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억수장마에도 빨래말미는 있다고 했다. 변덕이 팥죽 끓듯 하는 노처녀의 심성처럼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쏟아지는 요즘 장마철이다. 막상 출발은 했지만 행운을 가져온다는 7자가 두 번 들어간 날인지 산행내내 덥지 않고 가을 하늘처럼 날씨가 청명했다.
주초에 예기치 않게 교육원에서 자치단체 공무원 강의를 부탁하여, 주중 내내 교안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것도 모자라 주말에도 타관에서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다고 매주 하고 있는 산행을 궐(闕)할 수 없어 함양을 찾은 것이다.
지나온 트랙...
"우리 동네만 명당이냐? 너의 집도 명당이다" 라는 플래카드 내용으로 짐작컨데 이 동네가 명당같은 느낌이 든다.
절부(節婦), 열녀(烈女) 모두 여성을 상대로 만들어진 말이다. 남성을 상대로 무슨 표현이 있는지...
호두...
홍일점의 탄생 유래다. 중국 송나라 때 왕안석이라는 정치가가 삼라만상이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는 봄날에 길을 걸으면서 온통 초록 잎으로 가득한 석류나무에 빨간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을 보고 맘이 동하여 시(詩)를 지었다고 한다.
萬綠叢中紅一點(만록총중 홍일점) 온통 새파랗기만 한 푸른 잎 속에 한 송이 붉은 꽃이 활짝 피어 있다. 動人春色不須多(동인춘색 불수다)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의 색깔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철 지난 고사리밭...
노거수도 지나고...
도라지밭도 지나고...
천령봉 가는 길...
함양군 전경...
샘터도 들르고...
샘터같지 않은 샘터...
지금까지 산행 중 첨으로 본 민물가재 몇 마리...
천령봉 가는 길목의 산딸기... 맛이 약간 시기는 하지만 허기진 배를 달래는데 산중귀물이 따로 없다.
함양의 영산 또는 진산으로 알려진 천령봉의 주산은 상산(霜山,오봉산(五峰山))이다. 천령은 함양군의 옛 지명으로 하늘에서 처음 내려오는 땅과, 땅에서 하늘로 오르는 마지막 지점이라는 뜻으로, 매년 개최되는 함양군민의 물레방아축제(옛 천령문화제) 때 성화를 채화하고, 옛날에 봉화를 올렸던 봉화대가 있었다고 한다.
천령봉의 채화대...
옥녀봉 가는 길... 대전 시계길 항곡리산성이 생각나는 길이다. 산행하면서 가끔은 시련도 있어야 제맛이 나는 법...
산수국도 피어 있고...
큰까치수염도...
이럴 때 유레카라고 소리쳐야 하나...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 나무에서 자란 버섯은 식용버섯이고, 독한 냄새도 없고... 머리에 들어있는 버섯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해도 독버섯이 아닐 것 같다. 시간이 없어 일단 취하고, 버섯 전문가에게 카톡으로 의뢰하기로 한다. 즉시 "식용 불가" 회신이 온다.
옥녀봉 도착...
한 때는 "야구"라 쓰고 "종범"으로 읽고, "종범"이라 쓰고 "바람의 아들"이라 읽는 시절이 있었다. 정상석은 옥녀봉인데, 안내판은 고추봉... 일단 음기 충만한 옥녀봉에서 기력도 보충할 겸, 허기를 달래기 위해 쥐코밥상을 차린다.
이끼가 가득 덮혀 있어 어느 쪽이 북쪽인지 알 수 없는 삼각점 표지석...
이번 산행의 주봉인 정상이 오돌토돌한 오봉산 전경...
지난번에 다녀 온 투구봉, 삼봉산 능선도 보이고...
바람분 김에 거풍하고, 비맞은 김에 빨래하고...
천둥친 김에 악쓰고, 번개친 김에 콩구워 먹고...
장마철에 이렇게 좋은 날을 골라 산에 왔으니 이 보다 큰 낙(樂)이 어디 있을까?
정상석이 뾰쪽한 오봉산 전경...
항상 서리가 내린다고 하여 서리산 또는 상산(霜山)이라고 하며, 남원시 등지에서 바라보면 봉우리가 다섯이라 하여 오봉산(五峰山)으로 부른다고 한다.
지나온 길...
오봉산에서 바라본 인월면 전경...
위험천만하게 훼손된 외길 나무계단...
남원시에 고쳐달라고 민원을 제출할 예정이다. 요즘은 공무원이 이곳에 오지 않아도 드론을 띄워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오봉산 배면 전경...
일월비비추...
산성의 흔적도 있고...
한참 밑에 설치되어 있는 팔령산성 안내판...
날머리가 흥부마을로 많이 알려진 성산마을이다. 주민의 말에 의하면 매년 음력 9월 9일에 남원시 주관으로 흥부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성산마을 저수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남근석...
마을입구 성황당...
스물 다섯 자식 중 18명은 마실갔는지 보이지 않고 7명만 나왔다. 일부일처제에서 부부의 금슬을 자녀 수로 나타낸다면 흥부만큼 금슬이 좋은 경우도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 자식 낳듯 한 배에 하나 낳아, 삼사 세 된 연후에 낳고 낳고 하여서야 사십이 못 다 되어 어찌 그리 많이 낳겠는가. 한 해에 한 배씩, 한 배에 두셋씩 대고 낳아 놓았구나... 이하생략("박흥보가" 신재효본에 나오는 구절)
예기치 않게 주말에 타관에 남게 되어 오래전에 계획한 산행을 하면서 흥부마을, 장마철 버섯 채취 요령, 오봉산 유래 등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밀림이 지천에 깔린 오지산행 원없이 했다.
첫댓글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요즘은 명산만 산행하시내요. 민물가재 본지도 꽤 오래되였내요.
멋진 산행기 줄감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갔는데, 오르내리막도 야무지고, 거친 밀림길에 고생은 했지만 크게 만족하고 돌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으로 함께하고 눈으로 읽어보는 산행기 공감백배입니다.
수고 많으셨고 즐감했습니다.
너무 멋진 곳을 혼자 다녀와서 송구합니다. 이 근방에 지리산 사촌뻘되는 명품 산들이 많아 산행이 늘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곳 다녀오셨네요, 멋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