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콩만 했던 거
월산 김육주 作
아버지의 말씀이
예닐곱 즈음 어린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조 갈아서 그르치고
콩 갈아서 그르치고
쉰셋에 늘그막에 심어놓은
늦은 메밀 농사가 옹골지고
탐스럽게 열었다고 하시며
담배 니코틴으로 밴
이빨을 건사하시는
잇몸을 드러내어
누런 황소처럼 웃으셨던 아버지!
그것만인가요?
어머니께 욕을
바가지로 들을 일이 생기면
어린 나를 구슬려
조근년아 하면서
누룽지 자시고 싶은 마음에
밥솥을 태워놓고
''조근년 네가 태웠다고 하면
너는 혼날 일 없으니
그리하면 안 돼겠야'' 하시며
자꾸만
나를 구슬리곤 하셨던 아버지!
그거 알아요?
어머니께 야단들을 생각에
간이 콩만 했던 거
*제주 방언/그르치다/행동이나 태도를 잘못하여 어그러지다
*조근년: 제주방언으로 '막내'라는 뜻
*구슬리다/ 그럴듯한 말로 부추여 마음을 움지기다
*야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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