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롤드컵이 끝나고, 저는 어떤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번쯤은 이 선수에 대한 헌사격의 글을 써보고 싶었죠.
그러나 개인사정도 있고 해서 미루게 되었다가.. 스프링 시즌 시작하기 전에, 스프링 5연패에 9위하고 있던 시절에 쓰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끝내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아직은 인정하기 싫은 팬심때문에. 그 직감이라는게 그렇게 유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페이커를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2013년 롤드컵 선발전 결승이었습니다.
가끔씩 온게임넷 채널에서 LOL 방송을 하는 것을 흘러가듯이 본적은 있지만 RTS류 게임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있던 저에게는
팀게임에 화려하고 밝은 컬러감의 이펙트가 난무하는 LOL은 너무나 감상하기 어렵게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LOL을 하고, 보고, 즐기는 것을 보면서도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죠.
2013년 롤 올스타전에서 한국이 전승우승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 대단하네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그때까지 제가 롤에 가졌던 유일한 감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사실 스타1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부터 확 잡아당기는 게임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르죠.
사람이 홀려버리는 어떤 장면이나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거북하고 어렵고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이
바로 그 순간을 계기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으로 탈바꿈해버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강렬한 빛에 끌립니다. 저마다 바라보는 빛은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스타1에서는 임요환이 그랬습니다.
어느 누구와도 다른 게임에 대한 접근과 창의성은 보는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시켰고 그가 만들어내는
드라마와 명장면들에 환호했던 기억이 지금도 추억의 편린으로 남아있습니다.
저는 좀 과장보태서 어떤 e스포츠 종목이건간에 흥행을 위해서는 그 종목의 '마이클 조던'과 같은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탁월하게 강한 것으로는 대중성과 관심을 이끌어 낼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 그 선수가 그렇게 강하고 특별한지 단순히 승패가 만들어내는 숫자로 사람들은 매료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보지 못한 색다른, 화려한 혹은 남다른 광채를 뿜어내는 뭔가가 존재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가끔 돌이켜 생각하면 참 재밌는게, 저는 분명 별 생각없이 2013년 여름의 그 역사적인 명승부를 생중계로 지켜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을 하면서 그냥 '틀어놓은' 수준이라 그 전설의 제드 대 제드도 놓쳤던 것 모양입니다. 기억에 없으니까요.
사실 그때만 해도 제가 스타1에 이어 롤을 그렇게 몇년간이나 관심두고 지켜보게 될 줄은 몰랐죠.
당시 롤드컵 선발전을 좀 집중해서 보게 된 까닭은, 그 이후에 '페이커'라는 아이디를 가진 선수의 플레이가
제가 돌아다니는 커뮤니티마다 언급되는 현상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정도로 특별한가?하는 단순한 의문.
LOL에도 임요환 같은 존재가 나올 수 있는건가? 그렇다면 나도 관심을 둘텐데 하는 다분히 실없고 우스운 생각.
롤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던 저는 제드 대 제드 플짤을 보면서도 분명 화려하고 남다르긴 한거 같다는 막연한 감상은 있었지만
과연 이게 어느 정도 수준으로 특별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고, 그래서 직접 이 선수의 플레이를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롤드컵 선발전 며칠전부터 벼락치기성으로 롤에 대한 기본정보를 숙지하고 관련 글이나 영상도 좀 찾아봤었더랬습니다.
그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롤과 같은 AOS 장르가 어마무시하게 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한다는 것을...ㅡㅡ;
경기 당일 마침 제가 본 세트는 2세트부터였습니다. 아마 그때 pgr 불판도 같이 봤던거 같네요. 갓전파~ 크크크...
1세트는 귀가 타임이 늦어 놓쳤지만 2세트부터는 생중계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메시네요, 메시. 이건 선수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엘리스의 고치를 피하고 역으로 자르반과 연계해서 득점을 낸 충격파. 궁쿨이 돌때마다 상대 서포터를 암살하는 아리.
그날 저는 페이커의 팬이 되었고, 동시에 SKT의 팬이 되었죠.
그날 제가 느낀 감정은 2001년 임요환에게서 느꼈던 인상과 붕어빵처럼 닮아있었습니다.
아, 이녀석은 판타지스타구나. 그런 확신이 최면이 걸리듯 날아들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1에서 임요환과 그의 팀이었던 SKT의 팬이었던 제가
그 어떤 접점도 없이 페이커와 SKT의 팬이 된다는건... 통신사는 역시 SKT.
LCK 최초의 롤드컵 우승으로 페이커는 명실공히 롤판 최고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롤챔스 윈터 시즌 전승우승을 통해 최초의 롤챔스 2연패는 물론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으로
롤씬에서 존재한적이 없던 절대적인 정점에 최초로 도달한 팀의 중심으로서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바야흐로 페이커 시대의 개막이었고, 그 어느때보다 강렬했던 '첫번째 전성기'였습니다.
LCK 최초의 롤드컵 우승으로 페이커는 명실공히 롤판 최고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롤챔스 윈터 시즌 전승우승을 통해 최초의 롤챔스 2연패는 물론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으로
롤씬에서 존재한적이 없던 절대적인 정점에 최초로 도달한 팀의 중심으로서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바야흐로 페이커 시대의 개막이었고, 그 어느때보다 강렬했던 '첫번째 전성기'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 그저 팀원의 부진 때문만은 아닙니다.
결국 페이커가 더이상은 예전처럼 압도적인 라인전 우위를 보여줄 수 없었다는 점도 분명 작용했었죠.
몰락의 시초가 된 시즌4 스프링 16강에서 루키가 페이커 상대로 라인전에서 승리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고
다시 폼이 올라온 다데의 유연한 대응을 상대로 라인전에서 압도적 이득을 거두긴 힘들었으며
자신의 무리수를 무자비한 카운터로 받아쳐 넉다운 시켜버린 시즌 4 세체미 폰의 각성과
내상입은 자신과 팀을 결국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린 꿍의 뚝심까지.
특히 루키, 폰에게 라인전에서 완패하던 모습은 군대가기 전에는 질일이 없다고 공공연히 평가되던 13 SKK의 몰락과
무소불위와 같던 페이커 1인독주 시대의 마감을 의미하는 상징과도 같은 장면으로 여전히 회자됩니다.
결국 시즌 3와 시즌 4 첫대회의 성공이 무색하게 롤드컵도 진출하지 못한 페이커와 SKT의 실패는
그저 흔하게 있을 법한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뼈아팠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 시즌 4와 시즌 5 사이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페이커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좀 더 강한 팀원과 함께 하고 싶다]
누군가는 이런 페이커를 보고 '4연솔킬'이나 당한 주제에 팀원 탓하는 거냐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시즌 4 전체적으로 보면 무너져가는 팀의 마지막 보루가 페이커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페이커가 캐리하지 못하면 지는게 태반이었으니... 그리고 그 역할을 감수하던 선수의 부담감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5 프리 시즌이 시작되고 SKT는 소위 '빈집' 평가를 받던 LCK에서 당연한듯이 1인자의 위치를 되찾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고 나자 흐름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고, 전체적으로 어중간한 경기력 속에서
LCK 최강 쟁탈전이 걸린 1라운드 마지막 vsGE전에서 아지르로 그동안 페이커에게서는 본바 없던 수준의
역대급 쓰로잉을 하면서 1라운드 순위도 4위로 마감해버렸죠.
많은 사람들이 이때까지만 해도 SKT가 예전의 영광을 다시 되찾을거라고 보진 않았을 겁니다.
탑, 바텀이 그렇게 특별해보이는 것도 아니고 정글은 여전히 불안하며 미드는 전 시즌의 후유증으로 기복러가 되어버렸으니.
그런데 2라운드 시작하자마자 톰의 영입과 이지훈의 분전을 통해 전승행진을 하더니
정말 SKT의 운명을 바꾼 vsCJ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이겨내면서 기어이 스프링 시즌 타이틀까지 따냈죠.
이후 MSI에서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 석패하고 준우승하긴 했어도 14 시즌때처럼 패배감에 가득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머 시즌과 롤드컵에서 더 잘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확신은 현실이 되었죠.
아마 많은 페이커 팬분들은 공감하실텐데, MSI 결승 4세트 카사딘을 보고 페이커가 돌아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당시 페이커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과 과감성으로 인해 종종 발생하는 터널 시야와 쓰로잉...
어찌보면 지금 페이커의 경기력 문제로 지적되는 많은 부분들이 시즌 4 이후에도 존재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4세트 초반 EDG는 페이커에게 미드 4인갱을 시도했고 페이커는 스프링 시즌때와는 다르게 그걸 간파하면서
게임 내내 최선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카사딘을 보고 페이커가 부활할거라는 기대를 했었죠.
'암사자'라는 폄하를 견디면서 절치부심 끝에 권토중래를 이룩해낸 15 시즌 SKT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갑니다.
지금 생각하면 수많은 고비도 있었고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때처럼 롤을 재밌게 봤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팀이 다시 잘되고, 페이커도 다시 정점의 자리를 되찾아가는 그 과정이 팬으로서는 더없이 즐거웠기 때문이겠죠.
서머 시즌 17승 1패, 세트 35승 6패 우승, 롤드컵 15승 1패 우승. 100전을 넘긴 시즌 승률 80%.
롤챔스 2연패, 롤드컵 우승, MSI 준우승. 명실공히 역체팀의 성과를 낸 이 시즌은 사실 이지훈이라는 대체제가 있었던
페이커의 부활보다도 SKS에 있었던 선수들의 포텐셜이 폭발한 것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벵기의 부활도 컸죠.
페이커가 아직 완연하게 회복하기 전에 그 틈을 완벽히 메운 것은 이지훈이었죠.
이 시즌 페이커의 위치는 이지훈보다 약간 앞선 정도였고, 13 시즌처럼 무소불위와 같은 입지까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강자의 위치를 완벽하게 되찾은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고, 그와중에 보여준 기행에 가까운 챔프폭과
라인전, 한타, 운영 모든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올마이티의 면모를 되찾은 페이커는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제2의 전성기는 결과적으로 볼 때, 제 예상보다도, 또 많은 사람들의 예상보다도 더 길었습니다.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
다전제의 SKT.
큰 무대의 페이커.
빅게임 정글러 벵기.
페뱅울과 꼬초리.
잼구(...).
...와 같은 수많은 SKT를 상징하는 밈들이 쏟아져 나온 시즌 6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즌이었습니다.
시즌의 왕좌를 놓고 대립한 구 락스, 신흥 강호 신 삼성, 위대한 정글러를 앞세운 kt와 더욱 날카로워진 해외팀들까지.
16 시즌 커리어는 13, 15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했습니다.
롤챔스 우승-3위. 국제대회는 IEM-MSI-Worlds까지 모두 석권.
어찌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포지션별 커리어 격차를 벌려버린 시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시즌을 통해 페이커는 명실공히 역체미로서의 위치에 항구적으로 못을 박아버린 느낌마저 있습니다.
롤드컵 3회 우승, MSI 우승, IEM 우승, 롤드컵 MVP, MSI MVP, 롤챔스 5회 우승...
LOL = 페이커라는 상징성이 더욱 강화된 시즌이었습니다.
15 시즌과 비교해 탑, 정글에서 16 시즌 슼의 전력은 분명 애매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즌 팀을 캐리한 것은 딱 꼽자면 상반기에는 바텀, 하반기에는 '미드'였습니다.
특히 이 시즌에 큰 경기에서 보여주는 페이커의 집중력과 경기력은 정말 남달랐습니다.
속칭 '빨간불 들어온' 페이커는 감당이 안된다는 말이 돌 정도로.
결국 모든 도전을 물리치고, 시즌 MVP까지 거머쥔 그가 남긴 한마디는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Not anymore.]
16시즌부터 17시즌에 이르기까지 슼팬으로서도 참 힘든 순간이 많았습니다. 선수들의 승리로 기쁨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만큼 따라오는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은 그다지 유쾌한 것들만은 아니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루고 이룬만큼 여유가 생겨야 정상인데, 반대로 부담은 켜켜이 쌓인만큼 여유는 더 사라져가는 느낌을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까지도 같이 겪게 된건 아닐까 싶습니다.
17 시즌은 처음부터 '빈집털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선수들부터 시달렸던 것이 은연중에 드러날 정도였고 결국 돌이켜보면 그거 하나만 증명하고 나머지는 놓쳐버린 시즌이 되어버렸죠. 그동안 이룰대로 이룬 선수들이라 번아웃이 생기지 않는게 말이 안되는 것이고, 그렇다고 그걸 또 당연히 이해할 수도 없는 참 힘겨운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팀게임이니까요.
우스갯소리로 리라로 흥한자 리라로 망한다고, 리라의 웃음소리를 기점으로 다시 전성기를 이어나간 팀은 리라 결승 직후부터 몰락이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내상이 너무 컸고, 연습부족의 독이 그때부터 터지기 시작했죠. 지금에 와서 새삼 그걸 탓하는건 아닙니다. 이번 시즌은 잘해줬으니, 사실 빚(?)도 갚은 셈이고... 이미 그건 지나간 일이니까요. 그걸 이해해주기에는 다른 선수들의 분전이 눈에 밟혀서 화가 났을뿐.
시즌 초에 너무 잘나가면 좋을게 없다는 불안감은 항상 있었는데, 스프링 우승과 msi 2연패로 '빈집털이론자'들을 입다물게 했다는 성취감은 있었지만, 그만큼 이르게 방전되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페이커가 msi에서 다소 헤메는 모습이 나온 것부터가 걱정스러웠구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는건 리라가 지난 이후에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17 서머 포스트시즌부터 롤드컵에 이르기까지 페이커는 정말 눈물겨울 정도로 처절했습니다.
14 시즌에 이미 경험해본 것이기라도 한 듯 동료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페이커의 플레이는 확신에 차있었고
다른 쪽의 실점을 본인이 되갚아 주면서 팀을 캐리해냈습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전 아직도 이정도로 일정기간 내내 중요한 대회에서 원맨캐리에 가까운 포스를 보여준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롤드컵 결승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물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변함없이 보여주는 프로로서의 자세와 노력, 그리고 의지에 대한 경이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겠죠.
사람들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왜 페이커만 감싸고 도느냐고.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페이커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씹히고, 부당하게 욕을 먹는 경우도 갈 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어느 정도의 경기력 부진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익스큐스되는 면도 왕왕 있었습니다. 그걸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선수 본인이 대부분 다시 좋은 경기력으로 증명해왔긴 하지만요. 그리고 그런 이중잣대에 질려서인지는 몰라도 대놓고 안티를 표방하는 분들도 있죠. 심지어 pgr에서마저도.
저 역시도 페이커에게는 남들보다 관대한 기준을 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봉 최고액 받는 선수치고, 아니 연봉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번 시즌은 전체적으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페이커에게 과거 잼구 시절 블랭크나 최근 운타라 혹은 작년 뱅에게 했던거 만큼의 비판이나 비난을 가하진 않고 있으니까요. 그걸 번아웃 운운하면서 면피용 변명이나 해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페이커팬이면서 동시에 SKT팬으로서 봐도, SKT가 이런 위치에 서기까지 그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한 선수는 페이커입니다. 그래서 리스펙트의 감정이 절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기준으로 보기에는, 그동안 해준게 너무 많아서 그럴 수가 없더군요. 너무 많습니다. 너무, 너-무 많아요. 규격 외로요. 그렇다고 프로로서 뭔가 잘못을 한적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페이커가 못하더라도 다른 선수 탓만 하면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죠. 저 역시 그런식으로 페이커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만 평가하진 않았구요. 이 부분은 보는 사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이번 시즌 페이커가 탑이나 정글과 비교해서 아주 독보적으로 못했다고 보진 않기에 그나마 욕을 덜하는 것도 있습니다. 흔히 하는 명예사(...) 효과를 받은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연봉과 팀에서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페이커는 분명 변명의 여지 없이 본인 커리어 중에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철저히 피드백하고 복기하면서 서머 시즌을 대비해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페이커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부진하다면, 그 연봉이 낭비 수준이고 팀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먹튀'수준이기 때문에 당연히 팀 차원에서도 고민이 커질겁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해도, 전력과 대전략의 중심으로 수년간 활약해온 선수라고 해도, 프로씬에서 예외는 없는거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응원할 뿐입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제가 지난 시즌 가장 충격을 받았던 페이커의 인터뷰입니다. 이걸 두고 혹자들은 배부른 소리 한다, 다른 선수들이 욕먹을 땐 뭐하다가 자기가 좀 욕먹으니까 저러는거냐는 식으로 또 한소리 하더군요. 제가 15 시즌 이후부터 롤을 즐기면서 보기보다는 신경 날카로워지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트래쉬토크나 자신감 있는 인터뷰를 하면 빠짐없이 조롱거리가 되고, 커리어와 승리가 아니면 난도질 당할 일만 있으니 선수들, 감독들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숨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단 SKT만의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롤드컵 결승 직후 페이커의 눈물을 봤을 때, 저 인터뷰가 떠오르면서... 롤드컵 직후에 저는 정말 싫은 직감이지만, 페이커의 스프링 시즌 부진을 공공연히 이야기 하고 다녔습니다.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번아웃이 올거라 짐작이 들더군요. 이런게 정말 싫은게, 흔한 말로 촉이나 직감이라는 건 꼭 자기 의지나 바람과는 관계 없이 어느 순간 찾아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직감이 찾아온 이유는, 페이커의 그 모습에서 과거 골든마우스를 쟁취할 때의(...) 임요환이 오버랩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그리고 14 시즌과 15 시즌에서 이미 경험한 바가 있구요. 이건 페이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히 많은 전례가 있기도 하니까요.
15 시즌 초 벵기에게 필요했던 것이 자신감, 16 시즌 잼구에게 필요했던 것이 경험, 17 시즌 뱅-울프에게 필요했던 것이 연습량이었다면 지금 페이커에게 필요한건 휴식과 재충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시즌 중간에 체력적으로 쉬고 이런게 아니라, 정신적인 부담을 덜어내고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잡을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거죠. 다시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본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닐테지만, 항상 정점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해야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한번은 내려올 필요성은 있습니다. 선수 생활은 아직도 긴 세월이 남아있으니까요.
이번 시즌 내내 페이커가 제발 마음을 편하게, 좀더 내려놓고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달고 산거 같은데... 이참에 진짜 좀 내려놓고 부담을 많이 덜었으면 좋겠네요. 순위가 낮다고 도전자의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고루한 격언도 있으니까요. 어느 한 시점의 실패가 곧 좌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이미 15 시즌을 통해서 경험해 봤지 않습니까.
이미 2014년에 페이커의 시대는 한번 종말을 고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금 페이커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많은 이들이 페이커 시대의 끝을 논하며 그때가 아닌 작년 서머나 롤드컵을 언급합니다.
사람들 기억속의 종말의 기점마저 희석시킬 정도로, 페이커와 SKT는 더 큰 도약을 이뤄내며 시대를 연장시켜 냈었다는 의미겠죠.
폰 루키 다데 꿍이 페이커 시대의 제1막을 닫았고, 비디디 유칼 쿠로 크라운이 페이커 시대의 제2막을 닫았습니다.
지금은 잠시 내려와 있지만, 다시 비상할 날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날개를 접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머 시즌, 제3막의 시작을 기다리겠습니다.
출처-https://pgr21.com/?b=6&n=63302
첫댓글 ㄷㄱ
뱅도 퇴출해야 된다는말 많앗지
하던 가락이 있는데 금방 돌아올듯
나이먹으면서 폼 떨어지는건 어쩔수없는거고 지금 약간 메롱상태라도 롤 망할때까지도 롤 선수 한명만 대라고 하면 페이커말고는 없을듯
상혁이힘냇으면
페이커 화이팅! skt 화이팅!
빠커 힘내라..
스프링초때는 귀환이 문제였고 폼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였는데...
여름에는 다시 좋은 모습 봤으면
구락이랑 빠커센빠이..
어엉 상혁아 힘내ㅠ 13년 롤드컵에서 널 보면서 첨으로 e스포츠를 보게됬다
말투가 너무 오타쿠같다
이봐요 오로나민씨
상혁아 응원한다 ㅜㅜ
올타임 넘버원
글 되게 잘썼당. 애정이 뚝뚝 느껴지네
파이팅!
페이커 화이팅 나는 페이커 자리에 있는다는게 어떤 부담감일지 상상도안됨 그저 화이팅
ㅋㅋ
페이커 선수가 꼭 봣으면 좋겠다...
상혁이 화이팅!
슼은 몰라도 페이커는 좋아함
레전드는 죽지 않는다
진짜 상혁이형 멋지게 이기는 모습 보고싶대
공감많이가는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페이커화이팅!
상혁아 힘내서 일어나자
Legend never die
슼과삼성은 너무강했던시절이있어서 안좋아하고 응원하는팀이든 타팀이든 이 두팀상대론 무조건이겼음좋겠다라고생각하고 경기를보는편인데 작년~올해보면 좀씁쓸하기도하고.. 어느스포츠든 최강자의몰락은 그팀팬이든 아니든 영향을끼치는것같음
진짜 다른 정글러 미드 봐주는만큼만 봐주는 정글러가 스크좀 가야된다고 생각함 잼구는 진짜 크트전하는동안 뭘한 건지 모르겠음.. 인마이크 들어보니까 알려주는데도 잼구가 고집피던데
뭘 할수가 없는 상황이죠 단적으로 4경기 카직스가 카정들어갔을때 크트 라이너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2경기 올라프가 자르반 카정들어갔을때 스크 라이너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비교만 해봐도 알수 있음 물론 2경기 자르반 퍼블은 백프로 블랭크 잘못임 시야없고 카정들어올꺼 뻔히 아는데 선 eq했으니까 요즘은 정글러가 라이너를 케어해주는 시대가 아니라 라이너가 정글러를 케어해주는 시대임 그만큼 초반주도권이 중요한 메타는 라인스왑 없어지고 맞라인구도 생기면서 나오는 당연한 결과고
오프더레코드 풀림???
2막끝났고 이제 3막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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