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차여행(2) : <구례구역>, <곡성역>, <전주역>, <삼례역>
1. 기차여행 이틀째 여정은 전라선을 따라간다. <여수엑스포역>에서 출발하여 <구례구역>에 내렸다. 이 역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순천에 속하지만 역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구례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름도 ‘입구(口)’를 사용하여 ‘구례구역’이 되었다. ‘구례’라는 이름이 주는 뉘앙스처럼 이 곳은 낭만적인 볼거리가 가득하다. 우선 주변을 웅장하게 둘러싸고 있는 지리산의 위용이 거리를 걸을 때마다 강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한국의 산들은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지리산’의 풍모는 아름다움에 더해 신성함까지 부가된다. 그 산들 사이로 전남의 아름다운 물줄기인 섬진강이 흐르는 것이다.
2.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처럼, 섬진강은 구례를 지나 하동으로 흘러간다. 남도의 중심을 지나면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조화는 이 곳을 방문하게 되는 특별한 유혹이 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컨셉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지역의 중심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답사는 ‘역과 그 주변’이라는 주제에 따라 기차시각에 맞춰 구례읍을 향해 걸었다. 약 1시간 정도 걷자, <구례군청>이 나타난다. 읍은 소박하고 정갈하다. 여행의 시작을 구례읍에서 겨우 찾은 식당에서 ‘다슬기탕’으로 시작한다. 음식은 맛이 깊고 반찬은 풍성했다. 기분좋은 먹거리와의 만남이다. 여행에서 이런 백반집을 만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거리가 상업적인 이유로 식당이 없거나, 있다하더라고 대부분 프랜차이즈 음식점들뿐이기 때문이다.
3. ‘구례구역’에서 <곡성역>으로 이동한다. 섬짐강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곡성역’ 옆에는 ‘섬진강 기차마을’이라는 대규모의 관광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우선 곡성읍 쪽으로 방향을 잡아 걷는다. 어느 지방도시처럼 조용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곡성읍의 특별한 내용은 영화 <곡성>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영화거리’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작은 도시에 만들어진 영화거리의 신선함, 비록 사람들은 없지만, ‘곡성’이라는 이름이 갖는 수많은 의미가 더해져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곡성’의 한자어는 수탈과 고통의 의미에서, 지금은 중립적인 의미로 변모해있다.
4. 곡성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곡성에 있는 역은 이제 사라졌다. 곡성군은 그 곳을 레일바이크 시설로 변모시켰고 그 주변에 ‘기차마을’을 만들었다. 강가 철길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는 ‘곡성’을 대표적인 기차 관광지로 변모시켰다. 시간 관계상,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철길을 따라 걸었다. 어느 때 친구들과 쌍쌍으로 와, 자건거를 탔던 기억이 선명했다. 곡성 그리고 하동의추억이다.
5. 오늘의 숙소는 <전주역> 부근 ‘게스트 하우스’다. 전주역은 크고 현대적인 느낌을 주지만 주변은 한산하다. 식당은 없고 카페만 몇 군데 눈에 띈다. 숙소는 역 바로 옆에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역에서 조금 이동하여 백반집을 발견했다. 오늘은 식사 코스 일정이 좋은 편이다. 사소하지만, 구미에 맞는 식당을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 후, 전주역 다음 <삼례역>을 답사했다. 어둠 속에서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서 바라보는 역의 모습은 ‘역’이라는 이미지와 적절하게 어울린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면서 세상의 중심을 잡고 있는 존재로서 역의 모습이다. 오늘은 대략 6시간 30분 정도 걸은듯하다.
첫댓글 - 추억과 낭만이라는 낱말들이 떠올려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