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리
참으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실화라 옮겨왔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배상은 씨는 <서울겨레하나> '학교통일교육강사' 일을 하는 분입니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
나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업체 유지보수와 컴퓨터수리 및 판매를 하고 있다.
얼마전 저녁무렵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전화를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는 곳이예요.
딸애가 6학년인데
지금 서울에서 할머니하고
같이 사는데
요즈음 학습때문에 중고컴퓨터라도 하나 사줬으면 해서요~"
40대의 아주머니인것 같은데 통화하는 내내 기운이 없이 들렸다.
그러면서 싸고좋은 제품이 나오거든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며칠이 지났을때
쓸만한 중고 컴퓨터가 하나 들어왔다.
아주머니에게 전화하여 할머니와 딸이 사는 집 주소를 알아서 그집에 도착하자
다세대 건물 안쪽에 자그마한
샤시문 앞에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집안에는 악세사리를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방안 가득 쌓여 있었다.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는 생활비로는 결코 넉넉치 않은 것 같았다.
"와! 컴퓨터다~!"
컴퓨터를 조립하고 있는데 그 사이 6학년
딸애가 들어와 컴퓨터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저씨 고마워요."
하며 마치 내가 컴퓨터를 구해준
은인인 것처럼
고마워 했다.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였다.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너 열심히 공부하라고
니 엄마가 사준거여~!
공부도 더 열심히하고 컴퓨터도 재미있게
해야 된다."
"어여 학원에 다녀와라~"
아이는
"할머니~! 얼른 갔다 올께요~!"
하고는 후다닥 뛰어나갔다.
서비스로 애들이 좋아하는 몇가지 앱도 설치해주고 마무리하고 가는데 바로 앞 버스정류소에 아까 그 아이가
서 있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께'
아이는 주저할만도 한데
아까 봤던 아저씨라 마음이 놓이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하계역이요~!"
가려던 방향과는
반대였지만 태워다 주기로 했다.
거리로 보면 집과 학원은 너무 먼거리였다.
조금 달렸을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했다.
건물이 하나 보이길래
그앞에서 차를 세웠다.
'아저씨는 그냥 가세요~!'
아이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는 건물 안으로 막 뛰어갔다.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온거 기다려서 태워다 줘야지 생각하며
무심코 조수석 시트를 보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조수석 시트에 검붉은 피가 묻어있는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왠 피가 묻었지~?
그때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났다.
6학년이라고 했으니까
첫 생리인가~?
직감했다.
시트를 적신 걸보니 속옷과 바지도 다 버렸겠구나..
차에서 내리며 당황하던 아이의 얼굴이 겹쳤다.
당장 화장실 가서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마 처음이니 놀래서 허둥대며 어떻게 할지 울상짓고 있을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첫 생리때 엄마도
옆에 없는 아이가
몹씨 마음이 짠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텐데..
마음은 조급한데 뾰족한 방법이 나지않았다.
간신히 생각난게 근처 속옷가게를 찾았지만 주변에 없었다.
하계역 근처에서 속옷가게를 찾았다.
사이즈를 알 도리가 없어서, 제일 작은 것부터 위로 두개 사이즈를 더 샀다.
그러나 속옷만 사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아이 엄마에게 알릴까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오히려 마음만 아파할 것 같아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근처에 사는 누이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지금 택시타고 하계역으로 와~!
그냥 오면서 전화해"
"왜 무슨 일인데?" 허둥지둥 자초지종을 대충 말하자 누이가 알았다 하더니 택시 타고 오겠다고 했다.
누이가 구세주였다.
와서는 다급하게
빨리 약국 가서
생리대 xxx 달라고 하고, 그거 없으면 ㅇㅇㅇ달라고 해~!
"속옷은 샀어~?
응~!
빨리 뛰어가서
생리대랑 치마가 있으면 하나 사고 없으면 바지 하나 하고, 편의점 들러서 아기 물티슈도 하나 사와"
누이의 일사불란한
지휘 덕분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누이를 태우고
그 건물로 급하게 갔다.
그동안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혹시 가버리고 없으면 어쩌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이가 화장실로 들어갔을 때
세 칸 중 한 칸이 잠겨 있었는데..
'얘 있니?
아까 컴퓨터 아저씨네 여동생이야~'
말을 건네자 안에서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네~~ 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휴지로 닦기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가정이라면 축하받으며 조촐한 파티라도 열었을텐데...
콧잔등이 짠해 왔다.
그 좁은 곳에서
애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이의 문자가 왔다.
'옆에 꽃가게 보이던데, 꽃 한 다발만 사와'
이럴때 무슨꽃을 선물해야 하는지 몰라서
보이는 중에 제일 예쁜 꽃다발을 사서 들고 있는데, 아이와 누이가 나왔다.
그 아이의 눈은 금새 퉁퉁 불어있었다.
그 아이는 누이를 처음 보고서 어쩔줄몰라 하다가 누이가 챙겨간 것들을 보고서 막 울기 시작했었단다.
누이의 얼굴에도 눈물자국이 보였다.
함께 저녁도 먹여서 보내고 싶었는데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어쩔수없었다.
누이와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 집 사정이 이러 이러 하더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컴퓨터 얼마에 팔았어?"
22만원에ᆢ
"다시 가서 주고 와~!"
"뭐라고 말해~?"
다시 가서 계산이 잘못됐다고 하고, 할머니한테 10만원만 드리고 와~^^
나는 다른 컴퓨터로 착각했다는 둥 적당히 둘러대면서 10만원을 돌려드리고 왔다.
그날 밤 열한시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기 칠곡인데요. 아이 중고컴퓨터 구입한 엄마..."
이 한마디를 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누이도 따라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
코로나사태로 사회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지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는 가까이에 있는 우리 이웃이 겪었던 일이며 컴퓨터 가게를 하는 분의 감동스토리입니다.
이번 추석엔 코로나를 아주 멀리 보내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청명한 하늘과 누런 벌판이 어우러 지는 가을색을 듬뿍 담은 계절에 푸근하고 즐거운 추석명절이 되시길 빕니다!! ♡♡♡
#사내,울다
첫댓글 몇뱐을 읽어봐도 감동입니다.
이래서 아직은 살만하다지요.
컴퓨터 아저씨와 누이.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