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하는 소농학교

씨앗을 직접 받는 방법에 대한 안내는 의외로 잘 없다. 들녘에서 나온 “내 손으로 받는 씨앗”이 있고, 안완식 선생님은 종자에 대해 큰 작업을 하셨지만 채종법을 자세히 소개하진 않았다. 호주의 오래 된 씨앗 네트워크에서 나온 자료를 번역해서 사용하는데 오역이 섞였거나 현장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있다. 씨앗은 구입해서 쓰는게 일반화됐다. 시판 종자는 대개 외국산이고 교잡종(hybrid)이다. 이들은 상품이므로 발아율, 발아보증기간이 명시돼있다. 양파는 일본, 채소는 중국, 단호박은 뉴질랜드, 옥수수는 하와이 등이다. 교잡종은 좋은 형질을 발현시키기 위해 다양한 재래종을 교잡시켜 만든다. 교잡종은 심었을 때 무엇이 나올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유전적 “순도”가 우선시된다. 반면 재래종은 열린 수정 등에 의해 순도보다는 다양성, 예측가능성보다 야생성이 강하다. 전문 종자 회사 직원 말로는 사람들이 교잡종(F1)을 비난하는데 화학적 유전적 조작을 한 것은 없다고 하며, F2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은 F1을 만들기 위해 선대에 교잡시킨 과정이 워낙 복잡해서 자기들도 예측 못한다고 한다. 국가는 스마트팜과 친환경농업을 기후위기 시대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것 같다. 청년, 기업, 대학 등이 스마트팜을 할 경우 상당한 지원을 제공한다. 스마트팜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엄청나다. 자동화된 관개로 물을 주는데 물이 부족하면 관정을 더 깊게 파겠다고 생각하지, 물을 고갈시킨 농법을 뒤돌아보지 않는다(논산 딸기, 공주 등 하우스). 이러한 농법에 사용되는 종자는 기후위기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다른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이 나오는데, 엄밀한 과학적 견해가 아니다. 농진청에서 씨앗 개량할 때는 기후위기에 맞춘 씨앗도 다 만들어낸다. 온도가 높아지면 이에 적응하는 식물을 개발한다. 그러한 이유로 토종종자의 우월성을 말하면 안된다. 교잡종과 재래종 관련, 재래종을 심는 나는 우월하다는 식의 생각은 곤란하다. 작물과 나의 관계로서 그 식물을 기르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이 바탕이 된다. 씨앗을 받는 행위는 생명을 존속시키겠다는 책임을 의미, 그런 접근이 바람직하다. 채종가의 자아도취에 빠지지말자. 조선의 왕들은 무슨 쌀을 먹었을까? “관”, “옥” 같은 한자가 들어가면 대개 임금에게 진상되던 쌀이라는 것은 역사적 근거가 있다. 이천에서 쌀을 진상했다면 백석 같은 품종이었다고 추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1969년에 한국에 들어온 일본 쌀 품종인 아끼바레(추청)를 두고 “임금에게 진상하던 쌀”이라는 광고는 완전한 거짓말이다. 종자를 두고 거짓말하지 말자. (씨앗별 채종 방법은 선생님 자료 참조 - 공유하겠다고 세 번 말씀하셨음) 씨앗은 모두 수명이 있다. 토마토는 7년까지도 발아가 되지만, 파 종류는 바로 뿌리지 않으면 발아가 안된다. 콩은 한해 묵힐 때마다 발아율이 30프로씩 떨어진다. 종자 보관의 기본은 건조시키고 냉장 혹 냉동하는 것이다. 종자의 달인 할머니들은 그냥 검은 비닐봉지에 상온에 대강 쑤셔넣고 성의 없이 보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분들은 다음해에 반드시 파종하기 때문에 발아율이 높은 것이고, 오래 보관하려면 그렇게 하면 안된다. 쌀은 3-4일 널어두어 말리면 수분이 16프로 정도로 떨어지는데 물면 바작 하고 깨지는 상태로 도정이 가능하나, 종자 보관을 위해서는 12프로 정도까지 더 건조해야 한다. 녹두, 팥, 완두는 벌레가 구멍 내기 좋아하는데, 구멍이 났어도 벌레는 씨눈(독성有)을 먹지 않으므로 발아는 된다. 씨앗 받을 때는 모본도 튼실한 것을 고르고, 열매도 본래 형질이 충실하게 나타난 것을 선택한다. 다만 꽃대가 늦게 올라오는(시금치, 당근, 무, 십자화과 등) 등의 특수한 형질이 필요할 때는 튼실함보다는 그 기준을 따른다. 오이나 참외는 씨앗을 둘러싼 젤라틴이 있다. 발아억제물질로서 채반에 씨앗을 두고 서로 비벼 제거한다. 퇴화는 막기 위해 여러 모본에서 채종한다. 무나 당근은 9개 이상, 상추는 5개 이상 등이다. 양파 씨앗이 매우 어렵다. 시판 종자는 있으나 그건 교잡종이라 받아쓸 수가 없다. 게다가 종자도 여물지 않고 꽃대도 잘 안 낸다. 그런데 천주대고, 천주중고라는 양파 종자는 교잡종이 아니라 “선발육종”을 거친 재래종 고정종으로 이들의 종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양파는 종자 받는 것이 3년 걸리는 어려운 과정이다. 유기농으로 양파 씨를 받는 자, 대박을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