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이용량에 따라 돈을 주고 사용하게 하는 ‘인터넷 종량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문화를 돈과 양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과 오히려 불법 파일 공유와 사이버 폐인들로 오염된 인터넷 문화를 자정시킬 것이라는 찬성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역 회사에 근무하는 김무숙 씨는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 ‘싸이월드’의 중독자다.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로 자신의 하루 일과를 찍고 기록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이 김씨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김씨는 싸이월드에서 친구들과 안부도 주고받고 심지어 친구들의 미니 홈페이지에 들러 소개팅 상대를 고르기도 한다. 김무숙 씨는 “회사와 집을 통틀어 하루 10시간 이상씩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것 같다”며 “인터넷은 사람을 만나고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통로”라고 말한다.
인터넷이 개개인의 생활 방식까지 변화시킬 만큼 막강한 문화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100만 명 가까운 인원이 모였던 광화문 촛불 시위도 인터넷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회 문화적 사건이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회원수는 웬만한 소도시 인구수에 버금가는 350만 명을 넘어간다. 지난 총선은 인터넷 선거라고까지 불릴 정도였다. 이러한 생활 속 인터넷 문화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아무런 물적, 심적 부담을 느끼지 않게 만든 "값싸고 빠른"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초고속 인터넷의 사용량에 따라 사용자에게 접속료를 물리는 이른바 ‘인터넷 종량제’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와 인터넷망 사업자인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이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종량제는 정보량을 따지는 단위인 ‘패킷’당 정보 이용료를 부과하는 인터넷 요금 제도를 말한다. 현재 대다수 인터넷망 사업자들은 사용량에 상관없이 매월 일정액을 징수하는 ‘정액제’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종량제가 현실화된다면 더 이상 네티즌들은 초고속 인터넷을 물 쓰듯 쓸 수 없게 된다. 한국통신이 내놓은 인터넷 종량제 요금 제도에 따르면, 하루에 10시간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김무숙 씨의 경우 한 달에 무려 540만 원의 인터넷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미 사이버 스페이스는 인터넷 종량제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인터넷 종량제 반대 1천만 명 서명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다른 한켠에서는 찬성 의견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다수 논쟁의 초점은 값싼 인터넷 문화를 계속 누리려는 네티즌들과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인터넷망 사업자들의 논리 대립에 맞춰져 있다. 초고속 인터넷 커뮤니티 "비씨파크" 운영자인 박병철 씨는 “인터넷 종량제는 초고속 인터넷 이용률과 정보 소통률을 떨어뜨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의존하는 국가 경제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하나로통신의 김정연 과장은 “MP3, DVIX 파일 등 대용량 파일들이 인터넷 P2P를 통해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이미 현재의 인터넷 네트워크는 한계에 다다랐다”며 “시설 설비를 통해 차세대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종량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터넷 종량제 논쟁은 결국 인터넷이라는 대상 자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화 충돌로 이해되기도 한다. 지금 한국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가 빚어낸 갖가지 사회 문화적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종량제가 결국 이러한 문화적 변화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네티즌 유영무 씨는 “인터넷은 이제 문화인데도 불구하고 인터넷 종량제는 문화를 돈과 양으로 제한하려 하는 발상”이라며 “인터넷 종량제는 결국 이미 민주 사회의 한 도구로 자리 잡았고 또 거대한 경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인터넷 문화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것”라고 말한다. 박병철 씨 역시 "인터넷에서마저 빈부 격차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한 정보 불균형은 사회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화적인 시각에서 볼 때 역시 종량제가 비대해지고 왜곡된 국내 인터넷 문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네티즌 이미종 씨는 “너무 값싼 인터넷의 보급이 결국 음반이나 영화의 저작권을 네티즌들이 무책임하게 침해하게 되는 현상을 만들어냈다”며 “일정 액수의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는 인터넷 이용이 오히려 인터넷 문화를 정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종량제의 본격적인 공론화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바야흐로 인터넷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어다 줄 단순한 비즈니스의 대상인지, 혹은 값싼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가 만들어내고 있는 갖가지 사회 문화 현상이 그저 해프닝일 뿐인지, 일정 수익을 포기하고서라도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할 거대한 문화 흐름인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려는 시점이다.
첫댓글 종량제즐
그거 아마 안될거 같은데 . - _ - ; 그럼 컴터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인들은 어쩌라는 소리인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