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1936년) / 카를 오르프
Carmina Burana: Cantiones profanæ cantoribus et choris cantandæ
comitantibus instrumentis atque imaginibus magicis
보이렌의 노래: 악기 반주와 마술적인 그림이 있는 독창과 합창을 위한 세속적 가곡
독일의 작곡가 카를 오르프가 중세 시가집인 카르미나 부라나를 바탕으로 작곡한 세속 칸타타.
1937년에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오르프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이다.
오르프는 이 '카르미나 부라나'에서 이전 작품에 나타났던 낭만주의 경향이나
리하르트 바그너 등의 선배 작곡가들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 전개나
변화가 전혀 없는 단순한 음형의 반복, 대위법을 배제하고 단선율에
타악기를 활용한 강렬하고 원시적인 리듬을 강조하는 독자적인 음악 양식을 확립하였다.
카르미나(Carmina)는 라틴어로 '노래'를 뜻하는 carmen의 복수형이고
부라나(Burana)는 보이에른(Beuern)의 라틴어 이름이다.
따라서 카르미나 부라나는 보이에른의 시가집(Song of Beuern)이란 뜻이다.
이 시가집의 명칭은 1803년 독일 뮌헨 남쪽으로 수킬로 떨어진 바이에른
지방의 베네딕트보이에른(Benediktbeueen) 수도원에서 발견된 데서 유래하였다.
이 카르미나 부라나는 익명의 유랑승, 학생, 음유시인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만든 세속의 시가집으로, 13~14세기에 걸쳐
골리아드(Goliard)로 불린 유랑 학생들에 의해 라틴어로 쓰여졌다.
약 250여 곡이 있는데 몇 곡은 보표를 갖지 않는 네우마에 의하여 선율이 기보되어 있다.
전체는 4개의 부문으로 되어 있는데,
1)도덕적 풍자시, 2) 연애시, 3)
술잔치의 노래, 유희의 노래, 4)
종교적인 내용을 가진 극시로 이루어져 있고, 외설적인 내용을 가진 것도 있다.
이 오리지널 카르미나 부라나는 악보 해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는 거의 상상으로 연주되고 있다.
오르프는 이 오리지널 카르미나 부라나에서 24개의 시를 뽑아서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를 작곡하였다.
한편 오르프는 이 작품의 성공을 바탕을 2차 대전 중에 2부격에 해당되는
카툴리 카르미나(Catulli Carmina, 1943)을 작곡하였고, 종전 후 3부격에
해당되는 아프로디테의 승리(Trionfo Di Afrodite, 1953)을 작곡하였다.
이 세 작품을 흔히 카르미나 3부작(Carmina Trilogy), 또는 승리 3부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카르미나 부라나가 워낙 유명한 탓에 뒤의 두 작품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곡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는 1981년 영화 존 부어만 감독의 엑스칼리버일 것이다.
이 영화의 메인 테마로 쓰였으며 영화와 곡이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된다.
첫 번째 곡이자 원본 시집의 삽화에 나온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는
바퀴의 중앙에 앉아 여왕처럼 차려입었으며 그녀가 중앙에 앉은
바퀴의 테두리에는 4가지의 각기 다른 모습을 한 인간들이 매달려 있다.
보통은 출세하는 모습, 출세해서 정점을 찍은 모습, 몰락해가는 모습,
완전히 몰락하는 모습 이 4가지가 함께 나온다.
이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운명에 의해 신세가 바뀌는 인간의 삶,
일대기를 묘사한 것이며, 당대 중세의 다른 책의 삽화들에서도 포르투나가
종종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사람의 삶과 처지를 관장하는 '운명(포르투나)'은
꽤나 인기 있는 소재였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Fortuna Imperatrix Mundi(序, 운명의 여신이여, 세계의 여왕이여)
서(序) 1, 2곡은 모든 것이 운명에 지배되는 것이므로 운명 앞에는 모든 것이
복종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운명의 힘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있다.
합창으로 온음표에 의한 느린 서주가 있은 후 빠른 템포로 변한다.
테마 "그대는 항상 차고 기울어, 우리들의 생명을 희롱하고..."가 집요하게 되풀이된다.
마지막에 mecum omnes plangite!에서 om을 길게 이어서
mecum ommmmmnes plangite!로 부른다.
존 부어맨 감독의 영화 엑스칼리버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유명해진 곡.
카르미나 부라나는 몰라도 이 곡(1분 52초부터)을 들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들을 정도다.
대단히 웅장한 곡이어서 장엄한 분위기가 필요한 장면에서 단골로 나오는
BGM이지만 의외로 유머러스한 작품들에도 많이 이용되었다.
SBS 코믹드라마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 OST 중 하나로 쓰이기도 했으며
심지어 냥코 대전쟁의 BGM으로 쓰이기도 했다.
1990년대에 유명했던 광고 카피였던 유동근의 (샐러리맨은 쉬고 싶다. 왜?)
"피곤하니까!"가 등장하는 CF에도 이 음악이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