 ‘눈을 깜짝하다’라는 뜻인ㄷ데, 然자와 결합하여 ‘갑자기’‘별안간’이라는 부사의 뜻이 되었다.
4. 王乃大奇之하여 盡以所著授之하니라.
直譯 : 왕세기(王)가 마침내(乃) 그를(之) 크게(大) 기특하게(奇) 여겨 전부(盡) 저작한(著) 바(所)로써(以) 그것(之)을 전수(授)하였다.
註解 : 乃는 ‘맟침내, 이에’이다. 大는 동사 奇를 강조한다. 盡은 ‘전부’이다. 以는 목적어로 所著(지은 것)를 제시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왕세기는 김성기의 정성과 천재성에 감동하여, 마침내 그를 매우 기특하게 여기고 자신이 저작한 악곡 전부늘 전수한다.
27 崔北傳
1. 崔北은 子七七이니 子亦奇矣라.
直譯 : 崔北은 子가 七七이니 子 역시(亦) 기이(奇)하다
註解 : 北자는 마치 七자 두 개가 서로 등지고 있는 모양과 같다. 때문에 자를 ‘칠칠’이라 하였다. 예를 들어 八十八세를 米壽라 하는 것도 이와 같다. 八자를 두 개를 아래위 대칭으로 붙이면 米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다른 별난 행동과 함께 기이한 한 가지이다.
2. 遊金剛할새 至九龍淵하여 忽大叫曰 “天下名士가 死於天下名山이면 足의라”하고 墜然하여 幾至不救하니라.
直譯 : 금강산(金剛)을 유람(遊)할 때 九龍淵에 이르러(至) 갑자기(忽) 크게(大) 부르짖어(叫) 말하기를(曰) “天下의 名士라면 天下의 名山에서(於) 죽어야(死) 족하다(足)”하고, 연못(淵)으로 떨어져(墮타) 거의(幾) 구하지(救) 못할(不) 지경에 이르렀다.(至)
註解 : 忽은 ‘갑자기’이다. 大叫는 허공을 향해 크게 부르짖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足은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幾는 ‘거의 ~하다’이다. 천하의 명사는 마땅히 천하의 명산에서 죽어야 한다는 말에서 최북의 대단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3. 人有求爲山水한대 畫山不畫水라
直譯 : 사람(人) 중에 山水를 그리라고(爲) 요구(求)한 자가 있었는데(有) 山은 그리고(畫) 물(水)은 그리지(畫) 않았다.(不)
註解 : 爲 는 ‘하다’이니, 爲山水는 산수화를 ‘그린다’는 뜻이다.
4. 人怪詰之하니 七七이 投筆起曰 “紙以外는 皆水也라”하니라.
直譯 : 사람(人)이 괴이(怪)하게 여겨 그것(之)를 따지니(詰) 七七이 붓(筆)을 던지고(投) 일어나(起) 말하기(曰) “종이(紙) 以外는 모두(皆) 물(水)이다.”하였다.
註解 : 詰은 ‘따져 묻다’이다. 以外의 以는 측량의 기준점을 가르키는 말이다. 즉 以外는 종이를 기준으로 할 때 ‘그 밖’이라는 말이다. 以內, 以上, 以前, 以後의 以는 모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5. 一貴人이 要畫於北이나 而不能致하여 將脅之한대
直譯 : 한 귀한(貴) 사람(人)이 최북(北)에게(於) 그림(畫)을 요구하였으나 능히(能) 이루지(致) 못하자(不) 장차(將) 그를(之) 위협(脅)하려 하였는데,
註解 : 要는 ‘요구하다’이다. 致는 ‘이루다’이다. 將은 ‘장차~하려 하다’라는 뜻으로 가까운 미래의 일을 제시한다. 脅은 ‘으르다’이다.
6. 北이 怒曰 “人不負吾요 吾目負吾라.” 하고 乃刺一目而眇라. 年四十九 而卒하니라.
直譯 : 최북(北)이 노하여(怒) 말하기를(曰) “사람들이(人) 나(吾)를 저버리는(負) 것이 아니고(不), 나의(吾) 눈(目)이 나를(吾) 저버렸다.(負)”하고, 마침내(乃) 한쪽(一) 눈(目) 찔러(刺척) 애꾸눈(眇묘)이 되었다. 나이(年) 49세(四十九)s 에 죽었다.(卒)
註解 : 負는 본래 ‘등에 지다’인데, ‘저버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刺는 ‘척’으로 읽으며, ‘찌르다’라는 뜻이다. 而는 시간을 나타내는 말 뒤에 놓이면 그 시간에 생긴 일의 결과가 而의 뒤에 따라온다. 卒은 ‘죽다’이다. 고대에는 천자가 죽ㅇ으면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으므로 崩(산이 무너질 붕)이라 했고, 제후가 죽으면 薨(죽을훙)이라 했고, 대부가 죽으면 졸이라 했다. 또한 군자가 죽으면 생전의 일을 마치고 눈을 감았다는 뜻에서 終(마칠종)이라 했고, 보통 사람들은 死라고 했다. 그러나 후대에는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28 書, 畫, 歌
1. 崔興孝는 通國之善書者也라.
直譯 : 崔興孝는 나라(國) 안을 통틀어(通) 글씨에 뛰어난(善書) 사람(者)이다.
註解 : 通國은 ‘나라 전체’를 뜻한다. 善은 ‘잘하다’라는 뜻이다. 최흥효는 전국적으로 가장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었다.
2. 嘗赴擧書券에 得一字類王羲之한대 坐視終日이라가 忍不能捨하여 懷券而歸하니 是可謂得失不存於心耳라
直譯 : 일찍이(嘗상) 과거(擧 )에 응시(赴)하여 답안지(券)를 쓸(書) 적에 한(一) 글자(字)가 王羲之의 글씨와 닮은(類) 것을 얻었는데(得) 앉아서(坐) 보기(視)를 終日동안 하다가 차마(忍) 능히(能) 버릴(捨) 수 없어(不) 답안지(券)를 품고서(懷) 돌아왔으니(歸), 이(是)는 가히(可) ‘얻음(得)과 잃음(失)을 마음(心)에 두지(存) 않았다.(不)’고 이를(謂)만 하다.
註解 : 嘗은 예전의 경험을 말할 때 사용한다. ‘赴~’는 ‘~를 향해 나아가다’이다. 擧는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는 과거를 이른다. 赴擧는 과거 시험장에 나아가서 응시한다는 말이다. 券은 ‘답안지’이다. 類는 ‘닮다’이다. 답안지에 답안을 작성하다가 우연히 한 글자가 왕희지의 rmfTLdhk 꼭 닮게 써졌던 것이다. 坐視는 시험장에 앉아서 자신의 글씨를 보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忍’은 ‘차마~하다’라는 뜻이다. 捨는 ‘손에서 놓다.’이다. 懷는 ‘가슴에 품다’이다. 품는 것은 마음일 수도 있고 물건이 될 수도 있다. ‘可謂~’는 ‘가히~라고 할 만하다’이다. 得失은 ‘돈, 명예, 지위,’따위를 얻거나, 잃는 것을 뜻한다. 최흥효는 다른 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오직 글씨 공부에 전념하던 예술가이다.
3. 李澄이 幼登樓而習畫하니 家失其所在라가 三日乃得이라.
直譯 : 李澄이 어려서(幼) 다락(樓)에 올라(登) 그림(畫)을 익히니(習) 가족(家)들이 그가(其) 있는(在) 곳(所)을 잃었다가(失) 三日이 돼서야 마침내(乃) 알게 되었다.(得)
註解 : 家는 집안 사람들이다. 失其所在는 그가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잃어버렸다는 말이다. ‘~乃~’는 ‘~하고서야 마침내 ~하다’라는 뜻이니 줄여서 ‘~하고서야~하다’라고 할 수 있다.
4. 父怒而答之어늘 泣引淚而成鳥하니 此可謂忘榮辱於畫者也라
直譯 : 아버지(父)가 성(怒)을 내며 그(之)를 회초리(笞)로 때렸는데 울다가(泣) 눈물(淚)을 끌어서(引) 새(鳥)를 그렸으니(成) 이(此)는 가히(可) ‘그림(畫)에(於) 있어서 영예(榮)와 치욕(辱)을 잊은(忘) 자(者)이다.’라고 이를(謂) 만하다.
註解 : 人淚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이리저리 그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영욕을 잊었다는 것은 영욕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징 역시 최흥효의 경우처럼 득실과 영욕을 잊은 채 오직 자신의 예술 세계에 몰두한 예술가의 유형이다.
5. 鶴山守는 通國之善歌者也라 入山하여 習每一曲에 捨沙投履하여 滿履乃歸라
直譯 : 學山守는 나라(國) 안을 통틀어(通) 잘(善) 노래(歌)하는 사람(者)이다. 山에 들어가서(入) 매번(每) 한(一) 曲을 익힐(習) 때마다 모래(沙)를 주워(拾습) 신(履)에 넣어 신(履)에 가득(滿) 차고서야 마침내(乃) 돌아왔다.(歸)
주해 : 曲은 노래의 개수를 헤아리는 단위이다. 拾은 손으로 줍는다는 뜻이다. 노래 한 곡에 모래 하나씩을 계산하여 신에 가득 찰 만큼 부르고서야 그만두었으니 노래에 쏟은 정렬과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6. 嘗遇盜하여 將殺之어늘 依風而歌에 群盜莫不感激泣下者하니 此所謂死生不入於心이라.
直譯 : 일찍이(嘗) 도적(盜)을 만나(遇) 장차(將) 그를(之) 죽이려(殺) 하거늘 바람(風)에 기대(依) 노래(歌)하니, 뭇(群) 도적(盜)들이 感激하여 눈물(泣)을 떨구지(下) 않는(不) 者가 없었으니(莫) 이(此)는 이른바(所謂) ‘죽고(死) 사는(生) 것을 마음(心)에(於) 들이지(入) 않는다(不).’는 것이다.
註解 : 將이 부사로 사용되면 ‘장차’라는 의미가 되는데ㅣ 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까운 미래를 표현하는 말이다. 將殺之는 ‘막 죽이려 하다’라는 뜻이다. 莫不은 ‘~하지 않음이 없다’라는 이중 부정이다. 所謂는 인용문을 표시할 때 사용한다. 마음에 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마음에 두지 않ㅇ았다는 말이다. 학산수 역시 죽음의 순간을 망각할 정도로 자신의 예술 세계에 심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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