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김민주, 채은석, 강익, 김민솔, 강경연, 엄혜빈, 이재연, 한유리, 최환희
비언어적 교감으로 집중력 키우기 & 자신의 연기 스타일 파악하기 훈련
<같은 지점으로 동시에 움직이기>
무대의 가운데에서 오른쪽 끝 부분으로 동시에 이동하는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서로 언어적인 신호를 주고받지 않고 타인의 움직임을 따라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처음에 아무도 걸음을 떼지 못하자 연출진이 숨을 크게 내쉬는 신호를 허용했습니다. 신호의 도움을 받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수월해졌으나 다시 신호의 도움 없이 이동해야 할 때는 모두 제대로 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혜빈은 움직이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아직 재연과 민솔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껴 저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한 두번의 왕복 끝에 10여분간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자 훈련은 종료되었습니다. 종료 후 소감을 나누었는데 민솔, 재연은 오히려 저의 눈치를 보느라 이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 ‘텔레파시를 주고 받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신호 없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을까’, 매우 어렵다고 느꼈던 훈련이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혜빈이 움직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모두가 지속적으로 느꼈다는 점이었습니다.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거나 시선을 다른 쪽으로 두는 등 미세한 행동의 기운 차이로 그 점을 캐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손바닥 보고 따라가기>
한 명이 손바닥을 펼치고 이동하면 다른 한 명은 손바닥을 끊임없이 따라가는 훈련을 했습니다. 손바닥을 펼치고 이동하는 사람은 다양한 트릭이나 움직임을 구현해 상대를 따돌리기도 했고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따라가는 사람은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손바닥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야말로 손바닥이 블랙홀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손바닥을 편 상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지, 트릭을 사용하지는 않을지 계속 의식하며 눈 앞의 손바닥도 따라가야 했습니다. 눈 앞의 손바닥에만 집중을 빼앗겨 상대의 동선 변경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눈 앞의 손바닥뿐만 아니라 상대가 움직이는 방향과 동선과 같은 큰 그림에도 집중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몸동작으로 대화하기>
1대1 몸동작 대화 훈련을 했습니다. 언어적 표현과 함께 쓰이는 몸동작이 소통에는 탁월하지만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밖에 나가자”라는 말을 할 때 손을 뻗어 밖을 가리키는 몸동작을 같이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사용하는 동작은 의미 전달은 명확하지만 새로운 양상의 소통을 끌어내기엔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개연성 없는 동작만 하면 대화가 아니라 일방향적인 율동 쇼처럼 느껴져 그 중간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아 의미를 유추할 수 있으면서도 너무 단순하지 않은 동작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다음 번에는 아예 주제를 상상해놓고 대화에 임하면 더욱 발전된 동작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팀 에쭈드 – 공간 상상하기, 목표 달성하기>
각 인물에게 주어진 목표 달성하기 에쭈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재연, 익 팀 – 비언어적인 수단만 사용하다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속이 너무 시원했습니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집중이 더 올라간 느낌이었습니다. 배역으로서 어떻게 움직일지 연기하는 동안 상상이 더 잘 되기도 했고 관객의 반응까지도 집중의 원이 넓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동대문 지하상가에서 옷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손님 역을 맡았고 재연은 그를 방어하면서도 동시에 옷을 제값에 팔려는 상인 역을 맡았습니다. 동대문 지하상가라는 공간적 분위기를 더욱 잘 상상할 수 있게 큐브나 가구 등을 활용해 옷걸이, 옷더미, 판매대 등 위치를 정하고 연기했습니다. 서로 공유된 무대의 소품 덕에 대사나 행동도 그에 맞게 나왔습니다. 옷더미를 향해 손님이 “이렇게 쌓아두고 파는데 뭐가 이렇게 비싸냐.”라는 대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공유된 공간 분위기가 없었다면 그러한 대사를 하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직접 내 눈에 보고 있다고 느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황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습니다. 상인이 옷걸이를 가리키며 여기 옷들이 더 비싸다는 대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출진도 다 보고난 후 평일 낮이라는 한가한 시간대가 느껴진다고 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시간도 평일 낮이라는 시간으로 재연과 정하고 들어갔기에 시간대가 잘 전달되어서 좋았습니다. 공간의 성격이 구체화 될수록 연기자가 더욱 할 수 있는 행동과 말이 많아지고 관객도 분위기를 전달 받을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민솔, 경연, 유리 팀 – 리모컨을 사수하는 에쭈드였습니다. 할머니, 언니, 동생 배역이 등장하고 각자가 TV 리모컨을 사수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극중 목표 달성을 하진 못했지만 공간 분위기는 잘 전달되어 좋았습니다. 일반적인 착한 손녀가 할머니의 리모컨을 뺏는 상황을 만들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보고나서 사건의 변화를 주기보단 손녀 캐릭터에 변화를 준다면 할머니의 리모컨을 뺏기가 더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사이가 안좋다든지, 불효녀라든지 손녀 캐릭터가 달랐다면 할머니의 리모컨을 뺏는 목표가 달성 가능했을 것 같았습니다. 6시 내고향 채널을 지키려는 유리의 할머니 연기가 너무 재미었습니다. 각자의 재치와 연기가 통통 튀는 즐거운 에쭈드였습니다.
혜빈, 환희 팀 – 밀린 월세를 받으려는 집주인과 밀린 월세를 더 미루려는 세입자 간의 에쭈드였습니다. 상황이 심각하게 진행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웃음이 끊이질 않아서 의외였습니다. 캐릭터가 그걸 가능하게 한다고 느꼈습니다. 화가 많이 나지 않은 집주인, 적당히 날짜를 타협할 줄 아는 집주인, 그리고 게으르지만 큰 불만도 없는 세입자가 상황을 생각보다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자취방이라는 공간 분위기가 잘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보던 중 생각이 난 건데, 장면 초반부터 인물들의 목표를 너무 분명히 알려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둘이 무엇으로 갈등하는지 예측이 되고 금방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간을 끌며 둘이 무엇 때문에 갈등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기 스타일 파악하기>
당일 대사가 주어졌습니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대사를 외워서 바로 무대에 서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연기를 모두 마치고 각자 어떤 스타일로 연기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각, 행동, 감정 세가지 중 내가 연기할 때 우선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보았습니다. 저는 행동이 우선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술을 마시든, 과자를 뜯어먹든 어떤 동작에서 힘을 얻고 인물을 표현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연기는 하나만 할 수 없기에 자신이 우선하는 연기 방식을 알면서도 다른 것도 발전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생각을 우선하다가도 감정이 우선될 때도 있고 행동이 더 앞설 때도 있습니다. 연기할 때 다양한 방식을 키워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자의 연기스타일을 유형으로 분류해서 알기 쉽게 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자신의 어떤 부분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지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