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붕어머리는 3초라고 말하듯이 붕어는 뇌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본능에 의해 그때 그때 조건반사적으로 처신한다.
그런데 사람은 원초적본능 보다는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교육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판단·행동하는 고등 동물이다.붕어 입장이 아닌 자기 주관에 의해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물속의 붕어를 이해하는 데는 애초부터 빗나가고 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는 미끼 선택과 포인트 분별 등 낚시 행위에서 그 바탕이 되는 판단요소를 붕어 입장과 사람입장을 대조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미끼 선택
사람은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를 사랑하고 구린내는 피한다.
이런 관점에서 붕어미끼를 쓸 때도 가급적 고소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더 나아가서는 사이다 등 음료수와 설탕 등의 감미제, 삐콤 등의 의약품을 혼합하여 쓰기도 한다.
또한 근래에는 붕어 낚시용 떡밥에 아미노산등 첨가제를 사용한 떡밥이 경쟁적으로 생산 시판되고 있다. 좀 더 비싼 값으로….
1.붕어는 고소한 냄새만 좋아할까?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다. 물론 고소할수록 냄새를 멀리 퍼지게 하여 집어를 하는 데는 부분적으로 도움에 될 수 있겠으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붕어는 구린내 나는 똥 덩어리도 좋아한다. 고소한 강도만큼 구린내가 퍼진다면 집어 효과는 마찬가지다.
몇 년 전에 피라미 붙지 않고 붕어만 특별 나게 잘 낚이게 한다는 떡밥이 시판된 적이 있었다. 지금의 천원짜리 찰떡밥 반 봉지 만한 분량인데, 가격은 5천원이나 했다.
봉지를 뜯어서 냄새를 맡아보면 그야말로 고소하고 진한 향이 났는데, 몇 번이나 회원들과 실험을 해 보았지만 천원짜리 찰떡밥이나 특별히 다를 바가 없었다.
만약에 고소한 향에만 붕어가 붙는다면 고린내 나는 어분에는 붕어가 붙지 말아야 하는데, 향어낚시를 한다고 어분만(그것도 특히 냄새가 진한) 사용해도 붕어는 곧잘 물고 나온다. 오히려 가두리가 없었거나 현재 없는 낚시터에서는 고린내 나는 어분을 섞어 써야 붕어가 더 잘 낚인다.
그것은 붕어가 치어 때부터 가두리에서 먹이로 뿌려주는 어분류에 본능적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2.첨가제는 효과가 있을까?
같이 어울려 낚시 하는 회원 중에 떡밥을 반죽할 때 미리 설탕물을 사용하는 회원이 있었다.
그 친구 왈, 어떤 낚시 서적에서 '붕어는 단맛을 좋아한다'는 내용을 보고 나서 실제 써보니 효과가 컸다는 것이고, 한번 효과가 크다는 생각이 들고나서는 설탕물을 첨가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한 이 년 동안 설탕 효용론을 주장하던 그 친구가 지금은 설탕 무용론을 주장한다.
이유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정확히 따져보니 설탕을 쓴 경우나 쓰지 않는 경우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고, 오히려 설탕 물로 떡밥을 반죽해 놓으면 쉽게 딱딱해지고 손에 당분이 엉겨서 아주 불편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회원들이 '99년에 1개월 간 떡밥의 첨가제 사용에 대한 효과를 실험해 본 적이 있다.
회원 중 콩알낚시 숙련자 12명을 4개조로 편성하여, 제 1조 3명은 설탕물로 반죽하고, 제 2조 3명은 참기름을 첨가하여 반죽하고, 제 3조 3명은 삐콤을 첨가하여 반죽하고, 제 4조 3명은 순수 떡밥만을 사용했다.
그리고 각 조는 주마다 임무를 교대하고 같은 실험을 반복한 후 그 결과를 종합·비교 했다. 그 결과 4주간의 조황에는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떡밥사용에 있어서 나만의 비법인 양 하는 첨가제 가미 사용법은 허구임이 밝혀졌다.
3.변질된 미끼는 피할까?
요즘 같은 더운 계절에는 초저녁에 반죽한 떡밥이 새벽에는 쉰다.
또 시장이나 낚시점에서 준비해간 새우는 밤낚시 할 때 즈음엔 죽어서 고린내가 심하게 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쉰 떡밥과 썩은 새우는 버려야 할까?
그렇지 않다. 쉰 떡밥으로 콩알낚시를 해도 붕어는 올라오고, 썩은 새우로 생 미끼 낚시를 해도 붕어는 올라온다.
진도 연동지에서 쉰 떡밥으로 더 좋은 조황을 보인 우리 낚시회의 김신표 회원이 그것을 증명하고, 함평 평산지에서 썩은 새우로 굵은 붕어를 많이 낚아낸 강병구 회원이 그것을 증명했다.
즉, 약간 상한 미끼는 버리지 말고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말인데, 다만 가급적이면 떡밥은 떡밥 본래의 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소량을 반죽하여 적절이 사용하는 것이 좋겠고, 새우 등 생 미끼는 생생한 상태로 쓸 수 있게 관리 하는 것이 좋겠다.
붕어입장에서 본 포인트 분별
1.붕어는 어디 있을까?
단순히 사람 입장에서 보면 붕어는 물 속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저수지를 가로 질러서 그물을 쳐 보면 붕어가 그물에 걸리는 부분과 전혀 걸리지 않는 부분이 확연히 구분된다. 그것도 붕어가 걸리는 부분이 그날 그날 변하여 종을 잡기가 어렵다.
그 중 거의 변화가 없는 부분이 수초지대와 연결된 부분이나 물골에 연관된 부분이다.
저수지나 호수, 또는 강의 깊은 곳에, 혹은 조금 더 먼 곳에 찌를 세우면 유리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힘들여 긴 대를 뽑아 던져 보아야 코 앞의 짧은대보다 덜 낚일 때가 많은 것으로 봐서 붕어는 사람입장은 전혀 고려해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럼 붕어는 어디 있을까?
붕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은신처를 제공 받을 수 있고 먹이가 풍부하며, 용전 산소량이 많은 곳을 선호할 것이다. 저수지를 예로 들면 상류 물골 부근의 밀생한 수초 지대와 제방 석축 부근, 물색이 탁한 수심 2m 전후의 바닥이 깨끗한 곳이 그런 조건을 충족 시킨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면 저수지 가운데 쪽에 신경이 쓰이게 마련인데, 정작 붕어 생각은 발가락 앞 수초 앞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2.붕어는 언제 어디에서 끼니를 때울까?
붕어도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보호 받는 기간과 독립하는 시기가 있고,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며, 먹을 때와 그냥 놀 때, 그리고 꼼짝 않고 쉴 때가 구분되어 있다.
또한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거나 자연현상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는 집단으로 혹은 지역별로, 혹은 전국적으로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일체의 먹이 활동을 중단할 줄도 안다.
이것이 조황과 연계되면서 전국적 불황과 지역적 불황, 혹은 포인트 별 조과 차이로 나타난다.
천재지변이 붕어세계에 일어날 때에는 천하에 둘도 없는 도사라도 어쩔 수가 없다. 결국, 그렇지 않을 때 붕어가 끼니를 때우는 시기에 그 장소를 찾는 것이 포인트 분별력이다.
그럼 붕어는 언제 어디에서 끼니를 때울까?
사람은 하루 세끼 식사와 필요에 따라 간식을 먹는다.
붕어는 하루 두끼 식사와 간식을 먹는다.
물론 붕어는 소화액이 강하게 발달하여 소화 흡수가 빠르므로, 체격에 비해 많은 양을 섭취하며 잡식성이다.
붕어의 끼니 때우는 시간은, 아침은 부지런한 사람보다 더 빠른, 이른 새벽부터 오전 11시경까지 이어지고, 점심은 건너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저녁은 오후 4시경부터 시작하여 밤11시경까지 이어진다.
그 중 가장 활발한 시간대는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이다.
이런 때는 먹이 활동이 용이하고, 유사시 은신이나 분산이 가능하며, 먹이 대상 생물이 많은 물가 쪽으로 단체 출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붕어입장에서 포인트를 분별하여 선정한다면 물골과 수초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고, 물색이 탁한 곳과 붕어의 집단 회유지대를 벗어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콩알 낚시는 집어 기술에 의한 낚시라고는 하나 붕어생각을 벗어나서 집어를 시도 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