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탐정 박태수] (395) 제8화 열정과 냉정의 계절 42 ‘저것들이 언제 나오려고…’
김애숙은 아직 외출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몰래 카메라로 확인하자 전화를 걸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김애숙을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김애숙이 외출할 때까지 지루하게 기다렸다. 양정희가 저녁을 싸가지고 온 것은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했을 때였다. 나는 양정희와 함께 차안에서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언제 일이 끝나요?” 양정희가 김애숙의 집을 살피면서 물었다. “아마 새벽이 되어야 일이 끝날 거야.” “집에 돌아올 거죠?” “당근이지.”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작은마누라 관리 차원에서 오늘은 기어이 집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차 안에 둘이 앉아 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다. 서방님, 안 그래요?” 양정희가 깔깔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작은마누라, 내일은 드라이브 시켜 줄까?” “정말이요?” “정말이지. 우리 작은마누라하고 모처럼 데이트를 할 거야.” 나는 양정희를 가볍게 포옹했다. 양정희가 돌아가자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워졌다. 김애숙은 그때서야 화장을 진하게 하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집에서 나왔다. 그녀는 차를 타지 않고 큰길로 나가서 택시를 탔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미행했다. 거리는 캄캄하게 어두워지고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 퇴근시간이 끝나지 않아 차들은 느릿느릿 서행을 하고 있었다. 김애숙은 장안동에 있는 나이트클럽 앞에서 택시를 내렸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10분쯤 지나자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사내가 택시에서 내렸다. 그들은 거리에서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더니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는 식당 앞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여기에 차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 빨리 차를 빼세요.” 식당의 종업원으로 보이는 20대의 젊은 사내가 다가와서 차유리를 두드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나 차를 주차시키는 것이 문제였다. “살인사건 수사 중인데 어디로 빼라는 거야? 수사 방해하지 말고 모른 체해.” 나는 사내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거짓말을 했다. 이런 일을 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사내는 멋쩍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김애숙과 사내가 식당에서 나온 것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그들은 연인이라도 되는 듯이 손을 잡고 사이좋게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갔다. ‘저것들이 언제 나오려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나이트클럽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기다렸다. 김애숙과 사내는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이트클럽에서 나왔다. ‘이제는 집으로 가려나?’ 나는 차에서 그들을 미행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택시를 잡지 않고 나이트클럽 뒤에 있는 모델로 갔다. 글:이고운그림:김선학 <395>
[사설탐정 박태수] (396) 제8화 열정과 냉정의 계절 43 ‘풀코스를 즐기는군’
김애숙과 사내가 모텔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젠장 풀코스를 즐기는군.’ 나는 진저리를 쳤다. 바람난 여자와 남자를 미행하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느덧 시간이 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모텔 앞에서 기다렸다. 김칠복이 서울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큰일을 해냈기 때문에 약간 들떠 있었다. 김칠복은 김미순을 찾아서 의뢰인인 회사쪽 사람들에게 인계를 했고, 회사에서는 내일 아침 은행이 문을 열면 사례금을 입금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나는 수고했다고 위로하고 술 한 잔 마시고 쉬라고 말했다. ‘일이 뜻밖에 쉽게 해결되었어.’ 이런 일만 있으면 흥신소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김애숙과 사내가 모텔에서 나온 것은 밤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을 때였다. 나는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핀 뒤에 그들에게 다가갔다. “잠깐 얘기 좀 합시다.” 나는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시간이 오래되어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예?” 김애숙과 사내가 멈칫하여 나를 쳐다보았다. “신분증 좀 봅시다.” 나는 위압적인 표정으로 사내를 윽박질렀다. “아니 누구신데….” 사내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낯선 사내가 다가와서 신분증을 보자고 하면 누구나 불안해한다. 대한민국에서 죄 짓지 않고 사는 사람 없고 신분증 보자고 하면 경찰을 먼저 떠올린다. “강력계에서 나왔소.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데 자세한 것은 알 필요 없고… 신분증 제시 안 할 거요?” 나는 사내를 쏘아보았다. 사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패스포트에서 운전면허증을 꺼냈다. 그는 나에게 형사 신분증을 보자고 하지도 않았다. 사내의 이름은 이정규, 나이는 35세였다. “아줌마도 신분증….” 나는 김애숙에게도 신분증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형사로 위장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김애숙과 이정규는 불륜까지 저지르고 있었다. 김애숙이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을 찾아서 나에게 내밀었다. “부부요?” 번연히 알면서도 수작을 부렸다. “아, 아닙니다.” “그럼?” 이정규와 김애숙은 당황하여 우물쭈물했다. “당신은 내일 경찰서로 출두하고 아줌마는 나하고 같이 갑시다.” 나는 김애숙을 끌고 차로 가려고 했다. 김애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저 아무 죄도 짓지 않았어요. 왜 내가 경찰서에 가야 돼요?” 김애숙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글:이고운그림:김선학 <396> 이 소설은 유명 닷컴에서 발췌, 재 게재하는 소설이며 성인 인증없이 누구볼 수 있는 소설임을 알립니다. |
첫댓글 즐~감!
ㅎ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