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이상
'
문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생활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 졸른다.
나는 우리집 내문패 앞에서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나는 밤속에 들어서서
제웅처럼 자꾸만 멸해간다.
식구야 봉한창호 어데라도
한구석 터 놓아다고
내가 수입되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지붕에 서리가 내리고 뾰족한데는
침처럼 월광이 묻었다.
우리집이 앓나보다
그리고 누가 힘에 겨운 도장을 찍나보다.
수명을 헐어서 전당 접히나 보다.
나는 그냥 문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어 달렸다.
문을 열려고
안열리는 문을 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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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인생
가정 / 이상
상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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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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