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장 ------ 劫亂 예고
"또 한 가지 소식은......"
사요빙.
그녀는 단봉중옥이 동요하던 표정이 사라지는 것을 보자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천하제일가의 대공자인 옥천군이 출관(出關)할 것이라는 소식입
니다. 바로 오늘 정오에......!"
"......"
순간이다.
단봉중옥의 표정이 얼음처럼 싸늘하게 굳어지는가 싶자 돌연 그
녀의 미간에 자리한 파리한 빛을 띤 선이 더더욱 강렬하게 떠오르
기 시작한 것은!
"그가 출관한다고......? 호호호! 좋아!"
좋다니......?
"본좌가 직접 나서겠다. 도신 사호접, 직접 부친에게 칼을 들이
민 놈은 내가 맡는다. 아마 옥천군의 그의 수급을 보고 본좌에게
달려올 것이다. 죽음을 찾아서......"
결정!
이미 내려진 것이지만 거기에 깔려있는 것은 몸서리쳐질 무서운
살기였다.
피의 겁난을 예고하는 그 첫 번째 시작은......?
* * *
천수탑왕(鐵手塔王) 호천위.
올해 나이 여든일곱.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타고나기를 팔척반에 이르는 거구로 아
직까지 누구도 완성하지 못한 패천금갑공(覇天金甲功)을 십이성까
지 이루어 금강불괴의 몸을 이룬 인물.
불과 나이 서른에 천하제일가의 십이대봉공으로 올랐으며 천성이
가장 호쾌한 인물이기도 해서 호남가로 이름났다.
유향루(柳香樓).
금릉천교에 위치한 매화림을 끼고 자리잡은 주루.
비록 규모는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호적한 경치가 사람의 마
음을 잡아끄는 곳이다.
본신의 호탕함과 달리 조용한 일면도 있는 그는 버릇처럼 술을
마실 때는 반드시 이곳에서 마신다.
특히 오늘따라 그는 유난히도 조용한 자리를 갖고 싶었다.
왜냐하면 바로 오늘 대공자 옥천군이 출관을 하는 날이며, 그가
출관했을때 단봉세가의 멸망으로 인해 벌어질 일련의 우환(憂患)을
떨칠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자 하는 그가 오늘따라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여인때문이었다.
붉은 옷에 전신으로부터 농염한 염기를 뿌리는 삼십대의 여인.
유난히도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정열적이고도 대탕한 색기를 발
하는 홍의여인이 계속해서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호호! 호대협, 저의 술잔을 받아주세요. 팔이 아프잖아요?"
이름은 야래향.
바로 어제 온 이곳 주루의 사기라고 소개를 스스로 자청한 구녀
가 호천위와 탁자를 사이에 둔 채 앉아 입가에 요염한 미소를 띄며
계속해서 채근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호천위는 조금 전에 내뱉았던 한마디와 마찬가지로 담담
하게 말했다.
"가라!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더우기 나는 그리 여색을 좋
아하는 편이 아니다."
"호호! 제가 듣기로는 호대협은 첩을 둘이나 거느리고 있다고 들
었어요."
말이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리듯 여인은 거침없이 말했다.
이 정도면 술집여자치고도 노골적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조용한 것을 즐긴다. 마지막 경고다.
가라."
이 정도면 본시 그가 지닌 이름도 있거니와 검신에서 발하기 시
작한 극고한 패도에 질려 물러날 법도 하건만 홍의여인은 오히려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떠올렸다.
"호호! 그러나 저도 이 술잔을 드릴 때까지는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군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가 한마디 할까
요?"
"......!"
"만일 이 술잔을 안 받는다면 당신은 가장 잔인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갈 것이예요."
"......!"
순간이다.
호천위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굳힌 것은.
살기.
웃고 있는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결코 천하제일가의 십이봉공
중의 하나인 자신으로서도 태만해서 안 될 살기를 감지한 것이다.
느낌!
그것만으로도 그의 손은 무섭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내외공을 겸수한 그였기에 단지 느낌만으
로도 여느 때, 여느 상황에서라도 손을 쓸수 있는 그였다.
또한 간장이나 막사와 같은 신기이검이 아니고는 자신에게 어떠
한 손상도 주지 못한다는 자부심을 지닌 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쑤와앙------!
아예 술잔을 쥐고 손뚜껑만한 손에 강철과도 같은 손바닥으로 홍
의여인을 쓸어갔다.
극쾌(極快)!
앉은 자세에서 허공으로 뛰어올라 탁자 건너편으로 덮쳐가는 그
의 몸놀림은 그러한 체구에서 어찌 그렇게 빠른 몸놀림이 나올수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그의 공격은 환상에 가까우리만큼 빨랐
다.
바로 그 순간,
획! 쏴악!
홍의여인은 수중에 들고 있던 술잔을 뿌리쳤고 잔 안에 있던 술
이 뿌우연 안개처럼 퍼지며 호천위에게 덮쳐갔다.
허나 그것을 두려워할 호천위던가?
그는 원식조차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 손으로 홍의여인의 목을
와락 움켜쥐었다.
"......!"
그러나 호천위는 안색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자신이 손을 쓰면 무기를 지녔던 공수이던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던 자신이건만 단지 허공을 움켜쥐었음을 느낀 것
이다.
같은 순간.
파악------!
그야말로 심장까지 얼어붙게 하는 싸늘한 예기가 자신의 옥침혈
(玉枕穴)을 노리고 쏘아 오는 것을 느꼈다.
"흑......!"
호천위는 자신도 모르게 길게 숨을 들이키며 황급히 손을 틀었
다.
사실 금강불괴라 자부하는 그이지만 그 예기만은 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 옥침혈이야말로 유일한 자신의 약점이자 치명적인
급소이기 때문이다.
캉!
날카로운 금속성이 울림과 함께 옥침혈을 노렸던 예기는 빗나가
그의 어깨를 찔렀다.
"흐흐흐! 그런 송곳으로 감히 나를 어쩌겠다고......"
호천위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신형을 돌렸다.
홍의여인은 어느 사인가 일장 밖으로 물러서 있었는데 과연 그의
손에는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송곳을 들고 있었다.
헌데 그 송곳이 중간부터 뚝 부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금강불괴라는 말이 옳군요. 오강철로 만든 이 송곳이 힘없이 부
러지다니......!"
"그것을 알기에는 이미 늦었다. 감히 나 호천위를......!"
돌연 홍의여인을 향해 한걸음 떼어놓던 호천위의 안색이 탈색되
며 신형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너... 그 술에 독을......!"
"호호! 화혈갈독(化血葛毒)을 약간 넣었을 뿐이예요. 당신을 녹
여버려서야 수급을 얻을 수 없으니까."
"화혈갈독!"
호천위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화혈갈독.
이것이 무엇이기에 그가 이처럼 놀라는가?
"호호! 그 이름을 들어본 모양이군요. 원래 그 독은 묘강(苗彊)
의 더운 지방에서만 나는 것이예요. 한 방울이면 현 전체의 사람을
죽일수 있으며 제 아무리 금광불괴의 몸이라 해도 한 방울의 피로
화하고 말지요. 금강불괴라 해도 내장이 철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닐
테니까."
말인 즉, 호흡으로 들이켰으니 죽음을 피할수 없다는 뜻이었다.
"무색무미하여 아무리 감각이 뛰어난 사람도 호흡으로 들이키면
눈치 챌수 없지요."
"대체 너는 누구이게에... 나를......?"
"원한은 없어요. 다만 당신의 이름이 염왕부의 사자 명단에 올라
가 있기 때문에 죽는 것뿐이니까요."
"염왕부... 그럼 너는......"
"호호! 너무 많은 것을 알려하지 말아요. 어차피 죽게 될 목숨이
니까."
말.
홍의여인은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쿵!
팔척 반에 이르는 거구의 몸이 꼬꾸라져 가고 있었으니까.
그날.
천하제일가의 십이봉공 중에 하나인 철수탑왕 호철위는 죽었다.
그것도 끔찍한 몰골로 화한 비참을 죽음을......
* * *
여명.
이미 천지간에 환하게 밝아온 지금의 시각으로써는 여명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때늦은 감이 없지않은 시각이었다.
그리고 그 여명 속에... 약 육순가량의 황삼인이 천하제일가를
향해 느릿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유엽비도(柳葉飛刀) 백흠(伯欽).
비도(飛刀)의 달인.
특히 서른여섯개의 비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수리비도는 하늘을
나는 새도 피할수 없다는 극쾌의 삼십육 방위를 차단하는 완벽함으
로 도풍 사호접과 함께 천하제일가에서 도귀(刀鬼)로 칭송되고 있
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천하제일가의 십이대봉공 중 일인이라
는 것이다.
"......!"
백흠은 허리에 두르고 있는 서른여섯개의 비도를 쓸어보며 미소
를 떠올렸다.
싸늘한 예기를 뿌리는 도신 끝에서 우러 나오는 감촉......
정말이지 언제나 차가우면서도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백흠은 습관처럼 수리비도를 손 끝으로 매만지며 언제나처럼 느
껴오는 느낌을 감미하였다.
삼십육천살수리비도.
허리에 차고 있는 서른여섯 개의 수리비도에 애칭으로 스스로 붙
인 이름.
감촉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존재를 느낄수 있었고 자
신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함에도... 웬일인지 알수 없으나 한번 좁혀진 미간은 좀처럼
펴지지 않는 것은 어인 일인가?
(알수 없구나...... 언제부터 나에게 이런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
었다는 말인가?)
평소 습관대로 일찍 일어나 지금 천하제일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다.
(대공자가 출관하는데 무기를 소지하는 것이 대공자에 대한 예의
에 벗어나기 때문일까?)
사실 그가 여명 속에 홀로 산보를 하는 것이 하나의 취미처럼 즐
기는 일이었기에 지금 홀로 천하제일가의 본가를 향해 걷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일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니다. 나는 갑자기 일어나자마자 언뜻 스쳐가는 불안감에 천
살을 차고 나온 것이다. 대공자에 대한 예의를 그때는 생각조차 하
지 않았었다.)
천살.
그것은 바로 수리비도에 대한 자신의 애칭인 것이다.
(이제 나도 늙은 것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
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니......)
정말이지 처음에는 단지 스쳐가는 정도에서 잊었다.
그러나 일어나서 천살을 보는 순간 다시금 불안감이 떠오르고 천
살을 소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어떤 강박관념에 사로 잡혔다.
그럴수록 불안감은 더더욱 그를 휘감아 왔고... 백흠은 다시금
수리비도를 손끝으로 매만져 보았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그리고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예기가 마치 여인의 살결처럼 부드
럽게 느껴진다.
(후훗! 나의 천살이 있는 한 천하에서 나를 어찌하겠다는 놈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백흠은 수리비도에서 전해오는 느낌을 음미하며 불안감을 떨치듯
미간을 활짝 피면서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의 미간이 채 활짝 퍼지기도 전이다.
다시금 그의 미간이 확 좁혀지며 눈에서 번갯불과 같은 광망이
쏟아진 것은.
우뚝......!
동시에 그의 발이 멈추어 섰다.
그리고 말......
"누군지 모르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모습을 드러내지."
갑자기 이 무슨 엉뚱한 말인가?
그때였다.
"호호! 과연 천하제일가의 십이봉공 가운데 일인답군요."
지극히 아름다운 교소.
그러나 극도로 절제된 웃음으로 듣기에도 절로 전율이 치밀어 오
르는 여인의 음성과 더불어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홍의여인------ 일신에 걸친 것은 검은 핏빛으로 빛나는 홍라인
데, 아름다운 얼굴에 요요로운 사기(邪氣)가 서려있는 얼굴이다.
"호호! 백흠, 청각이 뛰어나구나."
"......!"
백흠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모으지 않을 수 없었다.
보기에도 이제 삼십에나 이른 듯한 여인이 자신의 이름을 거침없
이 부를 분만 아니라 웃기는 웃되 지극히 절제되어 보는 것만으로
도 한기가 절로 치밀 웃음소리가 어쩐지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히도
록 하였기 때문이다.
그 기묘한 느낌. 그것은 바로 자신이 지금까지 줄곧 느껴오던 예
의 그 불안감이었다.
더우기 상대는 자신의 앞길을 막고 나섰다는 점이다.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데에도......
"그대는......?"
"혈영오겁 가운데 제이겁 도검 음설매."
혈영오겁!
듣지 못한 이름이 아닌가?
"나의 앞길을 막고 나선 이유는?"
"그대의 목을 가져가야만 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입술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여길 수 없는
섬뜩한 말이 아무런 막힘없이 흘러 나왔다.
유엽비도 백흠은 웃었다.
천하제일가의 십이봉공 중 하나인 자신이 일개 여인에게 도전을
받을 줄은 생각지 못했지만 도귀로 불리우는 자신에게 감히 이처럼
정면으로 도전해 올수 있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아
니 차라리 어이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웃지 않았다.
아니 옷지 못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도검이라 자칭한 음설매의 입가에 소리 없이 피어오르는 농염한
미소를 보는 순간부터 말이다.
(기분 나쁜 웃음이다!)
느낌!
본시 무임이란 감각의 느낌을 중요시한다.
느낌으로도 손을 쓰며 느낌 속에 손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
기 때문에 선기를 잡고 공격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느낌이 백흠의 전신을 훑고 지나갈 때 이미 그의 두 손은
번개보다 더 빠르게 허리의 수리비도로 옮겨지고 있었다.
아니 옮겨지고 있다고 느낀 순간.
파파팟------ 파팟------!
어느새 허리에서 뽑혀져 던져진 것인가?
이미 열두개의 그의 애병 삽십육천살수리비도가 예광을 뿜어내며
빛살과 같이 환상처럼 허공을 갈랐다.
"쾌중쾌(快中快)...... 그것이 바로 삽십육천살수리비도라는 것
인가?"
흑의여인 도검 음설매는 입가에 조소를 떠올리며 빙그르 몸을 한
차례 회전시켰다.
순간 그녀의 신형은 번개처럼 쏘아져 오는 열두개의 비도 사이를
마치 물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한바퀴 회전하는 사이에 뚫고
백흠에게로 섬광처럼 다가갔다.
번쩍------!
동시에 그녀의 소매 속으로부터 하나의 시퍼런 도(刀)가 빛살처
럼 빠르게 튀어 나왔다.
오오! 빠르다!
정말이지 한바퀴 회전하는 사이에 백흠에게로 덮쳐가고 덮였다고
느낀 순간 소매 속으로 부터 튀어나온 종잇장처럼 얄팍한 도가 짓
쳐 쑤시고 들어가는 속도는 실로 엄청나게 빨랐다.
거의 같은 순간,
스윽!
백흠이 손이 다시금 허리의 수리비도를 향해 미미한 움직임을 보
여 주었고,
파파팟------!
다시금 허공을 화려하게 수놓듯 열두개의 비도가 가공할 속도로
폭사하였다.
환상적인 쾌!
비수들이 전광처럼 튀어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그의 두 손이 움
직이는 속도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손놀림이었다.
이미 서로는 한 발만 다가와도 손으로 잡을수 있는 거리.
거기에 열두개의 비수에 뒤이어 또 쏘아져간 비수 열두개.
그것은 차라리 서른여섯개의 비수가 한꺼번에 폭사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거푸 비수를 날린 시간은 단지 숨을 채 반도 들이마시기 전의
짧디짧은 한 순간이었으니까.
동시였다.
피욱! 쌕!
음설매의 소매 속에서 튀어나온 도가 여지없이 상대방의 인후를
꿰뚫어 버린 것은!
"컥......!"
백흠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확 불거졌다.
도검 음설매의 요요로운 웃음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 들어간 것은
그때.
"백흠. 지나치게 자신의 비도를 믿는 것 같구나. 한번 실패를 하
고도 제자리에서 다시 비도를 날리다니... 적어도 한번쯤은 뒤로
몸을 날리고 다시금 비도술을 전개했어야만 했다."
"으... 으......!"
백흠은 눈이 찢어질 듯 부릅뜬 채 울부짖었다.
설사 혀가 돌아간다 한들 도가 인후혈을 뚫고 있으니 말인들 나올
수가 있겠는가?
"백흠. 잘 가거라. 내가 필요한 것은 너의 수급이지 몸뚱이는 아
니니까."
동시에 그녀는 좌우로 섬전같이 도를 흔들었다.
파악------!
둥그런 물체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도검 음설매는 허공에 떠올랐던 물체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다 돌
연 손을 세차게 떨었다.
이어 한차례 기우뚱 하더니 서서히 옆으로 쓰러져갔다.
"백흠... 확실히 도의 달인이라 불릴만한 인물이었어...... 그의
도는 확실히 빨랐으니까."
말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가슴과 배.
거기에 꽂혀있는 것은 정확히 일곱 개의 비수.
비록 아직은 피를 뿜어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녀의 목숨을
열두 번도 더 뺏고 남을 치명적인 곳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호호! 태주(太主)께서... 적당한 때에 도풍... 사호접의 수급만
취하면... 이제 마의 천하는... 태주께서 손을 쓰는 데는 적당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말.
그것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쿵!
그녀의 기우뚱한 신형은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고 일곱 개의 비수
는 그녀의 목숨을 앗아버린 것이다.
피의 혈겁을 예고하는 두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